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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음모론자 윤석열의 폐해
‘음모론’이란 권력자나 특정 개인, 집단이 공공의 이익을 해치거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비밀리에 행동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이러한 믿음은 현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공식적인 설명이나 과학적 증거를 거부하고, 대신 의도적인 은폐와 음모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9·11 테러 자작극’ ‘백신 부작용 은폐’ 등이 있다. 최근 한국사회를 보면, 음모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음을 많은 이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신종 음모론자 윤석열의 폐해이다.내가 윤석열을 신종 음모론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가 퍼뜨리는 ‘부정선거론’이 새로워서가 아니다. 이는 2020년 미국 대선 이후 제기된 부정선거 음모론과 맥을 같이한다. 문제는 이 음모론이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최고 권력자가 이를 근거로 헌정질서를 훼손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도 파괴적 음모론자가 있었지만, 대통령이 음모론에 취해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 -
제7공화국과 재정민주주의
현행 헌법은 국가재정과 관련해 조세법률주의를 천명하고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국회 간 권한의 배분에 대해 규정한다. 그러나 재정이 헌법 전문의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밝히지는 않는다. 국민의 기본생활 영위나 경제의 성장 안정을 위한 재정 역할을 명시한 다른 나라 헌법과는 차이가 있다. 아울러 우리 헌법은 중앙재정과 지방재정의 관계도 별도로 밝히지 않는다. 무도한 권력자가 파면되고 응분의 처벌을 받고 난 뒤의 제7공화국을 예비하며 그간에 재정정책의 틀을 규율해온 관련법의 근본적인 개정에 관심을 갖게 되는 배경이다.다만 제7공화국의 시대정신은 헌법과 국가재정법을 포함한 재정 관련법 개정에 있어 무엇보다도 재정민주주의의 실현을 지향해야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 재정민주주의는 시민의 의사를 재정 활동에 실질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당위적 가치이다. 한국 현실에서 그 제도적 과제는 적어도 두 가지를 포함한다. 예산 과정에서의 국회 권... -
한국경제, 다시 전환시대에 서다
학창 시절 <전환시대의 논리>는 내 생각의 지평을 넓혀 준 책이다. 2006년 개정판 서문에서 리영희 선생은 “피를 먹고 싹을 튼 한국의 민주주의 나무는 그 앞날이 결코 순탄치는 않겠지만 힘 있게 자라서 넓은 번영의 그늘을 드리울 것이다. 왜냐하면 수십만을 헤아리는 전국의 ‘전론’의 사상·정신적 제자들이 사회와 나라의 주인으로 자랐기 때문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서 “역사는 한 단계의 투쟁이 끝나면 으레 ‘임금은 알몸이다’라고 폭로한 소년의 용기에 열중한 나머지 힘없는 소년에게 그런 엄청난 임무를 떠맡기게 된 그 사회의 실태에 대해서는 눈이 미치질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지난해 12월3일 밤 느닷없이 선포된 비상계엄에 대응하여 국회는 바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즉시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지만, 국회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원인을 꼼꼼히 따져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
비상계엄과 탄핵의 경제적 비용
2024년 12월3일의 비상계엄 선포(이후 12·3 내란) 이후 한국의 정치와 경제상황이 요동치고 있다. 극심한 불확실성의 폭증에 따라 경제적 충격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과연 계산할 수 있을까, 있다면 어느 정도일까에 대해 생각해 본다.우선, 명시적 비용이다. ‘12·3 내란’ 이후 연말까지 주식시장은 코스피 4.0%, 코스닥은 1.8% 하락했으며 이에 따른 시가총액 감소는 약 100조원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발표 전 1425원에서 12월30일 현재 1471.2원까지 상승했다. 원화 가치가 단기간에 3.1% 하락한 것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볼 수 없었던 1500원대 수준까지 환율이 치고 올라갈 기세이다. 큰 폭의 원화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유발, 외화 차입 비용 증가와 기업 원가 부담 가중, 소비 위축 및 내수 침체, 외국인 자금 유출과 금융시장 불안정 등을 초래... -
보수에 대한 모든 기대를 버렸다
최근 한국 보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허를 찔리고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런 황당한 집단에 대해서 우리는 신랄한 평가를 하고 기대를 버려야 한다. 내란 사태를 겪으면서 나는 보수, 더 정확히 말하면 보수를 참칭하는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 그리고 그들과 강하게 연결된 엘리트 집단이 단순히 경제운영 능력이 부족한 수준을 넘어, 경제운영을 맡겨서는 안 되는 집단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들은 거대한 사익추구집단에 불과하다. 중요한 몇 가지만 되짚어 보자.사익추구는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을 넘어, 권력을 이용해 감정적 보복을 하거나 자신에게 필요한 인물이나 광적인 지지자를 편애하는 행위까지 포함된다. 2022년 7월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법인세를 포함한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며, 이를 통해 경제 성장, 세수기반 확충 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감세가 경제 성장의 마법... -
내수 회복은 언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경제는 오늘 어디쯤 와 있는가.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의 GDP 성장의 과거 추세를 2020년 이후 시기로 연장하면 2024년 한국 국민들의 실제 명목소득의 합은 추세보다 100조원 넘게 작아진 크기로 계산된다. 비슷한 방식으로 물가 경로를 그리면 2024년 3분기 물가는 과거 추세보다 7% 넘게 더 올랐다. 고용은 어떤가.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비농업 민간 일자리의 전년 대비 증가 규모는 2022년 50만개였다가 2023년 17만개로 줄었고 올해 들어 10월까지는 9만개가 안 된다. 제조업 고용은 2024년 하반기 들어 작년보다 감소하는 중이다.이처럼 물가는 올랐는데 소득은 줄고 일자리는 제한되면서 민생은 팍팍해졌다. 경제 회복이 더딘 직접적인 이유는 윤석열 정권 들어 2022년 3분기 이후 첫 4개 분기 동안은 수출 감소가, 그리고 2023년 3분기 이후 5개 분기 동안은 내수 부족이 발목을 잡은 데 있었다. 소극적이고 무책임했던 재정 운영도 ... -
무능한 대통령, 즉각 퇴진이 옳다
최근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국면은 우리 경제를 위기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민주화 이후 일련의 경제위기가 외생적 요인으로 촉발되었다면, 작금의 위기는 대통령의 정책실패와 정치무능에서 비롯되었다. 대외신인도가 추락하는 가운데 환율 급등과 주가 하락으로 한국 경제의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세법과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고,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면서까지 추진한 기업의 밸류업도 한 방에 날려버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정치불안으로 증폭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 예산감축에 대해 국가재정을 농락하는 폭거로 비난하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하지만 감액된 4조1091억원은 2025년도 총지출의 0.6%에 불과하고, 예비비와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이자상환이 감액 예산의 70.6%를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정부에 예산안 제출권(제54조2항)을, 국회에는 예산안에 대한 심의·확정권(제54조1항)을 부여하고, 감액은 허용하면서도 정부의 동의 없이 증액이나 새로운 비목을 설치할 수 ... -
다시 또 1%대 성장률인가
한국은행이 금리를 2번이나 연속적으로 인하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11월27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내렸다. 시장의 예상과는 다르게 한 해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금리인하를 단행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환율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물가상승률의 안정세와 가계부채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압력이 증대됐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의 하방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환율, 물가, 가계부채 등 우리 경제의 안정세를 위협하는 변수들이 다소 안정적이라는 판단을 하면서도 경기 하방리스크를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수출 증가세이다. 수출이 좋으면 성장률이 좋게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하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부과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이 내년도 수출 증가세를 크게 제약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 바로 한국은행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1.9%인 것이다. KDI의 2.0... -
불신지옥
카카오는 2023년 여러 사법리스크에 직면했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로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됐으며, 창업자 김범수 의장도 조사를 받고 올해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나왔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매출 과대 계상 혐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바람픽쳐스 인수 관련 시세조종 의혹 등도 연달아 터졌다. 당시 김 의장은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을 쇄신의 구원투수로 영입했는데 얼마 후 이분의 유명한 발언이 나온다. “카카오는 망한다면 골프 때문이다.”나는 이 발언을 듣고 처음에는 황당했다. 이 엄중한 시기에 카카오 쇄신의 중책을 맡은 사람이 카카오 문제의 원인을 임직원들의 과한 골프로 꼽다니 말이다. 본질을 회피하려는 꼼수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삼성전자 위기론을 접하면서 이 발언을 다시 곱씹고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 관련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는데 거의 모두가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원인은 삼성전자에 언젠가부터 ‘공무... -
트럼프 귀환과 다극화 전망
오늘날 세계경제는 중국을 위시한 신흥 경제의 성장과 영향력 확대로 빠르게 다극화되고 있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은 다극화를 배태한 내생적 역사 과정에 대한 예측과 설명에 사실상 실패하고 있다. 그 실패는 경제 영역에서 국가 역할의 중대성을 강조하고 세계경제의 역사적 진화를 불균등 결합 발전으로 파악하는 마르크스주의 전통의 지정학적 정치경제학이 동시대 역사를 분석해내는 모습과 대비된다. 후자의 접근법에 따르면 한 계급사회 내에는 물론이고 서로 다른 사회들 간에도 지배와 경합의 관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사회들 간의 (격차를 키우는) 불균등 발전보다 (격차를 좁히는) 결합 발전이 우세했던 역사적 계기마다 다극화로의 경향성이 출현했다.그런데 전쟁이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는 곳을 제외하면 다극화가 빚어내는 국제적 긴장의 강도는 기실 한반도가 위치한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높다고 볼 법하다. 주지하다시피 동북아시아 국제 지형에 있어 갈등의 중심축은 한편이 패권 국가 미국과 그 역내 대리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