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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 [지금 여기]공무원 인권보호와 국민의 알권리
    공무원 인권보호와 국민의 알권리

    3월 초, 김포시 공무원이 항의성 집단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숨진 공무원은 도로 포트홀 보수 공사를 담당하던 중 도로 정체가 빚어지면서 시민들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카페에 이름과 전화번호가 공개되면서 해당 공무원을 비난하는 글이 잇따랐고, 욕설 전화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김포시를 비롯해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었던 공무원의 성명, 업무명, 직책을 비공개로 변경하고 있다. 일부 기관은 부서 출입문 앞 직원 배치도와 사진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이러한 정책은 합리적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보공개법 9조 1항 6호에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1호에 따른 개인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한다. 예외적으로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개인정보에서 제외된다. 홈페...

    2024.05.05 20:14

  • [지금, 여기]한 달은 매우 길다
    한 달은 매우 길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지 20여일이 지났다. 정치권은 다가올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위성정당은 모정당과 합당하였고, 조국혁신당의 교섭단체 구성을 놓고도 날선 공방이 오갔다. 법사위원장을 놓고도 거대 양당은 기싸움을 하고 있다.이렇게 22대 국회 향방을 둘러싼 여러 소식들을 보고 있으면 이미 21대 국회의 시간은 끝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21대 국회의 임기종료까지는 아직 한 달의 시간이 남아 있다. 한 달 갖고 무엇을 할 수 있냐 하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2020년 5월21일 20대 국회는 임기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133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된 1만6000개의 법안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이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국회가 할 일은 한 것이다. 21대 국회도 마찬가지이다. 21대 국회 4년 동안 발의된 법안은 2만5000건, 그중 통과된 것은 9400건에 불과하다. 20대 ...

    2024.04.28 20:38

  • [지금 여기]장애 인권 퇴보를 마주한 장애인의날
    장애 인권 퇴보를 마주한 장애인의날

    매년 4월20일 장애인의날이면 전국에서 온갖 행사가 열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러했다. 서울시장도 기념행사에서 장애 아동과 가족에 대한 지원부터 고령 장애인의 돌봄까지 생애주기 맞춤형 복지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몇년간 계속되는 장애 인권의 퇴보는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다.서울시는 올해부터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을 없앴다. 2020년 시작한 이 사업은 최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되 탈시설 장애인에게 우선권을 주고 최저시급을 지급하면서 전국적으로 각광받았다. 일자리에 사람을 욱여넣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일자리를 맞추는 원리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올해 갑자기 ‘장애 유형 맞춤형 특화일자리’ 사업으로 대체됐고, 그 후 신체기능과 직무수행 가능성을 따지는 단순노동 연계 사업으로 축소되면서 400명에 달하는 최중증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2003년부터 매년 봄마다 축제로 열리던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도 사상 최초...

    2024.04.21 21:42

  • [지금 여기]20년 드라마의 비극적 대단원
    20년 드라마의 비극적 대단원

    20년 전 바로 오늘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날이다. 소박한 교외 식당에 친구들과 모여 앉아 숨죽이며 TV 화면을 지켜봤다.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민주노동당 9~12석’이라는 뉴스가 화면에 등장했다. 다 함께 환호했다. 내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것을 알고 있는 지인들의 축하 문자, 전화가 이어졌다. 내가 당선된 것도 아닌데! 민주노동당 당원이든 아니든, 한국 정치사의 기념비적 순간이었다.오랫동안 반공이데올로기가 진보정당의 출현을 가로막았다. 어려운 시작 이후에도 민정당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거대 양당의 치열한 접전 속에서, 진보정당은 매번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좋은 정책 공약도 ‘사표(死票)’ 우려 앞에서 번번이 힘을 잃었다. 그런데 17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1인 2표제가 도입되었다. 최소한 비례명부에서는 정치공학적인 고려 없이, 사표 걱정 없이 지지 정당에 투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비례명부에서...

    2024.04.14 21:44

  • [지금 여기]윤석열 대통령과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윤석열 대통령과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대통령은 대선 출마 과정에선 정치인 신분이지만 취임 후엔 공무원 신분도 가진다. 특히 각종 선거 기간 동안 공개적 행보를 조심해야 하고, 발언도 공정과 중립을 지켜야 한다.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가 헌법적으로 적용된 것은 2004년 제17대 총선 이후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법 위반이긴 해도 탄핵할 만큼 중대 사안이 아니라고 판시했지만 아래와 같은 중요한 기준을 만들었다. “선거에 임박한 시기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도 요청되는 때에, (중략)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로써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것이므로, 선거에서의 중립 의무를 위반하였다.” 이 판결 이후 취임한 대통령들은 선거 기간 동안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유독 윤석열 대통령은 헌재 결정문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번 총선 기간 동안 최악의 장면을 꼽으라면 ‘민생토론회’...

    2024.04.07 20:15

  • [지금, 여기]인권위,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인권위,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년 넘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해 온 기관이다. 설립 직후인 2003년부터 차별금지법 성안 작성을 추진하였고, 2006년 국무총리에게 제정을 권고했다. 이후 2007년 법무부의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이 성소수자 혐오로 좌절된 이후에도, 인권위는 계속해서 이를 이야기해왔다. 2020년 제21대 국회 출범 직후에는 평등법 시안을 공개하며 다시 한번 강력히 국회에 제정을 권고했다.그런 인권위에서 표결로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가 빠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였다. 지난 3월25일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할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미 일본군 성노예제 권고, 비동의간음죄 제정 등 주요한 내용에 관하여 몇 차례의 진통이 있었던 보고서이다. 그런데 심지어 최종 보고서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가 아예 제외되었다. 출석한 10명의 위원 중 4명만이 찬성 의결을 던졌기 때문이다. 인권위의 지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생각...

    2024.03.31 20:25

  • [지금 여기]권력자의 개혁은 왜 이리 투박한가
    권력자의 개혁은 왜 이리 투박한가

    사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2019년 정부와 국회가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힘껏 내달린 결과가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이 될 줄 말이다. 검찰개혁 법안 초안에는 검찰의 수사지휘를 없애는 내용도, 경찰이 수사를 종결한다는 내용도 없었다. 이미 판은 벌였으니 뭔가는 해야겠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우려를 덮으려다 보니 개혁의 동기와 초안의 뼈대는 이리저리 휘었다. 그렇게 누더기가 된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패스트트랙의 급물살을 타고 기어이 2020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생겼고 ‘불송치’라는 새로운 단어가 법에 들어왔는데, 정작 사건 처리에 바쁜 수사 현장의 경찰은 어리둥절했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었다.2022년 봄,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을 겨우 한 달 앞두고 휘몰아친 검수완박 입법도 비슷하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극심해진 수사 지연을 해소할 방책 마련은 뒷전이고, 정부와 여당은 유행가 가사처럼 또 검찰개혁을 부르짖기 시작했다. 위장탈당과 회기 ...

    2024.03.24 20:00

  • [지금 여기]최선이자 유일한 대안, 공공이 미래다
    최선이자 유일한 대안, 공공이 미래다

    얼마 전 일본의 ‘의료취약지 공공병원’ 견학을 다녀왔다. 인구가 채 3만명이 안 되고 노인 인구 비율이 40%에 달하는 농촌지역 시립병원들이었다. 이들 역시 의료인력, 특히 의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황은 훨씬 나았다. 우선 병상 150개, 그중에서도 급성기 병상은 50개에 불과한 아키타현 오모리 시립병원은 내과, 외과, 정형외과 전문의 13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외래는 이들 3개 과 외에도 신경과, 신장내과, 호흡기내과, 소아과, 비뇨기과, 안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 등을 열고 있었다. 비결은 ‘파견’이었다. 아키타 의대에서 전문의들을 정기적으로 파견하여 주민들에게 필요한 외래 서비스를 제공했다. 병원 규모가 이렇게 작아도 위암과 대장암 수술을 직접 시행할 만큼 진료 역량도 탄탄한데, 이때 필요한 마취과 의사 또한 아키타 의대에서 파견해주었다. 영상 검사 역시 아키타 의대와 원격 진단 체계를 갖추고 판독 지원이 필요할 때 도움...

    2024.03.17 20:14

  • [지금 여기]이승만기념관 설립 적절한가
    이승만기념관 설립 적절한가

    우리 사회는 2007년 대통령기록물법 제정 이후 대통령기록관과 ‘전직대통령법’에 의한 대통령기념관(혹은 도서관)이 공존하게 되었다. 기록은 가치중립적이며, 사료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 풍부할수록 각종 연구와 문화적 콘텐츠 개발에 도움이 된다. 대통령기록관은 법에 의해 엄격히 관리하며 그 비용도 전액 국가 예산이다.기념은 특정 대통령을 미화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며, 부정적 평가 사료에 대해서는 수집 및 전시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통령의 집권 기간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지역과 시민들이 있다면 ‘기념관’은 그들의 상처를 계속 노출시키는 격이 된다. 이런 이유로 ‘전직대통령법’에는 국가는 기념관 설립을 주도하지 않으며 일부 사업비용과 문서 및 도화 등 전시물을 지원할 뿐이다. 이것이 기록관과 기념관이 구별되는 점이다. 이승만기념관 설립 논의가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송현광장에 이승만기념관을 지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큰 논란이 벌어졌다. 기념관...

    2024.03.10 20:03

  • [지금, 여기]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 1973년 미국 정신의학회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3판에서 동성애를 제외하기로 결정하였다. 동시에 성명을 통해 “동성애가 그 자체로서 판단력, 안정성, 신뢰성, 또는 직업 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하지 않으며” “동성애자에 대해 행해지는 모든 공적 및 사적 차별에 개탄한다”고 선언하였다. 그 후 1990년 세계보건기구는 국제질병·사인분류 제10판에서 역시 동성애를 정신장애 범주에서 제외하였다. 이에 따라 현재 그 어떠한 정신의학 진단 기준에서도 동성애는 질병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다른 모든 학문도 그러하지만 의학 역시 학계의 공식적 입장은 수많은 관찰, 실험, 검증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나아가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라는 것은 의학만이 아닌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제에서의 축적된 연구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때때로 이를 부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음이 밝혀졌다. 2001년 동성애자를 치료할 수 있다며 학술지에 기고를 했...

    2024.03.0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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