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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직필]하버드 출신이라고 쫄지 마라
    하버드 출신이라고 쫄지 마라

    나는 그동안 엘리트 전문가와 관료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모든 문제를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단순한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안은 전문가에게 위임해야 한다고 믿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관료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나는 관료가 일종의 ‘전문가적 야당’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았다. 정권의 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절제된 브레이크를 거는 방식 말이다.하지만 탄핵 정국을 지나며,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모습을 보며 내 생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물론 여전히 모든 문제를 다수결로 풀자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전문가나 관료의 행태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작업이 더 시급해 보인다. 이제는 엘리트의 권위에 주눅 들지 않고, 그들에게 당신은 이상하다고 말해야 한다.4월2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전 세계를 향해 ‘관세폭탄’을 터뜨렸다. 미국에 대한 관세율, 환율 조작, 비관세 장벽 ...

    2025.04.22 20:35

  • [경제직필]트럼프 관세와 상호주의, 다자주의
    트럼프 관세와 상호주의, 다자주의

    미국 건국의 아버지 알렉산더 해밀턴의 추종자였던 19세기 경제학자 헨리 캐리는 당시 영국이 자유무역을 앞세워 미국을 지배하고 있다면서 관세 인상을 부르짖었다. 캐리의 주장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에 의해 연방 정책으로 채택됐다. 남북전쟁은 노예 해방이라는 허울로 장식됐지만 실상은 면화 수출에 의존하던 남부 농장주들의 반발에 따른 관세 내전이었다. 20세기 초에도 미국의 통상정책은 고립주의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대공황을 심화시킨 1930년 스무트 홀리 고관세도 그 자장 안에 있었다.변화의 계기는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1934년 호혜관세법에 따른 저관세 국제주의로의 전환을 거치며 마련됐다. 뉴딜의 철학은 국가에 의해 관리되는 자유무역을 지향했다. 양국 간 품목별 교섭이 추진됐으되 양허는 국내 생산자와의 경합이 제한적인 품목을 대상으로 했다. 각국 경제 발전 차이와 국내 정책의 요구가 고려됐기에 국가들은 서로 동일한 시장 접근 조건을 제공할 의무가 없었다.뉴...

    2025.04.15 21:28

  • [경제직필] 유산취득세가 바람직한가
    유산취득세가 바람직한가

    상속세는 피상속인(사망자)의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와 상속인들이 취득한 상속재산별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는 1950년에 상속세를 도입한 이후 유산세 방식을 적용해왔다. 지난달 12일 기획재정부는 세 가지 이유를 근거로 유산세보다 유산취득세 방식이 합리적인 과세체계라고 주장하면서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제시했지만, 그 타당성에 대해서는 검토의 여지가 있다.유산취득세가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첫 번째 이유는 상속인이 물려받은 유산의 크기가 같다면, 세금의 크기도 같아야 하는데 유산세는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과세표준의 크기에 따라 10~50%의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세 방식에서는 상속인의 상속재산이 같더라도 피상속인의 유산 규모가 클수록 세 부담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상속재산이 10억원인 자녀 1인 가구와 상속재산이 50억원인 자녀 5인 가구의 경우 각자 받은 유산은 동일해도 5인 가구의 자녀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낸다. 따...

    2025.04.08 21:00

  • [경제직필]늑장 탄핵 선고의 값비싼 대가
    늑장 탄핵 선고의 값비싼 대가

    한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이 변론 종결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결론 없이 이어지자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짙게 드리웠다. 헌법재판소가 4월4일을 선고일로 예고하며 정치적 리스크는 일단 기한을 갖게 됐지만, 시장은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정치 갈등이 아니라, 구조적 경제 충격을 유발하는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하고 있다.3월31일 기준, 코스피는 급락하며 2481선으로 내려앉았고, 코스닥은 690선까지 밀려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발표로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가 각각 4.0%, 3.2%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시장을 더욱 압박한 것은 ‘탄핵 판결 지연’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었다. 여기에 공매도 전면 재개와 상호관세 발효 같은 외부 변수까지 겹치며 투자심리는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외환시장도 민감하게 반응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5원까지 치솟았다가 1472원에 마감했다. 씨티...

    2025.04.01 20:59

  • [경제직필]오만하고 무책임한 엘리트들
    오만하고 무책임한 엘리트들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최근 몇년간 칼럼과 책을 통해 과두 정치(oligarchy)에 대한 경고를 지속해왔다. 과두 정치는 소수의 사람들이 권력을 독점해 통치하는 정치 체제를 의미한다. 얼핏 보면 그들의 비판은 중국이나 북한의 일당 중심 체제나, 부패한 엘리트에게 휘둘리는 중남미의 ‘바나나 공화국’을 겨냥한 듯 보인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의 비판 대상은 바로 미국이다. 그들은 오늘날 미국의 과두들이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미국 경제를 바나나 공화국 수준으로 후퇴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이러한 미국의 과두 중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일론 머스크다. 그의 기행은 끝이 없다. 생방송 중 대마초를 피우고, 거의 모든 코로나 검사 결과는 가짜라고 주장하며, 가상통화 투기를 조장하고, 트위터 여론조사로 트럼프의 계정 복구 여부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 현재 그는 미국 정부의 ‘효율성부’(...

    2025.03.25 21:11

  • [경제직필]12·3 계엄과 87년 체제
    12·3 계엄과 87년 체제

    한국전쟁의 오랜 그늘에 갇혀온 한국 사회에서 군부 파시즘의 억압이 극에 달하자 민중은 6월 항쟁과 그해 7·8·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저항했다. 그 과정의 세력 관계 변화를 배경으로 87년 체제가 등장했다. 87년 체제로의 이행은 구체제의 이완을 낳았다. 힘에 밀린 구체제 세력은 제도 정치 영역에서 민주당 계열의 집권을 허용하는 절충을 택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정권 교체는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계기로 현실이 됐고 이후 10년간 절차적 민주주의의 진전과 남북 간 긴장 완화로 87년 체제는 안착에 성공했다.그러나 87년 체제는 불완전한 승리의 소산이었기에 타협적이고 과도적이었다. ‘신식민지 파시즘’이라고 부르던 구체제의 이완도 전체 사회 구성을 이루며 접합된 하부 체제마다 양상이 불균등했다. 남북관계는 온탕과 냉탕을 오갔으나 국가보안법이 강제하는 한계는 역력했고 구체제 세력의 2008년 재집권을 계기로 다시 경색됐다. 노동 체제는 전노협과 민주노총의 출범, 해방 이후 최대 ...

    2025.03.18 20:28

  • [경제직필]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려면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려면

    최근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명목임금 인상으로 근로소득자의 실질임금은 하락하고, 소득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세 부담의 증가, 현금급여와 국채의 실질가치 감소 등을 통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을 감소시킨다. 특히 근로소득자의 경우 명목임금이 물가상승률을 100% 반영해 실질임금이 유지되더라도 명목임금은 높아진 소득 구간의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조세 부담이 증가한다.국세청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3년까지 1인당 평균급여와 소비자물가지수는 각각 1.9배와 1.5배 늘었지만, 근로소득세는 6.1배 증가했다. 명목임금을 기준으로 초과누진세를 적용하는 소득세율체계에서 근로소득자가 전보다 높은 과표구간의 세율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2019년 이후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도 명목임금이 증가했지만, 물가상승을 따라잡지 못해 저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세 부담이 높아지면서 처분가능소득이 감소했다.정부가 세법을 개정하...

    2025.03.11 21:26

  • [경제직필]미국은 관세, 한국은 감세?
    미국은 관세, 한국은 감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관세 전략은 감세를 주목적으로 하면서도 관세를 적극 활용해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통상전쟁을 벌이는 정책이다. 단순한 조세 정책이 아니라 감세로 인해 발생하는 세수 부족을 관세로 일부 보완하고, 동시에 미국 내 제조업을 보호하며, 대외 협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2025년 2월,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대부분 제품에 25%,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유럽산 철강·알루미늄, 전기차, 배터리 등에 대한 추가 관세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관세 조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감세로 인한 막대한 재정적자 문제를 완화하는 데 있다.대규모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정부 수입원을 확보할 대안으로 관세를 활용하고 있는 트럼프식 감세·관세 전략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감세의 혜택은 주로 고소득층과 기업에 집중되며, 관세 부담은 소비자와 저소...

    2025.03.04 21:14

  • [경제직필]음모론 정치인들은 시장경제의 적
    음모론 정치인들은 시장경제의 적

    탄핵 정국의 한국 사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그중 하나는 소위 주류 보수 정당이었던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걱정이다. 그들은 과연 ‘부정선거론’을 필두로 한 극우 음모론을 진심으로 믿는 것일까, 아니면 믿지 않으면서도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음모론의 편을 드는 것일까.그들의 입장이 어느 쪽이든 간에 앞으로도 음모론적인 애매한 행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해야 하는데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반(反)중국 등 안티 외에 생산적 의제를 개발할 의지가 없어 보이며, 2000년대 이후 전 세계 우파 정치에서 음모론을 활용해 성공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해외 사례를 차용하며 같은 전략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런 세력들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이런 세력들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첫째, 그들은 시장경제의 적이 될 것이다....

    2025.02.25 21:08

  • [경제직필]재정 개혁과 광장의 요구
    재정 개혁과 광장의 요구

    지난 10일 공개된 2024년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 국세수입 실적치는 본예산 세입 전망을 30조원 넘게 하회했다. 재작년에 이은 역대급 세수 결손이었다. 2021년부터 4년간 세수 오차는 평균적으로 세입 결산 대비 15%를 넘어섰다. 이 정도면 전문가들에 의한 전망 결과라고 밝히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올해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양상을 보면 큰 규모의 세수 결손이 벌써부터 점쳐진다. 정상적으로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다면 이 정권은 결국 재정운영에 있어 역사상 가장 무책임했던 정부로 기록될 운명이다.물론 그런 세수 오차도 어쩌면 기획재정부가 의도한 선택의 결과인지 모를 일이다. 전임 정권에서 예산을 편성했던 2021년과 2022년, 기재부는 세입을 과소 추계했다. 돈이 없다면서 재정지출 확대의 여지를 어떻게든 틀어막았다. 국가책임과 사회공공성 강화를 요구해온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열망은 그 과정에서 길이 막혔다. 그러나 현 정권이 감세에 나...

    2025.02.1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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