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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칼럼]한덕수, 최상목 같은 사람들
    한덕수, 최상목 같은 사람들

    초등학교 자녀와 함께 부모가 퀴즈를 푸는 예능 프로그램을 봤다. 문제가 쉽지 않았다. 국민의 5대 의무가 뭐냐는 질문이 그랬다. 4대 의무까지는 알겠지만, 5대 의무도 있었나 싶었다. 국방, 납세, 교육, 근로에다 ‘환경보전’까지 보태서 5대 의무라는 거다. 근거가 있을까?답은 헌법 제35조 1항에 있었다.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이다. 환경보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받아들이긴 힘들었다. ‘노력’이 의무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국가가 앞장서야 할 환경보전을 마치 국민만의 의무인 것처럼 강조하는 것도 이상했다. 게다가 헌법은 환경보전 노력 이전에 모든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는 제쳐두고 의무만 강조, 아니 강요하고 있는 거다.국가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헌법 제10조를 비롯해 우리 헌법이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2025.04.17 20:14

  • [정동칼럼]부끄럽다, 이주노동자 ‘인신매매’
    부끄럽다, 이주노동자 ‘인신매매’

    4월이 왔다. 매년 4월16일에는 반드시 안산에 간다. 포항에 살게 되면서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세월호 관련 활동에 내가 원하는 만큼 자주 참여하지 못하게 된 점이 아쉽고 죄송하다.대신 나는 다른 여러 가지 사안들을 접하게 된다. 최근에는 중앙아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문제와 관련하여 통역을 했다. 활동가님이 전화로 나에게 의뢰하면 나도 전화로 피해자분의 이야기를 듣고 상황을 활동가님에게 전달하는 간단한 일이었다. 피해자 M씨와는 러시아어로 통화를 했다. 대략 3개월 기간 동안 사업장 두 곳에서 일을 했고 두 군데 모두에서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사업장은 이주노동자 본인이 아니라 브로커에게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지급한다. 그러면 브로커가 자기 수수료를 제하고 이주노동자에게 나머지 돈을 지급해야 하는데, 그냥 훔쳐먹은 것이다.M씨는 자신이 일한 사업장, 일한 날짜, 약속된 일당의 액수를 다 적어두었고 브로커인 ‘김사장’의 명함 사진과 자동차 번...

    2025.04.16 20:04

  • [정동칼럼]싱크홀, 땅 밑에서 울린 질문들
    싱크홀, 땅 밑에서 울린 질문들

    독일의 한 대형 유튜버는 2060년이면 한국이 사라질 수도 있다며 그 원인으로 저출생을 지목했다. 충격적인 발언이지만, 낯설지 않다. 이미 도처에 암울한 전망이 넘쳐난다.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만끽할 여유도 없다. 어디서 어떤 일이 터질지 알 수 없는 시기다. 법 위에 군림하는 엘리트 집단의 무책임한 대범함(?)이 또 다른 불안을 초래하고 있지 않는가.그 와중에, 2025년 4월14일 경기 광명시의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실종됐다. 이는 서울 강동구 한복판에서 거대한 싱크홀로 1명이 사망한 지 채 3주도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서울시가 그동안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싱크홀 위험 지역 지도를 비공개해 왔다는 사실이다. “사람 목숨보다 집값이 더 중요하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인가요?” 이 질문은 단지 분노의 수사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정확히 지적하는 말이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시에서만 122...

    2025.04.14 21:28

  • [정동칼럼]‘시민정치’가 계속 필요한 이유
    ‘시민정치’가 계속 필요한 이유

    윤석열의 내란을 저지한 가장 큰 힘은 시민정치였다. 헌법재판소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면서 그런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시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민주공화국을 지켰다는 지적은 옳다. 성별, 지역, 계층을 넘어 공화국의 시민들이 나섰고, 심지어 ‘제복 입은 시민들’까지 계엄을 멈추는 데 한몫했다. 내란 세력을 제압하고, 윤석열을 탄핵한 것도 시민의 힘으로 이룬 쾌거였다.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윤석열은 파면됐고 내란죄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다음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시작되고 있는 즈음 시민정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민정치는 이 역사의 현장에서 계속 자리를 지켜야 한다.첫째, 상황의 반전을 획책하는 헌정 파괴 세력의 모략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내란 전모가 다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 우두머리는 감옥에서 나와 의기양양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있다. 국가체제 구석구석에 똬리를 튼 내란 동조 세력들은 진실을 호도하기 위해 수시로 발호하고 있다. ...

    2025.04.13 21:21

  • [정동칼럼]한덕수로는 소득·일자리 못 지킨다
    한덕수로는 소득·일자리 못 지킨다

    관세전쟁으로 표출되는 지금의 세계 정세는 대혼란이다. 이는 미국이라는 큰 개 한 마리가 세계 여러 나라를 양떼처럼 몰고 다니는 형국이다. 4월 초에 트럼프 정부가 60여개 나라에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했다가 일주일 뒤엔 돌연 중국을 제외하고 이를 90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짖는 소리에 놀라움과 두려움이 뒤범벅이 된 나라들이 우왕좌왕하다가 미국이 만들어놓은 우리 속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미국은 계속 ‘관세를 얻어맞지 않으려면 미국에 투자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자기 입맛대로 세계를 길들이려는 의도다. 기존의 세계 질서와 규칙을 허물고 미국이 쥐락펴락하는 신제국의 질서를 만들겠다는 거다.아비규환 같은 혼란 속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동맹론자들에게는 그래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핵심 동맹인 우리를 봐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오랜 친구 얼굴에 설마 침을 뱉기야 하겠느냐며 미국과 협상만 잘하면 그럭저럭 위기를 모면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말이다. 그러나 사태는 ...

    2025.04.10 21:34

  • [정동칼럼]증세 대선 후보를 원한다
    증세 대선 후보를 원한다

    6월이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새 정부는 단지 계엄 이전 복귀를 의미하지 않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한 직접적 근거는 계엄 선포에 의한 헌법 유린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난 3년간 국가운영을 망친 실정이 자리 잡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대통령 탄핵을 외친 시민들이 사회대개혁을 함께 요구했던 이유이다.사회대개혁의 여러 분야 중에서 시민들이 가장 절실히 바라는 건 민생일 것이다. 사회 첫발부터 불안정 노동에 직면한 청년, 극한 경쟁에 내몰린 자영업자, 전월세에 허리가 휘는 주거 서민, 돈도 없고 돌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빈곤 노인, 그리고 노년 부양 부담이 훨씬 클 미래 아이까지, 새 정부가 챙겨야 할 민생들이 모두 만만하지 않다.새 정부는 민생 정책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희망을 가지기 어렵다. 새 대통령이 민생에 앞장서겠다고 말하겠지만, 나라 곳간이 사실상 비어 있기 때문이다. 그제 발표된 국가결산에 의하면, 작년 중앙정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05...

    2025.04.09 21:32

  • [정동칼럼]개헌 일정과 절차를 입법화하자
    개헌 일정과 절차를 입법화하자

    조기 대선이 확정됐다. 이번 대선은 내란으로 훼손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첨예해진 사회·정치적 갈등을 완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당면한 위기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들도 논의돼야 한다.그러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내란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징계를 해야 대선에서 합리적인 토론과 경쟁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대선이 ‘내란 심판’ 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지금 논의해야 할 의제들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갈등이 더 격화될 수 있다.한편 지금 상황에서 국민의힘 측이 개헌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개헌을 얘기하기 이전에, ‘지금 있는 헌법’조차도 지키지 않고 파괴하려고 했던 내란 시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내란 우두머리를 비호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내란에 대한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개헌 논의의 물꼬도 열릴 것이다.민주당도 개헌에 대한 의지...

    2025.04.07 21:04

  • [정동칼럼]지식의 권위 상실과 극단주의
    지식의 권위 상실과 극단주의

    헌법재판소의 선고는 간단하다.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것. 122일을 기다려온 판결이다. 국민의힘도 승복을 선언했다. 판결문은 분명히 지적했다. “신속하게 비상계엄이 해제된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계엄군의 소극적 임무 수행 덕분”이라고. 독재의 인습을 버리지 못한 미발육 정치를 성숙한 민주 시민들이 막아냈고, 헌재는 이를 제대로 인식했다.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중대하게 배반”했으므로 그를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는 사실이 공인됐다. 본안에 대해 모두 중대한 위헌·위법임이 공표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헌법재판관들은 전원일치 의견을 냈다.폭설을 맞으며 찬 바닥에서 밤을 지새운 시민들을 생각하면 눈물겨운 판결이다. 인용이 예상됐지만, 혹시라도 기각이나 각하로 결정됐다면 그 엄혹한 세월을 또 어떻게 견...

    2025.04.06 20:29

  • [정동칼럼]이제, 사회대개혁이다!
    이제, 사회대개혁이다!

    드디어 한국 민주공화제의 역사적 순간이 왔다. 야당 주도의 국회를 반국가세력으로 몰아세우며 정치적 중립을 존립 기반으로 하는 국군을 동원해 헌정 파괴를 시도한 대통령을 파면하는 신성한 의식이 남았다.이 헌법적 의식의 성공이 민주공화국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의식의 주관자인 재판관들이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면 헌정 위기를 헌법재판을 통해 극복하는 한국 민주공화제의 회복력을 확인하는 소중한 역사가 이어질 것이다. 만일, 상상하기조차 힘든 가정이지만, 헌법적 소명을 저버린 일부 재판관들이 삿된 법기술을 부려 몽상적 권력자가 권력의 자리에 복귀한다면 주권자 국민의 직접행동으로 그를 단죄함으로써 민주공화제를 회복해야 하는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할 것이다.세계가 주목하는 민주 선도국으로 발전해온 그동안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볼 때 시대착오적인 쿠데타 시도를 온몸으로 막아낸 국민과 그 대표기관인 국회와 더불어 헌재가 헌법 수호의 사명을 충실히 ...

    2025.04.03 21:07

  • [정동칼럼]국제적 규제 완화 경쟁에 숨은 그림들
    국제적 규제 완화 경쟁에 숨은 그림들

    금융위기, 특히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미국 예외주의’ ‘미국식 역동성’이라는 현상이다. 미국의 생산성은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 외에 인재·자본·기술의 이동이 쉽고 첨단 분야에서 기업의 진입과 성장이 꾸준히 이루어지는 점에 기반한다. 낮은 규제와 유연한 시스템이 미국적 강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는 인공지능(AI) 안전성, 개인정보, 빅테크 독점성, 크립토, 금융, 방산, 핵, 우주산업 등에 포괄적 규제 완화를 공약했고 이를 정부 개혁과 연결 짓고 있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도 유럽이 디지털 및 AI 혁명에서 뒤처진 원인으로 과잉규제, 시장분절, 의사결정의 파편화를 지적한다. 모디 인도 총리, 영국 노동당 정부,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베트남 공산당도 규제 및 관료주의 개혁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많은 정부가 규제 완화를 추진하지만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규제 수준이 낮은 미국에서 더 공격적인 규제 완화가 이루어지는 ...

    2025.04.0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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