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철의 뉘앙스]연민의 인간, 공포의 인간](http://img.khan.co.kr/news/c/300x200/2020/04/29/l_2020043001003544800288542.jpg)
비극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연민과 공포라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오래된 진단이다(<시학> 6장).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잤는데 그걸 뒤늦게 알고 울부짖다가 제 눈을 찔러버리는 남자의 이야기, 그런 것을 그리스인들은 야외극장에서 보았고 연민과 공포를 느꼈다. 둘 중 하나를 특별히 강하게 느끼는 인간이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고대의 연극론은 인간 유형론으로 전용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연민의 인간’과 ‘공포의 인간’이 있다고 말이다.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하룻밤을 보낼 때, ‘타인’에게 닥친 비극을 동정하느라 진이 빠지는 연민의 인간과 ‘자기’에게 닥칠 비극의 가능성을 상상하며 전율하는 공포의 인간은 서로 다른 결심을 하며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연민은 “부당하게 불행을 겪는 사람”에 의해, 공포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의 불행”을 통해 느끼게 된다고 한다(<시학> 13장). 연민이 ‘부당함’의 느낌에 관계한...
2020.04.29 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