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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과 삶
  • [박래군의 인권과 삶]인권을 거부하겠다는 사람들
    인권을 거부하겠다는 사람들

    내년 3월9일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는 걸 서울시교육청 앞에 가서 알게 되었다. 서울시교육청 앞은 조용한 날이 없다. ‘서울시 교육이 죽었다’고 하면서 장례식장에서나 보는 조화가 교육청 정문 앞에 즐비하다. 한쪽 구석에는 축하 화환도 있지만 관리되지 않아서 꽃들이 거의 없거나 시들어버렸다. 때로는 상여소리를 하루 종일 틀어 놓는다. 지난 4월1일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종합계획(2021~2023)’을 발표했다. 그러자 교육청 앞에는 ‘태극기 부대’로 통칭되는 많은 극우세력들의 집결장이 되었다. 그들은 천막을 치고 조희연 교육감과 교육청 직원들을 향해 온갖 쌍욕과 막말을 퍼붓는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배지와 리본을 보면 광분한다. ‘쌍시옷(ㅆ)’이 들어가는 욕설과 지난해 총선 시기에 일부 국민의힘 후보가 썼던 모욕적인 막말을 해댄다. 그들은 욕설과 혐오표현의 특권이라도 거머쥐었는지 거침이 없다.특히 유튜버를 자처하는 몇몇 사람들의 행태는 더욱 심하다....

    2021.04.27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안산으로 가는 길에는
    안산으로 가는 길에는

    벚꽃이 만개했다. 예년보다 더 일찍 피었다고 한다. 7년 전보다는 2주나 먼저 피었다. 제주4·3 피해자들이 동백꽃이 필 때부터 매년 몸살을 앓듯이, 5·18 피해자들이 5월이 오기 전부터 마음이 아프듯이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은 벚꽃이 피기 전부터 마음이 아프다. 7년 전 그날 단원고에는 벚꽃이 만개했고, 바람에 꽃잎이 흩날렸다. 4월15일 버스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금요일인 4월18일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단원고 학생 250명, 교사 11명, 그리고 일반인 승객과 선원 43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세월호참사 1주기를 맞았던 때가 기억난다.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참사진상규명특별법 시행령안’은 특별법을 무력화하기 위한 독소조항으로 가득했다. 이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세월호를 온전하게 인양하라고 요구하며 세월호 유가족들은 광화문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제발 돈 더 받아내려고 떼쓰는 유가족으로 매도하지 말라고 호소하면서. 그렇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이런 호소를 ...

    2021.03.30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탈시설장애인당’을 지지한다
    ‘탈시설장애인당’을 지지한다

    4월7일 서울과 부산 시장의 보궐선거 일정이 다가오면서 선거판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는 아주 특별한 가짜정당의 활동을 소개하고 싶다. ‘탈시설장애인당’은 가짜정당이다. 보궐선거일 직전에 해산하는 가짜정당이다. 하지만 워낙 주변부의 정당이다 보니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나 시민사회에서나 조금 관심이 있을 뿐이다. 특히 거대 정당에서는 이들의 존재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이들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정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장애인만이 아니라 소수자들은 선거철에는 더욱더 철저하게 외면당한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가짜정당에 공문을 보내왔다. 정당법에 의해서 정당으로 등록되지 않았으니 정당이란 명칭을 쓰지 말고, 공직선거법에 의해 선거일 180일 이전부터 특정 후보자의 이름을 거론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행위는 법률 위반이므로 지금과 같이 특정 후보의 이름이 거명된 피켓이나 현수막 등을 사용하지 말라는 경...

    2021.03.02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청와대 앞 농성장에서 일어나는 일
    청와대 앞 농성장에서 일어나는 일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폭설도 자주 내린다. 세찬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는가 싶다가 겨울비가 오기도 한다. 한낮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고 체감온도는 한낮에도 영하 20도로 곤두박질치기까지 했다. 청와대 앞은 더욱 춥다. 그런 곳에서 천막도 없이 40일 넘도록 단식농성을 이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한진중공업의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씨의 복직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아무리 찬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도 한밤중에도 천막을 치지 못한다.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400일도 훨씬 넘기는 노숙농성을 해온 세월호 유가족들도 겨울바람 막을 천막 없이 길바닥에서 지냈다. 그러니 김진숙씨 복직을 요구하는 농성이라고 봐줄 리 없다. 처음에는 침낭마저도 새벽 6시에 걷어갔다가 밤 9시에야 주고는 했다. 겨울농성은 다른 철의 농성보다 곱절은 힘이 든다. 단식농성의 경우는 거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 사람이 속에 들어가는...

    2021.02.02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사면 논의 유감
    사면 논의 유감

    새해 벽두부터 시민들은 엄청 화가 났다. 집권여당 대표가 국민통합을 이유로 감옥에 가 있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거론한 것이 발단이다. 반발이 거세게 일자 한발 뒤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꺼림칙한 여운이 남는다. 앞으로 여론을 보면서, 그리고 당사자의 반성이 있다면 사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니까. 마침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법원 재상고심 판결이 오는 14일로 다가와 있고, 대법원 판결로 형이 확정된다. 아마도 이를 염두에 두면서 사면에 대한 정지 작업을 벌인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이낙연 대표로서는 대권 주자 지지도에서 선두와 격차가 자꾸 벌어지니까 초조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사면 논의가 상대편 야당의 지형을 흔들 좋은 소재라고 생각해서였을 것으로도 짐작이 된다. 정치공학적으로 유효한 방법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사안이다. 특히 우리와 같은 정치지형에서는 이명박...

    2021.01.05 03:00

  • [박래군 칼럼]김진숙을 당장 복직시켜라
    김진숙을 당장 복직시켜라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의 복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회사 동료들은 그의 복직을 요구하는 단식농성 중이고, 부산역에서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까지 오체투지가 이어졌다. 오는 19일 희망버스가 부산으로 출발하기 위해 준비되어 있다. 김진숙은 올해로 만 60세, 회사가 정한 정년에 걸리는 나이다. 그가 복직해서 작업복을 입고 출근할 수 있는 날도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1986년 6월 해고되었다. 그러니까 35년차 해고자다. 지난 10월20일 그는 상경해 그의 복직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인사들과 함께 전태일 다리에 서서 옛 동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그 편지에서 지난 35년을 이렇게 말했다. “연애편지 한 통 써보지 못하고 저의 20대는 갔고, 대공분실에서, 경찰청 강력계에서, 감옥의 징벌방에서, 짓이겨진 몸뚱어리 붙잡고 울어줄 사람 하나 없는 청춘이 가고, 항소이유서와 최후진술서, 어제 저녁을 같이 먹었던 사람의 추모사를 ...

    2020.12.08 03:00

  • [박래군 칼럼]있는 그대로의 한국전쟁을 보아야 하는 이유
    있는 그대로의 한국전쟁을 보아야 하는 이유

    미국 대선에서 선거인단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트럼프를 따돌린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선언했다. 미국 사람이 아닌 한국인인 나도 미국 대선 결과를 월드컵 경기만큼이나 관심을 갖고 초조하게 지켜봤다. 미국 대통령이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느냐는 한반도 문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국 시민사회는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한반도 종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1950년 6월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을 맺은 이후 그대로인 상태다. 7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쟁이 잠시 중단된 상태가 이어지면서 한반도의 불안전한 상황도 지속되고 있다. 일단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동맹이라면서도 방위비 분담금을 더 뜯어가려는 깡패국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전시작전권 환수 속도는 빨라질 것인지와 함께 북·미 대화에 미칠 영향까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우리는 아직 70년 전의 한국전쟁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다. 이제는 전쟁을 끝내...

    2020.11.10 03:00

  • [박래군 칼럼]노동개혁 이전에 ‘전태일 3법’부터
    노동개혁 이전에 ‘전태일 3법’부터

    앞으로 한 달 뒤 11월13일, 전태일 열사가 분신, 산화한 지 50년이 되는 날을 맞는다. 전태일재단에서는 그의 50주기를 앞두고 한 달 동안 다양한 기념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 전태일다리 주변에 기념동판을 추가로 제작하는 일을 비롯해 시민들과 함께 맞는 전태일 50주기를 만들기 위해 전국에서 그를 기념하는 사업들이 준비되고 있다. 50년 전에 산화한 그를 불러내는 것은 그만큼 지금의 노동 현실이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오랜만에 고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을 다시 꺼내 읽는다. 조 변호사는 “전태일이 평화시장의 근로조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래로 그 해결을 위해 택하려던 방법”이 네 가지가 있었다고 소개한다. 전태일은 재단사가 되어 어린 여공들(시다)을 자신의 위치에서 돌봐주려 했다. 그는 자신은 청계천에서 창동까지 걸어 다니며 버스비를 아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줬다. ...

    2020.10.13 03:00

  • [박래군 칼럼]대한문 앞 화단의 씁쓸한 추억
    대한문 앞 화단의 씁쓸한 추억

    서울시청 광장 맞은편은 덕수궁이다. 덕수궁 정문은 대한문이다. 며칠 전 그 앞으로 지나다 인도 보도블록 위 화단을 보자 눈살이 찌푸려졌다. 아직도 이 화단이 그대로 있다니. 무심히 지나가는 인파들은 이 화단에 눈을 주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이 화단은 땅 위에 일군 게 아니다. 보도블록 위에 흙을 그대로 덮어서 거기에 꽃들을 심고 서울 중구청에서 열심히 가꾸고 있다. 이 화단이 생긴 건 2013년 5월이었다. 2012년 4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계속되는 해고자와 그 가족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분향소를 이곳에 경찰의 방해를 뚫고 세웠다. 그때 벌써 22번째 희생자가 나온 뒤였다. 그곳에서 죽음의 행렬을 끊자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졌고, 그 위에 이명박 정권에서 국가폭력에 의해 피해를 당한 제주 강정마을, 용산참사, 밀양 송전탑 희생자들이 모여 ‘함께 살자 농성촌’을 꾸렸다. 국가폭력에 피해를 입은 이들이 집결된 상징적인 곳으로 변했다. 박근혜 정권은 이전 정권에서 ...

    2020.09.15 03:00

  • [박래군 칼럼]장마와 냄새 그리고 주거권
    장마와 냄새 그리고 주거권

    긴 장마가 끝났을까? 코로나19 2차 대유행 경고와 함께 폭염 경고도 뜬다. 폭염 경고에도 맑은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볕이 반갑다. 장마로 수해를 입은 이재민들은 물에 잠겼던 가재도구들을 햇볕에 말리고, 집 안의 문을 열어서 환기할 것이다. 환기를 통해 집 안 가득 들어찬 곰팡이 냄새가 제거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렇지만 냄새는 쉽게 제거되지 않은 채 옷 속까지 파고들어 퀴퀴한 악취를 오래 간직하게 만든다. 그래서 냄새는 종종 그 사람이 사는 삶의 환경을 전한다. 이런 점을 파고들었던 영화가 <기생충>이었다. 벤처 기업의 CEO였던 박사장은 기택이 듣도록 이 냄새, “지하철 타는 사람들 특유의 냄새”를 발설하게 되고, 그 뒤에 영화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비극적인 상황으로 치달아 간다. <기생충>의 기택이네 집은 반지하 월세 방이었고, 장마에 수재를 만나게 된다. 이번 장마에 수재를 당한 이재민들 소식에 <기생충>의 장면이 떠오른 이유다....

    2020.08.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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