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하여간, 어디에선가](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4/09/01/l_2024090201000008700002981.jpg)
안녕,지구인의 모습으로는 다들 마지막이야죽은 사람들은 녹거나 흐르거나 새털구름으로 떠오르겠지그렇다고 이 우주를 영영 떠나는 건 아니야생각,이라는 것도 아주 없어지진 않아무언가의 일부가 되는 건 확실해보이지 않는 조각들이 모여 ‘내’가 되었듯다음에는 버섯 지붕 밑의 붉은 기둥이 될 수도 있어죽는다는 건 다른 것들과 합쳐지는 거야새로운 형태가 되는 거야꼭 ‘인간’만 되라는 법이 어디에 있니?그러고 보니 안녕, 하는 작별은 첫 만남의 인사였네우리는 ‘그 무엇’과 왈칵 붙어버릴 테니깐난 우주의 초록빛 파장으로 번지는 게 다음 행선지야 박승민(1964~)“안녕,”이라고 시작하는 이 시는 “지구인”으로는 마지막 인사지만 전혀 슬프지 않다. 죽음의 문턱에 선 자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안부 같기도 하다. 시인에게 “죽는다”라는 단어는 “...
2024.09.01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