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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준의 가타부타
  • [최병준의 가타부타]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증오범죄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증오범죄

    미국은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 한데 예외가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에서 난데없이 폭행을 당해 죽거나 부상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은 코로나19 봉쇄 때보다 더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 증오범죄에 대한 공포로 외출조차 자제한다니 일상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스스로 물을 것이다. “나는 미국 시민인가, 이방인인가?” 지난 2년간 세계는 스페인 독감 이후 최악의 팬데믹으로 위기를 맞았다. 봉쇄로 일자리를 잃거나 삶의 터전이 박살난 사람도 많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실험실에서 유출됐는지 밝혀야 한다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패권 전쟁 중이다. 미사일과 포탄만 주고받지 않았을 뿐 전쟁이나 다름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도 틈만 나면 중국과의 대결에서 이기겠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적대적 언사를 말할 때, 사람들은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적을 ‘창조’한다....

    2021.06.17 20:42

  • [최병준의 가타부타] 그냥, 좋은 밥을 먹고 싶다
    그냥, 좋은 밥을 먹고 싶다

    그냥, 좋은 밥을 먹고 싶다. 코로나19로 주말에도 대부분 집에 박혀 있다. TV를 켜면 여기저기 ‘먹방’. 주제가 음식이 아닌 프로그램도 ‘맛’ 코너가 따라붙는다. 남이 먹는 게 뭐가 그리 궁금할까 하다가도, 눈길을 거두지 못할 때가 많다. 그만큼 밥은 원초적이다.“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프랑스혁명 당시 법률가였던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이 <미식예찬>에 쓴 이 말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도 인용되면서 음식에 관한 명언이 됐다. 이 말은 과학적으로 맞다. 쇤하이머라는 과학자가 중질소를 이용한 쥐 실험에서 이를 확인했다. 추적이 가능하도록 표시를 한 중질소가 들어 있는 음식을 쥐에게 먹였더니, 3분의 1은 배설물로 배출됐다. 나머지는 쥐의 몸에 분산돼 있었다. 실험 기간 중 쥐의 몸무게는 변하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손톱이나 머리카락이 자라면서 옛것을 밀어내듯이 우리가 먹...

    2021.05.14 03:00

  • [최병준의 가타부타] 패러다임의 전환기
    패러다임의 전환기

    자동차회사 중 시가총액 1위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스페이스X 우주선 등 다양한 사업을 하지만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은 50만대에 불과했다. 2위와 3위는 도요타와 폭스바겐이다. 두 회사는 해마다 각각 900만대 안팎을 판다. 판매량으로 따지면 테슬라가 두 회사의 18분의 1 수준이지만 시가총액은 9대 자동차회사를 합친 것보다 높다는 보도도 올 초에 나왔다. 테슬라의 압도적 우위는 미래를 선도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현대인들은 미래에 발 하나를 담그고 산다. 불과 30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요즘처럼 “미래, 미래” 하면서 살지 않았다. 당시엔 오늘이나 10년 후나, 50년, 100년 후의 삶이 거의 비슷했다. 좀 나아졌다 해도 크게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의 미미한 차이였다. 전쟁이나 기근이라도 맞게 되면, 한 세대 뒤의 후손들이 아버지 세대보다 더 어렵게 살 수도 있었다.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서기 원년부터 1700년 사이의 인구증...

    2021.04.09 03:00

  • [최병준의 가타부타] 탈진실 시대, 공부하는 이유
    탈진실 시대, 공부하는 이유

    책장에 오랫동안 박혀 있던 책에서 아버지의 메모를 발견했다. 아버지가 책 속에 나온 구절을 필사한 것이다. 얼추 7~8년 전쯤이었다. “요즘 읽을 만한 책 좀 없냐?” 아버지의 요청에 추천한 책이었다. 그때 아버지 나이가 여든 안팎. 아버지는 지금도 틈만 나면 컴퓨터를 익힌다.사람은 누구나 배움에 대한 욕망이 있다. 앎에 대한 욕망은 본능이다. 앎이 생존 기회를 넓혀주었기 때문이다. 성에 대한 욕망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지만, 배움에 대한 욕망은 다르다. 중년이나 노년의 나이에도 불쑥 솟구쳐 오른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젊은이들의 생각은 왜 이렇게 다를까?” 이런 생각에 사람들은 다시 공부하고 싶어 한다. 늦게 하는 공부는 먹고사는 데 필요해서가 아니라 좋은 삶을 위해서 한다. 인간은 여느 생물종과 달리 시대와 소통하는 삶,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욕망이 있다. 더구나 탈진실 시대에는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탈진실이란 진실이 없다는...

    2021.03.05 03:00

  • [최병준의 가타부타] 존엄한 죽음
    존엄한 죽음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참 외롭게 죽는다. 감염된 중환자만 외롭게 사망한 것이 아니다. 노화나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들도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 병원이 가족의 출입까지 철저하게 통제하는 바람에 임종을 못했다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부모가 떠나는 마당에 마지막 길을 보지 못했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많은 상주들이 코로나 전파 우려에 문상조차 받지 않겠다고 사양했다. 상가는 떠들썩해야 슬픔을 잊기 쉬운 법이다. 젖은 눈을 한 사람들만 모여 서로를 위로해주는 자리에서 슬픔은 더 무거울 것 같다. 코로나 방역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21일 오후 3시 현재 한국 1316명, 전 세계에선 207만4616명의 사망자가 나왔으니 죽음을 다시 곱씹어보게 된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으나 혼자 죽을 수 있다. 홀로 죽은 사람이 있다면 그건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확산에 죽음의 현장은 격리되고 있지만, 그 이전부터 삶과 죽음의 공간은 분리되고 있...

    2021.01.22 03:00

  • [최병준의 가타부타] 누가 우리의 이웃인가
    누가 우리의 이웃인가

    성탄절이 1주일 남았다. 지난 1월 국내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한 코로나19 위기는 지금 최정점에 달했다. 코로나19는 화재, 수해, 태풍 등과는 다른 재난이었다. 어려움이 닥치면 사람은 서로 돕기 위해 뭉치기 마련이지만, 코로나19 상황은 달랐다. 생면부지의 재난 앞에서 따로 흩어져서 홀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래선지 코로나19 위기는 공동체란 말을 되묻게 한다.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공동주택인 아파트에 살고, 직장이건 동호회건 각각의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 공동체는 서로 기댈 수밖에 없고,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붙들어주고 있는가? 코로나가 던진 질문이다.예수가 2000년 전 세상에 던진 질문도 바로 공동체에 관한 것이다. 누가 신의 자녀인가. 누가 너희의 형제인가, 누가 너희의 이웃인가? 공동체란 구성원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빵을 챙겨주며, 말할 권리를 주는 결사(結社)다. 예수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신의 자녀로 대했고,...

    2020.12.18 03:00

  • [최병준의 가타부타] 뉴노멀 시대의 가족
    뉴노멀 시대의 가족

    두어달 전 여행작가 이동미씨가 자신의 이름을 딴 책 <동미>를 냈다. 이 책은 독일에서 만난 남자친구와의 사랑 이야기이다. 동미씨의 남자친구는 아이가 둘 있는 독일인이다. “왜 아이가 둘 있다는 얘기까지 썼어?” 동미씨의 어머니는 책이 나오자마자 작가를 타박했다고 한다.동미씨는 기자였다. 잡지사 편집장도 했다. 서울 경리단길에서 친구와 함께 바까지 운영했다.동미씨는 남자친구를 데이팅 앱 ‘틴더’를 통해 베를린에서 만났다. “천날만날 노처녀끼리 모여서 소주나 마시면 어떻게 남자가 생기겠어?” 친구가 권유했다. 데이팅 앱 깔고 남자 한번 만나보라고. 앱을 통해 연락해온 네번째 남자가 스벤이다. 동미씨는 스벤과 사랑에 빠졌고, 지금 동거 중이다. “결혼은 언제 해?” 친구들은 동미씨에게 묻는다. “결혼이야 나중에 필요하면 하는 거고, 아니면 말고.” 스벤도 동미씨에게 물었다고 한다. “20대에 결혼해서 와이프와 17년을 살았어, 난 파트너와 산다는 게 어떤 건지 ...

    2020.11.13 03:00

  • [최병준의 가타부타] 설국열차 승객들에게 묻는 공정과 정의
    설국열차 승객들에게 묻는 공정과 정의

    현대 정의론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책은 1971년 출판된 존 롤스의 <정의론>이다. 20세기는 정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대였다.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전쟁들이 이어졌다. 1·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이 터졌고, 핵폭탄도 사용됐다. 전쟁만큼 상처를 준 대공황이 세계를 삼켰다. 혁명의 시대이기도 했다. 멕시코혁명, 신해혁명, 볼셰비키혁명, 쿠바혁명, 문화대혁명, 68혁명이 터졌다. 인간을 이렇게 취급해도 되는 것인가?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정부를 불신한 시민들은 반전운동, 생명운동, 민권운동을 벌였다. 마틴 루서 킹 목사는 흑인 인권운동만 한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기본소득 운동을 시작하다 암살당했다. “백인 전용 식당에 흑인들이 들어갈 수 있어도 돈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이런 사건이 이어진다면 누구나 ‘정의란 무엇인가’를 한 번쯤 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롤스의 정의론은 이런 시대적 상황과 무관할 수 없다...

    2020.10.09 03:00

  • [최병준의 가타부타] 코로나 우울증
    코로나 우울증

    요즘 참 우울하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해지고, 가끔 푸른 하늘이 열리는데도 미소 대신 한숨만 나온다. 코로나19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달 중순 이후 세 자릿수 이상으로 늘어나자 심리 상담 건수가 3배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지난 1월20일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8개월이 넘었다. 다들 많이 지쳤다.추석 귀향은? 벌써 귀성을 포기한 사람들도 있고, 좀 덜 북적이는 1, 2주 전에 고향에 다녀오겠다는 사람도 있다. 한 후배는 절에서 지내오던 차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방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추석은 또 한 번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상도 꼬이고 변했다. 육아, 교육, 휴가, 결혼, 장례…. 대학생들은 졸업까지 연기한다. 예전처럼 되는 게 없다. 일상도 의례도 일정을 하나하나 다시 조정하고, 맞춰야 한다. 하다못해 직장인의 점심 풍경도 변했다. 코로나19의 가장 답...

    2020.09.04 03:00

  • [최병준의 가타부타] 기상이변과 기후악당
    기상이변과 기후악당

    비가 참 많이 온다. 세차고 질기게 오는 비가 무섭다. 세상에 물을 이기는 흙은 없다. 물은 금세 흙을 풀어놓아서 장맛비 열흘이면 땅이 주저앉을 수 있고, 산도 무너질 수 있다. 땅이 곤죽처럼 흘러내려 집을 덮치고, 마을이 잠기고 휩쓸려 초토화됐다는 뉴스가 매일 보도된다. 동북아 3개국을 오가며 초토화시킨 장맛비는 기억에 없다. 태풍도 이렇지는 않았다.집 안에 틀어박혀 있어도 비가 잠시 그쳤는지 금세 안다. 매미 때문이다. 빗줄기가 그쳤다 싶으면 짝을 부르느라 악을 쓰듯이 울어댄다. 7년 동안이나 땅속에서 살다가 딱 한 달 동안 번식을 끝내고 죽는 매미에게 이렇게 긴 장마는 집단의 미래가 걸려 있는 위기다.이상기후가 맞다. 날씨가 이상하다. 기온이 조금만 올라도 수온이 달라지고, 구름이 달라지고, 강수량이 달라지고, 식물이 달라진다. 산이 달라지고 들이 변한다. 붙박이 식물들은 이미 위기를 알았다. 자신의 씨앗을 바람에 날리거나, 벌과 나비에 잔뜩 묻혀 생존 가능한 곳...

    2020.08.07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