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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칼럼]초객체의 시대, 전쟁과 안보의 문법
    초객체의 시대, 전쟁과 안보의 문법

    2025년 2월 말 미국이 이란 핵시설과 예멘 후티 거점에 가한 일련의 타격은 공식 선전포고도, 의회 결의도 없이 진행됐다. AI 표적지정 알고리즘과 드론 군집이 작전의 중추를 담당했다. 위성과 무인 드론, AI가 결합한 원거리 정밀 타격은 탐색, 표적 식별, 공격을 단 몇분으로 단축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스타링크 위성망·상업 드론·오픈소스 정보가 결합된 어셈블리지가 러시아의 기갑부대를 조각냈다. 알고리즘과 패턴 인식 모델, 인간은 ‘결정 루프’ 안에 있지만, 책임의 주체는 어셈블리지 전체에 분산되어 사라진다. 알고리즘 시대의 전쟁 문법이다.이런 풍경을 30여년 전 마누엘 드란다는 <지능기계 시대의 전쟁>에서 예언한 바 있다. 그는 전쟁이 인간 의지의 산물이 아니라, 이질적 요소들이 결합해 예측 불가능한 창발을 낳는 과정이라고 본다. 화약혁명, 철도·전신, 사이버네틱스로 이어지는 세 가지 기술·역사적 국면을 관통하는 핵심은 ‘인간·기계 결정 루프...

    6시간 전

  • [정동칼럼]아동 형사처벌 확대, 나아갈 방향인가
    아동 형사처벌 확대, 나아갈 방향인가

    뭣이 중헌디.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을 가리켜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가 만든 영화 같다는 평을 보고 쓴웃음을 흘렸다. 과연 그렇다. 작고 무해하던 아기가 어느 순간 이해도 감당도 어려운 존재로 변해버린 경험을 부모라면 크든 작든 가질 것이다. 내 앞에 놓였던 아동학대 사건들 중 절반 이상은 자녀의 일탈 앞에서 좌절하고 분노하다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지 못한 부모의 이야기였다. “판사님. 우리 애가요, 학교를 안 가요. 툭하면 가출하고 말도 안 들어요. 저는 처벌받든 상담받든 뭐든 다 할 테니까요, 우리 애 좀 어떻게 해주세요.” 이런 말을 들으면 막막해진다. 물론 아동학대 혐의로 내 앞에 선 부모의 말만 믿고 아이를 탓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기록 속 아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적절한 지원이 없다면 아이도, 부모도 무너질 것이라는 점이 선명히 보였다.아이의 입장을 들여다보면 막막함은 더 깊어진다.‘요즘 아이들’은 더 잔혹해졌다고 말하지만, 사...

    2026.04.12 19:53

  • [정동칼럼]미국의 패권이 불러온 도덕적 파산
    미국의 패권이 불러온 도덕적 파산

    역사는 결코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되지 않지만, 인간의 오만과 권력의 과시욕이 빚어내는 파멸의 궤적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과 2026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전쟁은 23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제국의 황혼’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완성해가고 있다. 2003년이 ‘네오콘’이라 불리는 미 보수 정파의 지적 파산을 알린 서막이었다면, 2026년은 미국이 지탱해온 국제적 정당성과 도덕적 권위가 완전히 소멸한 종말의 현장이다.2003년 이라크에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은 20조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과 5000여명의 미군 전사자, 그리고 수십만명의 민간인 희생을 남겼다. 그것은 세계에 대한 미국의 ‘약속의 파산’이었다. 2026년 이란 전쟁은 다시 그 문턱에 서 있다. 6주간의 교전 후 도출된 ‘일시적 휴전’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상처만을 남겼다. 이제부터 펼쳐질 장기 소모전의 늪, 에너지 공급망의 처참한 교란, 그...

    2026.04.09 20:05

  • [정동칼럼]한국의 실력과 운
    한국의 실력과 운

    실력만으로 성공하기는 어렵고, 운만으로 오래 버틸 수도 없다.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려면 지나온 경로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마이클 샌델은 노력과 재능 역시 시대적 상황과 맞아야 비로소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에 주목한다. ‘시대적 운’에 대한 자각은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미래를 냉정하게 개척해 나가는 출발점이 된다.한국의 경제발전은 경이롭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지만, 오늘날에는 제조업·기술 강국이자 문화 선도국으로 성장했다. 경제개발과 민주화를 함께 이룬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한·중·일의 경제발전 과정을 보면 토지개혁, 인적자본 투자, 세계시장 편입, 정부 주도 산업정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은 미국 주도의 전후 세계질서라는 경제 환경 속에서 가능했다. 중국 역시 미국이 주도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체제의 수혜국이다. 한국은 미국의 안보우산과 규칙 중심 질서 속에서 수출 주도형 성장전략을 추진...

    2026.04.08 20:00

  • [정동칼럼]최고의 레스토랑이 남긴 질문
    최고의 레스토랑이 남긴 질문

    파인 다이닝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확산되며 레스토랑이나 셰프가 추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식재료의 풍미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창의적 요리, 그림 같은 플레이팅,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섬세한 기술과 장인정신은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덴마크 코펜하겐의 레스토랑 ‘노마’ 그리고 이를 이끈 셰프 레네 레제피는 그 정점에 오른 상징적 존재였다. 미쉐린 3스타를 획득했고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다섯 번이나 1위에 올랐다. 덴마크는 미식의 변방이었지만, 지역에서 조달한 농산물, 채집과 발효를 기반으로 그들이 선보인 ‘뉴 노르딕 요리’는 파인 다이닝의 흐름을 바꾸었다.하지만 그 몰락 역시 극적이었다. 노마의 전직 발효연구소장이 2월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마의 주방에서 벌어졌던 폭력을 공론화했다. 이를 계기로 뉴욕타임스는 전직 직원 35명을 인터뷰해 오랜 기간 노마의 주방을 지배했던 신체적 폭력과 심리적 학대의 문화를 지난 3월7일 보도했다.당시 노마는 미국 LA에서 ...

    2026.04.06 20:04

  • [정동칼럼]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원한다면

    5세기, 멸망 직전의 서로마제국 관료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을 남겼다. 쇠락하던 제국의 군사적 역량 회복에 초점을 둔 이 호소는 오늘날 군비 증강 논리로 주로 인용된다. 2024년 전 세계 군비 지출은 2조7180억달러를 기록했고, 1억2320만명, 즉 인류의 70명 중 1명이 전쟁과 폭력으로 고향을 떠났다. 이쯤 되면 인간이 원하는 것이 평화인지 전쟁인지 아리송하다. 하긴, 우리는 단테가 <신곡> 지옥편에서 폭력의 죄를 범한 이들을 벌하는 ‘피의 강’에 대사 하나 없이 등장시킨 알렉산더 같은 파괴적 군주에게 ‘대왕’의 칭호를 붙여주는 문명에서 살고 있다.평화는 늘 위태로웠다. 2500년 전 전국시대의 사상가 묵자는 현행 대한민국 헌법 제5조처럼 침략 전쟁을 부인하는 비공(非攻)을 설파하고 침략당하는 나라에 방어 기술을 제공했다. 하지만 현대적 방어 기술이라 할 비대칭 전력 증강은 군비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안보의 역설’을 야기하고 있...

    2026.04.05 19:53

  • [정동칼럼]사법통치를 넘어 사법개혁으로
    사법통치를 넘어 사법개혁으로

    ‘정치의 사법화’의 대표적 연구자인 허슐은 정치적 난제들이 사법부에 의해 결정되는 현상의 전 세계적 유행을 지적한다. 분점정부 출현으로 인한 정치적 교착상태의 반복, 정치기관의 무능과 책임 회피, 사법권한의 확대 등이 그가 꼽은 현상의 원인이다. 특히 현상의 부정적 결과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는 조어인 ‘사법통치(Juristocracy)’는 그의 논의의 핵심이다. 현상의 잘못된 종착역에는 민중(Demo)이 아닌 법조인(Jurist)과 법원에 의한 통치, 그리고 사법의 정치화가 있다는 것이다.‘법을 지배’할 수 있는 법전문가들의 통치는 ‘법의 지배(rule of law)’의 모습이 아니며 법조 카르텔의 이익 구현에 불과하기에 민주주의에 위협적이다. 사법부로 대표되는 법조 엘리트들은 민중이 그들에게 부여한, 법적 분쟁을 매듭짓는 권한을 남용해 법조 지배체제를 다지고 헤게모니의 영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반적인 헌정체제에서 법관의 신분과 업무의 독립성이 보장되기에 이 작업은 비밀스...

    2026.04.02 20:04

  • [정동칼럼]지구는 누구의 것인가
    지구는 누구의 것인가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락하는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전쟁 불사를 외치고 있다. 동시에 그의 측근들이 이러한 전쟁 관련 정보를 활용해 불법 내부자 거래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고,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이를 ‘반역’이라고 표현했다. 어찌 보나 이 전쟁은 전통적인 국가 간 전쟁의 관점에서 보자면 명분도 실리도 불분명한 이상한 전쟁이다. 우리만 죽을 맛이다.트럼프가 보여준 ‘힘의 논리’, 즉 자국 우선주의, 관세 압박, 자원과 영토에 대한 야심, 그리고 동맹보다 거래를 앞세우는 전략 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 수호자를 자청하던 미국의 모습과 사뭇 달라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미국이 주도했던 지역 분쟁들 안에는 이미 이런 패권주의의 순치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물론 오늘날 어느 나라도 스스로를 ‘제국’이라 부르지 않으며, 노골적으로 식민지 건설을 선언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강대국들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자원과 시장을 둘러싼 경쟁...

    2026.04.01 20:01

  • [정동칼럼]공공지능이 BTS의 노래였다면
    공공지능이 BTS의 노래였다면

    최근 국내에서 비교적 조용히 지나간 뉴스가 있다. 지난 3월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세계보건기구(WHO)·국제노동기구(ILO)·유엔개발계획(UNDP) 등 유엔 산하 6개 기구와 ‘글로벌 AI 허브’ 유치를 위한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는 소식이다. 이 프로젝트의 간사이자 설계자인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찍이 알파고의 등장에서 인류 구원의 가능성을 읽었던 인물이다. 의사가 없는 오지에서 AI 의사가 진료를 대신할 수 있다면 수억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구상, 즉 ‘공공지능’을 향한 그의 오랜 설계가 국가적 정책으로 가시화된 순간이었다. 협약 자리에서 김 총리는 개발도상국과 취약계층을 글로벌 AI 협력을 통해 돕겠다는 한국의 의지를 밝혔고, 각 기구 수장들도 이 구상에 지지를 표명했다.흥미로운 점은 이 거대한 설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과소 해석’이다. 해외 일부 언론이 이 협약을 ‘AI for All’이라는 비전 아래 기술 윤리와 저·중소득 국가와의 혜택...

    2026.03.30 20:06

  • [정동칼럼]봄은 왔는데 아직 봄이 아니네
    봄은 왔는데 아직 봄이 아니네

    지난 주말 따사로운 햇볕에 봄기운이 완연했지만 짙은 미세먼지 탓에 봄의 정취를 만끽하긴 어려웠다.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는데 아직 봄이 아닌 것 같다.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보다 우리를 더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포연이 짙게 깔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작금의 국제 정세다.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전면전의 문턱을 넘나들며 격화되고 있고 전 세계 경제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유가는 치솟고, 나프타, 비료 등 원자재 수급난은 산업의 근간을 흔들며, 불확실성에 짓눌린 증시는 맥을 못 추고 있다.이런 가운데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들로부터의 통행료를 징수하는 법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란 타스님뉴스는 이란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선박당 200만달러(약 30억원)의 통행료를 부과하면 연간 1000억달러(약 150조원) 이상의 수입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미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일부 상선에 통행료를 부과하기 시작했...

    2026.03.2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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