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진유영은 공연 도중 제사장으로 분해 축문을 낭송하고, 항아리를 망치로 깨부수려 했다. 또 다른 공연에선 팽팽한 붉은 풍선의 표면에 날카로운 칼끝을 들이밀었다. 벨라는 작은 노트를 손에 쥐고 적힌 말들을 노려보며 그로울링하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알 수 없는 소리를 발산하던 그의 몸은 형형하게 빛났다. 위지영은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편지봉투에 행운의 편지를 담아 관객 모두에게 건넸다. 봉투엔 이곳으로부터 먼, 지금으로부터 오래전의, 지금은 그의 생사도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수신인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이들은 모두 음악가였지만 그들의 현장에선 음악 바깥으로 뻗쳐나가는 힘이 느껴지곤 했다. 그건 일종의 제의였고, 명료한 언어 체계 밖에서 발성하는 시간이었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오래된 이야기에 연루시키는 과정이었다. 음악이 어땠냐는 질문은 적절하지 않았다. 많은 음악 공연에서 시도했듯 소리의 구조를 따져보자고 덤벼드는 일도 무의미했다. 이들이 어떤 필요에 의해 그런 행...
2022.05.1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