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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칼럼]전략적 불안정 시대, 다시 쓰는 비핵화
    전략적 불안정 시대, 다시 쓰는 비핵화

    미·러 간의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이 공식 만료됐다. 2011년 발효 이래 양국의 실전 배치 핵탄두와 운반체를 제한하며 상호 위협을 관리해온, 지구상 마지막 핵 안전핀이 제거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조약의 소멸을 넘어, 상호 취약성을 인정하고 협력으로 공멸을 막던 ‘핵 군비통제 레짐’의 종언이자, 치명적이고 강박적인 ‘전략적 불안정성’의 심연으로 세계가 함몰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뉴스타트의 부재 속에 전개되는 핵무기의 양적 증강과 현대화, 초정밀 타격 수단의 경쟁적 개발·배치는 ‘위기 안정성’과 ‘군비경쟁 안정성’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초기에 사용하지 않으면 적의 선제타격에 의해 나의 보복 능력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사용 아니면 소멸(Use-it-or-lose-it)’의 공포가 지배하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이는 마치 먼저 쏘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서부극의 결투처럼, 강박적 선제공격의 유혹이 넘실대는 위험한 수렁이다.최근 공개된 미국의 ...

    12시간 전

  • [정동칼럼]사법농단 재판에서 기억해야 할 것
    사법농단 재판에서 기억해야 할 것

    소위 ‘사법농단’ 판결문을 읽으면 눈물이 난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사법부가 알량한 재판 권한과 사법행정 권한을 손에 쥐고 조직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한 재판 당사자와 판사를 어떻게 대했는지 차분히 읽다 보면 마음 깊은 곳에서 받쳐 오른다.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2심 재판에서 일부 재판개입 혐의에 대하여 유죄가 선고되었다. 1심 재판부는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에 개입했으므로 무죄’라는 논리를 취했는데,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사법행정의 탈을 쓰고 재판에 개입한 행위는 유죄’라고 반박한 것으로서 유의미하다. ‘월권이므로 남용이 아니어서 직권남용죄 무죄’의 논리에 의하면 재판에 개입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 부조리를 1심 재판부는 입법 미비로 보았고 2심 재판부는 법 해석으로 해결한 셈이다.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물론 사법농단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든 무죄가 선고되든 그것은 결정적...

    2026.02.08 20:08

  • [정동칼럼]망가진 인권위, 무너진 독립성
    망가진 인권위, 무너진 독립성

    올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노동인권 문제를 중점적으로 살필 모양이다. 연초에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돌봄 노동자와 새벽배송 노동자의 인권 문제, 그리고 인공지능(AI)이 노동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업무계획에 포함하기로 논의했다고 한다. 노동에 대한 논의에서조차 사각지대에 위치한 소외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환경 변화의 맥락에서 노동인권을 심도 있게 고찰하겠다는 계획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다만 걱정은 지금의 인권위가 노동인권을 포함해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다양하고 절실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들을 보듬을 수 있을 정도로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이다.최근 몇년간 인권위에 대한 언론 보도는 위원장의 퇴행적 인권 인식과 인권침해적 언행, 그리고 몇몇 위원의 편향적이고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배되었다. 기관 내부의 상황은 파행적 운영으로 점철되었으며 사회적 위상과 신뢰는 처참하게 훼손된 실정이다.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에서 부의장국까지 지낸 대한민국 인권위는 이제 등급 ...

    2026.02.05 20:12

  • [정동칼럼]‘국가창업시대’와 저무는 학력사회
    ‘국가창업시대’와 저무는 학력사회

    지난주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창업시대”를 선언하며, 전통적인 방식의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고 이제는 고용 중심에서 창업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또 하나의 진부한 창업지원정책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것은 앞으로 전문직과 생산직을 막론하고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잡아먹는 ‘AI 기본사회’에 대한 적극적 대비책으로 읽혀야 한다. 창업이 그 위험성으로 인해 여전히 기피 대상이 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전히 일자리 창출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이를 위해서는 AI 기본사회에 대한 구상이 발빠르게 준비되어야 한다. 이것은 기술 혁신과 노동시장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오늘날 시급히 요청되는 과제이다. 특히 AI 관련 산업 육성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인간이 AI 및 빅테크 기업군에 의해 희생되지 않고 보호될 수 있는 사회제도를 선제적이고 전격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테크놀로지에 의해 노동시장 재편이 일어나는 것은 문명사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

    2026.02.04 19:48

  • [정동칼럼]국가의 범죄에 대한 판단
    국가의 범죄에 대한 판단

    법치주의 국가의 기초를 구성하는 원칙 중 하나는 사적 제재의 금지와 국가의 형벌권 독점이다. 그런데 국가 자체가 범죄를 하는 경우, 범죄자들이 국가 권력을 장악해 국가 조직을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막강한 공권력을 보유한 국가의 범죄는 사인의 범죄와 국면이 다르다. 사인의 범죄로 피해자의 삶에 지울 수 없는 상흔이 남는 경우도 있고 전보다 사회가 덜 안전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개인이 살면서 심각한 범죄 피해를 당할 확률보다는 그러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범죄 문제에서 피해자 탓을 하면 안 되지만, 예컨대 소매치기 같은 잡범의 경우 개인이 주의를 기울이면 회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국가가 국민을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는 다르다. 개인이 어떻게 해도 빠져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기억하기도 싫지만 2024년 12월3일 밤에 선포되었던 계엄 포고령 제1호를 다시 살펴보자. 국민이 선출한 대표인 국회의 활동을 금지하는 조치 앞에서...

    2026.02.02 19:49

  • [정동칼럼]등대를 켜는 용기
    등대를 켜는 용기

    인류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공직자는 아마도 2000년 전 로마 속주였던 유대의 총독 본디오 빌라도일 것이다. 예수를 참소했던 건 당시 유대 지도자들이지만,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재판을 굽게 한 빌라도의 책임은 그가 대야의 물에 손을 씻어도 씻어지지 않았다.법원이 내란으로 규정한 12·3 비상계엄 선포 상황에서 당시 고위 공직자들의 행동이 줄줄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 뜨거운 법감정이 아니라 피고인의 동기와 행동에 대한 재구성과 증거, 복잡한 법리들이 적용되는 재판에는 이런 불행한 순간에 적극 가담한 행동과 소극적으로 추종한 행동,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날지 섣불리 예상하기 어려운 여러 모호함들이 깔려 있다. 앞으로의 판결들도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미국의 법학자 워드 판즈워스는 <법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책에서 법적 사고를 사후적 관점과 사전적 관점으로 구분한다. 전자가 “이미 일어난 불행이나 사건을 되짚어보고...

    2026.02.01 19:48

  • [정동칼럼]상상력 사라진 정치, 주류 시대의 종말
    상상력 사라진 정치, 주류 시대의 종말

    내란수괴 윤석열이 사형을 받느냐 징역형을 선고받느냐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훨씬 더 본질적이다. 왜 한 나라의 대통령이 21세기에 위로부터의 내란이라는 극단적 선택에까지 이르렀는가. 개인의 일탈인지, 아니면 정치 엘리트 구조가 빚어낸 필연인지를 묻지 않는다면 어떤 처벌도 공허해진다.아이러니는 분명하다. 피고인 윤석열은 46년 전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모의재판에서 쿠데타 세력에게 사형을 구형한 당사자다. 그리고 30여년 전 전두환 전 대통령 역시 사형을 구형받았다. 역사는 반복되었지만, 반복의 방식은 더욱 초라해졌다. 권력의 종착지가 사법적 심판이라는 점은 같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상상력의 빈곤은 과거보다 더 심각하다. 과거의 쿠데타가 권력만을 탐한 외부로부터의 군사반란이라면 윤석열의 내란은 친위쿠데타에 해당해 국민을 배신했다는 점까지 가중 처벌되는 것이 마땅하다.불법계엄은 한국의 주류 엘리트들이 보여준 부정적 상상력의 극치였다. 동시...

    2026.01.29 19:58

  • [정동칼럼]기출문제를 풀어야 할 이유
    기출문제를 풀어야 할 이유

    한국지엠 세종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작년 7월 노동조합을 세웠다. 158만원에서 멈춘 기본급, 강제로 요구되는 잔업, 연차휴가 사용 제한과 같은 부당한 처우를 바꿔보려고 했다. 노동조합은 자신들을 직접 고용한 업체와 단체교섭을 했다. 하지만 “원청의 허락”이 없어 교섭은 진전되지 않았고 노동조합은 파업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한국지엠이 “진짜 사장”을 자처하며 물류센터를 찾아왔다. 노조법 개정의 성과인가?한국지엠은 파업을 하지 말라며 다른 지역 조립공장에 정규직 채용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일하던 직장에서, 하던 일을, 다만 기본적 권리는 누리면서 하고 싶어 만들었던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은 정규직 전환에 관해 직접 교섭하자고 했다. 한국지엠은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서 일하는 어떤 정규직이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사장이 일방적으로 정하느냐 노동자가 대등하게 협상하느냐. 이 차이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자본이다.‘진짜 사장’ 한국지엠은 책임을 자처한 ...

    2026.01.28 19:56

  • [정동칼럼]강추위보다 살을 에는 ICE
    강추위보다 살을 에는 ICE

    연일 살을 에는 추위가 에워싼다. 그러나 지난 1월24일 보도된 미국발 ‘ICE’(미국 이민세관단속국)에 의한 또 다른 시민 사망 소식은 마음마저 베이게 한다. 1월7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르네 굿이 연방 이민단속 과정 중 사망한 지 보름 만에 그곳에서 또다시 참혹한 죽음이 발생한 것이다. 사망 소식을 접하는 즉시 내 기억 속 한 외침이 떠올랐다. “ICE는 꺼져라!” 작년 11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인류학회의 시작을 알린 제이슨 드 레온(UCLA 인류학 교수)의 일갈이었다. 놀라운 것은 거친 말 자체보다 곧바로 터져 나온 환호였다. 수백명의 인류학자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그 환호는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강제이주와 추방정치가 일상의 윤리를 어떻게 파괴해왔는지에 대한 집단적 체감의 표출이었다. 그 외침은 ICE의 총성에 시민들이 쓰러지기 전부터 이미 예견된 비극에 대한 응답이었던 셈이다.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인류학회의 풍...

    2026.01.26 19:53

  • [정동칼럼]3차 상법개정이 필요한 이유
    3차 상법개정이 필요한 이유

    코스피지수가 장중 5000선을 돌파한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오찬을 갖고 3차 상법개정의 조속한 추진에 뜻을 모았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3차 상법개정안’은 자기주식의 법적 성격을 “자산”이 아닌 “자본”으로 명확히 하는 한편 자사주 취득 후 원칙적으로 1년 내 소각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사주를 대주주와 경영진의 필요에 따라 활용해온 상장사의 관행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회사가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면 회계상으로는 자산이 아닌 ‘자본의 차감항목’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자사주를 ‘미발행 주식’과 유사하게 취급한다. 시가총액에도 포함되지 않고 주당순이익 등 각종 지표를 계산할 때도 분모가 되는 유통주식수에서 제외하기에 자사주는 취득과 동시에 소각되어 주주들에게 환원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우리 상법은 이러한 자사주의 실질을 명확히 규정...

    2026.01.2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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