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함께 한자를 공부하자](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2/09/05/l_2022090501000221400013261.jpg)
나는 책을 만드는 편집자다. 독자들의 언어를 상상하고 변화를 가늠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다. 따라서 독자들이 무지하다고 탓하는 습관이 내게는 없다. 주어진 원고를 잘 읽히는 한국어로 다듬는 일도 벅차다. 문제는 우리가 ‘한국어’라고 부르는 모호하고 흐릿한 대상이 수천만의 개인이 사용하는 언어들의 집합이라는 점이다. 교육 수준과 독서량뿐 아니라 출신 지역이나 가족 구성, 심지어 식습관이나 취미 생활에 따라서도 언어는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받은 원고 중 ‘심심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라는 표현이 있다면, 편집자들은 ‘심심한’을 ‘깊은’으로 고친다. 문맥상 반드시 사과의 마음이 잘 전달되어야 한다면 그편이 낫다.물론 작가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에게 ‘심심한’은 ‘깊은’보다 더 간절한 마음을 담은 단어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 한국어에서 ‘심심한’은 대체로 ‘깊고 간절한’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삼십년 전 청춘소설 인물들은 ‘심심한’이라는 단...
2022.09.05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