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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성 칼럼
  • [박종성 칼럼]신화가 되어가는 중산층
    신화가 되어가는 중산층

    근대 서구사회 변혁의 주인공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사이의 ‘제3계급’이었다. 16세기 이후 상업혁명, 산업혁명,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이들은 부르주아(자산계급)와 프티부르주아(소자본가·중산계급)로 분화했다. <자본론>을 쓴 카를 마르크스는 “프티부르주아는 대부분 프롤레타리아(노동자)로 흡수돼 사회는 자산계급과 노동자계급으로 양분될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모순은 양자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결국에는 프롤레타리아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프티부르주아, 즉 중산층은 프롤레타리아에 흡수되지 않고 오히려 세력을 확장했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이 되었다. 서구사회가 사회주의 혁명으로 무너지지 않은 이유로 프티부르주아를 집중적으로 육성한 사실이 꼽힌다. 중산층은 확장을 거듭했다. 19세기 프티부르주아는 중소상공업자, 자영농민, 기술자 등을 말했다. 그러나 사무원과 전문직 종사자 등으로 외연을 넓히면서 중산층은 다양한 성격의 구성원을 갖게 됐...

    2021.12.08 03:00

  • [박종성 칼럼]‘독박 간병’ 사회
    ‘독박 간병’ 사회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 지난 5월 22세의 청년이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굶겨 사망케 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청년은 극심한 생활고 속에서 홀로 아버지를 돌봤다고 한다. 그러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자 병원에서 퇴원시켰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빚 독촉과 생활고를 피할 수 없었다. 비극을 직감한 아버지는 “부를 때까지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고 자포자기한 청년은 아버지가 숨진 뒤 경찰에 신고했다. 1심에서는 존속살해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2심이 진행 중이다. 인터넷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건에 아들에 대해 살인이 아닌 유기치사로 판단해 달라는 탄원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에게 간병의 시간은 전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건너야 할 두려운 강이다. 태어나고 자랄 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듯 질병이나 노화로 스스로 거동할 수 없을 처지에 이르면 조력을 받아야 한다. 어려서는 육아·보육, 늙어서는 간병의 시간이다. 그 강을 어떻게 건너느냐에 따라 가족은 화합과 파탄을 오갈...

    2021.11.10 03:00

  • [박종성 칼럼]자영업자에게 폐업이란 것
    자영업자에게 폐업이란 것

    때로는 희망을 갖는 게 독이 되기도 한다. 미국과 베트남이 전쟁을 벌일 때의 일이다. 전황은 베트남의 승리로 기울었고 미국은 서둘러 베트남을 떠났다. 많은 미군이 포로로 남았다. 포로들은 석방 협상으로 곧 자신들이 풀려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부활절이 지나고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가 됐지만 진전은 없었다. 희망을 품었던 포로들은 더 큰 좌절에 빠졌다. 그들은 희망에 지쳐 죽어갔다. 미군 장교 제임스 스톡데일은 7년을 버티며 살아남았다. 헛된 희망을 포기하고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를 스톡데일 패러독스라고 한다. 되지도 않는 희망을 불어넣은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시작해 연장 또 연장이다. 그때마다 ‘이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이번만 버티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불어넣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규제는 강해졌다. 거리 두기 규제는 일반 직장인에게는 ‘불편...

    2021.10.13 03:00

  • [박종성 칼럼]GTX는 정의로운가
    GTX는 정의로운가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고 한다. 벚꽃은 따뜻한 남쪽 끝 마을부터 피기 시작한다. 남쪽부터 망해 올라간다는 말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지원자들이 수도권을 선호하면서다. 어디 수도권 집중 현상이 교육계뿐이겠는가.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좋은 수도권으로의 집중은 중단된 적이 없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3차 신규 공공택지 대상지인 경기 의왕·군포·안산 일대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에 의왕역을 신설한다는 게 큰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수도권에 GTX가 연결된다고 하면 예외 없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다. 올 들어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수도권 대부분은 GTX와 관련이 있다. GTX는 현재 4개 노선이 추진 중이다. A노선은 동탄~파주, B노선은 송도~마석, C노선은 수원~양주, D노선은 장기~용산 구간이다. 그러나 원안대로 된 노선은 한 곳도 없다. A노선의 북부 종점은 일산 킨텍스역이었으...

    2021.09.08 03:00

  • [박종성 칼럼]언론이 그렇게 두려운가
    언론이 그렇게 두려운가

    인권은 표현의 자유를 통해 보장되고 확장된다. 사상이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는 사회에서 인권은 거론조차 불가능하다. 인권 신장과 표현의 자유 확대는 같은 길 위에 있다. 문명사회일수록 시민은 확장된 표현의 자유를 가지게 된다. 표현의 자유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통해 구현되며, 검열은 반문명으로의 회귀다. 영국 시인 존 밀턴은 자유언론을 찬양했다. 그는 왕당파와 교회파가 피터지는 싸움을 벌이며 서로 반대파의 의견을 말살하던 시대를 살았다. 출판물에 대한 허가와 검열이 계속되던 때였다. 그는 출판물에 대한 허가검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내용의 저서 <아레오파지티카(Areopagitica)>를 발표했다. 이는 자유언론 옹호의 고전적 성서가 되었다. 그는 인간이 이성적 존재임을 믿었고 진리는 절대적이고 입증 가능하며 ‘자유롭고 공개된 경쟁’이라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저마다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하라. 그러면 진실의 ...

    2021.08.10 20:40

  • [박종성 칼럼]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은 누구에게 주어져야 하는가. 재난지원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게 맞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다. 재난지원금은 지금까지 4차례 집행됐다. 논란은 1차와 이번에 집행될 5차 지원금이다. 2~4차는 자영업자를 비롯한 피해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논란이 되지 않았다. 1차 재난지원금 대상은 당초 하위 50%였다. 그런데 70%로 바뀌더니 마지막에는 전 국민이 되었다. 피해자와 저소득층 지원금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바뀐 것이다. 시기적으로 선거를 코앞에 둔 게 크게 작용했다. 고소득자들에게 지원금의 자발적 기부를 호소했으나 순진한 발상이었다. 재난지원금 기부는 미미했다. 이번 5차 재난지원금 지급에서도 같은 논란이 반복됐다. 당정은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80%로 정했다. 그러나 소득과 자산 가운데 소득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 하위 80%는 받고 80.1%는 못 받는 것, 1인 가구와 맞벌이부부의 역차별까지 논...

    2021.07.14 03:00

  • [박종성 칼럼]코로나19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예의’
    코로나19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예의’

    가족 가운데 기저질환자가 있다. 암환자다. 시골에 산다. 완치판정을 받았지만 병원에 갈 때면 불안해한다. 그가 물었다. “코로나19 백신이 부작용이 많다고 하는데 접종해야 하는가.” 이어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자답했다. “백신을 맞지 않을까 한다. 마스크를 쓰고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1년간 지낼 생각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현상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최근 정부의 여론조사를 보면 ‘예방접종을 받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0명 가운데 6명에 그쳤다. 한 달 전 조사 때보다 더 줄었다. 전문가들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고려하면 당초 정부가 제시한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고 한다. 정부는 70%를 말하지만 85%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접종대상이 아닌 16세 미만 청소년을 제외하고 국민 대부분이 맞아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접종률이 높아야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이 높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K방역...

    2021.05.19 03:00

  • [박종성 칼럼]‘코인’으로 갈아탄 ‘영끌’
    ‘코인’으로 갈아탄 ‘영끌’

    버블의 다른 이름은 탐욕이다. 본질 가치가 없는 재화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버블은 커진다. 내 뒤에 누군가가 내 물건을 비싸게 사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에 가능하다. 많은 돈을 벌었다는 소문은 기대를 더욱 부풀린다. 내 물건을 사줄 ‘더 큰 바보’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의 순간이 지나면 가격은 폭락한다. 결국 자신이 바보였음을 인증하게 된다. 버블이 낀 시장은 도박장이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귀족이나 자산가들이 양파 뿌리같이 생긴 화초의 알뿌리에 열광했다. 이른바 튤립 버블이다. 튤립은 유럽에는 없던 꽃이었다. 오스만제국에서 들여온 튤립은 상류층의 사치스러운 취미가 되었다. 그러다 희귀하거나 변종인 튤립의 수요가 늘면서 튤립의 알뿌리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너도나도 사재기에 나섰다. 한 달 동안 몇천퍼센트나 상승하기도 했다. ‘황제’라는 튤립의 뿌리는 집 한 채 가격에 이를 정도였다. 그러다 알뿌리 가격이 높다고 깨닫는 순간이 오자 더 이...

    2021.04.21 03:00

  • [박종성 칼럼]기억의 왜곡
    기억의 왜곡

    영화 <올드 보이>에서 주인공 오대수는 15년간 사설 감옥에 갇혀 살다 풀려난다. 그는 자신이 왜 그곳에 오랫동안 감금됐는지 몰랐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매일 먹은 만두의 냄새였다. 그는 만두 냄새를 쫓아 중국집을 돌며 그를 감금했던 원수를 찾아 나선다. 그의 추적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대수는 자신이 감금됐던 이유를 알아냈다. 그가 학교에 다닐 때 퍼트린 소문 때문이었다. 치기 어린 시절에 장남 삼아 자신이 보았던 장면을 떠들고 다녔다. 남동생과 누나 간의 사랑 장면이었다. 소문으로 인해 누나는 자살했고 동생은 복수를 결심했다. 오대수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떠벌린 말이었지만 남동생에게는 파탄의 시작이었다. 오대수는 그런 말을 한 것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하나의 사건에 대한 두 개의 기억이다.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선배에게 들은 말이다. 군대에서 하도 심하게 괴롭힘을 당해 복수하고 싶던 상관이 있었다. 그를 사회에서 만나 “왜 ...

    2021.03.24 03:00

  • [박종성 칼럼]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착각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착각

    피자를 두 사람에게 공평하게 나누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누가 칼을 쥐던 완벽하게 피자를 두 쪽으로 나눌 수는 없다. 보는 사람에 따라 피자의 크기가 다르다. 남의 떡이 크게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정의론>을 쓴 철학자 존 롤스는 이런 방법을 제시했다. 칼을 쥔 사람이 피자를 자르고 어느 쪽 피자를 가질지 선택권을 상대방에게 주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정의로운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정의로운 절차’를 정해두면 결과물은 정의롭다고 했다. 그리고 이를 실행하는 여러 원칙 가운데 하나로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유산이나 재산 등 우연히 얻은 덕을 가장 받지 못한 사람(최소 수혜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사회정의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일어난 일이다. 경기 성남의 한 노숙인 무료급식소에 벤츠를 탄 모녀가 도착해 노숙인들 사이에 도시락을 받기 위해 끼어들었다. 급식소를 운영하는 신부는 “도시락이...

    2021.02.2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