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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 보다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엿가락 법과 부조리
    엿가락 법과 부조리

    2016년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고로 숨진 19세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군, 2018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24세의 김용균씨, 2021년 전신주 위에서 전기연결 작업 중 고압전류에 감전돼 세상을 떠난 30대 예비 신랑.이들 모두는 냉혹하고 불합리한 시스템에 떠밀려 삶을 접어야 했던 청년들이다. 위험의 외주화와 전가된 감정노동에 노출된 채 일상을 견뎌야 했던 자들이면서 누군가의 영혼을 갈아서라도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먹이사슬에 희생된 젊은이들이다.최근 개봉한 영화 <다음 소희>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전주의 특성화고 3학년 홍수연양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그는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위탁업체 현장실습생으로 근로하다 근무 5개월 만인 2017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취업률이 곧 정부지원금인 학교의 압박과 주변의 무관심 사이에서 위태하게 잡고 있던 줄을 놓고 만다. 하지만 <다음 소희...

    2023.02.23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윤범모 관장은 죄가 없다
    윤범모 관장은 죄가 없다

    국고에 납입해야 할 수익금 3200만원을 직원들의 격려금으로 돌렸다. 공식 유튜브 계정이 해킹됐는데도 상급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엔 보고도 안 했다. 일부 직원은 시간 외 근무수당을 부당 수령하고, 자의적 수의계약으로 일반경쟁 원칙을 위반하는 등 제멋대로 경영했다. 심지어 고용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 예술가들이 받아야 할 고용보험법상 혜택(구직급여 등) 수혜를 차단한 사례도 있다.위는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지난 3년간 벌어진 일이다. 문체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국립현대미술관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2년 10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진행한 기관 운영과 주요 사업에 대한 감사에서 발견한 위법·부적절 업무처리는 모두 16건에 달한다. 회계질서 문란, 작품관리 소홀, ‘갑질’ 등 다양하게 망라되어 있다.관장 임용 시마다 불거진 공정성 논란을 비롯해 전시를 둘러싼 학벌과 파벌 싸움, 채용비리, 부당 인사, 전문성 결여, 편중된 작품 구매 등 ...

    2023.01.26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예술은 ‘시대’를 잊어선 안 된다
    예술은 ‘시대’를 잊어선 안 된다

    영국의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ArtReview)’는 매해 12월쯤 ‘파워 100’ 명단을 선정·공개한다. 작가와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등 미술 관련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파워 100’은 2002년 시작되었으며 전 세계 문화예술계 인물들, 그들의 활동과 영향력 등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눈에 띄는 건 서열처럼 비치는 순위가 아니라 ‘파워 100’의 선정 기준이다.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지만 작가의 평판 정도로 봐도 무방한 여타 매체들과 달랐던 때문이다. 일단 ‘아트리뷰’는 예술활동의 지속성을 토대로 1년간 국내외 미술계 가교 역할 및 작가 발굴·지원 등에 힘쓴 글로벌 예술인에 주목한다. 작품의 미학적 성과와 미술사적 비중도 무게 있는 척도다. 한국처럼 미술시장에서 작품이 얼마나 팔렸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눈여겨볼 잣대는 예술의 존재 이유를 비롯해 사회와 예술, 예술과 권력 등의 본질적 질문에 응답하는 예술인(작품)을 선정한다는 점이다. 권력은 ...

    2022.12.29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예술인 복지, 온 길과 갈 길
    예술인 복지, 온 길과 갈 길

    2012년 11월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됐다. 예술인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이 제기된 1980년대 이후 약 30년 만에 이룬 결과다. 이 법은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복지 지원을 통한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증진과 예술 발전에의 이바지를 목적으로 한다. 같은 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만들어졌다. 예술인 복지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이다. 예술인의 사회보장 확대 지원을 비롯해 복지 지원, 권익보호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담당한다.예술인복지법의 의미는 법을 통해 예술인을 정의하고 그들의 권리와 지위를 처음으로 제도화했다는 것에 있다. ‘예술을 업(業)으로 삼는 예술인’을 법이 정하는 복지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지속 가능한 창작환경을 도모하며, 대국민 대상 예술인의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 재단 설립의 의의다.올해로 예술인복지법 시행 및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설립 10년이 됐다. 그동안의 성과는 적지 않다. 이젠...

    2022.12.01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독백에 머문 ‘부산비엔날레’
    독백에 머문 ‘부산비엔날레’

    비엔날레는 응집력과 설득력을 지닌 자기 지시적 언어의 집합체인 ‘담론’을 통해 지구촌 공동체의 삶을 변화시키는 역동적 파괴의 모델로서 자리해야 한다. 대중과의 호흡을 전제로 복잡한 사회 속 틈을 제시하고, 인류 앞에 놓인 과제들을 ‘공동의 목소리’로 혁파할 수 있는 ‘정지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문화시설인 미술관 전시와 다른 비엔날레만의 특징이다.하지만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한 한국의 거의 모든 비엔날레(3년마다 개최되는 트리엔날레 포함)는 담론 생성에 무관심하거나 능력이 안 된다. 20개가 넘는 비엔날레가 격년으로 열리지만 대부분은 본령인 현실과 제도에 대한 비판적 논쟁의 장과는 무관하다. 변별력 없는 광경에 막대한 혈세를 쏟아붓는 공허한 관변행사이자 지자체 홍보수단으로 전락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비엔날레의 성격을 담보하는 것 중 하나는 작품이다. 그러나 특정 주제 아래 소비되는 ‘독백’의 향연이기 일쑤다. 관람객은 건강하고 미래 지향적인 문화적 토론을...

    2022.11.03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듣기 싫은 것을 말할 권리
    듣기 싫은 것을 말할 권리

    윤석열 대통령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늘 ‘자유’를 강조해왔다. 그들의 여러 말과 글을 보면 자유 신봉자처럼 비칠 정도다. 실제 윤 대통령의 연설에서 가장 자주 출현하는 단어는 자유다. 지난해 6월의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부터 지난달 20일 진행된 유엔총회 연설까지 총 4번의 연설에서 자유는 모두 111번이나 언급됐다. 박 장관은 지난 5월 장관 취임식에서 ‘자유정신’을 내세웠다. 그가 말한 자유정신은 기존 가치목록으로부터의 해방과 새로운 자유의 쟁취로 풀이된다. 문화예술 주무부처의 장으로서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흔들림 없이 행동하고 표현할 수 있는 예술창작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박 장관의 자유에 대한 애착은 과거 글에서도 곧잘 발견된다. 중앙일보 대기자 시절인 2019년 4월 작성한 ‘문재인 정부는 자유를 어떻게 기억하는가’라는 제목의 글과 2018년 10월 월간중앙에 기고한 ‘자유는 역사를 연출한다’는 글이 그런 예이다. 전자는 ‘4·19혁명...

    2022.10.06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기대 못 미쳐, 기로에 선 키아프
    기대 못 미쳐, 기로에 선 키아프

    쇄국은 깨졌다. 글로벌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향후 어떤 설계와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글로벌 페어로 자리할 수도, 아니면 외국 유수 페어의 위성 행사로 전락할 것이 자명해졌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사진)의 공동개최 얘기다.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지난 5일과 6일 각각 폐막했다. 6일 주최 측에 따르면, 두 행사를 찾은 관람객은 각 7만여명으로 나타났다(누적방문 기록 제외). 매출 규모는 프리즈의 경우 수천억원에 달하는 반면, 키아프는 지난해 수준인 700여억원으로 추정된다. 프리즈의 10분의 1이다.삼성동 코엑스에서 펼쳐진 ‘한 지붕 두 가족’ 행사는 프리즈의 완승으로 끝났다. 그만큼 명암은 뚜렷했다. 프리즈는 본토인 런던 못지않은 성과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토종 아트페어인 키아프는 씁쓸함을 떨치지 못했다. 뜻밖의 실적에 프리즈는 함박웃음을, 키아프는 별다른 실속 없이 체급 차이만 느낀 결과지를 받아들...

    2022.09.08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국립현대미술관 ‘갈지자 행보’
    국립현대미술관 ‘갈지자 행보’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50주년 기념전으로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를 마련했다. 한국 근현대기 100년사를 다룬 3개관 통합기획의 방대한 전시였다. 그러나 윤범모 관장 임명 첫해 야심차게 진행한 이 전시는 얼마 못 가 진·위작 및 복제본 의혹이 불거졌고 미술관은 공신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실제 당시 덕수궁관에 전시된 만해 한용운의 회갑연 시는 인쇄 복제본이었으나 외부에서 의문을 표하기까지 미술관은 까맣게 몰랐다. 독립운동가의 글씨 또한 위작 의심을 받아 전시 중 교체됐다. 이로 인해 도록까지 다시 제작해야 했다. 국립미술관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진행 중인 ‘한국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사진)는 채색화와 민화를 동일시해 ‘역사 왜곡’ 논란까지 낳았다. 채색화의 기원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찾을 수 있지만, 민화는 한참 후인 정조 때 궁중회화로 유행하다 19세기에 이르...

    2022.08.11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세계에 한국 미술을 심는 작가들
    세계에 한국 미술을 심는 작가들

    한국의 국공립 미술관은 언제부터인가 시장에서 몸값 높은 작가들의 알리바이나 만들어주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비엔날레의 다수는 서구의 방법론을 끝없이 답습하는 낡은 행사로 추락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숫자만 많지 의미적이진 않다는 것이다.우리에겐 우수한 시각 예술가를 양성할 수 있는 정책마저 변변한 게 없다. 비참함을 억누르곤 얼마나 가난한지를 증명해야 알량한 몇 푼의 지원금을 쥘 수 있고, 취향에 읍소하는 ‘상품 생산자’들을 세금으로 뒷받침하는 게 예술경영이라 여기는 게 고작이다.하지만 한국 미술의 건강한 성장을 견인하는 데에는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만의 형식과 언어로 무대를 확장해가고 있는 예술가들이 있다. 미술계에선 흔히 양혜규, 신미경, 서도호, 방혜자, 김수자, 이불 등을 꼽는다. 그러나 세계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작가들은 이보다 많다.2022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이름을 올린 정금형과 이미래를 비롯해 한국 작가로선 유일하게 ‘카셀 도쿠멘타15...

    2022.07.14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기대 밑돈 ‘제의의 장’
    기대 밑돈 ‘제의의 장’

    올해로 59회를 맞은 베니스 비엔날레(2022·4·23~11·27)를 찾았다. 꼬박 16시간을 날아왔다. 그러나 막상 둘러본 비엔날레는 기대에 못 미쳤다. 세계를 보는 관점은 다각적이지 않았고, 새로운 조형미도 발견하기 어려웠다. 행사의 두 기둥인 본전시와 국가관 전시 모두 그랬다. 다만 방향성만큼은 놀랍도록 뚜렷했다. ‘집요함의 과잉’이라고 할 정도로 거의 모든 작품이 하나의 소실점으로 향했다. 바로 ‘여성’이다. 일단 본전시에 참가한 58개국 213명의 작가 중 여성이 90%를 차지했다. 과거엔 10~30% 내외에 불과했다. 여기에 베니스 비엔날레만의 특징인 황금사자상도 여성 작가들에게 돌아갔다. 영국관 대표작가 소니아 보이스가 국가관 부문을, 미국 작가 시몬 리가 본전시 부문을 수상했다. 흑인 여성 두 명이 나란히 황금사자상을 받은 건 비엔날레 역사상 처음이다. 이들은 5명의 흑인 여성 음악인의 발자취를 기록한 사운드 영상 작품과 흑인 여성의 정체성을 담은...

    2022.06.16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