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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열망한 민심에 부응해야
22대 국회 개원이 한 달 남짓 남았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이기도 했다. 2022년 6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는 성장-복지의 선순환을 경제운용 목표로 제시하고, 민생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총선 기간에는 무려 24차례의 민생투어를 통해 대통령이 방문지역의 개발정책과 숙원사업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하지만 여당은 패배했다. 왜 그랬을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절박함을 헤아리지 못한 정책이 민심을 돌아서게 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로 민생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지만, 정부는 감세정책과 긴축정책으로 일관했다. 소득주도성장을 민간주도성장으로 대체하고, 민생회복을 강조하면서도 정책은 ‘줄·푸·세’로 회귀했다. 부자 세금을 더 깎아주고, 전봇대 뽑듯이 규제를 철폐하며, 법질서를 강조했다. 때로는 보이는 손이 시장의 순기능을 방해하기도 했다.윤석열 정부 2년... -
총선 이후의 ‘정책의 시간’
그토록 요란했던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여당과 야당은 저마다의 계획과 향후 비전설계를 통해 국민에게 선택받고자 치열한 경쟁(이라고 쓰고 실상은 정치투쟁!)을 벌였다. 나는 총선이나 대통령선거는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를 다 꺼내 놓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정책운동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의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온 인구 저출생/고령화, 잠재성장력 저하, 사회격차와 불평등 심화, 외교와 안보 위기, 지역불균형과 인구소멸, 그리고 현 정부의 야심 찬 개혁 3종 세트인 교육/연금/노동 개혁과 지난 총선 기간 내내 한국사회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 이슈 등 해결할 문제는 넘치고 넘쳤다. 하지만 이들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은 특별하게 없어 많이 아쉽다. 또한 여기저기 나름대로 멋진 공약들이 많이 제출되었지만 그 공약들의 진정성은 상당히 의심받는 눈치였다. 무엇보다도 재원조달의 방법이 전무했고 정책의 효과성도 충분히 검증되지 못... -
정권안정론은 허상
거의 대부분의 선거에서 여당과 야당은 정권안정론과 정권심판론을 들고나온다. 지난 총선에서는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여당의 정권안정론이 먹혔고, 지난 대선에서는 부동산 가격상승 등에 대한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먹힌 셈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역시 안정론과 심판론이 등장했는데 우리에게는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왜 정권을 안정시켜줘야 하는지, 왜 정권을 심판해야 하는지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권안정론이 경제 측면에서 타당성이 있는지 검증해보자.우선 여당은 경기 침체와 고물가 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권 지지를 해달라고 말한다. 만약 현 정권 들어 경기부양과 물가안정을 위한 중요한 정책이 국회에서 거대 야당에 의해 막혔으면 이 말에 일리가 있다. 그런데 여당이 경기부양을 하겠다는데 야당이 막은 게 아니다. 오히려 추경하자는 야당의 주장을 윤석열 대통령이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물가안정정책은 물가담당 사무관까지 지정하면서 기획재정부 등 행정부가 이끌어왔다. 한국은... -
조세 국가의 위기와 4월 총선
작년 말과 올해 정부·여당은 다시 감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세 완화, 가업승계 증여세 최저세율 적용구간 확대, 대기업 대상 임시투자세액공제 기간 연장, 자사주 소각과 배당 시 법인세 인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등 발표가 이어진다. 대부분 부자 감세다. 눈앞의 선거를 의식하면서 준조세 폐지 감면, 가공식품 부가가치세 한시 경감 등 범위도 넓어졌다. 그러나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이 무분별한 매표 감세 경쟁을 부추기는 오늘 현실은 참담하다.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에게 근대국가는 자기 목적을 갖지 않으며 단지 공동의 목적만을 지향하는 공적 속성을 지닌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 덕에 근대국가는 개인의 재산권과 사적 소유를 제한하며 시민에게 납세 의무를 부과하는 ‘조세 국가’가 될 수 있었다. 조세 국가에서는 조세를 통해 국가와 시민사회 사이에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며 제도화된 관계가 맺어진다. 그 과정에서는 또한... -
공약과 선택
세계 25위의 1인당 국내총생산과 52위의 행복지수, 최저 수준의 출생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의 자살률, 노인빈곤율 2위, 연평균 노동시간 4위, 성별 임금격차 1위, 일하는 여성의 ‘유리천장지수’ 꼴찌. 세계 최고의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비율, 연 27조원에 달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OECD 평균을 밑도는 조세부담률과 최저 수준의 사회보호지출.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저출생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이고,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고용불안과 숙련-비숙련노동자 간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세계적 차원의 기후 변화 대응과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 경향이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의 비중 높은 한국경제에 작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다. 물가상승과 생산성 증가율을 밑도는 임금상승률, 불안정한 주택시장과 부족한 공공임대주택, 과도한 가계부채,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로 민생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지난 2월14일 한국매니... -
가계부채와 정부부채의 변주곡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크고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걱정이 많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으로 2023년 2분기 현재 가계부채는 GDP 대비 101.7%로 같은 기간 선진국 평균 70.9%를 30%포인트 이상 상회하는 수준이다. 가계부채 규모가 클 경우 부채부담으로 인한 민간소비 압박도 문제지만, 빚을 줄이는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정부부채로 전이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가계부채 문제를 논할 때 우리는 항상 기승전 ‘재정 혹은 재정건건성’ 논리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가계를 포함한 민간부채와 정부부채가 상호 전이되는 통로는 2가지가 있다.첫 번째 통로는 경제위기가 발생하는 경우다. 대외적 요인의 급속한 변동에 의한 위기(1980년대 북구 3국 경제위기), 기업부실과 그에 맞물린 금융부실 및 외환위기에 의한 위기(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부동산발 가계부채와 금융시스템 붕괴에 의한 위기(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재정상황 악화로 인한 위기(20... -
조용한 공천은 조용한 사익 추구
한동안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친명’을 심고 ‘친문’을 찍어내는 공천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지난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과정에서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의원들에 대한 트라우마라는 심리적 접근도 있었으며 자신의 잠재적 대선 경쟁자를 제거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무엇이 진실이건 간에 공천의 목적에 이 대표의 사익 추구가 끼어 있다는 것이 다수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반면 국민의힘 공천은 조용하다는 평 일색이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조용한 공천이 감동적이라며 승복한 분들의 감동적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과연 이 대표의 시끄러운 공천과 한 위원장의 조용한 공천이 이 대표만 사익을 추구했고 한 위원장은 공정을 추구했기 때문일까? 지나가던 소도 웃을 말이다. 경제, 경영학에서 정치와 경제 분야 지도자들의 의사결정에 대한 연구는 차고 넘친다. 학부 교과서의 시작은 정치인의 목적이 사회후생 극대화이고 최고경영자의 목적은 이윤 ... -
국가재정법이 나아갈 옳은 방향
지난달 23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경제부총리는, 감세로 인해 대기업이 일차적 혜택을 보면 결국 고용을 창출해 노동자에게 득이 된다면서도 “그것이 낙수효과라고는 믿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 들어 “부자 감세를 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부자 감세나 낙수효과가 복잡하거나 신비로운 개념일 리 없다. 부유층이나 대기업에 혜택을 주는 감세가 부자 감세이고 그 결과로 빈곤층이나 노동자도 득을 본다는 것이 낙수효과 아닌가. 부총리의 어설픈 궤변이 부끄럽다.다행인 것은 일반 시민의 인식이 그런 궤변보다는 수준 높다는 사실이다. 그 점은 3월3일 발표된 참여연대의 조세재정정책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되었다. 조사 결과, 시민들 가운데 62%는 경제력에 걸맞게 세금 부담을 나누는 공정과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었다. 부자 감세라는 지적에는 36%만이 부총리와 의견이 같았고 낙수효과에 대해서는 59%가 부총리와 의견이 달랐다.부자 감세를 밀어붙... -
우려스러운 세표정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소야대의 정치지형에서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이번 선거가 대단히 중요한 분기점이다. 사정은 야당도 마찬가지다. 한 표의 가치가 매우 크다. 그래서인지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과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감세 위주의 조세정책은 그동안 다져 온 공평과세의 기반과 세수확충의 기조를 흔들어 팍팍해진 민생경제는 물론 차기 정부에도 무거운 짐이 될 것이기에 대단히 우려스럽다.2022년 대규모 감세 조치 이후 2023년에는 소폭으로 세법을 개정했던 정부가 올해 들어 자산소득에 대한 감세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추진해 온 증권거래세는 예정대로 낮추기로 했고,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했다. 국내투자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신설하여 비과세 납입 한도를 총 2억원으로 늘리고, 금융소득종합과세자의 가입을 허용하여 고액자산가... -
초저출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해마다 놀라울 정도로 세계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국가의 흥망성쇠 중 ‘망’과 ‘쇠’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2012년 1.3명에서 2022년 0.78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으로 하락했으며, 2016년 이후 한 번의 반등도 없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2024년은 출산율이 0.6명대의 불길한, 하지만 실현될 것 같은 전망이 득세하고 있다. 또한 출생아 수는 2012년 48만명에서 2022년 25만명으로 절반으로 급감하였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3년 ‘중장기 재정현안 분석-인구위기 대응전략’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지속되면 15년 후 2040년부터 0% 성장을 하게 된다고 한다. 경제성장 둔화는 그 모든 것이 집약적으로 나타난 예일 뿐이다.2004년 이후 17년간 정부는 300조원 이상의 재정지출을 했지만 출산율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하락했다. 물론 300조원의 막대한 재정지출이 온전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직접적인 지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