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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여기]대구대 사회학과를 추모하며!
    대구대 사회학과를 추모하며!

    시민활동가로 살다 보면, 사회학과 전공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들은 시민단체 등과 각종 활동을 함께하며 성과를 논문으로 정리해 주는 일이 많다. 김동춘, 신진욱, 조희연, 이나영 교수 등은 평생 활동가들과 함께 운동하고, 가족처럼 지냈던 사회학과 학자들이다.대학에서도 사회학과는 특별한 곳이다. 학생운동을 조직하고, 연대하는 일을 기획하고 직접 실행한다. 특히 학생운동의 역사가 끊어진 지역대학에서 이들의 존재는 더욱 소중하다. 대학생 대다수가 자신의 취업에 매달린 채 4년을 보내지만, 사회학과 학생들은 대학과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는 측면이 강하다.나는 대구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 동기들이 대부분 공무원 시험이나 각종 자격증을 공부할 때 시민활동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자연스레 사회적 문제를 공부했고, 각종 잡지나 언론에 나의 고민을 담은 글을 보냈다. 과 동기들과 많은 토론을 하고 싶었으나 한가해 보이는 얘기에 관심을 두는 친구들은 없었다....

    2024.11.24 21:50

  • [지금 여기]11월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11월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독일 성별 스스로 결정… 한 달간 1만5000명 신청.” 최근 나온 기사들의 헤드라인이다. 독일에서 어떠한 조건도 없이 등기소에 신고만 하면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성별자기결정법이 통과되었다는 내용이다. 기사는 이러한 법률이 성범죄자에 의해 악용되어 여성, 청소년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고 스포츠의 공정성도 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얼핏 건조하게 다양한 입장들을 전하는 기사 같지만 핵심은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어떻게 독일이 이와 같은 결정을 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독일은 이 사안에 있어 후발주자이다. 2012년 전 세계 최초로 성별자기결정법을 만든 나라는 아르헨티나이다. 그 후 현재까지 덴마크, 아일랜드, 콜롬비아, 우루과이 등 전 세계 20여개국에서 어떠한 조건도 없이 성별을 변경할 수 있다.이들 20여개국의 인구수를 고려하면 12년간 아마 수백만명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성별을 바꾸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이로 인해 세상이 더 위험해졌다는...

    2024.11.17 21:28

  • [지금, 여기]‘소수자 위한 정치’가 절실한 급변기
    ‘소수자 위한 정치’가 절실한 급변기

    다짜고짜 신경질적인 상담 전화를 받을 때가 있다. 계속 통화를 이어가야 하나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왜 그리 화가 났는지 물어보고 싶은 궁금함이 그 망설임보다 더 크기 때문에 숨을 고르고 들어본다. 그중에는 발달장애인인 자식을 살해하고 바로 이어 자신도 자살하기로 결심한 후 실행하기 직전 걸어온 전화도 있었다. 굽이굽이 굴곡진 그의 인생사를 들으면서 영문도 모른 채 보호자로부터 살해당할 뻔한 중증 발달장애인 자식 생각에 눈물이 났다. 긴 통화로 그의 잘못된 결심을 간곡히 달랜 후, 얼른 긴급 복지지원 체계를 연결해 비극을 막았다.며칠 전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의 세월 동안 발생했던 부모의 ‘살해 후 자살’ 사건 102개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가 공개되었다. 부모의 정신질환, 경제적 곤란, 부부 불화가 복합적인 원인이었으며, 목숨을 잃은 아동 중 73.5%가 9세 이하 어린아이였다. 이 아이들이 곧 자신의 목숨이 끊어질 것을 예상했거나 동의했을 리 만무하다. 가장 많은...

    2024.11.10 20:38

  • [지금, 여기]전태일에게 진 빚 갚기
    전태일에게 진 빚 갚기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이였고, 그동안 봐왔던 것은 앳된 청년 시절의 사진뿐이다. 그래서 그가 1948년생이고, 살아 있다면 이제 곧 팔순을 바라볼 나이라는 사실이 도통 믿기지 않는다. 1970년 11월13일의 세상과는 그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다.1970년만 해도 일하는 사람 중에서 농림수산업 종사자 비율이 50%에 달했다. 지금은 그 비중이 5%가 채 안 된다. 한국 사회는 빠르게 산업사회로 바뀌었다. 노동자 규모가 크게 늘어났을 뿐 아니라 1970년대 통계분류에는 없었던, 예컨대 ‘정보통신업’ ‘과학기술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같은 산업군, 새로운 업무가 생겨났다.일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도 달라졌다. 전태일 생전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근로기준법을 통해 노동환경을 규제했지만,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이 있는지도, 정해진 법정근로시간이란 것이 있는지조차 모른 채 장시간 노동을 했다. 근로기준법의 ‘존재’를 알고 나서 잠...

    2024.11.03 21:34

  • [지금,여기]교육감 선거 참관인으로 참여해보니
    교육감 선거 참관인으로 참여해보니

    평소 건강을 자신하던 사람이 암 진단을 받는 순간, 충격과 불안이 시작되면서 부정하는 단계로 이어진다고 한다. 진단 결과를 믿지 못하고, 다른 병원을 찾아다니며 다시 확인하게 된다. 선거 결과도 본인이 원하는 후보자가 당선되지 않으면 부정하는 단계가 생긴다. 선거철마다 일부 세력들에 의해 벌어지는 부정선거 의혹은 열렬한 지지자일수록 잦은 편이다.30년 동안 선거에 참여했지만, 선거 과정을 관찰할 기회는 없었다. 시민활동가로 일하면서 선거 과정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이 늘 아쉬웠다. 얼마 전 지인이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 투표참관인을 해보라는 추천을 했다. 묘한 호기심으로 참관인 신청을 했다. 며칠 뒤, 10월16일 낮 12시30분까지 잠실의 한 투표장으로 출석하라는 안내 문자가 왔다.투표 당일 떨리는 마음으로 도착한 후, 간단한 안내와 설명 자료를 받았다. 정근식 후보자 투표참관인 자리를 안내받았다. 이곳은 대단지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투표장소다. 투표참관인은 총...

    2024.10.27 21:20

  • [지금 여기]성소수자가 먹고살아 가는 모습들
    성소수자가 먹고살아 가는 모습들

    지난 수요일 재·보궐선거를 위해 투표장을 찾았다. 입구에서 신분증을 제시하니 담당자가 선거인명부 대조 전표를 주면서 투표장 안으로 들어가라고 안내를 했다. 전표에는 등재번호와 함께 이름, 성별을 적도록 되어 있었고 내가 받은 전표에는 성별란에 ‘여’로 표시되어 있었다.그리고 전표를 들고 투표장에서 다시 한 번 선거인명부와 대조하는 절차를 거치면서 보니 이름과 성별을 적게 되어 있는 선거인명부에는 내 이름 옆에 ‘남’이라고 적혀 있었다. 대조 전표의 성별과 명부의 성별이 다른 상황, 혹시 추가적인 확인 절차를 요구받거나 안 좋은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잠시 긴장하던 순간, 문제없이 투표용지를 받았다.궁금해졌다. 전표와 명부에 표시된 성별이 달라도 본인 확인에 문제가 없다면 애초에 전표상의 성별은 필요 없는 정보가 아닌가. 실제로 주위에 물어보니 다른 투표소에서는 등재번호만 적고 이름과 성별은 공란으로 두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결국 성별란이 있는 전표는 애초에 행정상 목적...

    2024.10.20 20:32

  • [지금, 여기]1층이 있는 삶은 과연 올 것이다
    1층이 있는 삶은 과연 올 것이다

    오랜만에 친구와 보기로 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며 수다를 떨 생각에 신이 났다. 휠체어를 타는 그 친구에게 식당 예약을 위해 뭘 먹고 싶은지 물어보았더니 심드렁한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메뉴 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들어갈 수만 있으면 다행이지.”저주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만나기로 한 동네 건물마다 들어서 있는 수많은 식당과 찻집은 대부분 1층 가게였음에도 간발의 차이로 휠체어가 갈 수 없었다. 고작 한 뼘의 턱 때문에, 한 칸 올라가는 입구 때문에, 흉내만 낸 경사로 때문에 가게 코앞에서 돌아서야 했다. 어느 식당에 겨우 입성한 후에야 그 식당의 메뉴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마주한 밥상은 따뜻했지만, 목구멍을 넘어가는 밥알은 뻣뻣했다. 나도 괜히 설움에 목이 메었기 때문이다.1층에 평등하게 접근하지 못하는 현실을 다루는 법이 우리나라에 없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도 있고,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

    2024.10.13 20:39

  • [지금, 여기]차별적인 ‘합리성’
    차별적인 ‘합리성’

    지난 10월2일, 시민단체들이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의료급여 본인부담 체계 개편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의료급여 1종 수급자는 외래진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의원은 1000원, 병원과 종합병원 1500원, 상급종합병원 2000원, 약국 500원을 부담해왔다. 그런데 개편안에는 이러한 정액 부담금을 각급 의료기관별 진료비의 4%, 6%, 8%, 2%라는 정률제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이러한 결정은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비용 의식이 점차 약화되어 과다 의료이용 경향”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첨부된 자료에 의하면 의료급여 수급자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735만원으로 건강보험(건보) 가입자 219만원에 비해 3배 이상 많고, 외래진료 일수도 건보 가입자에 비해 1.8배 많았다.의료급여 수급자들은 정말로 비용 부담이 없기 때문에 의료이용을 ‘펑펑’ 하고 있는 것일까?우선 수급자들은...

    2024.10.06 21:25

  • [지금,여기]추석 연휴, 응급실 방문은 왜 줄었나?
    추석 연휴, 응급실 방문은 왜 줄었나?

    “아픈 데 없지? 아프면 안 된다!” 지난 추석 연휴기간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들었던 말이다. 약간의 공포와 불안이 섞여 묘하게 동질감을 느꼈다. 본인과 가족이 경험한 응급실 뺑뺑이와 병원 실태를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것이 아픈데 치료받지 못한 경험이다. 특히 어린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불편함이 컸다. 대화가 오가면서 분노와 한숨이 함께 터져 나왔다.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추석 연휴 생선전 같은 것은 드시지 말라. 벌초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혹시나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리거나 벌초로 인한 사고가 나면 대책이 없다는 얘기였다. 추석에 생선엔 손도 대지 않았다. 국민들은 추석 연휴 동안 응급실을 가지 않기 위해 각자 자구책을 마련했다. 코로나를 경험한 노련함 덕분인지 스스로 조심하고 자제했다. 게다가 응급실 본인부담금도 90%까지 올랐다.이런 노력 덕분에 추석 연휴기간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하루 평균 2만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3만9911...

    2024.09.29 20:37

  • [지금 여기]인권위의 위기, 구조를 바꾸자
    인권위의 위기, 구조를 바꾸자

    활동을 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엔 인권위에 기대는 일이 줄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인권침해를 하거나 차별이 발생했을 때, 인권위 진정을 생각했다가 그만두는 일이 많다. 인권위가 제대로 사건을 조사·해결할 수 있을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실제로 통계를 보면 2024년 6월 기준으로 인권위 진정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3%, 사건 처리 건수는 21.4%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권고 건수는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경찰 관련 사건 진정에 대한 권고는 16건으로 작년 대비 절반 이하로, 검찰사건의 경우엔 아예 권고 건수가 0건이었다.이처럼 인권위의 위상이 추락한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김용원, 이충상 두 상임위원의 전횡 때문이다. 두 상임위원이 각 침해구제 소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으면서 자의적으로 사건을 기각하는 일이...

    2024.09.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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