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의 한겨울, 음악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도서 대출이나 장서 관리, 신간 악보 분류 같은 일을 하나 싶었지만 내게 주어진 일은 분류번호 스티커도 없이 뭉텅이로 놓여 있던 몇만 장의 LP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음악도서관 2층에는 먼지가 켜켜이 쌓인 악보 서가가 있었는데, 그 서가 사이엔 뜬금없이 오래된 나무 문이 하나 있었다. 조금 으스스한 기운이 풍겨 평소엔 눈길조차 주지 않던 곳이었지만 바로 그곳이 내가 일할 곳이었다. 제대로 된 이름 없이 ‘도서관 뒷방’으로 불리던 그곳은 생각보다 꽤 넓었고, 매체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에 관한 온갖 자료가 널려 있었다. 옛날에 사용하던 도서카드, 알 수 없는 이의 자필 악보, 오래된 논문집, 누군가가 증정한 도서들, 이제는 음악도서관에서 열람대상으로 제공하지 않게 된 LP와 SP 등.도서관은 각자의 지향점에 맞게 수많은 자료를 수집·분류·제공하지만, 그 체계에 미묘하게 들어맞지 않는 자료들을 곧장 제공할 수는 없다는 사실...
2021.12.25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