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표정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정신이 번쩍 든다. 투명하고 맑은 얼굴이라고 할까. 가끔 사진 속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카메라 렌즈를 통과해도 내면에 간직한 심지가 흐려지지 않는 눈빛이 형형한 사람 말이다. 인화지 안쪽으로 사람을 잡아당기는 것 같은 강한 설득력을 지닌 얼굴들이 있다. 우리 옛 초상화를 볼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조선 영조 때 문신 서직수 초상은 당대의 초상화가 이명기가 얼굴을, 김홍도가 몸체를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기술이 없던 1796년의 일이다. 서직수는 자신을 그린 초상화의 오른쪽 위편에 “이름난 화가들이지만 한 조각 내 마음은 그려내지 못하였다. 안타깝다”고 쓴다. 그러나 이 그림은 내가 본 어느 이미지보다도 쟁쟁한 빛을 뿜고 있었다. 조선 후기 초상화 기법과 인물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백지혜 작가의 전시 ‘사람을 담다’에서 서직수 초상 모사본을 본 적이 있다. 작은 전시공간이라 털끝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그의 얼굴을 관...
2023.04.29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