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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 [지금, 여기]공무원 의무와 증인선서 거부
    공무원 의무와 증인선서 거부

    모든 공무원은 임용되어 임명장을 받을 때 소속 기관의 장 앞에서 다음과 같은 선서를 한다.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봉사자라는 말이다. 시민들은 군복무 중 사망한 군인이 있다면, 지휘하거나 조사했던 공무원(군인)들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민의 봉사자로서 책임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데 현실의 공무원들은, 책임은 철저히 외면하고 증언은 회피하기에 바쁘다. 작전 지시를 한 사람은 지도만 했을 뿐이라고 말장난을 하고, 작전 이행을 하다 죽은 병사와 가족들만 억울하다.지난 6월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가 진행됐다.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었는데 채 상병 사망의 책임자이자 수사 외압 관여자로 지목된 이들이 청문회장에 나와 선서나 증언을 거부했다. 이종섭 전 국방장관, 신범철 전 국방차관, 임...

    2024.06.30 20:29

  • [지금,여기]제대로 된 국가인권위원장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국가인권위원장이 필요하다

    지난해 두 차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에서 활동할 기회가 있었다. 현재 인권위원은 국회, 대법원장, 대통령이 각각 지명하도록 되어 있다. 이 중 대통령이 지명하는 인권위원에 대해서는 후보 추천위원회가 구성되어 3배수의 후보를 추천하여 왔다.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위원의 자격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후보 추천위원을 맡으면서 과연 내가 이러한 자격을 갖춘 인권위원 후보를 제대로 살펴보고 추천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받아본 후보자 면면 중엔 다소 실망스러운 이들도 많았다. 그런 가운데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한 후보가 있었다. 면접 과정에서 그는 진중한 태도로 앞으로 경청하며 배워나가겠다고도 말했다. 당시 이충상 상임위원으로 인해 인권위 안에서 여러 문제들이 있던 상황에서, 나름 기대도 ...

    2024.06.23 20:08

  • [지금 여기]어쩌다 여가부는 동네북이 되었나
    어쩌다 여가부는 동네북이 되었나

    어떤 부처와 자주 일을 하느냐는 물음에 답을 찾느라 한참 동안 생각한 적이 있다. 18개의 중앙행정기관 모두 장애인이나 아동, 여성에 관한 정책을 다루고 있기에, 같이 일을 안 해 본 부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가령 장애 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경우, 법무부는 진술 조력인과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여성가족부는 장애 여성 성폭력 상담소나 쉼터를, 보건복지부는 피해 장애 여성에게 필요한 돌봄이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성폭력 피해자인 장애 여성이 오직 범죄 피해자로만 존재하지는 않기에, 여러 부처가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장애 여성은 억압적인 가정 아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청년일 수도 있고, 어린아이를 홀로 돌봐야 하는 엄마일 수도 있으며, 피해 수습을 위한 휴가를 갑자기 내기 어려운 노동자일 수도 있다. 각기 다른 복잡한 상황 속에 다면적인 특성이 있는 사람을 여러 부처가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지원하기에, 단지 효율성을 이유로 정책 담당 부처의 통폐합을 결정하...

    2024.06.16 20:32

  • [지금 여기]전문직 윤리와 노동권
    전문직 윤리와 노동권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발표로부터 촉발된 ‘의·정 갈등’이 진정될 기미는커녕 일촉즉발의 위태로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진료 현장을 떠나 있던 전공의들에게 정부가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의대 교수들이 휴진을 결의했고 대한의사협회도 파업을 고려 중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은 ‘의·정’ 사이에서 고통받고 있는 시민들의 처지를 내다본 조상의 혜안이었다.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 선서는 ‘의사와 사회’ 문제에 대한 지침이 되지는 못한다. 사실 히포크라테스 시절에는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던 문제였다. 오늘날 의사들은 그때와 달리 국가와 시장에 의해 구성된 사회적 조직 안에서 일한다. 공공이든 사립이든 병원에서 ‘피고용인’으로 일을 하고, 독립적인 개원 의사라 해도 건강보험, 의료법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 규제 안에서 진료를 한다. 뿐만 아니라 의사 양성 교육과 의료 서비스의 질적 표준에서 연구·개...

    2024.06.09 20:28

  • [지금, 여기]정보공개 청구는 아무런 죄가 없다
    정보공개 청구는 아무런 죄가 없다

    최근 정보공개 청구가 공무원을 괴롭히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모 청구인이 전국 초등학교에 전교 임원선거 관련 정보를 수천건 요청했다. 지난달 19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은 민원성 무차별적인 정보공개 청구에 단호히 대응하겠다. 과도한 갑질 정보공개 청구가 되는 것을 막고 민원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정보공개법 개정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정보공개제도를 보면서 관련 활동가로 살아온 경력에 자괴감이 들고 있다. 1998년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후 투명성·알권리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해외 개발도상국들은 정보공개제도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고, 사례를 분석했다. 공공기관 부패가 심각했던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공개제도를 도입할 때 한국 사례를 철저히 참조했다.정보공개제도가 발전할 수 있던 원동력은 시민단체와 언론이 공공기관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였다. 2000년대 업무추진비부터 최근 특수활동비 ...

    2024.06.02 20:54

  • [지금, 여기]성소수자 자긍심의달
    성소수자 자긍심의달

    6월은 성소수자 자긍심의달(LGBT Pride Month)이다.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기념하고 인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정된 달이다. 이 시기를 맞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 지역에서 퀴어퍼레이드 등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진다. 6월이 이렇게 자긍심의달로 지정된 것은 55년 전인 1969년 6월28일 미국에서 있었던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이 항쟁은 당시 미국 전역에서 동성애가 불법이던 시절, 성소수자들의 모임 공간이던 스톤월 주점을 경찰이 급습한 것에 항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4일 동안 이루어진 항쟁을 기념하여 그다음 해인 1970년 6월28일, 뉴욕에서 세계 최초로 퀴어퍼레이드가 이루어졌다.이와 같은 기원에서 알 수 있듯이 퀴어퍼레이드는 혐오와 낙인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 온 성소수자들이 지금 여기 있음을 알리는 자리이자, 차별에 맞서는 항쟁이다. 2018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성소수자 혐오선동 세력의 집단적 폭력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이후에도 차...

    2024.05.26 20:32

  • [지금 여기]검찰개혁은 정치구호가 아니다
    검찰개혁은 정치구호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지난 8일 ‘제22대 국회 검찰개혁 입법전략’ 토론회에서 차기 국회 개원 후 6개월 이내에 검수완박을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으로 검사는 보완수사를 포함한 모든 수사에서 아예 손을 떼도록 하고 기소 여부만 결정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헌법을 개정해서 경찰이 단독으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큰 권력은 통제되어야 한다는 당위적 주장이라 선의로 해석하려 해도 도무지 무책임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정부에서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검경수사권조정과 검수완박을 거치면서 수습 불가 상황으로 망가진 수사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는 70년 이상 경찰은 현장 수사로, 검찰은 법률 전문가로 빛을 발하며 검찰의 수사지휘를 통해 사건을 함께 파헤치는 비교적 탄탄한 구조로 운영되었다. 최종 책임은 기소권자인 검찰에 있었기에, 사건이 부실하게 수사되거나 늦게 처리되는 경우 비난의 화살을 검찰...

    2024.05.19 20:40

  • [지금 여기]지켜야 할 명예라면
    지켜야 할 명예라면

    4월28일은 세계 산재노동자 추모의날이다. 매년 세계 곳곳에서 추모 행사가 열리는데, 국내에서도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거행한다. 이는 불명예스러운 시상을 통해 기업의 책임과 경각심을 촉구하고,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로, 2006년부터 매년 시행해 왔다. 20년이 되어가는 유서 깊은 행사이지만, 이를 계속할 수 있을지 주최 측의 고민이 깊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만들어졌겠다, 이제 굳이 이런 행사를 할 필요가 없어져서 그런 것이라면야 좋겠지만, 그럴 리가 있나. 행사 중단을 고민하는 진짜 이유는 자료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2021년까지는 공동 주최 국회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이전 해 산재사망 사고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으면, 이를 정리해서 명단을 만들었다. 사고 발생일과 보고일, 원·하청 기업명과 사고 현장 주소, 공사 규모와 노동자 숫자 같은 기본정보를 토대로 기업별 사망 노동자 숫자를 집계하고 특성을 종합할 수...

    2024.05.12 20:14

  • [지금 여기]공무원 인권보호와 국민의 알권리
    공무원 인권보호와 국민의 알권리

    3월 초, 김포시 공무원이 항의성 집단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숨진 공무원은 도로 포트홀 보수 공사를 담당하던 중 도로 정체가 빚어지면서 시민들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카페에 이름과 전화번호가 공개되면서 해당 공무원을 비난하는 글이 잇따랐고, 욕설 전화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김포시를 비롯해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었던 공무원의 성명, 업무명, 직책을 비공개로 변경하고 있다. 일부 기관은 부서 출입문 앞 직원 배치도와 사진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이러한 정책은 합리적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보공개법 9조 1항 6호에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1호에 따른 개인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한다. 예외적으로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개인정보에서 제외된다. 홈페...

    2024.05.05 20:14

  • [지금, 여기]한 달은 매우 길다
    한 달은 매우 길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지 20여일이 지났다. 정치권은 다가올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위성정당은 모정당과 합당하였고, 조국혁신당의 교섭단체 구성을 놓고도 날선 공방이 오갔다. 법사위원장을 놓고도 거대 양당은 기싸움을 하고 있다.이렇게 22대 국회 향방을 둘러싼 여러 소식들을 보고 있으면 이미 21대 국회의 시간은 끝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21대 국회의 임기종료까지는 아직 한 달의 시간이 남아 있다. 한 달 갖고 무엇을 할 수 있냐 하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2020년 5월21일 20대 국회는 임기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133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된 1만6000개의 법안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이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국회가 할 일은 한 것이다. 21대 국회도 마찬가지이다. 21대 국회 4년 동안 발의된 법안은 2만5000건, 그중 통과된 것은 9400건에 불과하다. 20대 ...

    2024.04.2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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