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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 [지금, 여기]산 자를 위해 투쟁하라
    산 자를 위해 투쟁하라

    때 이른 선거의 계절이 찾아왔다.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TV 토론과 지역 유세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조용하고 차가운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최악의 살인기업은 어디인가요?”를 묻는 시민 투표다.4월28일 ‘세계 산재노동자 추모의날’을 기념해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민주노총은 2006년부터 매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진행해왔다. 산재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노동자 건강과 안전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촉구하는 유서 깊은 행사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으면서 ‘왕중왕’을 뽑는 투표를 하게 된 것이다. 엄선된 아홉 후보 중에서 두 곳에만 투표를 할 수 있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업종별로도 제련소와 중공업 같은 전통 제조업에서부터 반도체 생산 같은 첨단 제조업, 건설업, 플랫폼 유통업체까지 골고루 포진한 가운데 후보들의 이력이 워낙 화려해서 선택이 쉽지 않았다. 경쟁에 밀려 안타깝게(!) 후보에 오르지 못한 과거 수상자들의 이...

    2025.04.20 20:15

  • [지금, 여기]내란 대통령기록물 봉인되나
    내란 대통령기록물 봉인되나

    대통령 파면 이후 대통령실 비서진은 혼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본인이 작성한 기록물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고민하면서 흔적도 없이 폐기 및 은닉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그 작업은 탄핵과 동시에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닫는 것부터 시작됐다.윤석열 정부는 대통령기록물을 어떤 시스템에 의해 생산·관리하는지 알리지 않았다. 각종 회의에서 1시간 중 59분을 대통령 혼자 발언했다는 ‘말씀 기록’은 존재할지 궁금하다. 국정에 불법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기록물도 초미의 관심사다.대통령기록물을 훼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파기·은닉했다고 생각했던 기록이 대통령실 캐비닛과 강남 영포빌딩에서 부활해서 나타났다. 누군가의 직업의식과 제보 덕분이었다. 이런 일이 많아서 대통령기록물법에는 회수 및 추가이관 조항까지 신설했다.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이 궐위(파면)되면 기록물을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할 것을 의무화하고 ...

    2025.04.13 21:20

  • [지금, 여기]모두가 존엄하고 평등한 사회
    모두가 존엄하고 평등한 사회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너무나도 오래 기다려왔던 그 주문이 선언되는 순간 광장은 환호와 눈물로 뒤덮였다. 내란의 밤으로부터 약 4개월 만에 윤석열은 파면됐다. 추운 겨울을 지나 햇살이 비치는 따스한 날에 시민들은 드디어 진정한 봄을 느낄 수 있었다.“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시킬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명확하게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시민 저항 덕분임을 이야기했다. 민주주의의 위기였던 내란 사태를 막고 끝내 윤석열의 파면까지 이끌어낸 것은 시민들의 힘이었다. 여의도·한남동·남태령·광화문에서 이어진 집회를 통해, 일상에서의 지속적인 저항을 통해 시민들은 끝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시민들의 힘으로 파면 결정이 이루어진 지금 이후 우리 사회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광장에서 계속 나왔던 이야기가 단지 윤석열 하나만 없는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2025.04.06 20:40

  • [지금, 여기]서로 돌봐야 살아진다
    서로 돌봐야 살아진다

    “너 싸가지 여물고 살아!” 최근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한 장면에 나오는 대사이다. 애순과 관식, 이 어린 연인이 현실의 벽 앞에 생이별을 하는 모습을 온 마을 사람들이 마음 아프게 지켜보는 중이었다. 관식을 태워 섬을 저만치 떠나가는 배를 향해 절망 속에 울고 있는 애순을 흘기며 관식의 모친은 욕을 내뱉는다. 그때 관식의 모친을 향해 옆 사람이 냅다 소리친 말이다. 아직 극중 상황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지만, 이 대사 하나에 괜히 속이 시원했다. 몇년 전 만난 한 용감한 여성이 생각나서였다.군청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넘게 들어가야 하는 작은 시골 마을, 그 마을에 살던 여성은 어느 날부터 마을회관 주변에 출몰하는 구부정한 초로의 남성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동네에서 두 번째로 땅이 많은 부잣집의 잡일을 한다고 했다. 왠지 모르게 침울해 보이는 그 남성에게 인사를 건네보았지만, 남성은 눈...

    2025.03.30 20:51

  • [지금, 여기]내가 바라는 불확실성
    내가 바라는 불확실성

    네덜란드의 사회심리학자 헤이르트 호프스테더는 조직과 국가 수준의 가치, 문화적 특징을 측정하고 유형화한 연구로 유명하다. 그는 세계 70여개국에 지사를 둔 글로벌 기업 IBM 인사관리 부서에서 일하며 각지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방대한 조사를 수행했다. 그는 동일한 규칙과 조직구조에도 불구하고 국가마다 직원들의 가치와 태도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고, 이후 심층 연구를 통해 집단이 공유하는 문화의 특징을 여러 차원으로 유형화했다. 그중 하나가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다. 이는 알려지지 않은 미래, 모호성에 대한 사회의 스트레스 혹은 관용의 정도를 의미한다. 불확실성 회피 지수가 낮은 사회일수록 사람들이 모호성에 잘 적응하고 익숙하지 않은 위험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직업을 바꾸거나 규칙이 정해지지 않은 활동을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사실 인간의 삶에서 불확실성을 피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인류는 불확실성을 다루는 방법을 발전시키며 진화...

    2025.03.23 20:42

  • [지금, 여기]대통령비서실의 부작위 불법 행태
    대통령비서실의 부작위 불법 행태

    대부분의 현대 민주국가는 삼권 분립으로 운영되고 있다. 행정부는 정책 집행 과정에서 소송이 제기되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만약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거나, 이행하지 않으면 민주주의 제도는 무너질 것이 자명하다. 특히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비서실은 법원의 판단을 더욱 존중해야 하며, 그것이 공권력 행사에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지난달 13일 뉴스타파,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윤석열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 대법원 상고심에서 원고가 최종 승소했다. 판결 이후 소송 당사자에게 판결문이 송달되면 원고 측이 원하는 방법으로 자료를 전달하게 된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제기해 승소한 검찰청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소송에서는, 방대한 양으로 인해 직원들이 직접 관련 자료를 가지고 온 적도 있다.만약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공공기관에서 아무런 대응이나 답변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놀랍게도 공개...

    2025.03.16 20:51

  • [지금, 여기]수많은 ‘유독’의 순간을 넘어
    수많은 ‘유독’의 순간을 넘어

    지난 8일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돼 서울구치소에 구속되어 있던 윤석열이 제 발로 걸어 나온 것이다.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고 검찰이 항고를 포기하고 석방을 지휘하며 이루어진 일이었다. 당시 광장에서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바라는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있으며 주변의 허탈감과 분노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법원이 구속 취소 결정을 한 이유는 검찰이 구속기간을 잘못 계산해 기간 만료 후 기소했다는 것이다. 구속기간에서 제외되는 영장실질심사 기간을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은 모두 구속기간을 날수로 계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법원의 판단이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피의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보다 유리한 해석을 할 수는 있다. 문제는 이것이 왜 유독 피의자가 윤석열인 사건에서 선례와 다른 이번 결정이 이루어졌는지다.이후 검찰의 대응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통상 자신...

    2025.03.09 21:47

  • [지금, 여기]장애 학생도 통합되는 새 학기로
    장애 학생도 통합되는 새 학기로

    긴 겨울방학을 지나 3월을 맞이하며 학교는 다시 시끌벅적해진다. 입학과 개학으로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기 때문이다. 물씬 다가온 봄내음만큼이나 학교도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으로 한껏 차오른다. 장애 아동도 특수교사도 그 설렘을 누려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과연 어떠할까.우리나라 장애 학생 중 특수교육법상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된 아동은 거의 12만명에 이른다. 극심한 저출생 여파로 전체 아동 수는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지만, 특수교육대상자는 반대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법적 의무교육인 특수교육은 장애 학생들이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교육받는 통합교육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 장애 학생만 따로 모아 수업하는 방식은 장애 학생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여 통합교육 현장에서 분리해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10월, 과밀학급에서 일하던 특수교사의 사망 사건은 교육 현장에서 장애 학생들과 특수교사들이 겪고 있는 여러 어려...

    2025.03.02 20:38

  • [지금, 여기]화이트칼라 노동자 뇌는 화수분인가
    화이트칼라 노동자 뇌는 화수분인가

    지난 3년 동안 이맘때마다 노동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글을 세 번이나 썼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와 산업계가 매년 제목과 강조점을 조금씩 바꿔가며 노동시간 연장을 이야기해온 탓이다. 이번에 들고나온 레퍼토리는 반도체 산업, ‘고소득 전문직’에 해당하는 연구·개발직군의 근로시간 특례 적용이다. 지난 20일 열린 국정협의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와 같은 근로시간 체계로는 집중 근무가 어려워 연구 단절이 발생하고 제품 수요에 즉시 대응이 어렵다며, ‘꼭 필요한 시기에 꼭 필요한 일을 집중해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특례가 빠진 반도체특별법은 그저 ‘반도체보통법’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분위기가 이러니 다른 산업들도 덩달아 나서고 있다. 아니 연구·개발은 반도체 산업만 하나? 조선업, 건설업, 방위산업에서도 앞다퉈 주 52시간 특례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장기간 누적된 과로, 야간 노동이 초래할 ...

    2025.02.23 21:04

  • [지금, 여기]짠맛을 잃은 소금, 국가기록원
    짠맛을 잃은 소금, 국가기록원

    성경에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바깥에 버림을 받는다”는 표현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에서 짠맛을 잃은 공공기관이 많이 있었지만, 새로운 주인공이 전격 등장하고 있다. 바로 국가기록원이다.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부터 21일까지 국가기록원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행안부는 산하기관 대상 정기 감사로, 직원 복무 현황과 예산 집행 등 운영 사항을 점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가기록원 운영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실제 엄청난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국가기록원은 이번 내란 사태와 관련해 기록물 파기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손을 놓고 있었다.지난달 5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육군본부가 지난해 12월4일 0시58분 합참으로부터 팩스로 받은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오전 7시에 파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육군 지상작전사령부도 같은 날 0시11분 계엄사령부로부터 포고령을 팩스로 받았으나 오전 5시쯤 파기...

    2025.02.1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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