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동성애 정체성을 가족들에게 커밍아웃하면서 겪었던 관계 단절로 인한 명절 우울감이 이번 추석 훨씬 전부터 떠오른 것은, 올해 초 다른 계기로 내 쪽에서 원가족과의 관계 단절을 결정하여 알린 때문인가 보다. 가족중심주의를 많은 사회문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여기며 가족과의 거리 두기를 생의 과제로 삼고 살지만, 그럼에도 가족 단절은 특히 명절이면 한바탕의 우울감에 붙들리게 한다. 징그럽게 공고한 가족이데올로기가 남긴 내 속 흉터라 여겨 수긍하면서, 우울감에 푹 빠져버리지 않을 징검다리 두 개를 미리 잡아놓았다. 가족 바깥에서 추석을 지내게 되는 사람들과 즐거운 자리를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추석연휴 남성 성소수자 두 명과 함께 소위 ‘노땅 성소수자’의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함께했다. 가서 보니 한 명은 초면이었고, 다른 한 명은 전에 한번 만난 적이 있었다. 자리를 주선한 두 여성과도 나로서는 첫 만남이었다. 그럼에도 남다른 정체성이라는 공통점과 다양한 차이들...
2021.09.25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