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붓고 불을 켠다 네가 탄 버스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복도에서 발소리와 말소리가 뒤섞인다 옆집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까지불꽃이 일렁인다 기포가 수면 위로 솟구친다 오고 있니? 가고 있어 아직 오지 않은 너는 수화기 너머에 있다 잘 가라는 소리가 들린다 복도가 울린다 누군가 멀어진다물을 다시 붓는다 들끓던 수면이 잦아든다 모르는 사람이 좋아지기도 해 낯선 말투로 울렁이게도 하고 같은 곳에서 만났지만 서로 다른 시간에 헤어져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숨고 싶은데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서로 다른 곳에서 함께 있던 시간을 떠올리기도 하고물이 다시 끓어오른다 불꽃을 줄인다 전화기는 울리지 않는다 네가 탄 버스에서 너는 내리지 않았고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는 해변으로간다고 했다 황정현(1968~)시인은 지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곧 도착할 사람을 위해 냄비에 “물을 붓고 불을 켠”다. 아직 그 사람은 도착하지 않고, 복도...
2025.08.03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