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있지만 내 몸을 구성하는 원자는 살아있지 않다. 살아있지 않은 단순한 여럿이 모여 서로 연결하고 결합해 창발하는 대표적 현상이 생명이다. 빅뱅 직후 우주에는 복잡한 것 하나 없이 단순한 것만 가득했다. 쿼크가 모여 양성자와 중성자가 되고 이들이 전자와 짝지어 원자가 되었다. 다음에는 원자들이 모여 분자가 되고 여러 분자가 길게 이어져 생명체를 이루는 다양한 화합물이 만들어졌다. 이런 화합물이 만들어졌다고 생명이 짜잔, 저절로 출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한 여럿이 모이고 이렇게 모인 여럿이 또다시 더 큰 단위로 모이는 것이 이어지는 여러 겹의 계층적 질서가 생명 출현의 토대인 것은 분명하다. 단순한 것만 있었던 우주 초기에 생명은 단연코 없었다. 우주와 함께 태어난 것은 생명이 아니라 비생명이다. 긴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우주 한 구석 바로 이곳에서 비생명이 모여 생명을 낳았다.큰 것을 작은 것으로, 많은 것을 적은 것으로 줄여 이해하는 것이 20세...
2026.04.29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