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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의 옆집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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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짜릿한 겨울
    짜릿한 겨울

    결혼 전 막 연애를 시작할 때 택시 뒷자리에 아내와 나란히 앉았던 기억이 있다. 급커브를 돌 때 몸이 한쪽으로 쏠려 아내 팔에 닿으면 온몸이 감전된 듯 짜릿했다. 저 앞에 커브 길이 보이면 일찌감치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결혼한 지 이미 30년도 더 지난 요즘도 가끔 짜릿할 때가 있다. 특히 겨울에.플라스틱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머리카락이 빗을 따라 위로 딸려 올라가고 가전제품 상자를 뜯다 부서진 작은 스티로폼 조각은 바지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정전기는 말 그대로 전기 전하가 한곳에 정체되어 쌓이는 현상이다. 두 물체를 붙여놓고 문지르면 양쪽에 정전기가 쌓이는 현상을 마찰전기(triboelectricity)라고 한다. 그리스어로 마찰을 뜻하는 tribo와 나무 수액이 땅속 환경에서 변성되어 만들어지는 광물인 호박(elektron)으로 이루어진 단어다. 그리스 시대에 이미 호박의 마찰전기 현상이 알려져서 호박이 전기의 뜻도 갖게 된 셈이다.머...

    2026.01.07 20:04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추운 겨울의 물리학
    추운 겨울의 물리학

    추운 겨울 두툼한 외투를 입고 길을 나선다. 입에서는 흰 입김이 나오고 언 길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긴다. 언 손은 마주 비벼 녹이고 버스를 기다리며 몸을 웅크린다. 우리 모두 겨울날 자주 겪는 일이다. 이런 일상의 경험에도 속속들이 물리학의 원리가 담겨 있다. 여름에 안 보이는 입김이 겨울에는 보이는 이유, 겨울옷이 두꺼운 이유, 손을 마주 비비면 잠깐 손을 녹일 수 있는 이유,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 모두 물리학이다. 작은 것의 물리학이 우리의 겨울 일상을 만들어 낸다.시린 손으로 뜨거운 커피 컵을 감싸면 컵 표면의 빠른 분자가 내 손의 느린 분자와 충돌한다. 컵의 분자는 느려지고 손의 분자는 빨라져 분자들의 운동에너지가 컵에서 손으로 전달된다. 분자의 마구잡이 열운동이 활발할수록 온도가 높아서 컵은 점점 식고 손은 점점 따뜻해진다. 손을 컵에 딱 붙이지 않으면 손이 그리 따뜻해지지 않는다. 손과 컵 사이 공기가 열전달을 막는 부도체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2025.12.03 22:10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시간의 화살
    시간의 화살

    50대가 저물어가는 요즘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흐른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쏜살같다고 표현하듯, 미래로만 흐르는 시간을 우리는 날아가는 화살에 자주 비유한다. 쏜살같이 앞으로만 나아가는 시간의 화살은 미래를 향한다.노화에 대한 나의 주관적 경험이 시간의 화살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다. 물에 떨어뜨린 작은 잉크 방울은 널리 고르게 퍼질 뿐, 다시 작은 방울로 모이지 않는 것을 떠올려보라. 시간의 화살은 주관적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봐도 같은 객관적 사실로 보인다.시간을 뜻하는 변수 t를 -t로 바꾸는 것이 시간의 화살이 가리키는 방향을 뒤집는 것에 해당한다. 이렇게 시간을 뒤집어도 뉴턴의 운동방정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뉴턴이 보여준 시간의 화살은 촉도 깃도 없어 앞뒤가 같은 셈이다. 줄에 매단 추의 진자운동처럼, 고전역학을 따르는 입자 하나는 미래와 과거를 향하는 두 시간 흐름이 똑같은 방정식을 만족해 시간의 화살에 앞뒤가 없다....

    2025.10.29 20:18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천지 차이를 없앤 뉴턴
    천지 차이를 없앤 뉴턴

    100년 전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가 작은 입자의 세상을 설명하는 양자역학을 처음 만들어냈다. 이들의 뒤를 이어 20세기 물리학의 발전을 주도한 다음 세대의 훌륭한 물리학자들이 있다. 헬륨의 초유체 현상에 대한 연구로 196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러시아의 위대한 물리학자 레프 란다우도 이 중 하나다. 란다우에 얽힌 재밌는 일화가 전해진다. 물리학자답게 란다우는 선배 과학자의 업적의 위대함을 수학에 등장하는 로그값을 이용해 숫자로 표현했다. 100은 10의 제곱이어서 로그값이 2이고 1000은 10의 세제곱이어서 로그값이 3이다. 이처럼 로그값으로 1의 차이가 나면 원래값의 차이는 무려 10배가 된다. 로그의 척도를 쓰는 지진의 규모도 마찬가지여서, 규모 7인 지진에 비해 규모 8인 지진의 진폭은 무려 10배다.물리학자의 업적과 지적 능력을 숫자로 표시한 란다우 척도에서는 값이 작을수록 더 위대한 물리학자다. 란다우는 뉴턴의 란다우 척도 값으로 0, 아인슈타인...

    2025.09.17 20:44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여름이 더워지는 이유
    여름이 더워지는 이유

    지구가 태양에 더 가까워져서 여름이 더운 것일까? 그렇지 않다. 길쭉한 타원 모양인 공전 궤도에서 여름이 아닌 겨울에 오히려 지구가 태양에 더 가깝다. 태양이 가까워서 여름이 더운 것이 아니다.마찬가지로 태양까지 거리가 가까워 한낮이 아침저녁보다 기온이 높을 리도 없다. 그럼 해가 중천에 뜬 한낮이 더 더운 이유는 무얼까? 추운 겨울날 꽁꽁 언 손을 난롯불에 녹일 때 우리는 손바닥을 난로를 향해 펼친다. 난로에서 에너지를 싣고 방출되는 전자기파의 진행 방향과 손바닥이 정확히 수직일 때 손바닥의 단위면적에 입사되는 에너지가 최대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같은 면적의 지면에 태양이 지구로 보낸 전자기파가 전달하는 복사 에너지는 햇빛과 지면의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머리 위에 해가 있을 때 단위면적당 지면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이 가장 많고 해가 지평선 위에 낮게 떠 있을 때 단위면적당 지면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이 적다. 한낮이 뜨거운 이유는 거리가 아니라 각도 때문이다....

    2025.08.13 21:15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입자도 파동도 없는 양자의 세상
    입자도 파동도 없는 양자의 세상

    책상 위 탁구공을 떠올려보라. 우리는 저곳에 탁구공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탁구공 같은 물리학의 입자는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 다음에는 퐁당퐁당 던진 돌이 만든 물결이 호수 위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떠올려보라. 물결 같은 물리학의 파동은 넓게 펼쳐져서 위치를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입자와 파동은 정말 다르다.탁구공 하나 옆에 하나를 더 두면 두 개다. 하나, 둘, 셀 수 있는 물리학의 입자는 1+1=2를 만족한다. 파동은 다르다. 오르락내리락 위아래로 진동하며 움직이는 파동에서 가장 높은 곳을 마루, 가장 낮은 곳을 골이라고 한다. 마루와 마루 사이의 거리가 파장, 마루와 골 사이 수직 방향 거리의 절반이 진폭이다. 파장과 진폭이 같은 두 파동이 한 곳에서 만날 때 마루와 마루가 만나면 둘이 더해져 진폭이 두 배가 되지만, 마루와 골이 만나면 서로 상쇄해 진폭이 0이 된다. 이처럼 파동은 1+1이 2가 되는 보강간섭을 보여줄 수도 있고, 1+1이 0이 되는 상쇄간섭...

    2025.07.09 20:46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선거와 ‘함께 지성’
    선거와 ‘함께 지성’

    동양의 고전 <서경(書經)>에 “천시자아민시 천청자아민청(天視自我民視 天聽自我民聽)”이라는 글귀가 있다. 하늘(天)이 보는(視) 것은 우리(我) 평범한 민중(民)이 보는 것에서 비롯(自)하고, 하늘이 듣는(聽) 것도 민중이 듣는 것에서 비롯한다는 뜻이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바로 그 얘기다. 라틴어 글귀 “복스 포풀리, 복스 데이(Vox populi, Vox dei)”도 민중(populi)의 목소리(vox)가 곧 신(dei)의 목소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보고 듣는 것은 몸 밖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말하는 것은 우리 머릿속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동서양 모두 오래전부터 평범한 이들이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이 하늘과 신에 견줄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프랜시스 골턴이 1907년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의 제목이 ‘Vox Populi’(민중의 목소리)다. 골턴은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우생학자로 지탄받아 마땅한 나쁜 과학자지...

    2025.06.04 20:18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책으로 본 세상
    책으로 본 세상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래도 과학책을 읽을 일이 많지만 역사나 철학책도 좋아하고, 소설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를 때도 많다. 직접 차를 운전하면 30분, 버스로는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에 갈 때는 망설임 없이 늘 버스를 탄다. 흔들리는 차에서 글을 읽어도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는 복을 타고났다. 책 읽으며 보낸 버스 1시간이 운전대를 잡고 보낸 30분보다 짧다. 내게 책은 순간이동 장치다.매달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 클럽을 두 곳에서 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벌써 9년째다. 몇해 전부터 이런저런 일이 늘어 좀 바빠지긴 했지만 아무리 바빠져도 내가 먼저 그만둘 것 같지는 않다. 모임 전에 먼저 책을 꼼꼼히 읽고 글로 요약한다. 그러고는 내 생각도 일부 보태 강연 자료를 만든다. 내가 정말 좋아해서, 힘들어도 매번 반복하는 일이다. 게다가 독서 클럽에 참여하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여럿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2025.04.30 20:50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봄날의 봄볕
    봄날의 봄볕

    내가 사는 수원에는 ‘인문 공동체 책고집’이 있다. 책고집 대표 최준영 선생님은, 노력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구석진 그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인문학의 가치를 알리려 꾸준히 고집스럽게 애써온 이다. 올해 책고집은 ‘인문학 강좌, 곁과 볕’을 전국 곳곳에서 진행한다. 얼마 전 강사로 참여하는 분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글과 삶의 모습을 보며 늘 존경하던 한 분이 ‘곁과 볕’이 ‘곁과 빛’이었다면 이 자리에 오지 않으려 했다며 좌중을 웃게 만들고는, 곧 사람의 온기를 전하는 것은 빛이 아니라 볕이라는 의미 있는 얘기를 이어갔다.봄이 오고 있다. 미세먼지로 탁한 봄 하늘을 눈곱 낀 듯 아스라한 시선으로 가만히 올려본다. 밝아진 햇빛이 겨울과는 분명히 다르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고재현 교수님의 책 <빛의 핵심>에 따르면, 태양 깊은 안쪽에서 출발한 빛은 100만년의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태양 표면에 도달한다. 이곳에서 ...

    2025.03.26 21:00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통계학으로 살펴보는 음모론
    통계학으로 살펴보는 음모론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둥근 지구 사진을 보여주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증거도 이들의 강한 신념을 바꾸기 어렵다. 진화는 거짓이라는 주장도 비슷하다. 명확한 온갖 증거도 창조론자의 신념을 꺾기 어렵다. 찾을 때까지 노력하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 증거 사이의 빈틈을 찾고, 그것도 어려우면 진화의 증거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선거 결과가 자신이 이전에 확신했던 것과 크게 다르니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부정이 없었다는 것을 명확히 보이지 못했으니 부정이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없다는 것을 보이지 못했다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1952년 버트런드 러셀은 지구와 화성 사이에 너무 작아 어떤 망원경으로도 결코 볼 수 없는 찻주전자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소개한다. 이런 찻주전자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반증하지 못했으니 이 찻주전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마찬...

    2025.02.1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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