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서양음악 또는 클래식 음악을 다루는 이들은 18~19세기에서 작곡된 서유럽의 고전들을 자주 살펴보지만 내가 찾는 쪽은 그보다 더 이전이거나 이후거나 고전이 아닌 것들이다. 말하자면 위대한 고전의 역사를 형성하는 데 그다지 기여하지 않은 음악, 누군가에게 계승되지 않은 채 반짝하고 사라졌던 장르, 이름을 남기지 않고 그저 떠돌았던 어떤 음악가들, 한 작곡가의 음악 중에서도 고전의 반열에 오른 대작이 아니라 채 1분이 되지 않는 짧은 소품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고전으로서의 서양음악 위상에서 살짝 벗어나는 음악에 가깝다. 이런 어수선한 사례들을 되돌아보며 나는 명쾌한 고전의 역사가 아닌, 훨씬 흐릿하고 유연한 음악 전통으로서의 서양음악에 대해 생각한다.그와 관련해 내가 자주 모습을 상상해보는 어떤 사람들이 있다. 유럽 땅에서 ‘작곡가’라는 직업이 널리 퍼지기 전 이야기와 노래 보따리를 들고 떠돌아다녔던 음유시인들, 그중에서도 트루바두르 또는 트루베르, 혹은 트로바토...
2023.06.17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