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유’라는 세계가 있다. 나는 암 진단과 동시에 이 광활한 세계에 떨어졌다. 겁먹은 내 머리 위로 나를 사랑하는 이들의 음성이 들렸다. “암 환자는 잘 먹어야 한다!” 음성은 곧 숯덩어리 형상의 버섯, 닭발곰탕, 슈퍼푸드를 찬양하는 노래가 되어 공중에 울려 퍼졌다. 나는 소심하게 반항했다. “저는 감염 위험도 크고 간도 약해져서 그런 걸 먹을 수 없어요.” 가사가 바뀌었다. 콩, 브로콜리, 토마토, 마늘… 나는 끝내 울먹이며 소리쳤다. “그건 그냥 골고루 먹는 거잖아요!”고개를 들자 녹즙기와 약탕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탑이 보였다. 그것들은 맹렬하게 돌아가며 총천연색의 즙을 짜냈다. 나는 엉겁결에 빨간 주스가 담긴 유리컵을 받아 들었다. 사람들이 내 주위를 동그랗게 둘러싸고 비트와 당근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컵을 던지고 골목으로 도망치자, 비범한 풍모의 사람들이 길을 막고 마른 뿌리 조각을 내밀며 말했다.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합니다!” 다시 대로변으로 달려 나왔다. 곳...
2026.04.12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