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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 [지금 여기]이승만기념관 설립 적절한가
    이승만기념관 설립 적절한가

    우리 사회는 2007년 대통령기록물법 제정 이후 대통령기록관과 ‘전직대통령법’에 의한 대통령기념관(혹은 도서관)이 공존하게 되었다. 기록은 가치중립적이며, 사료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 풍부할수록 각종 연구와 문화적 콘텐츠 개발에 도움이 된다. 대통령기록관은 법에 의해 엄격히 관리하며 그 비용도 전액 국가 예산이다.기념은 특정 대통령을 미화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며, 부정적 평가 사료에 대해서는 수집 및 전시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통령의 집권 기간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지역과 시민들이 있다면 ‘기념관’은 그들의 상처를 계속 노출시키는 격이 된다. 이런 이유로 ‘전직대통령법’에는 국가는 기념관 설립을 주도하지 않으며 일부 사업비용과 문서 및 도화 등 전시물을 지원할 뿐이다. 이것이 기록관과 기념관이 구별되는 점이다. 이승만기념관 설립 논의가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송현광장에 이승만기념관을 지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큰 논란이 벌어졌다. 기념관...

    2024.03.10 20:03

  • [지금, 여기]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 1973년 미국 정신의학회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3판에서 동성애를 제외하기로 결정하였다. 동시에 성명을 통해 “동성애가 그 자체로서 판단력, 안정성, 신뢰성, 또는 직업 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하지 않으며” “동성애자에 대해 행해지는 모든 공적 및 사적 차별에 개탄한다”고 선언하였다. 그 후 1990년 세계보건기구는 국제질병·사인분류 제10판에서 역시 동성애를 정신장애 범주에서 제외하였다. 이에 따라 현재 그 어떠한 정신의학 진단 기준에서도 동성애는 질병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다른 모든 학문도 그러하지만 의학 역시 학계의 공식적 입장은 수많은 관찰, 실험, 검증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나아가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라는 것은 의학만이 아닌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제에서의 축적된 연구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때때로 이를 부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음이 밝혀졌다. 2001년 동성애자를 치료할 수 있다며 학술지에 기고를 했...

    2024.03.03 22:17

  • [지금 여기] 녹음으로만 증명되는 학대도 있다
    녹음으로만 증명되는 학대도 있다

    이달 초, 용인 장애아동 학대 사건의 피고인 특수교사는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말한 부분이 유죄로 인정되었다. 피해아동의 부모가 유명인이라 더욱 지대한 사회적 관심을 받은 이 사건에서 떠오른 법적 쟁점은 ‘녹음의 증거능력’이었다. 스스로 녹음을 할 수 없는 피해자를 위해 누군가가 대신 실행한 녹음 덕분에 범죄가 세상에 밝혀진 사례는 적지 않다. 사회복지재단 가정지원센터에 근무하며 한 가정에 파견된 아이돌보미가 10개월 된 아기를 돌보며 “미쳤네, 미쳤어, 돌았나, 제정신이 아니제, 미친O 아니가 진짜”라고 말하는 것이 부모가 몰래 설치한 녹음기에 담겼다. 아이돌보미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몇년 전 대리한 사건 중에는 침조차 스스로 못 삼키는 최중증 장애아동이 특수학교 담임교사로부터 폭언을 들으며 교실 안 화장실에 갇혀 있던 건도 있었다. 부모가 아이 옷 속에 넣었던 녹음기 안에는 ...

    2024.02.25 20:08

  • [지금 여기] YTN 매각과정과 법치주의
    YTN 매각과정과 법치주의

    17세기 영국 대법원장인 에드워드 쿡 경은 영국 국왕인 제임스 1세와 논쟁을 벌이면서 “국왕이라 할지라도 신과 법 밑에 있다”는 말을 남겼다. 절대군주 권력을 자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에 의해서만 통치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쿡 경은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국왕의 권력을 견제하고 의회의 법률이 지배하도록 해야 한다는 권리청원 초안 작성을 주도했다. 이를 법치주의라고 부른다.대통령의 권력도 국회에서 제정된 법에 의해 통제되며, 이를 위반할 시 엄중한 책임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YTN 최대주주를 유진그룹으로 변경하는 것을 승인했다. 공영방송을 민영화하는 것은 정권 성격에 따라 찬반이 있을 수 있지만 매각 과정은 구성원과 시청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므로 법 절차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방통위는 합의제로 운영되는 기구다. 방통위법에 따라 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

    2024.02.18 19:53

  • [지금, 여기] 든 자리는 알아도 난 자리는 모른다
    든 자리는 알아도 난 자리는 모른다

    연말에 독일 여행을 다녀왔다. 버스, 트램(전차), 지하철, 지역 일반열차, 광역 고속열차, 비행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낯설었던 것은 어디에나 유아차가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 대중교통, 특히 버스에서 유아차를 만나는 건 진짜 드문 일이다. 한국의 대단한 저출생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이건 이상한 일이다. 1990년대 말 처음 방문한 유럽 미술관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너무 많아 놀랐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옛말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는데, 현실은 그와 반대였다. 버스, 지하철, 기차에서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안 보이고, 유아차를 탄 아기들이 안 보여도 이들의 부재(不在)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이들이 눈앞에 나타나고 나서야 비로소 예전의 부재를 깨닫게 된 셈이다. 사실 수도권의 대중교통, 특히 출퇴근 시간은 적자생존의 질서가 지배하는 세렝게티 생태계나 다름없다. 지구력, 민첩성, 유연성, 그리고 불굴의 정신력을...

    2024.02.04 20:31

  • [지금, 여기] 코로나19 시대, 기억하고 남길 것들
    코로나19 시대, 기억하고 남길 것들

    최근 독감에 걸렸다. 약을 먹고 증상은 괜찮아졌지만 타인에게 전파될 위험이 있으니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썼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이후 요새는 마스크 없이 지내왔기에 오랜만에 착용한 마스크에 낯섦을 느끼면서도 묘한 마음이 들었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것이 당연했던 게 아직도 생생한데, 고작 몇 개월 만에 낯선 기분을 느끼다니.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지난해 5월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 선포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그에 발맞춰 5월11일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선언을 하고 대부분의 방역조치를 해제했다. 그렇게 2020년 1월19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3년4개월간 이어졌던 코로나19 비상사태는 공식적으로 종료되었다. 그리고 2024년 올해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맞이하는 첫해이다.다만 정부의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선언은 바이러스가 완전히 박멸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도 주변에서 코로나19에 ...

    2024.01.28 20:12

  • [지금, 여기] 이태원 참사 ‘별은 알고 있다’
    이태원 참사 ‘별은 알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시민단체 행사에서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다큐 <별은 알고 있다> 상영회를 가졌다. 이 행사에는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60여명이 모였고, 권오연 다큐 감독과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이 참여했다. 다큐는 이태원 참사 당시 유가족들이 고인을 찾는 과정과 이후 진실규명을 위한 투쟁과정, 유가족들의 고통을 세심하게 조명하고 있었다.서울시청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던 날을 조명하는 화면을 보면서 유가족들의 심정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분향소를 설치하려는 가족들, 이를 강제 해산시키려는 경찰, 그 속에서 서로 팔짱을 끼고 경찰들의 진입을 막는 시민들. 경찰은 확성기를 통해 ‘불법 조형시설물’이라는 소리만 반복하고 있었다. 참사는 막지 못하고 분향소 설치를 방해하는 공권력을 어떻게 이해하란 말인가!다큐의 마지막은 159명의 고인들의 사진과 영상이 10분가량 소개되었다. 처음으로 보는 희생자들의 얼굴과 이름이었다. 너무 젊고, 웃고 있는 모습에 ...

    2024.01.21 20:12

  • [지금, 여기] 늘봄학교 성공하려면
    늘봄학교 성공하려면

    2023년 신입생이 없는 학교가 160개였다. 2000년도 전국 초중고교의 학생 수는 800만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528만명으로 줄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내국세의 20.79%를 전국 시도교육청 17곳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자동 배정하고 있다. 세수가 늘수록 교부금의 규모도 커지고 있으나, 학생 수가 급감하며 돈이 남아돈다. 2022년 이 교부금의 규모는 76조원이었지만 다 못 쓰고 2023년으로 넘어온 예산이 7조5000억원이다. 세금의 무려 5분의 1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육에 들이붓는 이유는 교육이 나라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2022년 5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국가교육책임제 강화 방안으로 초등전일제학교를 발표했고 그 이행을 위해 교육부는 2023년 1월 늘봄학교를 발표했다. 교사 연간 수업시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 5위 안에 드는 우리나라의 부족한 정규 수업시간을 보완하기 위한 오후돌봄뿐 아니라 아침돌봄과 틈새돌봄, 일시돌봄도 담았...

    2024.01.14 20:09

  • [지금, 여기]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

    작년 말,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사회자로 참여한 적이 있다. 기본소득당 노동안전특별위원회와 직장갑질119에서 활동하는 노무사들이 2022년에 산재 청구된 자살사례들에 대한 업무상 질병판정서를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나는 일본의 <과로 자살>을 국내에 번역 소개한 인연으로 초대받았다. 이 책이 일본에서 처음 출판된 1998년은 일본에서 자살자 수가 사상 처음 3만명을 돌파한 해였다. 한국도 외환위기를 겪으며 자살률이 치솟았던 해였다. 과로 자살은 업무 중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자살에 이르는 것을 뜻하며, 과로사의 일종이다. 2019년에 번역서를 내면서 국내 과로 자살 현황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었는데, 이번 토론회는 빠진 퍼즐 조각을 찾아 넣는 소중한 자리였다.발표 시간 배분을 잘해야 한다는 사회자의 임무에 충실하게, 자료집의 원고를 눈으로 따라가면서 발표를 듣는 동안에도, 쉴 새 없이 타이머...

    2024.01.07 20:12

  • [지금, 여기] 견리망의, 견리사의
    견리망의, 견리사의

    연말이면 강원도 동해안에 위치한 고향집에 내려와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나의 매해 일과이다. 지금이야 기차를 타고 올 수 있지만 고속철도가 놓이기 전인 2017년 12월 전까지만 해도 집에 가는 방법은 고속버스뿐이었다. 그러던 중 2017년 한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되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동서울터미널에서 장애인의 시외이동권 보장과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버스 탑승을 시도한 것에 대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었다.해당 사건을 맡게 되면서 처음으로 서울에서 강릉으로 가는 기차편을 찾아보았다. 결과는 예상을 넘었다. 고속버스로는 2시간3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강릉을 서울에서 기차로 가는 데는 약 5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나마 차편도 하루에 서너 대밖에 없어 실질적으로 이용하기는 어려웠다. 10년이 넘게 오갔던 고향은 내가 휠체어를 이용해야 했다면 쉽게 갈 수 없는 머나먼 지역이었던 것이다.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

    2023.12.3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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