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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직필] 혁신과 평등, 진보의 좁은 길
    혁신과 평등, 진보의 좁은 길

    실업 및 나쁜 일자리 문제와 겹친 불평등의 심화는 공동체를 해체시킨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포용적 성장’을 지향하는 흐름이 출현했던 배경이다. 그러나 그 ‘포용’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는 별로 안 보인다. 유행이 지났는지 포용적 성장이 지체되는 원인도 진단되지 않는다. 오늘날 불평등 문제가 경제성장의 동력인 혁신 과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경제학자들 사이에 합의된 의견 자체도 많지 않다. 경제학자들이 혁신과 평등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된 하나의 계기는 저임금 노동자의 처지를 악화시키는 ‘숙련 편향적 기술진보’를 둘러싼 논의가 진전됐다는 것이다. 그 논의에서 기술진보는 불평등을 초래하는 ‘필요악’으로 여겨졌다. 그것은 가난을 면하려면 평등은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전통적 인식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었지만 이후 만만치 않은 반론과 마주해야 했다. 예를 들어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연구는 현실의 불...

    2023.05.31 03:00

  • [경제직필] 양곡관리법과 직접지불제
    양곡관리법과 직접지불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의 경제정책을 돌아보면, 정책의 복고적 후퇴와 과잉정치화의 특징이 뚜렷하다. 정책은 진영 결집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얼마 전의 양곡관리법 공방이 이의 전형적 사례이다. 양곡법은 여야 간 극한 대립 끝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재의를 거쳐 폐기되었다. 개선 방향에 대한 토론과 합의 대신 야당은 쌀값 보장을, 정부는 직접지불제를 앞세우는 것으로 일관했다. 정치적 대립과 갈등의 소재로 농업·농촌정책이 활용됐다. 많은 정책들이 이와 유사한 패턴을 따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양곡법 개정 과정과 관련해 정치적 진영에 따라 찬반이 엇갈렸다고 한다. 야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양곡법을 지지했고, 여권을 지지하는 이들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지지했다. 이런 공방은 쌀 문제, 농업·농촌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모든 정책은 장단점이 있다. 목표를 잘 세우고, 목표를 위해 정책들을 조합해야 한다. 사회구...

    2023.05.17 03:00

  • [경제직필] 한국 대통령의 좌충우돌은 위험하다
    한국 대통령의 좌충우돌은 위험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특이하다. 대통령이 돼서도 특이했지만 그전에도 특이했다. 그는 기업인이었다. 연방 상·하원 의원, 주지사 등 정치경력은 없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있었던 것 같다. 1999년 중도정당인 개혁당에 들어가 대통령 출마를 고려했다. 2000년대에는 정치적 성향이 민주당과 거의 일치했다는 평가가 있고, 실제로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민주당 소속이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의 현재 이미지인 ‘사방과 싸우며 좌충우돌하는 강한 자(strong man)’의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질문을 던져보자. 그는 왜 변했을까? 이 질문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해당된다. 대통령이 되기 전 주요 정치경력은 없고, 문재인 전 대통령 등 민주당에 호의적이었으나, 현재 좌충우돌하는 강경보수이기 때문이다.나이가 들수록 진보에서 보수로 옮겨가는 사람은 흔하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해석을 트럼프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는 2000년대 전에 이미 부...

    2023.05.10 03:00

  • [경제직필] 최저임금 공익위원 계산식, 폐기가 답
    최저임금 공익위원 계산식, 폐기가 답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노동자 평균 실질임금은 총액이 0.1% 줄었다. 임시일용직 실질임금은 2.3%나 줄었다. 그들은 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꼬박 1년간 실질임금 하락을 견뎌냈다. 작년에는 물가가 많이 올라서 그랬다면 재작년엔 달랐을까.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2021년 한 해 노동자 평균 실질임금총액은 0.4% 증가에 그쳤다. 반면에 작년이든 재작년이든 노동생산성(노동투입 대비 산출량)은 어떻게 측정해도 그보다는 더 크게 올랐다. 한국에서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 간 괴리는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다시 간극이 벌어지니 걱정이다. 경제학에서 노동생산성과 임금을 비교하는 이유는 임금이 노동생산성보다 더디게 오르는 것을 경계해서다. 그 경우 국민소득 가운데 노동자들의 소득 몫이 줄어 불평등이 심화되는 탓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노동소득을 억누르려는 정반대 요량으로 노동생산성...

    2023.05.03 03:00

  • [경제직필] 4·19 혁명의 경제이념
    4·19 혁명의 경제이념

    다시 4월19일이다. 그러나 먼지 때문인지, 우울 때문인지, 그날 감격의 분위기가 아련하다. “새로운 신화 같은, 젊은 다비데군(群)들”의 모습이 가물가물하다. 앞이 잘 안 보이는 지금, 질문을 던져보자. 4·19는 혁명인가? 4·19는 5·16 군사정변에 의해 쓰러졌는가? 혁명은 자멸한 것인가? 필자의 관점에 의하면, 4·19는 ‘체제’적 혁명이다. 4·19를 계기로 정치적 민주주의는 물론 자유주의, 국민주의(민족주의), 발전주의라는 경제이념이 본격적으로 표출되었다. 4·19를 계기로 국민경제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국내적 정치·경제 체제가 세계체제-분단체제에 연결되어 작동하기 시작했다.1950년대는 미국의 군사적·경제적 원조에 의존하는 시대였다. 1950년대 한국은 전쟁을 겪으면서 미국에 의존하는 안보체제를 수립했다. 그러나 정치·경제 부문에서 안정적인 체제를 형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정치적 권위주의 아래에서 정부는 재정의 절반 정도를 원조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2023.04.19 03:00

  • [경제직필] 금융시장 공포조장자들은 걸러내자
    금융시장 공포조장자들은 걸러내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같지는 않을 듯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애매한 상황이랄까. 정말 누가 알겠나 싶다. SVB에서 지난 3월9일 하루 동안 약 55조원이 인출되었다는데 이런 건 예측하기도, 감당하기도 힘들 것이다. 사전적으로 맞히면 ‘닥터 둠’으로 등극하는 거고, 틀리면 주기적으로 언론에 소환되어 욕먹는 건데 이런 모험을 감행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은 공포조장을 걸러내는 것이다.미국 유력 종합일간지 중에 하나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SVB 전액 예금자보호에 나선 것에 대해 ‘은행에 대한 시장 규율의 종말’이라는 제목으로 강한 비판을 했다. 정부 정책은 시장의 기대를 만들어내는데 전액 예금자보호를 해주면 향후 시장에서 은행 경영진, 예금자,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남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직관적으로 맞는 말 같지만 좀 따져봐야 한다. 사실 미국...

    2023.04.12 03:00

  • [경제직필] 외투기업과 고용의 사회적 보장 의제
    외투기업과 고용의 사회적 보장 의제

    지난 3월15일, 경기도 반월공단 소재 한국와이퍼 공장에 사측 용역 30여명이 들이닥쳤다. 한국와이퍼는 일본 자본 덴소가 출자한 외국인투자기업(이하 ‘외투기업’)으로 사측의 청산 계획 발표 이후 200명 넘는 이 회사 노동자들은 해고 위기에 내몰렸다. 용역들은 설비 반출을 시도했다. 이튿날 열릴 한·일 정상회담을 예비하며 경찰 7개 중대도 용역을 도왔다. 노동자들은 공장 밖으로 끌어내졌고 연행되었다. 부상자가 속출했다. 권리분쟁 중인 민사 사안에는 불개입한다는 원칙마저 깨고 한국 경찰이 일본 자본의 입장을 폭력으로 관철시키는 장면이었다. 2021년 단체협약에 따라 회사의 청산이나 매각에 대해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한다는 결정이 살아 있고 올해 1월 수원지법 안산지원이 해고금지 가처분을 인용했기에 그날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사측은 금속노조 위원장과 한국와이퍼노조 분회장 등을 상대로 출입금지 가처분신청까지 제기했다. 아직 반출 못해 공장에 남아 있는 장비도 반...

    2023.04.05 03:00

  • [경제직필] 1965년과 2023년의 한·일관계
    1965년과 2023년의 한·일관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의 급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3·16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그간 한·일관계를 가로막고 있던 난제들에 대해 전격적인 양보를 선언했다. 강제징용에 대한 사법부 판결과 피해자 의사를 건너뛰어서 일본의 요구를 전면 수용했다. 또한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에 대한 WTO 제소도 전면 철회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도 복구하기로 했다. 한·일관계는 1965년 수교 이후 극단적인 스윙을 거듭해왔는데, 이번에도 또 한번 급선회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한·일관계는 한국의 안보·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그러나 한·일관계 관련 전문가들과 실무자들은, 지나치게 빠른 속도의 변경은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처럼 협상에서 일방적 양보와 부등가 교환이 이루어지면, 한·일관계의 정당성과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지금 다시, 1965년 한·일 기본협정이 체결된 맥...

    2023.03.22 03:00

  • [경제직필] 낄 때 빠지고 빠질 때 끼는 정권
    낄 때 빠지고 빠질 때 끼는 정권

    윤석열 대통령 당선 1년이다. 임기 초반에 이 정권은 MB 시즌2로 불렸다. MB 시절의 사람들이 복귀했고 자유시장주의, 규제완화, 감세 등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아마 낮은 대통령 지지율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정권이 지지율에 민감한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끊임없는 좌충우돌이라는 거다. 한국사회 누구도 “현 정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2월 윤 대통령은 YS의 개혁정신을 이어받겠다고 했다. 그 후 일본 강제징용문제에서는 ‘DJ-오부치 선언’의 계승을 얘기했다. 그러나 은행의 약탈적 영업이라는 언어까지 동원함으로써 시장에서는 박정희·전두환보다 더 무서울 수도 있다고 한다. 노태우·노무현·박근혜만 아직 등장하지 않았을 뿐이다. 자기들이야 진정한 실용주의라고 주장하겠으나 지금까지만 보면 스텝이 꼬여도 한참 꼬였다. 이렇게 스탠스가 꼬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번째, 현 정권은 전...

    2023.03.15 03:00

  • [경제직필] 에너지 요금 인상, 정말로 필요한가
    에너지 요금 인상, 정말로 필요한가

    일상에서 ‘공공재’라는 말은 공익적 가치가 있거나 정부가 공급하는 재화의 의미로 통용되는 듯하다. 그러나 경제학 책에서 공공재는 그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정의된다. 경제학적 공공재는 그것의 소비에 있어 실제로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누구도 타인과 경합을 벌일 필요가 없는 재화다. 정의가 이렇다 보니 현실의 예는 드물다. 이를테면 한산한 무료도로나 달빛이 공공재인데, 도로가 한산하면 대개 유료고 무료도로는 막히기 십상이다. 시인 이백이 아니고서야 달빛도 딱히 쓸모는 없다. 공공성에 대한 시민들의 일상 속 욕구가 커갈수록 그 의미가 협소하게 고정된 학술용어와의 충돌도 늘어난다.실은 경제학자들도 공공재 이론으로 현대 정부의 광범위한 경제 활동을 설명하기는 곤란하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인정해 왔다. 재정학의 아버지 리처드 머스그레이브의 1957년 논문은 재정의 3대 기능을 공공재 공급, 소득재분배, 경제안정화로 요약한 기여로 유명한데, 같은 논문에서 저자가 ‘가치재’라는 개념...

    2023.03.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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