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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의 후폭풍
멀리는 닷컴버블, 가까이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저금리 시대를 살았다.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렸고 이도 모자라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양적완화)으로 시중에 돈을 풀었다. 그래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마이너스 금리까지 출현했다. 통화량이 늘면 물가가 오른다는 경제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저금리 트렌드가 굳어지는 것처럼 보인 시기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0%를 넘나들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월 9.1%를 기록했다. 41년 만에 최고다. 유로존은 9.1%(8월), 영국은 10.1%(7월)에 달했다. 신흥국가들 중에는 물가가 수십% 오른 나라도 많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는 국가경제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 저물가가 아닌 고물가가 고민거리로 떠오른 것이다. 물가 급등의 주범은 그동안 시장에 과도하게 풀린 돈이다. 금융위기 이후 공급된 유동... -
카페 소스페소
여름이 지나고 있다. 코로나19로 닫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늘었다.유럽에서 다른 나라로 장기간 여행을 떠나는 붐이 일었던 때가 있다. 17~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귀족 자제들의 유럽 탐방이다. 요즘 말하는 수학여행의 원형일 수 있다. 유럽 여러 나라를 돌며 정치, 사회, 경제, 문화를 배웠다. 이를 그랜드 투어라고 한다. 목적지는 그리스와 이탈리아였다. 유럽문명의 발상지를 직접 보고 역사를 배우는 것이다. 독일의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도 그랜드 투어에 합류했다. 그는 여행 목적을 “육체적·도덕적 폐해를 치유하고 참된 예술에 대한 뜨거운 갈증을 진정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을 떠나 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를 누볐다. 이동수단은 마차였고 먼 거리를 떠나는 만큼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 2년 가까이 걸렸다. 그는 이탈리아 명소를 방문하며 느낀 소감과 사람들과 교유하며 나눈 대화, 고국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 일기를 묶어서 책으로 냈... -
공정 사회와 그 적들
세상을 잘못 읽으면 정책은 산으로 간다.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현실을 안이하게 보거나 곡해, 오독, 자만하고 세운 대책은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반발에 직면하는 길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금융부문 민생안정 계획’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달 정부가 대책을 냈다. 주식과 가상통화 같은 위험자산 투자로 손실을 본 청년층의 채무이자 부담을 줄여주고, 코로나19 등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 부실차주에 대해 60~90%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것이다. 저신용 청년들에게는 이자를 30~50% 깎아주고 이자율도 대폭 낮추겠다고 했다. 물론 정부도 나름 이유를 댔다.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가계부채로 경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지원대책을 마련해 위험을 줄이고 돈을 빌린 이들에게 회생 기회를 주자는 뜻이라고 했다. 이런 조치들이 궁극적으로 국가에 이득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정책을 ... -
인플레이션 대책은 있는가
인플레이션은 소리 없이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은 구매력을 갉아먹어 소득이 줄어든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가 세금을 걷어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세금(inflation tax)’이라는 말도 있다. 물가가 더 많이 오를수록 가만히 앉아서 더 가난해진다. 그런 일이 요즘 일어나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6%로 41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 8.6%)은 EU결성 이후, 영국(9.1%)은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선방한 한국(5.4%)도 오름세다. 인플레이션은 세 가지로 경로를 통해 발생한다. 하나는 늘어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때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가계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수요가 증가한다.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른다. 두번째로 제품의 생산비용이 증가하면 가격이 상승한다. 임금이 올라도 가격이 뛴다. 마지막으로 공급물량이 소진되... -
언제나 거품은 고통으로 끝난다
거품과 고통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국가 경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이 시중에 풀리면 자산가격의 거품을 불러온다. 자산가격 급등이라는 마약에 취한 투자자들은 자신이 불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거품이 터진 후에야 현실을 자각한다. 그러나 때는 너무 늦었고 그들은 감내하기 힘든 빚과 마주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반복돼 온 일이다. 1985년 일본이 미국을 넘어 세계 최고 국가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올 때다. 심각한 무역적자를 겪던 미국은 일본, 독일 등 무역흑자국을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로 불렀다. 이 자리에서 일본 엔화의 평가절상이 이뤄졌다. 평가절상은 일본 수출경쟁력의 저하를 의미한다. 일본은 경기부진을 우려해 금리를 인하했다. 오히려 독이 됐다. 저금리로 풀린 자금은 자산시장으로 몰렸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았다. 일본 도쿄 부동산을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은행은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렸다. 급기... -
단교 30년, 다시 대만보다 못한 나라가 되었다
올해 한국이 중국과 수교한 지 30년을 맞는다. 다르게 표현하면 대만과의 단교가 30년이 됐다는 말이다. 한국은 중화민국(대만)과 1949년 수교했다. 그러나 1992년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손을 잡으며 대만에 등을 돌렸다. 한국은 사전예고 없이 주한 중화민국대사관에 24시간 이내에 출국하라고 통보했다. 대만 소유였던 서울 명동 주재 대사관과 기타 자산을 압류해 중국에 양도했다. 당시 주중화민국 외교관으로 일했던 조희용 전 캐나다 대사는 최근 출간한 <대만단교회고: 중화민국 리포트>에서 “존중·배려 결여로 상처를 입혔다”고 적었다. 대만 외교관들은 귀국행 트렁크를 울분과 눈물로 채워 비행기에 올랐다고 한다. 당시 대만은 한국, 싱가포르,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다.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국가 경제를 받치고 국민들은 부지런했다. 경제력도 한국을 앞섰다. 1992년 당시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715달러로 한국(8112달러)보다 많... -
한국 주식시장, 우리의 미래일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많은 나라에서 일자리가 무너졌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미국은 정반대다. 미국은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한다. 패스트푸드점, 대형 마켓, 트럭 운전 등 서비스 분야에서 인력이 부족하다. 임금을 올려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오지 않는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급여 인상과 함께 대학등록금 지원을 내걸고 인력을 모집했다. 인력 확보 전쟁이다. 미국 언론은 이유를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 희생자를 목도하면서 ‘아등바등 살기보다는 인생을 즐기겠다’는 식으로 인생관이 바뀌었다고 한다. 코로나 지원금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업자는 실업급여에다 추가 지원금, 보육세, 세액공제, 오바마케어까지 합하면 한 해 4만달러 챙기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거론되는 것이 ‘퇴직연금(401K) 백만장자’의 무더기 탄생이다. 2021년 말 기준 퇴직연금 백만장자는 44만2000명으로 전년(33만4000명) 대비 32% 늘었다.401K는 미국에... -
선거란 다름을 인정해 가는 험난한 과정이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한 지인이 말했다. “이제 적과 아군을 확실히 나눌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과의 친분을 재산으로 알고 살았습니다. 앞으로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습니다. 생각이 맞는 사람들하고만 연락하기로 했습니다. 팔로하는 사람을 잘랐습니다.” 지난 주말 고등학교 동창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한 동창생이 대통령 선거에 나온 한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전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 자제할 것을 권한 바 있으나 재발했다. 이를 보고 다른 친구가 커뮤니티를 떠났다.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온라인 언론 사이트가 정치논쟁의 싸움터로 바뀌었다. 분노, 혐오, 질시, 증오가 쏟아진다. 곧바로 주먹다짐으로 이어지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정치 문제로 술자리에서 드잡이를 하던 시절은 차라리 낭만적이다. 온라인 뉴스 대화창은 24시간 선수들이 링에 올라 치고받는 아레나가 됐다.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공간이 생기면서... -
차라리 ‘지역균형발전은 없다’고 말하라
어느 시대건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던 적은 없다. 욕망의 크기만큼 경쟁은 치열해진다. 자신의 손에 쥔 몫이 적을 때 불만은 커진다. 불만이 쌓이면 불화가 되고 사회는 불안해진다. 불안은 공동체의 적이다. 분배의 실패는 정치의 실패다. 그래서 정치란 한정된 자원의 배분 기술이라고 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 공약은 분배의 우선순위에 관한 정치집단의 철학과 가치의 표현이다. 연초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경기도 지역공약을 냈다. 두 후보의 공약은 유사하다. 이들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의 신설, 연장을 통해 경기도 전역을 30분 생활권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두 후보 모두 현재 GTX의 A, B, C, D 노선을 연장하겠다고 했다. 신설 노선은 이 후보가 2개+알파, 윤 후보가 3개다. 크게 다를 게 없다. 서울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게 목표다. 이들은 경기도 전 지역을 실핏줄처럼 촘촘하게 연결해 하나의 공동체로... -
자영업자의 불복종
국가는 소수에서 다수의 지배체제로,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 체제로 변모해왔다. 현대 민주국가는 자의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를 확립하면서 공정성과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그렇다고 그것으로 정의로운 국가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이나 규범의 빈틈 사이로 피해가 발생한다. 피해가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면 국가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진다. 저항의 형태는 무장투쟁, 습격과 같은 폭력적인 방식도 있고 집회, 시위, 소송, 가두행진, 불복종과 같은 비폭력적인 수단도 있다. 집회나 시위, 가두행진 등은 권력행위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데 그치지만 불복종은 국가의 법을 거부하는 적극적인 행동이다. <시민의 불복종>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말했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다음은 국민이어야 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길러야 한다. 불의한 정부가 또 불의의 하수인이 되기를 요구한다면 나는 법을 어기라고 말한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