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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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칼럼]여야 합의가 헌법 위에 있나?

    여야 합의가 헌법 위에 있나?

    ‘여야 합의’라는 유령이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여야 합의’는 한덕수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면서 국회선출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기 위해 꺼내든 논거다. 바로 이 건 때문에 한 총리는 탄핵소추됐다. 뒤이어 대통령을 대행하게 된 최상목 부총리도 마은혁 후보의 임명을 여야 합의가 확인될 때까지 유보하였다. 최 대행은 야당 추천 두 후보 가운데 명확한 근거도 없이 한 명이 여야 합의가 없다고 판별하는 기상천외한 신통력을 발휘하기도 했다.사실 여야 합의는 상생정치를 추구하는 의회민주주의의 중요한 기폭제다. 민주주의를 단순히 다수결 원칙으로만 운용하게 될 때 다수정파의 횡포를 막을 수 없으므로 소수파 존중의 절제를 발휘하는 장치가 여야 합의다.그러나 여야 합의의 선한 영향력에도 원칙적 한계가 있다. 정치적 타협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국한되는 것이다. 여야 합의가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의무이행을 해태하고 직무를 유기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더구나 여...
  • [정동칼럼]경제적 관점으로 미국 대선 바라보기(2)

    경제적 관점으로 미국 대선 바라보기(2)

    미 대선에 대한 경제적 해석을 이어가겠다.첫째, 바꿔보자는 선택이다. 성장, 고용, 주가 등 지표 호조에도, 미국 경제가 좋다고 답하는 유권자가 3분의 1에 불과했다.해리스는 보호주의 색채를 강화하고, 중산층의 생활비 부담을 대기업의 탐욕과 연결해 가격통제를 시사하는 등 포퓰리즘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바이드노믹스와 차별화하거나 새 경제비전을 세우지 못했다. 트럼프는 해리스를 사회주의자로 규정하며 재계의 두려움을 유도하고, 감세와 규제 완화의 기대감을 조장했다. 트럼프 경제공약이 극단적 내용이 많고 상호 모순됨에도, 현 상황에 불만족한 유권자들은 “일단 바꿔보자”고 선택했을 수 있다.둘째, ‘미국 없는 세계’로 가는 방향성이 분명해지고 있다. 피터 자이한은, 미국이 고립주의로 전환하는 것은 냉전이 끝난 상황에서 셰일혁명으로 에너지 자립을 얻어 국제분쟁에 개입할 명분과 실리가 없고 국내문제에 대한 대처가 급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의 ‘세계경찰’ 역할 축소로...
  • [정동칼럼]회의하고 의심하는 유권자

    회의하고 의심하는 유권자

    이 모든 사태의 시발점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한마디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심경이 복잡하다.역사에 만약이란 없다. 하지만 2013년 10월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나온 그 한마디가 아니었으면, 검사 윤석열이 전 국민에게 이름을 알리고,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이 되고, 이를 발판으로 대통령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면 혹시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와 그 이후의 악몽 같은 사태도 없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따지고 보면 그 발언은 윤석열이 어떤 검사였는지, 검찰총장 혹은 대통령이라는 더 높은 공직자가 되기에 적합한 사람인지에 관해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실제 살아온 행적을 보면 공직자가 충성해야 할 민주주의와 법치에 반하는 부분이 많다. 그 발언 하나에 다들 열광했던 일이 부끄러울 뿐이다.상황에 딱 맞아 귀에 쏙 들어오는 말 한마디, 기억에 남는 ‘짤’ 혹은 ‘밈’으로 명성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넷...
  • [정동칼럼]추경, 속도가 중요하다

    추경, 속도가 중요하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의 1.9%에서 1.6~1.7%로 하향 조정했다. 내란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을 추가 반영했기 때문이다. 소비와 투자 심리지수는 외환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악화되었으며,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예상보다 낮은 0.1%에 그쳤다. 기업들의 신규 투자는 주춤하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전반적인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쳐 수출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다.이런 경제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자영업자다. 신용카드 매출이 감소하고 대출 연체율은 급증했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연체율도 9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공실률이 증가하고 상가 임대료가 하락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상가 10곳 중 1곳이 공실이며, 집합상가 임대가격지수는 ...
  • [정동칼럼]부끄러움과 상식을 회복하자

    부끄러움과 상식을 회복하자

    2025년 첫 달이 지나간다. 새로운 계획과 희망보다는 심란한 뉴스가 가득한 새해 첫 달이었다. 국외적으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경제 및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국내적으론 지난해 12월3일 현직 대통령의 친위쿠테타 시도와 이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입과 난동 등으로 정국 불안정이 이어지고 있다. 상식보다는 음모, 이성보다는 분노가 극단적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치를 뒤흔드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음모, 분노, 탐욕, 기회주의, 불안감이 얽히고설킨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합리성과 일관성의 복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정치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현시점에서 여야 정치와 극단적 지지층의 행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내로남불’이다. 자기편에게 불리한 사법 판단이 나오면 불복과 인신공격으로 대응하고, 반대편에게 불리한 사법 판단에는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낯 뜨거운 언행이 일상화되고 있다...
  • [정동칼럼]마음으로 필사하는 사회계약

    마음으로 필사하는 사회계약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활동한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당시 서구 사회의 변화에 ‘탈신비화’라는 이름을 붙였다. 주술과 마법의 힘에 의존하고, 인간의 이해를 넘는 신비한 영역을 인정하던 시대를 지나, 무엇이든 설명하고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합리적·과학적 신념이 퍼져나가던 시대의 흐름을 포착한 말이었다. 그가 언급한 관료제는 오로지 합리성과 법에 의해 권위를 확보하는, 신비함이 벗겨진 의사결정 기계다. 베버는 어디까지 옳았는가.훌륭한 합리성에서는 모종의 신비함이 느껴진다는 역설은 차치하고라도, 신비에 대한 감각은 현대에도 사라지지 않고 합리성만으로 확보할 수 없는 정당성을 국가 제도에 부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법원이다. 법원은 여전히 법복을 입고 있는 법관이라는 세속적 성직자들이 폭력을 독점한 국가의 권위에 힘입어 사회의 현존 질서를 지탱하는 법률의 의미를 새겨주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삼권분립하에서 민주공화국의 최후의 보루, 기본권의 마지막 수호자 같은...
  • [정동칼럼]군사쿠데타 체제부터 넘어서야

    군사쿠데타 체제부터 넘어서야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12·3 내란과 1·19 폭동이 그랬다. 경찰이 국회를 봉쇄하고 군대가 국회에 난입했던 내란도 아찔했지만, 법원에서의 폭동은 끔찍했다. 폭도들은 난폭했다. 윤석열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겠다며 곳곳을 뒤졌고 또 망가뜨렸다. 극우 유튜버의 선동 때문이라지만 이해하기 힘들었다. 자기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내란을 일으키거나 법원에서 난동을 부리면 꽤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도 몰랐을까.내란 이후,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자기 안위를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을 해쳐도 좋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윤석열이 문제의 핵심인데, 엉뚱하게 87년 체제를 들먹이며 목소리를 높인다. 개헌이 만사형통은 아니다.제6공화국 헌법은 완벽하지 않다. 허점도, 시대에 맞지 않는 대목도 꽤 있다. 그렇지만 내란이 현행 헌법 때문...
  • [정동칼럼]확증편향적 신념에 대하여

    확증편향적 신념에 대하여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사회체계이론>에서 근대사회가 여러 하위 체계들을 병렬적으로 진화시켜 온 과정을 설명한다. 그는 근대사회의 각 하위체계들인 법체계, 정치체계, 경제체계, 학문체계 등이 각각 자신만의 고유한 매체, 코드, 기능 등을 발전시켜 왔다고 본다. 예컨대 법체계와 정치체계는 두 가지 전혀 다른 세계이며, 각자 서로 다른 코드를 통해 스스로를 타 체계와 구분해왔다. 법체계가 ‘합법인가 불법인가’라는 코드로 자신을 특화해왔다면 정치체계는 ‘통치하는가 통치받는가’라는 코드로 스스로를 인지한다. 요컨대 합법성과 통치성의 개념은 서로 기원이 다를뿐더러 섞이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근대사회 원칙과 같은 것이다.반면, 최근 12·3 불법계엄 이후 등장한 일련의 사태는 합법성과 통치성의 대립 혹은 법체계와 정치체계 사이의 갈등 구도를 보여준다. 헌재 심판에서 윤석열의 변호인단은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이에 대해)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는 심판할...
  • [정동칼럼]거센 불길 속 지향해야 할 수평선

    거센 불길 속 지향해야 할 수평선

    새해, 어떤 불길이 진짜이고, 어떤 불길이 가상인지 혼란스럽다. 1월6일부터 새빨간 불길로 뒤덮인 캘리포니아의 처참한 모습은 마치 한편의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지 의심마저 들게 만든다. 한편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2번째 취임식을 앞두고 성대한 불꽃놀이 행사가 그의 버지니아주 골프클럽에서 진행됐다. 하늘을 수놓은 불꽃들을 바라보는 트럼프 부부의 모습은 4년 전인 2021년 1월7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을 난입하며 폭력시위를 자행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진정 가상보다 더 비현실적인 날들이다. 한국 안에서 바라본 바깥세상은 온통 아마겟돈과 같다. 연이은 대형 자연재해, 세계 3차대전의 불안감을 퍼트리는 잇따른 전쟁소식들. 하지만 바깥세상에서 본 한국 안의 모습 또한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독재와 군사정권의 계엄을 소재로 한 한강의 소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지 채 두 달도 안 돼 계엄이 선포되지 않았던가! K팝과 K드라...
  • [정동칼럼]윤석열, 내란 선동을 멈추라

    윤석열, 내란 선동을 멈추라

    윤석열은 비루하다. 말과 행동이 너절하고 지저분하다. 그는 비상계엄이 자기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게 되자 온갖 거짓말, 궤변, 책임 전가, 말 바꾸기, 공갈 협박을 일삼으며 추태를 보였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가 정치에 경고하려는 것이었다는 설명이나 두 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는 변명은 아재 개그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습다 못해 서글픈 발언이었다.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버스로 길을 가로막고, 철조망을 두르고 몇날 며칠을 기약 없이 버티려고 했던 건 못난 짓의 끝판이었다.그뿐 아니다. 윤석열은 궁지에 몰리자 지지자들을 노골적으로 선동하고 있다. 대통령 관저에서 그렇게 했고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받으러 나서면서도 또 그랬다. 위헌, 위법 비상계엄으로 내란을 획책한 것에 그치지 않고 내란 선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가 내란 우두머리로 구속된 후 그의 지지자들이 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하여 유리창을 부수고 경찰 방패를 빼앗아 폭행도 했으며 법원의 담을 넘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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