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달간 제주를 다녔다. 지역에 대한 잡지를 만드는 일은 낡고 오래된 연재만화의 이야기 구조와 좀 닮았다. 주인공은 사연이 있는 떠돌이로, 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진다. 간신히 해결하고 익숙해질 때쯤 다른 곳으로 떠난다. 아쉬운 작별 후에는 새로운 곳에서 다시 만남과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제주행 비행기를 탈 때면, 나는 이번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재만화에도 가끔 분량조절에 실패해서 길어지는 회차가 있지 않은가. 최근 몇달간 내게 주어진 도시의 삶은 무덥고 신산했다. 바쁜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의 이륙을 기다리다 악천후로 인해 지연되는 중이라는 안내방송을 들으면 마음이 설레었다. 어쩔 수 없이 비행기가 못 뜬다면 서울의 일정과 회의들이 ‘피치 못하게’ 취소되겠지. 그러면 멍하게 폭풍우나 바라보면서 책이나 읽을까. 배움에 늦은 나이는 없다고 했으니 담배나 배워 볼까. 하지만 활주로에서 기회를 노리던 비행기는 한사코 이륙에 성공하...
2023.07.2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