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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의 옆집물리학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기후위기와 인류의 미래
    기후위기와 인류의 미래

    지난 11월2일 우리나라 전역의 날씨는 마치 초여름 같았다. 무려 30도에 가까운 낮 기온을 보여준 곳도 있었고, 그날 하루 중 최저 기온이 1907년 시작된 우리나라 기상 관측 116년 역사에서 가장 높았던 곳도 여럿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다. 올해 전 세계 곳곳에서는 이상 고온, 홍수, 그리고 대규모 산불 등의 자연 재해가 그치지 않았다. 기온이 상승하면 숲의 나무가 머금고 있는 액체 상태의 물은 기체인 수증기로 변해 나무에서 대기로 옮겨간다. 해가 떠 온도가 높아진 한낮에 아침 이슬과 안개가 사라지는 것과 정확히 같은 원리다. 결국 대기의 기온이 높아지면 숲이 건조해져 산불 규모가 커진다. 기온 상승으로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으면, 당연히 강수량이 늘어 홍수 피해가 커지고, 당연히 에너지가 커져 태풍 피해도 커진다. 태풍, 홍수, 산불의 규모는 지구의 기온 상승과 함께 커진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명백한 과학적 사실이다.10월23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후과...

    2023.11.08 20:23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새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
    새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

    어린 시절 제비는 흔히 볼 수 있는 새였다. 친구들과 골목에서 놀다 보면 제비가 낮게 날 때가 있었다. 비가 올지 모르니 빨리 집에 가라는 동네 어른 말씀에 뜀박질을 시작하면 정말로 곧 소나기가 쏟아지고는 했다. 새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것은 오랫동안 누적된 경험으로 우리 선조가 파악한 상관관계다. 하지만 새가 낮게 날기 ‘때문에’ 비가 오는 것은 아니다. 상관관계가 사실이라고 해서 하나가 다른 하나의 원인인 인과관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한 나라의 노벨상 수상자 숫자와 초콜릿 소비량 사이에 상당히 강한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본 적이 있다. 물론 이것도 인과관계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아직 없는 이유가 한국인이 초콜릿을 적게 먹기 때문일 리는 없다. 새가 낮게 날아 비가 온 것도 아니고, 초콜릿 많이 먹어 노벨상 타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관관계 자체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명확히 관찰된 상관관계의 배후...

    2023.10.11 20:48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그동안 감사했어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2024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과학기술 분야의 R&D 예산이 16.6% 줄어들게 된다. 산업 발전에 즉각적인 도움을 주기 어려운 순수기초과학 분야의 연구는 거의 대부분 기업이 아닌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다. 예산 삭감으로 가장 먼저 큰 타격을 받을 분야가 기초과학이다.기초과학 분야 연구자가 연구계획서를 한국연구재단에 제출하면, 계획서의 내용을 심사할 같은 분야의 전문 연구자들이 심사자로 선정된다. 힉스 입자 이론 연구를 하겠다는 과제를 나와 같은 통계물리학 연구자가 제대로 심사할 수는 없다. 결국 통계물리학 분야 연구과제는 주로 통계물리학자가, 입자물리학 분야 연구과제는 주로 입자물리학자가 심사한다. 아니길 바라지만, 요즘엔 이런 것도 카르텔이라 부를지도 모르겠다. 심사자들은 계획서를 익명으로 평가해 지원 대상 과제 선정에 도움을 준다. 지원 대상 과제로 선정되면 매년 연구비가 소속 대학에 입금되고, 미리 제출한 예산안에 따라 증빙 서류를 갖춰 연구비가 ...

    2023.09.13 20:13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과학은 또 이렇게 한 걸음을 이어간다
    과학은 또 이렇게 한 걸음을 이어간다

    상온상압 초전도체 주장이 최근 큰 관심을 끌었다. 여러 그룹에서 시료를 제작해 실험하기도 했다. 현재 초전도체가 아닌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과학자로 살다보면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놀라운 결과가 큰 관심을 끌면, 여러 연구그룹이 재현실험을 시도하고, 설명하는 이론을 제안하기도 한다. 전에 들은 농담이다. 이론물리학자는 자기 이론만 믿고, 실험물리학자는 심지어 자기 실험도 믿지 않는다는 농담이다. 농담이지만 학계에 만연한 건강한 회의(懷疑)의 풍토를 어느 정도 담고 있다. 과학자는 늘 의심하는 것이 뼛속 깊이 자리 잡은 사람들이다. 긴 세월 회의와 검증의 시간을 꿋꿋이 견딘 것들이 모여 과학의 토대가 되고, 튼튼한 바닥이 최근의 논문을 의심하는 근거로 작동한다. 방금 출판된 결과를 진실이라 믿는 과학자는 거의 없어서, “재밌군.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겠어” 정도로 받아들인다. 검토와 회의, 비판과 재현의 과정이 이어지면서, 처음 결과가 굳...

    2023.08.16 20:16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다양한 자연현상, 동일한 자연법칙서 비롯한다
    다양한 자연현상, 동일한 자연법칙서 비롯한다

    “딱 하나로 정해진 중력법칙을 따라 행성 지구가 태양 주위를 오랜 시간 공전하는 동안, 정말 단순한 시작에서부터 이토록 아름답고 경이로운 온갖 다양한 형태의 생명이 진화했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다윈의 <종의 기원>에는 이렇게 내가 옮겨 본 유명한 마지막 부분이 있다. 어쩔 수 없는 물리학자인 나는, 고정된 중력법칙과 생명의 다양성이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는 다윈의 통찰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현상의 다양성은 자연법칙의 단순한 동일성과 함께한다. 같아도 다를 수 있다.같지만 다른 예가 많다. 풀잎 위 빗방울은 둥근 구슬로 구르고, 쏟은 물은 바닥에 넓게 퍼진다. 크고 작은 물 덩이의 다른 모습은 물리학의 에너지가 정한다. 작은 빗방울의 모습은 중력이 아닌 전기력이 정한다. 표면적이 작을수록 에너지가 더 낮아 빗방울은 둥글게 뭉쳐 구른다. 커다란 물 덩이의 모습은 전기력이 아닌 중력이 정한다. 지면에 가까울수록 에너지가 더 낮아 쏟은 물은 납작 엎...

    2023.07.20 03:00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로또, 투자가 아닌 단순 확률게임
    로또, 투자가 아닌 단순 확률게임

    우리나라 로또는 45개의 숫자 중 6개를 맞힌 사람이 1등에 당첨되는 방식이다. 지난주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은 모두 12명이었고 각자 22억원의 상금을 받게 되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정말 부럽다. 로또 한 장을 사면서 우리는 희망도 함께 산다. 당첨되면 부모님께 아파트를 사드릴지, 차를 바꿀지, 행복한 고민을 며칠 이어 할 수 있다. 그렇다면, 1등 당첨확률은 얼마나 될까? 1등 당첨확률을 알려면 전체 가능한 가짓수를 계산해야 한다. 먼저, 첫 번째 숫자에는 모두 45개의 가짓수가 있다. 앞에 나온 숫자가 다시 나올 수는 없어서 두 번째에는 44개의 가짓수, 세 번째에는 43개의 가짓수가 있다. 이 가짓수를 차례로 여섯 번 곱한 45×44×43×42×41×40을 계산하면 60억 정도가 된다. 6개 번호의 순서가 뒤바뀌어도 여전히 당첨번호라는 것을 고려해 이 값을 보정하면, 로또 1등 당첨확률은 약 800만분의 1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매주 1억장 이상의 로또가...

    2023.06.22 03:00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물은 ‘창발’로 흐르고, 삶은 ‘창발’로 이어진다
    물은 ‘창발’로 흐르고, 삶은 ‘창발’로 이어진다

    우리 몸을 구성성분으로 나누고 또 나누면 결국 원자에 닿는다. 살아 있지 않은 원자들이 모여 살아 있음을 이룬다. 이처럼 구성요소가 갖고 있지 않은 속성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수많은 요소로 이루어진 전체가 새롭게 보여줄 때, 이를 ‘창발’이라고 한다. 마치 지평선 아래에 있던 해가 떠올라 어느 순간 갑자기 보이기 시작하는 것처럼, 미시적인 세상에서 볼 수 없던 것이 거시적 규모에서 새로이 드러난다는 의미로 ‘떠오름’이라고도 한다. 생명은 생명 없는 원자로부터 떠오른다. 생명뿐 아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대부분은 창발의 결과다. 액체인 물이나 고체인 얼음이나 같은 물 분자로 이루어지지만, 수많은 분자가 특정한 방식으로 연결되면 흐르는 물이 되고 딱딱한 얼음이 된다. 물은 창발로 흐르고 삶은 창발로 이어진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나의 뇌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수백조개의 시냅스를 통해 연결되어 있는 놀라운 물질이다. 이 글을 쓸 때 일어나는 나...

    2023.05.25 03:00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생명의 장엄함을 보며 떠올린, ‘변이’의 힘
    생명의 장엄함을 보며 떠올린, ‘변이’의 힘

    진화론을 ‘유전적 변이의 차별적 선택’으로 줄여 말할 수 있다. 변이를 가져 부모와 다른 자식 중 일부는 성공적으로 생존하여 같은 변이를 가진 손자손녀들을 만들어낸다. 살아남은 개체만 다음 세대의 후손을 남기니 무척 당연한 얘기다. 유전되지 않는 변이는 진화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으니, ‘변이’ 앞 ‘유전적’도 중요하다. 다윈 진화론의 얼개를 이해하고 나면 이처럼 자명한 진실이 발견될 때까지 그처럼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 오히려 더 신기하게 느껴진다.진화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려면 변이는 필수다. 변이가 전혀 없어 똑같은 후손들만이 태어나는 생물종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멸종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변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생물종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더 크게 된다. 하지만 변이의 확률이 너무 커도 문제다. 우연적 변이 대부분은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낳아도 어차피 생존하기 어려운 자손을 소중한 생물학적 자원을 동원해 과도하게 만들어내는 비...

    2023.04.27 03:00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물리학의 다음과 ‘다음 소희’는 지금이 정한다
    물리학의 다음과 ‘다음 소희’는 지금이 정한다

    길에서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잠깐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자니 아쉬워 친구가 다음에 밥 한번 같이 먹자고 말한다. ‘다음’이 정확히 언제냐고 묻지는 말자. 갑자기 말 더듬으며 당황하는 친구 얼굴을 보게 될 테니. 그냥 “그래, 다음에 보자”가 적당하다. 우리는 시간의 순서로 일어나는 사건 중 현재를 기준으로 미래의 정해지지 않은 시점을 ‘다음’이라 할 때가 많다. 다음은 언제가 아니다.다음은 시간의 화살을 따라 늘 미래를 향한다. 그 순간이 오기 전에 먼저(pre-) 말하는(dict) 것이 예측(predict)이어서, 물리학은 다음을 지금 말하는 예측에 관심이 많다. 고전역학에서 지금 이 순간의 물체 위치와 속도를 알면 다음 순간의 물체 위치와 속도는 딱 하나로 정해진다. 지금의 상태가 다음의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양자역학도 마찬가지다. 다음의 상태는 결정론적으로 지금 정해지지만 주어진 양자 상태에 대한 측정과 관찰의 결과가 확률로 주어질 뿐이다. 물리학의 다음은...

    2023.03.30 03:00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우리 모두의 본성이 다르지 않다
    우리 모두의 본성이 다르지 않다

    나를 나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심(心)과 생(生)이 함께 있어 한자 성(性)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나무뿌리처럼 바탕(本)이 되는 본성(本性), 사람 위 하늘(天)로부터 부여받은 천성(天性)으로 적기도 한다. 대비되는 한자로 습(習)이 있다. 고대 갑골문에는 날 일(日)이 대신 적혀 있다 하니, 해 위로 높이 나는 새의 깃(羽) 모습에서 온 한자다. 나면서부터 나는 새는 없으니 어린 새가 날갯짓을 배워 익히는 것과 같은 것이 습(習)이다.유교무류(有敎無類)는 <논어> 위령공편에 나온다. “가르침에는 차별이 없어 누구에게나 배움의 문이 열려 있다”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편, “가르치면 누구나 같아진다”로 해석하면 사람은 모두 달라도 제대로 가르치면(有敎) 누구나 차이 없이(無類) 착한 마음을 갖게 된다고 새길 수도 있어, 공자가 습(習)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논어> 양화편의 성상근야 습상원야(性...

    2023.03.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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