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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의 옆집물리학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우리는 ‘원자들의 모임’만은 아니다
    우리는 ‘원자들의 모임’만은 아니다

    재앙이 닥쳐 대부분의 인간이 사라지기 바로 직전, 후손을 위해 딱 하나의 과학 이론을 남길 수 있다면 무엇일까?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에서 리처드 파인만은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원자론을 후손에 남길 딱 하나의 이론으로 꼽았다.물리학은 일석이조를 훌쩍 넘어 일석백조를 꿈꾼다. 하나로 여럿을 설명할 수 있을 때, 자연의 다양한 현상을 적은 수의 단순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 물리학자는 등골이 오싹한 경이감을 느낀다.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고, 원자론의 과학을 발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떠올리면, 파인만의 답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약해지는 인력이 두 원자 사이에 작용하지만, 거리가 아주 짧아지면 서로를 미는 반발력이 작용한다는 것도 파인만의 책에 담겨 있다.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 사이에는 거리에 따라 변하는 밀고 당기는 힘이 있다는 것만을 가...

    2022.07.21 03:00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세상의 ‘마찰’ 보며, 떠올리는 미래의 폭주
    세상의 ‘마찰’ 보며, 떠올리는 미래의 폭주

    자연에는 딱 네 종류의 상호작용이 있다. 해 주위를 도는 지구의 운동은 중력이 만들고, 겨울날 차문 손잡이의 짜릿함은 전자기력 때문이다. 서로를 강하게 밀치는 전자기력을 이기고 양성자 여럿이 오밀조밀 원자핵 안에 모여 있을 수 있는 것은 강한 핵력 덕분이다. 강한 핵력이 없다면 원자핵도, 원자도, 세상의 온갖 물질도, 그리고 나도 없다. 한편, 약한 핵력은 원자핵을 다른 원자핵으로 바꾸는 과정에 관여한다. 수소가 만나 헬륨으로 바뀌는 태양의 핵융합도 약한 핵력으로 가능하다. 초여름 따가운 햇볕은 약한 핵력이 만든다.커피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갈 때마다 내 작은 팔심이 지구의 중력을 이기고 있다. 넷 중 가장 약한 것이 중력이고 그다음 약한 것이 약한 핵력이다. 중력은 우리 모두의 소중한 지구를 태양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묶어두어 온갖 생명을 가능케 하고, 태양빛을 만들어내는 약한 핵력은 지구 위 모든 생명의 에너지의 근원이다. 약하고 여린 것이 지구 위 모든 삶의 바탕...

    2022.06.23 03:00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경험, 겪고 나면 달라진다
    경험, 겪고 나면 달라진다

    듣고 읽어 알기는 어려워도 직접 겪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내가 겪은 과거의 경험은 머릿속 어딘가에 각인되어 나를 바꾼다. 우리 각자뿐 아니다. 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도 그렇다. 함께 겪은 모두의 경험은 우리 사회를 바꾼다. 1980년 광주, 2014년 세월호 등이 그렇다. 겪고 나서 마주한 세상은 겪기 전과 달라진다. 여럿이 공유한 시공간의 한곳에서 함께 겪은 것들이 모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빚어낸다. 나나 우리나 겪고 나면 달라진다. 과학에도 경험이 중요하다. 뉴턴의 운동법칙 F=ma 수식을 외우고 있다 해서 고전역학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론을 먼저 설명하고 구체적인 상황에 이를 적용해 문제를 직접 풀어보는 경험을 꼭 갖도록 하는 것이 대학교 물리학 수업의 기본이다. 다양한 상황에 이론을 고민하며 적용해보는 경험을 겪고 나서야 물리학 고수가 된다. 모든 학문이 마찬가지다. 치열하게 겪는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깨달음의 순간이 불현듯...

    2022.05.26 03:00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질량 작을수록 쉽게 움직이고 쉽게 멈춘다
    질량 작을수록 쉽게 움직이고 쉽게 멈춘다

    같은 힘으로 밀어도 쉽게 움직이는 물체와 잘 움직이지 않는 물체가 있다. 커다란 바위는 아무리 밀어도 꿈쩍하지 않지만, 크기가 작은 바위는 조금은 움직일 수 있고, 이보다 더 작은 돌멩이는 슬쩍 밀어도 쉬이 움직인다. 힘으로 밀 때 물체가 안 움직이려고 뻗대는 정도가 물리학의 질량이다. 물질의 양이 많으면 질량도 크다. 작은 당구공이 커다란 볼링공보다 쉽게 움직이는 이유다. 질량이 큰 물체가 가만히 정지해 있으면 밀어도 잘 움직이지 않고, 막상 움직이기 시작하면 멈추기도 어렵다. 멈춰 있다 움직이거나, 움직이다 멈추거나, 물체의 운동 상태가 변한다. 물체가 현재의 운동 상태를 지속하려는 경향을 관성이라고 한다. 질량이 바로 관성의 척도다. 질량이 클수록 관성이 크고, 운동 상태의 변화에 더 강하게 저항한다. 질량이 커 처음 움직이기 어려운 것이 나중에 멈추기도 어렵고, 쉽게 움직이는 것이 쉽게 멈춘다.뉴턴의 작용-반작용 법칙에 따르면, 지구가 사과를 당기는 힘은 사과가...

    2022.04.28 03:00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진동수가 같아야 공명도 크다
    진동수가 같아야 공명도 크다

    아이 그네를 밀어주던 때가 생각난다. 그네는 앞으로 갔다가 내가 있는 뒤쪽으로 다시 돌아온다. 다시 앞으로 막 움직일 때 그네를 미는 것이 좋다. 이렇게 반복하면 그네는 점점 더 높이 오르고 아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맑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이보다 내가 더 즐거웠던 시간이다. 이렇게 그네를 밀어주는 것은 물리학의 ‘공명’과 관계가 있다. 함께 울린다는 뜻이어서 우리말로 ‘껴울림’이라 한다. 그네 밀기의 원리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3초에 한 번 그네가 다시 다가오면 3초에 한 번 밀면 된다. 3초보다 짧은 간격이면 그네가 다가올 때 밀게 되어 팔이 아프고 그네의 속도는 오히려 줄어든다. 3초보다 긴 간격으로 밀면 그네가 이미 저 앞에 있어 허공에 대고 헛수고를 하게 된다. 그네가 한 번 왕복하는 시간을 ‘주기’라고 한다. 그네의 주기는 내가 밀든 말든 여전히 3초다. 내가 미는 동작의 주기(3초)를 그네의 주기(3초)와 같게 하면 진폭이 점...

    2022.03.31 03:00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물리학의 단열, 세상 속 단절
    물리학의 단열, 세상 속 단절

    어릴 때 사용한 유리 보온병을 기억한다. 안쪽 유리병을 바깥 유리병이 둘러싸고 있는데 둘 사이에는 빈 공간이 있었다. 둘 사이의 안쪽 면은 거울처럼 도금해놓기도 했다. 바닥에 떨어지면 잘 깨져 낭패를 본 적도 많았다. 왜 유리 보온병은 잘 깨졌을까? 얼굴을 비춰 볼 수도 없는데 왜 거울처럼 도금을 했을까? 온도가 다른 두 물체를 딱 붙여 놓으면 온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열이 전달된다. 높은 쪽의 온도는 내려가고 낮은 쪽의 온도는 올라간다. 결국 둘의 온도가 같아지는 열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온도가 다른 두 물체를 붙여 놓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아니, 온도가 더 높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모든 물질은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이 허락한 가장 낮은 온도인 절대영도가 아니라면 분자들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여 0보다 큰 운동에너지를 가진다. 온도가 더 높은 물체 안 분자들은 더 빠른 속력으로 움직여 더 큰 운동에너지를 가진다. ...

    2022.03.03 03:00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세상 모든 것은 확률로 돌아간다
    세상 모든 것은 확률로 돌아간다

    가만히 손에서 놓은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질까? 영화 속 유령처럼 사람이 스르륵 벽을 뚫고 지나갈 수 있 을까?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는 걸까? 내가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에 안 걸리는 걸까?과학은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그런데 100% 확실한 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우주선 안이라면 제자리에 둥둥 떠 있을 수 있으니, 아래로 떨어지는 돌멩이도 상황이 달라지면 항상 맞는 얘기는 아니다. 에너지 장벽을 입자가 스르륵 통과하는 양자터널효과를 생각하면 어쨌든 입자로 이루어진 사람이 벽을 통과할 확률이 정확히 0인 것은 아니고, 엔트로피도 항상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백신을 맞았다고 앞으로 계속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입자의 수가 어떻고, 고립계가 어떻고, 엔트로피 증가를 설명하면, “그래서 결국,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한다는 것인가요, 아닌가요? ‘네, 아니요’로 답해주세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주저하다 어쩔 수 없이 ‘아니요’라고 답하면, ...

    2022.02.03 03:00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상식도 바뀌지만 ‘방향’은 있다
    상식도 바뀌지만 ‘방향’은 있다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지식이 ‘상식’이다. 손에서 가만히 놓은 돌멩이는 땅으로 떨어진다는 것, 지구가 둥글다는 것, 그리고 백신이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상식이다. 이런 상식에 많은 이가 동의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가 동의하는 것은 또 아니다. 돌멩이가 저절로 하늘로 치솟는다고 믿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지만,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은 지금도 간혹 있고, 다양한 생명이 진화의 과정 없이 한순간 등장했다고 믿는 사람, 전 지구적인 기온 상승이 거짓이라고 믿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나의 상식이 세상의 상식과 다르면 먼저 나의 상식을 의심해 볼 일이다. 과학 지식이 아닌 상식도 많다. 식탁에서 코 푸는 사람을 예의 없다 생각하며 후루룩 국물을 들이켜는 나를 그 외국인은 거꾸로 예의 없다 노려본다. 코 파는 것은 어디서나 지저분한 것이지만 귀 파는 것은 곳에 따라 ‘우웩’의 정도가 다르고, 꿈틀대는 산낙지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우리를 어떤 외...

    2022.01.06 03:00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옥석’구분 잘하기
    ‘옥석’구분 잘하기

    이제 대통령 선거의 계절이다. 선거에서는 옥석(玉石)을 잘 구별해야 한다고 얘기하고는 한다. 값비싼 보석인 옥(玉)과 평범한 돌멩이인 석(石)을 잘 구분(區分)해야 하듯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대통령으로 누가 가장 적당한지 유심히 살펴 정해야 한다는 뜻이리라. 간혹 옥석구분(玉石俱焚)을 옥석을 가린다는 뜻으로 잘못 해석하지만, 원뜻은 옥과 석이 함께 아울러(俱) 탄다(焚)는 뜻이다. 옥석을 제대로 구분해 놓지 않으면 둘을 함께 망친다는 의미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도 많은 이가 투표에 참여하기를. 옥석구분(玉石俱焚)을 피하려면 옥석을 미리 잘 구분(區分)할 일이다. 푸른 옥(玉)과 보통 돌멩이인 석(石)은 구성성분이 다르지만, 구성요소가 같아도 다른 모습인 것이 많다. 보석인 다이아몬드와 연필심으로 쓰는 흑연은 같은 구성원소인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들의 배열에 따라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값싼 흑연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대기압과 온도에서는 ...

    2021.12.09 03:00

  •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낙엽, 비워서 채우려는 나무의 안간힘
    낙엽, 비워서 채우려는 나무의 안간힘

    가을이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 캠퍼스는 가을 풍경이 정말 멋지다. 교목인 은행나무가 환한 노란빛으로 온통 꽃핀 듯 변하고 교내 여러 나무가 울긋불긋 단풍으로 색색이 물든다. 가을에 접어들어 단풍으로 물든 나무는 오래지 않아 낙엽을 떨군다. 더운 날씨가 일년 365일 이어지는 열대의 나무는 잎을 떨굴 필요 없고, 추운 날씨만 이어지는 고위도 지역 상록수는 약한 햇빛을 일 년 내내 이용하려 사시사철 푸르다. 우리 눈을 즐겁게 하는 멋진 가을 단풍은 우리나라의 적당한 위도 덕분이다. 가을날 단풍 들어 낙엽 진 나무는 다음해 봄 푸른 잎을 틔워 여름날 무성한 녹음을 다시 이룬다. 나무의 푸른색은 태양에서 오는 빛에너지 중 파란색과 빨간색 부분의 파장을 엽록소가 주로 이용해 광합성을 하기 때문이다. 파란색과 빨간색, 그리고 푸른색이 모두 함께 있으면 흰빛이다. 태양이 준 전체 흰빛에서 나무가 이용하는 파란색과 빨간색을 빼면 푸른 녹색이 남는다. 여름날 나무의 시원한 푸른빛은 자...

    2021.1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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