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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전체 기사 228
  • [숨] 정보라 작가를 응원하며
    정보라 작가를 응원하며

    정보라 작가가 연세대학교를 상대로 퇴직금 및 수당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1년 동안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시간강사로 일했다고 한다. 매 학기 9학점의 강의를 했고 6년 동안 우수 강사로 선정되어 총장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성실하게 근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나도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에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시간강사로 일했다. 매 학기 6~8학점의 강의를 했고 3년 동안 강의평점 상위 10%에게 주는 우수 강사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나도 정보라 작가처럼 무엇도 보장받지 못했다. 그후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쓰고 대학에서 나왔다.사실 퇴직금만 못 받았던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이 보장되지 않았고 대출을 받기 위해 찾아갔던 은행에서는 재직증명서를 제출할 수 없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나는 아이가 태어나고부터는 학교 인근의 맥도날드에서 물류상하차 일을 했다. 생계를 위해...

    2022.09.24 03:00

  • [숨] 내 아이와 남의 아이
    내 아이와 남의 아이

    이 세상의 많은 부모들은 ‘내 아이’와 ‘남의 아이’를 나누어 생각한다. 내 아이와 남의 아이가 나란히 어려움을 겪게 되면 내 아이 걱정이 우선이다. 내 아이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으며 아무리 엇나가더라도 무한한 사랑을 줄 수밖에 없는 존재다. 내 아이 중심의 가족제도는 어딘가에 고립된 남의 아이가 있을 가능성을 끈질기게 외면한다. 이뿐만 아니다. ‘아이’를 특정한 가족관계에 종속된 소유물로 보는 한 그 아이는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기 어렵다.오랜 옛날 서양 사람들은 요정들이 종종 요람에 잠들어 있는 예쁜 갓난아기를 훔쳐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흉한 모습을 지닌 요정의 아기를 남겨둔다는 것이다. 이렇게 뒤바뀐 아기를 일컬어 남자 아기는 샹즐랭, 여자 아기는 샹즐린이라고 불렀다. 프랑스 작가 마리 오드 뮈라이유의 동화 <요정의 아이 샹즐랭>은 태어나자마자 샹즐랭으로 지목된 한 어린이의 이야기다. 아기의 붉은 머리와 초록빛 눈동자를 불길하게 여겼던 ...

    2022.09.17 03:00

  • [숨] 태양과 바다
    태양과 바다

    ‘태양과 바다’라는 제목의 작업을 알게 된 것은 3년 전이었다. 노래하는 이들이 인공해변에 누워 가만히 있거나 가끔씩 노래하는 장면을 보여준 이 ‘오페라-퍼포먼스’는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 리투아니아관에서 공개됐다. 무대와 성악가, 서사가 있는 오페라이긴 했지만, 보통 오페라에서 기대될 법한 대대적인 클라이맥스는 없었다. 긴박하게 몰아치는 갈등도 없었다. 아무도 열창하지 않았다. 특별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루함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해변가에서 시간을 보내며 종종 노래하는 피서객이 누워 있었을 뿐이다. 이 묘한 광경에 대해 작가들은 이렇게 썼다.“해변을 상상해보세요. 타오르는 태양, 자외선 차단제, 밝은 수영복, (…) 가끔 들려오는 아이들의 비명소리와 웃음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스크림 트럭 소리, 파도 위의 음악적인 리듬.” 작업의 소개글 또한 느긋한 풍경을 자세히 묘사하는 듯했지만, 글은 이렇게 끝났다. “…그 아래엔 진이 다 빠져버린 지구의 느린 삐걱거림...

    2022.09.03 03:00

  • [숨] ‘인성 재판’에 반하여
    ‘인성 재판’에 반하여

    인성(人性): 1. 사람의 성품. 2. 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적혀있는 인성의 두 가지 뜻이다. 첫 번째 정의는 사람의 됨됨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인성 교육’ ‘인성이 좋다’ 등의 표현이 있다. 두 번째 정의는 개성을 뜻하는 것으로 ‘인성 검사’ ‘인성 개발’ 등의 표현에 사용한다. 전자가 좋고 나쁨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포함하는 규범적인 용어라면, 후자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을 가리키는 중립적인 용어이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두 가지 의미가 겹쳐서 다소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예컨대 직장에 들어갈 때 실시하는 인성 검사는 ‘조직에 들어와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을 걸러내려는 목적이 강하다. 이는 해당 조직의 질서와 문화에 적응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품성을 가진 사람인지를 보려는 것이다.돌이켜보면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계속하게 된 것은 ‘인성’ 문제 때문이었다. 대학을 졸업...

    2022.08.27 03:00

  • [숨] “그게 어때서요”라고 말하는 마음
    “그게 어때서요”라고 말하는 마음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던 때, 건강보험을 보장받기 위해 1년 남짓한 시간 맥도날드에서 물류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했다.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냉동감자 박스를 나르던 것도, 그리즈트랩의 음식물 쓰레기를 걷어내던 것도, 한겨울에 냉동창고에 들어가야 했던 것도 아니다. 나를 아는 누군가와 매장에서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내가 가르치는 대학생이 올 수도 있고 시간강사 동료들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들을 납득시킬 만한 자신이 없었다.대학원 후배가 햄버거를 먹고 있는 것을 본 일이 있다. 그때 나는 그가 갈 때까지 건자재실에 숨어 있었다. 한번은 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햄버거를 먹고 있기도 했다. 나는 다음 수업을 위해 퇴근해야 했고 그러려면 그들을 지나쳐야만 했다. 고민하던 나는 다른 크루에게 부탁해 물류를 실어나르는 작은 승강기에 웅크리고 앉았다. 몇 초 후면 나는 1층에 도착하고 그가 열림 버튼을 눌러줄 것이다. 그러나 어둠은 깊고 그 시간은 길었다. 승강기는 곧...

    2022.08.20 03:00

  • [숨] 늦은 예술이 되지 않기 위해서
    늦은 예술이 되지 않기 위해서

    노동자의 삶은 어떤 것인가 어린이에게 잘 알려주는 그림책이 한 권 있다. 영국의 그림책 작가 레이먼드 브릭스가 1973년에 발표한 그림책 <산타 할아버지>는 주인공인 산타 할아버지가 12월24일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 이렇게 외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아니, 또 크리스마스잖아!”창밖에는 하얀 눈이 쌓여 있다. 그러나 산타 할아버지는 눈이 싫다. 그는 피곤한 몸을 일으켜 출근 준비를 하면서 “겨울은 너무 싫어!”라고 투덜거린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이브의 아침은 직장인의 월요일 아침 같다. 악천후 속에서 산더미 같은 선물의 배송을 성공적으로 마쳐야만 한다. 할아버지는 12월 내내 과중한 노동으로 파김치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허허 웃기만 하는 다정한 사람인 줄 알았던 산타 할아버지에게도 과로로 인한 짜증이 있으며 어서 일을 마치고 싶다는 감정이 있다는 것을 어린이들은 이 그림책에서 배운다.크리스마스 새벽 무사히 할 일을 마친 산타 할아버지는 출근...

    2022.08.13 03:00

  • [숨] 청음 훈련
    청음 훈련

    피아노를 적당히 칠 줄 알았던 중학생 시절을 지나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 전문적인 음악 수업을 들었던 때, 무엇보다도 달라진 것은 나의 귀였다. 그건 대체로 학교에서 매주 한 시간씩 했던 시창 청음 수업 때문이었다. 오선보에 적힌 선율을 보고 노래하거나, 들려오는 음을 파악한 후 오선보로 옮겨 적는 것이 수업의 주 목적이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악보 위의 기호와 내 머릿속에 있는 그 소리를 하나하나 꿰맞춰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시창 청음 수업은 기다려지는 수업 중 하나였다. 의외의 선율을 듣고 노래하는 재미도 있었고, 훈련을 통해 감각이 예민해진다는 걸 선명히 알 수 있었다. 주로 피아노와 함께했지만, 간혹 우리는 악기로 연주하지 않은 다른 소리도 음의 개념으로 들어보려 했다. 칠판을 긁는 소리를 내거나, 목소리로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소리와 낮은 소리를 내며 음높이를 알아맞혀 보라고 하는 식이었다. 세상엔 음으로 환원할 수 없는 소리가 훨씬 더 많았지만, 이제 막 머릿속...

    2022.08.06 03:00

  • [숨] 장애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장애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주요한 방식은 범주화이다. ‘나와 그들’이라는 간단한 구분부터 ‘종속과목강문계’라는 체계적인 분류까지, 우리는 수많은 범주를 만들어 복잡한 세상을 협소한 인식 틀에 구겨 넣는다. 그리고 “세상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범주화는 많은 경우 자기중심적인 위계질서와 맞물려 작동한다. 예컨대 ‘나와 그들’이라는 범주화는 나와 다른 ‘그들’을 상정하고, 그들이 내 삶에 잠재적 위협인지를 가늠하려는 시도이다. 어떤 이는 ‘그들’을 제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다른 이는 ‘그들’의 공격을 피해 숨어든다. 동성애자, 노인, 맘충, 사배자, 이대남, 자폐 등 수많은 범주화가 날마다 끝없이 생성되며 사회의 질서와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신체적, 정신적, 혹은 물신적) ‘장애’를 가진 집단을 찍어낸다.‘장애’는 흔히 신체적 개념으로 인식되지만, 본질적으로 사회적 개념이다. H G 웰스의 단편소설 ‘눈먼 자들의 나라’를 예로 들어보자. 거주민 모두가 맹인인 고립된 마을...

    2022.07.30 03:00

  • [숨] 작가가 되고픈 청소년들에게
    작가가 되고픈 청소년들에게

    요즘 중·고등학교에서는 ‘작가와의 만남’을 많이 한다. 불과 20여년 전, 내가 고등학생일 때만 해도 작가라는 사람을 보는 건 대단히 희귀한 일이었다. 작가뿐 아니라 그 누구든 학교에 와서 교사 대신 교탁 앞에 서는 일이 별로 없었던 듯하다. 나는 한 번도 작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보지 못한 채로 글을 써서 밥을 먹고사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진로 적성이라든가, 창의적 체험 활동 수업이라든가, 도서관 행사라든가 하는 이유로 거의 모든 학교가 한 학기에 한 번 이상은 작가를 초청한다.학생들을 만나면, 적게는 30여명, 많게는 100여명 모인 그들에게 종종 묻는다.“혹시 작가가 되고 싶은 학생이 있나요?”아무도 손을 들지 않거나, 한두 명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거나 한다. 하긴, 별로 매력 있는 직업은 아닐 것이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도 그랬다. 누군가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 그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어보기로 한다.“언젠가 자기 이...

    2022.07.23 03:00

  • [숨] 어린이의 밥그릇은 어른이 챙겨야 한다
    어린이의 밥그릇은 어른이 챙겨야 한다

    초등학교 입학식에 대한 내 기억은 아이들이 꽉 찬 운동장으로 시작한다. 인파 속에서 엄마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키대로 설 자리를 정해주었다. 나는 81번이었고 1학년은 20반까지 있었다. 그때 만난 다양한 친구들이 가끔 생각난다. 주위를 둘러보면 늘 상상을 뛰어넘는 아이들이 있었다. 줄넘기를 들고 엇걸었다 풀어 뛰기를 식은 죽 먹듯 하는 아이, 전날 본 외화의 대사를 외워 성우와 똑같은 목소리로 들려주는 아이, 연필 하나로 바퀴벌레를 진짜 벌레보다 더 번들거리게 그리는 아이도 우리 반에 있었다. 싸우다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반에 한두 명쯤은 그 마음을 알아주어서 크게 서럽지 않았다. 얼마 전 충남과 경북에 있는 한 도시에 갈 일이 있었다. 충남의 도서관에서는 이용자가 거의 60대 이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청도서 중심으로 책을 입고하면 어르신 취향으로 장서가 편중된다고 했다. 재미있는 아동청소년도서를 찾아 갖추려고 노력하는데...

    2022.07.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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