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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 보다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오스왈도 과야사민
    오스왈도 과야사민

    오스왈도 과야사민(1919~1999)은 에콰도르의 존경받는 시각예술가이다. 국민의 불평등한 삶을 외면하지 않은 작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설계하려 했고, 그림을 매개로 부침의 역사 속 억압받는 주민들과 가난한 이들의 형제이자 친구가 되려 한 인물이다.그는 살아생전 1만3000점 이상의 작품을 남겼다. 대부분 작가 스스로 ‘피의 강’이라 칭한 20세기의 광기가 담겼다. 독재와 지역 간 대립, 분쟁 및 내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에콰도르의 암울한 현실을 비롯해, 인간이 행한 폭력과 헐벗고 굶주리며 고통받는 인류 등이다.작품 ‘기다림’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방문한 뒤 인간의 잔인함을 기억하기 위해 제작됐다. ‘산의 머리’는 착취하는 자들에 대한 탄압받는 자들의 저항이 새겨져 있다. 이 밖에도 그의 여러 작품엔 인간이 인간에 가한 폭력의 책임자들, 그리고 이념과 사상 앞에 무기력한 사회 구성원들의 두렵고 비극적인 삶이 각인되어 있다.민중의 불안은 ‘비명Ⅱ’에서...

    2020.11.19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주범과 공범
    주범과 공범

    예술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칸트는 예술을 ‘알 수 없는 그 무엇’이라 했다. 레프 톨스토이는 ‘사람과 사람을 결합시키는 수단’으로 봤다. 신인상파의 대부인 조르주 쇠라나 바우하우스 교수를 지낸 파울 클레 같은 작가도 톨스토이와 유사한 견해를 지녔다. 이들은 예술을 일종의 가교로 해석했다.예술의 정의에는 시대 간 차이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중세 시대에는 교리를 충실한 신앙심으로 옮기는 것이 예술이었다. 당시의 예술은 오로지 신을 위한 것이었다. 14~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 개념 또한 오늘과 많이 달랐다. 권력자와 성직자들, 자본가들에게 봉사하는 도구였다. 실제로 보티첼리를 비롯해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은 그들을 위한 주문생산자를 자처했다.이 밖에 자연이 선사하는 경이로움을 화폭에 가장 흡사하게 묘사하는 것을 예술로 판단한 시대가 있었고, 사물에 대한 자신의 인상과 감정을 주체적으로 담는 게 예술인 화파도 없지 않았다. 기원전 4세기경 생활상 필요에...

    2020.10.29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쇄신’ 시급한 서울문화재단
    ‘쇄신’ 시급한 서울문화재단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문화재단이 잇단 지원사업 논란에 휩싸였다. 얼마 전엔 추경으로 확보한 예산을 예술인들에게 로또식 ‘뽑기’로 배분해 비판을 받더니 현재는 사업 재심의를 벌이는 과정에서 선정자를 번복해 예술인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지난달 15일 서울문화재단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엄정한 절차 아래 쓰여야 할 국고를 추첨으로 지원해 빈축을 샀다. 0번부터 9번까지 들어 있는 박스에서 세 명이 각각 하나씩의 공을 뽑고, 뽑힌 공이 연번과 일치하는 지원자들에게 ‘복불복’으로 혈세를 나눠준 것이다.같은 달 28일엔 한 지원사업에 부적격 사유가 있는 심의위원이 포함되어 재심의를 벌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와중에 선정자와 탈락자가 바뀌고 말았다. 결격 심의위원의 점수를 제외한 나머지 위원의 심의 결과를 재집계한 후 최종 지원 대상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인들에겐 충분한 설명 없이 고지됐다....

    2020.10.08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1000억원짜리 ‘졸속’ 공공미술 프로젝트
    1000억원짜리 ‘졸속’ 공공미술 프로젝트

    전국 공공시설에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우리 동네 미술’은 문화체육관광부와 228개 지자체가 동시 추진 중인 공공미술 프로젝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예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민 문화향유 증진을 위한 ‘예술 뉴딜’의 일환으로 마련됐다.프로젝트의 총예산은 지자체 매칭을 포함해 약 1000억원. 시·군·구별 약 4억원이 할당됐다. 37명 이상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을 참여 대상으로 한다. 사업 완료 시한은 내년 2월까지다.문제는 이대로 가다간 역대 최고의 ‘졸속’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동네 미술’은 전체 사업 기간이 5~6개월에 불과하다. 실제 실행 기간은 3개월 남짓이다. 공모 기간은 더 짧다. 참여 희망 작가들은 대체로 2주 안에 작품 설치 및 사후 관리 계획 등을 담은 기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겨우 1주일인 지자체도 드물지 않다.한두 주 동안에 사회 구성원의 보편적 정서를 반영한...

    2020.09.10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다른 개의 내장을 먹는 개, 예술과 동물권
    다른 개의 내장을 먹는 개, 예술과 동물권

    이충렬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는 우직한 소와 그 소를 믿고 의지하는 노부부의 삶을 동정과 연민 없이 그려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로저 스포티스우드 감독의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사람과 동물이 나눈 우정을 따뜻한 온기로 담아내 관람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10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충견 하치의 실화를 옮겨 전 세계를 울린 소설 <하치 이야기>와, 사진작가 스티브 매커리의 사진도 인간과 동물의 내면 및 관계를 어둠 속의 빛처럼 표현한 작품으로 꼽힌다.도예조각가 정은혜 역시 지난 10여년간 동물을 소재로 한 작업을 이어왔다. 다만 앞선 예와 다른 점이 있다면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목숨을 잃은 동물들을 위로하는 작품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간을 위한 먹거리로, 실험 도구로, 유희를 위한 수단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의 가려진 모습을 조형화해 주목받고 있다.이밖에도 식...

    2020.08.20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 한두 끼 밥값에 불과한 미술비평 원고료
    한두 끼 밥값에 불과한 미술비평 원고료

    비평은 미학적 소통에 관한 책임이자 예술전반에 대한 ‘가치’를 따지는 행위이다. 객관적 자료와 주관적 경험을 토대로 작품과 미술현상에 내재된 의미를 해석하고 판단한 결과를 예증(例證)과 논리 아래 담아내는 기술(記述)이기도 하다.물론 그 기술이 보다 효과적이게 하려면 사유의 폭과 변별력 있는 비평은 언제나 한 쌍임을 기억하는 게 먼저다. 동시대미술의 흐름과 경향에 관한 예민한 시각 및 감수성을 지녀야 하고, 남다른 미적 지각력과 미학, 미술사·역사·조형 등에 관한 풍부한 지식도 갖춰야 한다.그러나 말이 쉽지, 비평문 작성을 포함한 비평행위는 혼란과 답답함 속에서 건져내는 무엇과 같다. 마치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업실에 앉아 있는 듯, 뭔가 마구 뒤섞여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를 헤쳐 나가며 질서를 찾는 느낌과 유사하다. 그래서 가끔은 비평이 고문처럼 다가온다. 비평가 에이드리언 설의 말처럼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서너 달씩 이어지는 고통의 연속인 것이다....

    2020.07.30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조영남 작품의 현주소
    조영남 작품의 현주소

    얼마 전 한 유명 연예인의 작품 평론을 청탁받았다. 조영남 못지않게 화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다. 하지만 거절했다. 연예인이어서는 아니었다. 작품 완성도가 낮았다. 비평이 그의 미술시장에서의 입지를 뒷받침하는 액세서리 역할에 그칠 가능성도 우려했다.조영남 대작 사기 무죄 판결 이후 부쩍 늘어난 질문 중 하나는 작품 수준은 어떠냐는 것이다. “정말 대작이 미술계 관행이냐”라는 물음과 비등하다. 그럴 때마다 난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직 비평할 만한 수준은 못 된다고 말한다.일단 그의 그림은 의도와 표상의 불일치를 보인다. 본인은 문인화의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자부하지만 형상이 아닌 의미를 옮기는 문인화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시각에 앞서 정신과 뜻을 담는 사의(寫意)와는 멀어도 한참 멀다. 다만 아트테이너로서 전업이 아닌 여기(餘技)라는 인상은 공통점이다. 조영남은 자신의 화투 작업을 팝아트로 규정한다. 그러나 대중적 속성을 반영한 것을 제외하면 상품과 같은...

    2020.07.09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판화의 귀환
    판화의 귀환

    처음엔 일본과 중국 목판화의 영향을 받았으나 1958년 ‘한국판화협회’가 조직되고 1968년 ‘한국현대판화가협회’가 창설되면서 한국 현대판화는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판화에 관한 사회적·예술적 인식이 아주 낮아 회화의 아류나 인쇄물에 삽입되는 보조수단 정도로 치부됐다.그럼에도 한국 현대판화의 선각자들은 우리만의 제지술과 인쇄술에 외국의 기술 및 기법을 신속히 접목하면서 자생력을 다졌다. 1970~1980년대엔 독자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획득했고, 1988년 추계예술대학교와 홍익대학교에 판화과가 설치되면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 판화가들도 다수 배출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판화는 조형 영역과 표현 영역에서 확연한 색깔을 드러내며 1990년대를 풍미했다. 그러나 판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화랑들과 공방, 작가들은 상업판화를 무차별적으로 양산해 판화의 질적 저하를 초래했으며, 판화만의 특징인 간접성·복수성은 유일성과 희소...

    2020.06.18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보다]공공미술과 허울뿐인 예술가 일자리
    공공미술과 허울뿐인 예술가 일자리

    기존 공공미술의 목적은 예술 향유 확장, 문화 소외지역 환경 개선 및 지역공동체 화두의 예술적 실천에 있다. 하지만 국가 예산을 사용하는 프로젝트들의 다수는 무엇보다 예술가의 일자리 창출을 중시한다. 정부의 국정과제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1972년 문예진흥법이 제정될 당시 생겨나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건축물미술작품제도’를 비롯해, 오늘날 여러 지자체에서 앞다퉈 시행 중인 공공미술 사업 역시 같은 맥락이다. 모두 예술가의 일자리 배양을 통한 소득증대라는 속뜻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는 긍정적인 의도와 투입되는 막대한 세금에 비해 효과는 미미하다는 점이다. 공적 영역은 진입이 까다롭고 민간 건축주가 발주하는 사적 영역에선 미술인들에게 고른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는다. 그나마 뭐라도 하나 설치하려면 거간꾼들이 이리저리 떼어가는 통에 경제적 이익도 거의 없다. 특히 공공미술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공공의 공간에서 마구잡이로 펼쳐지는 프로젝트들은 그 자체로 ...

    2020.05.28 03:00

  • [홍경한의 예술산책-깊이 보다]국립현대미술관 신임 학예실장을 바라보는 시선
    국립현대미술관 신임 학예실장을 바라보는 시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단순한 계약직 공무원이 아니다. 동시대 미술의 비전을 제시할 전시 계획에서부터 소장품 구입, 교육, 공공프로그램 등에 관한 연구 기획, 출판 운영까지 총괄하는 미술관의 핵심 요직이다.그 자리에 최근 전 제주도립미술관장 김준기씨가 내정됐다.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사를 거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을 역임한 인물로, 서류상의 경력만 놓고 보자면 흠잡을 데가 없다.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민중 색채 짙은 전시 이력이 민중미술계열 대표 인사인 현 윤범모 관장과 겹치는 데다, 이들의 남다른 친분 때문이다. 각종 행사와 전시에 바늘과 실처럼 이름이 등장하고, 심지어 윤 관장의 학교 정년퇴임 전시기획에 참여한 것도 김씨이니 호형호제인 양 바라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편향적 경향이 한국 대표 미술기관을 주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다.그러나 윤범모 관장과는 달리 내정에 있어 절차상의 하자는 없다. 민미협 출신인 윤 관장의 경...

    2020.05.06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