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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차등보험료율 도입할 만하다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을 두고 벌써부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의무가입연령 상향, 자동조정장치 도입, 기금수익 제고 등 여러 논점이 있지만 가장 뜨거운 건 ‘연령대별 차등보험료율’이다. 결국 국회 심의에서 핵심 안건은 국민연금 모수개혁, 즉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2%’로 집약될 텐데, 보험료율 수치보다 인상 방식이 관건으로 떠오른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차등보험료율이 국민연금에서 세대 간 형평성을 도모한다고 설명하고, 민주당은 세대 간 갈라치기하는 졸속 대책이라 비판한다. 이렇게 시각이 현격하게 다르면, 사실상 여야가 동의한 보험료율 13%마저 흔들릴 수 있다. 이후 차등보험료율에 대하여 실질적인 토론이 진행되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나는 차등보험료율을 지지한다. 단, 보완이 필요하다. 일부에서 보완 가능한 일부 틈새를 마치 근본적 문제인 양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등보험료율이 외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방식인 만큼, 열린 토론을 ... -
흘러야 강이다
댐은 대체로 수력 발전과 연관되어 있어 뭔가 긍정적인 시설로 생각한다. 댐 건설을 통한 수력 발전이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부상한 적도 있다. 그런 시대는 이미 갔다. 거대한 댐뿐만 아니라 작은 댐도 여러 가지 반환경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댐 건설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가 문제이고 게다가 메탄도 다량으로 반출된다. 둘 다 ‘기후 위기’에 이바지하는 물질이다. 댐 주변에 생기는 안개 등도 생태계 교란을 일으켜 근처 지역 농사를 망치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이명박 정부가 주도한 4대강 ‘살리기’ 캠페인은 수많은 문제를 드러냈고 중간중간에 세운 일종의 미니 댐인 ‘보’는 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차단하여 녹조의 원인이 되었다. 또한 펄, 악취, 수질 오염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보 근처 물속에서는 오염수의 지표인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발견되기도 했다.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지난해에 댐 건설을 공식화하기는 했다. 그러다 올해 7월 말 갑자기 전국 1... -
우리들의 일그러진 대통령
지난 6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결정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법상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뇌물수수, 직권남용, 증거인멸 등 6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검찰총장이 최종 처분을 내리면 사건은 마무리된다. 최재영 목사가 가방을 전달한 지 2년 만이며, 김 여사가 고발된 지 9개월 만이다. 하지만 정치적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혹시나’와 ‘역시나’의 우연은 필연이 되었고, 윤석열 정부의 정당성은 또 한번 훼손되었다. 수심위는 150∼300명의 외부 전문가 위원 중 무작위로 선발된 15명으로 구성된다. ‘혹시나’하는 기대를 가능케 한 부분이다. 그러나 일부 혐의는 수사가 더 필요하다는 소수 의견이 있었지만, 결론은 위원 15인 전원의 만장일치로 내려졌다. 검찰 수사팀의 결정과 동일하다.야권의 반발은 거세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수심... -
법관의 ‘헌법적 역할’
정치가 없다는 세간의 한탄 속에 정치적 파급효과가 적지 않은 사법 결정들이 아쉬운 대로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지난번 칼럼에서 재구성해보았던 ‘방통위 사태’는 행정법원에서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자의적 인사권 행사로 초래된 방통위 2인 체제에서의 처분이 위법의 합리적 의심을 받은 결과다. ‘비정상적’ 공권력 행사가 확인됨으로써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방송장악’을 도모하려는 대통령의 무도한 구상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하급법원이 ‘일개’ 단체의 임원 선임에 대해 내린 잠정적 결정이지만 방송을 둘러싼 정치권력의 충돌 상황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헌법적 의미가 적지 않다.한편 헌재는 미래세대에게 과도하게 부당한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를 2030년까지만 정하고 그 이후 2050년까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량적 기준도 제시하지 않아 온실가... -
고종과 윤석열
조선 최악의 왕은 누구일까? 많은 사람들은 선조를 생각할 것이다. 그는 임진왜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당시의 이승만처럼, 백성들을 버리고 혼자 도주했고 이순신 징계에 바빴던 한심한 왕이다. 나는 ‘고종도 선조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근 들어 고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고, 한말이 나의 전공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고종의 긍정적인 면이 그가 서구제국주의가 동아시아를 위협하던 19세기 말에 무능해서 나라를 빼앗겼을 뿐 아니라 외세와 봉건적 모순, 자신의 실정에 저항해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을 진압하게 군대를 보내달라고 청나라에 구걸한 역사적 죄를 덮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핑계로 일본군이 한반도로 쳐들어왔으니 스스로 일본군을 끌어들인 것이다. 물론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는 고종의 무능과 잘못된 대응이 19세기 말 우리 민족이 비극으로 치달아야 했던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요즈음 동아시아는 19세기 ... -
여성에게 자유를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는 말을 남겼다. 성평등을 위한 조치에 매번 반대하고 젠더 갈등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지지층을 모아 국회 진입까지 성공한 정치인과 정당에 이 말이 적용될 수 있겠다.텔레그램 딥페이크 사건은 젠더 간의 대립이라는 관점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동의를 받지 않고 다른 사람의 얼굴 사진을 가져다 다른 사진이나 동영상에 합성하여 성착취물을 만드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리 없다. 교육을 해서 지식과 윤리의식을 심어주거나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야 그게 위법이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는 사례도 아니다. 처벌법규 구성요건의 미비점 때문에 일부 사례의 경우 지금은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 하더라도, 개인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위법행위라는 점에 대해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 일반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해칠 수 있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자기 옆에 있는 누군가가 익명성 아래... -
공직 인사와 민주주의
현대 민주주의가 직면한 도전 중 하나는 정치가 정책을 통해 사회문제를 푸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하면서 정책을 집행하는 기술관료제가 국가권력의 핵심이 되었다는 점이다. 선출된 권력에 기반한 대의기구와 전문성에 기반한 기술관료제는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오늘날 국가권력을 분점한다.기술관료제의 구성요소인 공공조직의 수장인 장관, 위원장, 공공기관장 등의 임명은 대의제와 기술관료제의 접점에서 이루어지는, 선거만큼이나 중요한 민주적 행사다. 수장을 관료제 내부 출신으로 임명하면 ‘관피아’라는 말에서 보듯이 관료제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 물론 그 내부자가 외부의 정치세력과 긴밀한 인적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민주적 통제의 약화가 아니라 과잉을 염려해야 할 수도 있다. 반면 수장을 정치인으로 임명하면 논리상으로는 관료제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 전문성이 객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데도 정치인을 임명하는 이유는 논공행상을 위해서이기도 ... -
금투세, 선동 말고 분석을 하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 상품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상장주식이나 공모주식펀드를 양도·상환·환매·해지 등으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연 5000만원을, 해외 주식이나 사모주식펀드 등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250만원을 공제하고, 공제액을 초과하는 금융투자소득에 20% 세율, 공제 후 소득이 3억원을 초과하면 25% 세율로 과세한다.금융투자소득은 손실은 제외한 순이익을 의미하며, 또 지난 5년간 손실액을 이월 공제받을 수도 있다. 금투세는 분리과세이므로, 금융투자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종합소득세 대상에선 제외된다. 따라서 시행 예정인 금투세는 근로소득세에 비해 세부담이 현저히 낮다.2022년 주식과세 수입 현황을 보면, 상장주식의 경우에 거래세 수입이 8조4000억원인 데 반해, 양도세 수입은 1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세는 이른바 ‘대주주’에게만 적용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
국가교육위원회 일파만파
지난주 SBS를 시작으로 몇몇 언론매체들은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가 수능 이원화, 고교 내신평가의 외부기관 출제, 평준화 기조 약화 등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 개혁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국교위는 즉시 공식 입장문을 내고 그 내용은 단지 ‘아이디어’ 수준일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것이 13 대 8로 다수를 점하고 있는 보수 측 위원들로부터 나온 생각이라는 점, 그리고 지금까지 국교위의 의사결정이 투명성이나 사회적 합의 등 보다는 폐쇄된 논의를 통해 전개되었고, 게다가 이번에는 단체 채팅방의 짬짜미로 ‘사전 조율’까지 시도했다는 점 등은 이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한 개인 전문위원을 해촉하는 데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당시 논의되던 ‘아이디어’들 가운데 특히, ‘고교 내신평가 외부기관 출제’라는 제안은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교육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아이디어 수준에서라도 결코 나오면 안 되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내신 평가를 외부기관에 돌린다... -
돌봄이 절실한 지금, 달라붙는 감정들
연이은 폭염에 온열질환으로 인한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수일 전 경기 부천의 한 아파트에선 폭염주의보에 에어컨 없이 지내던 91세 남성이 42도까지 체온이 오른 채 사망에 이르렀다. 병원에선 열사병과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했다. 그의 죽음에는 세 가지 요인(폭염, 코로나19, 고령)이 중첩되어 있었다. 모두 다 사회가 돌봐야 할 커다란 주제들이며, 단 하나의 요인으로도 치명적이다. 혹시 고령이었기 때문에 폭염도, 코로나19 감염도 피할 수 없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어디에서부터 위기가 시작된 것일까.해당 지역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는 8월 들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코로나 치료제가 들어왔냐’며 약국에 전화를 돌린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7월 3주차 226명이었던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8월 2주차 1357명까지 한 달 사이에 6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코로나19 치료제가 부족하고, 상급종합병원 전공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