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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여기] 기재돼야 할 다양한 가족의 진실
    기재돼야 할 다양한 가족의 진실

    지난해 11월24일 대법원은 11년 만에 판례를 변경해 미성년 자녀가 있는 트랜스젠더도 성별 정정을 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다만 대법원의 결정 이전에도 하급심에서는 몇 차례 미성년 자녀가 있는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을 허가한 사례는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트랜스젠더인 부모가 성별 정정을 한 경우에 법적 관계는 어떻게 될까.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이렇게 표시된다. 성별 여성, 관계 부 또는 성별 남성, 관계 모. 부모의 성별은 바뀌지만 부모로서의 관계는 안 바뀌는 것이다. 그렇게 한국에는 현재 ‘남성인 어머니’와 ‘여성인 아버지’들이 존재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여성 부모가 탄생했다. 지난 8월30일 딸 ‘라니(태명)’를 낳은 김규진·김세연 부부이다. 둘은 2019년 미국 뉴욕에서 혼인신고를 했고, 같은 해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했다. 출산을 앞두고 이루어진 베이비샤워 이...

    2023.09.03 20:29

  • [지금, 여기] 교육부의 엉성한 데칼코마니
    교육부의 엉성한 데칼코마니

    지난주 교육부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4월 발표된 학교폭력 종합대책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교가 아닌 교육청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재판하듯 결정을 내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이 정책은,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정책과 만나 학교폭력 소송 전면전의 시대를 열었다. 이번 교권 회복 종합방안도 마찬가지이다. 교사의 요청만으로 쉽게 열리는 교권보호위원회는 학교가 아닌 교육청에 설치되며, 학교 내부 사정에 대해 알지 못하는 외부인들이 위원으로 들어온다. 이 위원회가 내리는 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은 생활기록부에 기재된다. 이런 상황만으로도 소송이 남발되기 쉬운데, 여기에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까지 더해지면서 남소의 가능성은 더 높아지게 되었다. 왜일까?고시는 법적 효력을 전제로 하기에 필연적으로 세세한 법적 해석이 필요하다. 교육부도 조만간 생활지도고시에서...

    2023.08.27 20:22

  • [지금, 여기] 사랑하지 않고 노동할 수 있기를
    사랑하지 않고 노동할 수 있기를

    나는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저마다의 출판 노동을 거쳐 이곳에 도착한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꾸린다. 지나친 호기심과 부족한 자제력 때문에 영 두서없는 일들을 하며 살아온 편이지만, 나 역시 책을 만들며 밥벌이를 해온 시간이 가장 길었다. 대부분 그렇듯 첫 직장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서른 살이 조금 넘어서 입사한 출판사는 두꺼운 학술서를 만드는 곳이었다. 그런데 사소한 문제는 내가 완전히 ‘초짜’였다는 것이고, 큰 문제는 어쩌다 편집장이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나이나 경력과 무관하게 탁월한 이들도 많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햇병아리 팀장은 나이 많은 팀원들의 교정지를 흘끗거리며 책 만드는 일을 배웠다.그때의 동료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물론 멍청하고 서투른 팀장에게 종종 짜증도 냈지만, 그들이 아니었더라면 책 만드는 일을 계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번은 초대형 사고를 치고 멍하게 앉아 있던 내게 당시의 나이 든 팀원...

    2023.08.20 20:42

  • [지금, 여기] 유급 병가,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유급 병가,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3년 반 전. 지금은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코로나19 유행 초기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회사나 학교, 심지어 방문했던 식당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무조건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 머물렀다. 회사에서도 눈치는 줄지언정 출근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확진이 되면 입원·격리 기간 동안 정부가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고, 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제공한 사업주에게도 일부 비용을 지원했다. 이내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는 정부의 5대 생활 방역수칙 중 하나가 되었다. 의심 증상이 있지만 노동자들이 쉽사리 일을 중단할 수 없거나 작업장 내 방역 조치가 미흡했던 콜센터, 물류센터 등에서 유행이 시작되어 지역사회로 급속히 확산되자, 병가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된 것이다. 한국의 노동자들이 누려보지 못한 ‘호사’였다.하지만 지난 6월1일부터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한 격리 ‘의무’가 사라지고, 5일 격리 ‘권고’ 조치가 시행되면서 일터의 시계는 빠르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

    2023.08.13 20:14

  • [지금, 여기] 평등과 다양성이 도서관의 핵심
    평등과 다양성이 도서관의 핵심

    누구나 자유롭게 독서와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공도서관은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공공도서관이 인류 역사에서 탄생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지식과 학문의 독점이 지배의 수단으로 쓰인 근대 이전까지 도서관은 왕족과 귀족, 성직자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도서관의 개념을 바꾼 것은 산업화와 민주주의의 발전, 이에 따른 시민의 탄생이었다. 높아진 시민의식에 따라 지식과 학문, 문화를 평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욕구가 높아졌다. 그리하여 1854년 미국 보스턴에서 세계 최초의 공공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한국의 경우 1901년 설립된 부산시립도서관이 최초의 공공도서관으로 알려져 있다. 공공도서관의 발전이 민주주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만큼, 도서관의 가치 역시 민주주의의 핵심인 자유, 평등, 다양성과 연결돼 있다. 2013년 한국도서관협회가 개정·발간한 ‘한국도서관기준’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공공도서관의 자료 선택 기준은 인종, 민족, 국적, 직업, ...

    2023.08.06 20:41

  • [지금, 여기] 학생인권 탓하다 개혁의 적기 놓친다
    학생인권 탓하다 개혁의 적기 놓친다

    초등교사가 교내에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하고 보름이 지났지만, 이 비극을 둘러싼 셈법이 제각각이다. 국회는 법률정합성에 위배되는 법안을 쏟아내고 있고, 교원을 대표한다는 단체들은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는다. 교육감은 민원인의 학교 출입을 제한하고 위반 시 형사 고발하겠다는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대통령실 누군가가 학생인권조례를 ‘과거 종북주사파가 추진했던 대한민국 붕괴 시나리오의 일환’이라 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며칠 후 대통령은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를 개정하라 했다. 교권을 강화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약화시켜야 한다는 납작한 논리는 오히려 제대로 된 교육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함께 존중’을 전제로 하기에 서로 반대말이 아니고, 학생인권조례는 규범이라기보다는 선언에 가깝다. 학생인권조례와 관계없이 교육을 빙자한 폭언이나 억압이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음은 이미 상식이 되었다. 정작 악성 민원인은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줄도...

    2023.07.31 03:00

  • [지금, 여기] 바다 사람의 ‘괴상한’ 그리움을 보다
    바다 사람의 ‘괴상한’ 그리움을 보다

    요 몇달간 제주를 다녔다. 지역에 대한 잡지를 만드는 일은 낡고 오래된 연재만화의 이야기 구조와 좀 닮았다. 주인공은 사연이 있는 떠돌이로, 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진다. 간신히 해결하고 익숙해질 때쯤 다른 곳으로 떠난다. 아쉬운 작별 후에는 새로운 곳에서 다시 만남과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제주행 비행기를 탈 때면, 나는 이번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재만화에도 가끔 분량조절에 실패해서 길어지는 회차가 있지 않은가. 최근 몇달간 내게 주어진 도시의 삶은 무덥고 신산했다. 바쁜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의 이륙을 기다리다 악천후로 인해 지연되는 중이라는 안내방송을 들으면 마음이 설레었다. 어쩔 수 없이 비행기가 못 뜬다면 서울의 일정과 회의들이 ‘피치 못하게’ 취소되겠지. 그러면 멍하게 폭풍우나 바라보면서 책이나 읽을까. 배움에 늦은 나이는 없다고 했으니 담배나 배워 볼까. 하지만 활주로에서 기회를 노리던 비행기는 한사코 이륙에 성공하...

    2023.07.24 03:00

  • [지금, 여기] 환상 속의 그대
    환상 속의 그대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엔 아직 그대가 있다.”(서태지와 아이들 ‘환상 속의 그대’) 발표된 지 30년이 지난 노래인데도 적재적소의 상황이 되면 어김없이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된다. 정신적으로 강인할 뿐 아니라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는 신체적 역량을 갖춘 한국의 청년 여성들에 관한 뉴스를 접할 때가 그런 순간이다. 이를테면, 파충류와 조류에서는 종종 관찰된다지만 인간 여성이 단성생식으로 출산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은 적이 없다. 그러나 나만 모르고 있었을 뿐, 한국 여성들은 이미 이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영아 유기, 영아 살해 같은 끔찍한 사건 보도에 어떻게 줄곧 ‘친모’만 등장할 수 있겠는가.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유기하는 것도, 모텔 화장실에서 원룸에서 홀로 출산한 아기를 방치하는 것도 모두 여성들이다. 게다가 이들은 화장실에서 혼자 출산을 하더라도 벌떡 일어나 아기를 병원에 데려갈 정도의 신체적...

    2023.07.17 03:00

  • [지금, 여기] 인권은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
    인권은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발의된 지 3년이 지났다. 2020년 6월29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 대표발의로 차별금지법이 발의됐고, 이후 3건의 평등법이 더 발의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차별금지법은 본격적인 논의도 되지 못하고 국회 안에 잠들어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요구될 때마다 정부가 항상 내놓은 핑계가 ‘사회적 합의’이다. 2017년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한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에 대해서도 올해 법무부는 ‘차별 사유, 규제 범위, 구제 수단 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계속 중’이라고 답했다. 여론조사에서 이미 70%가 넘는 차별금지법 찬성 응답이 나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정부는 여론을 핑계 대며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평등과 존엄을 보장하지 않기 위해 여론 탓을 하던 정부가 여론을 빌미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에는 적극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일까지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세요’라면서 국민참여 토론을 실시했다. 결과는 강화...

    2023.07.10 03:00

  • [지금, 여기] 몰래출산 가능하면 아기 안 버릴까
    몰래출산 가능하면 아기 안 버릴까

    냉장고에서 발견된 영아 시신들, 야산에 몰래 묻혔다는 신생아, 온라인으로 사고팔리는 아기들. 경악스러운 뉴스가 연일 쏟아지며, 출생통보제가 지난주 전격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참에 보호출산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임신했지만 낳아 직접 기르길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흔히들 불륜관계나 미성년자 임신 등 다소 극단적인 상황 속 사람일 것이라 추측하지만, 결혼관계 안에서나 성인 이후 출산에서도 영아살해나 아동유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당장 죽고 버려지는 생명은 살려야 하지 않겠냐며 익명으로라도 출산하게 하자는 논의 역시 우리나라만의 고민은 아니다. 일본도 2021년 11월 한 민간 병원에서 행해진 비밀출산으로 사회적 격론이 있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해 온 일본 시케이 병원을 찾은 한 10대 여성은 병원 상담실장에게만 학생증 등으로 신원을 밝힌 채 의료진에게까지 비밀로 하고 아기를 낳았다. 신원을 밝히지 않겠다는 친모의 뜻으로...

    2023.07.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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