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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칼럼]차선은 보수진영의 현명한 결단
    차선은 보수진영의 현명한 결단

    ‘잘못한 건 없지만, 미안하다. 사과했으니 넘어가자. 앞으로 더 잘할게.’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의 요지다. 모든 잘못은 휴대폰이 뒤집어썼다. 휴대폰을 교체하겠다는 게 주요 후속조치의 하나다. 윤 대통령 스스로 수사를 지휘했던 공천개입 건이 문제되는 시점에서 증거인멸이 될 수도 있다.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 후에도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외려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보수진영에서도 불만과 비판이 쏟아졌다. ‘진솔하고 진심어린 사과’라 자평하던 대통령실도 이런 반응을 감지해 일련의 후속조치를 내놨다. 그러나 후속조치조차 민망하다. 김건희 여사의 해외순방 동행도 임시 중단일 뿐이며, 특검은 또다시 거부하고 제2부속실 설치로 무마하려 한다. 인적쇄신도 ‘적절한 시기’에 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앞으로 더 잘할게’ 내용이다. 사과를 받고 더 기분이 나빠졌다는 국민이 적잖다.더욱 심각한 것은 ‘정치 선동’이나 ‘악마화’ 같은 단어들이 사용되었...

    2024.11.10 20:44

  • [정동칼럼]승자독식 민주주의의 저주
    승자독식 민주주의의 저주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다. 민주주의를 무시한 결과다. 총선결과에 대한 승복, 야당과의 대화와 협치, 여당 대표의 국정쇄신 요구 수용 같은 것들은 물론 대통령이 보여주어야 할 민주주의적 자세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고 싶은 민주주의는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것이다.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는 민주적 태도다.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48.56%, 이재명 후보는 47.83%를 득표했다. 격차는 불과 0.73%포인트, 총투표수 3400만표에서 차이는 24만7000여표였다. 무효표가 30만표로 두 후보의 격차보다 더 많았다. 이 결과를 운동경기로 본다면 승패가 확실하다. 동점이 아닌 이상, 두 팀 중 한 팀이 이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게임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에서 결과에 대한 해석은 열려 있다.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아마도 승자와 패자를 금방 구분할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 유권자들에게 이런 결과를 보여주면 해석이 좀 다를 수 있다. ‘비긴 거 ...

    2024.11.07 19:57

  • [정동칼럼]아파트 청소노동자 휴게실을 지상으로
    아파트 청소노동자 휴게실을 지상으로

    “아파트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며칠 전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여러분들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어디에서 쉬시는지 아는지요? 아마 아는 분이 많지 않을 듯하다. 아파트 단지에서 청소노동자 휴게시설 대부분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려운 곳에 있기 때문이다. 2019년 8월, 서울대 공학관에서 67세 청소노동자가 사망했다. 35도 폭염 속에서 창문, 에어콘도 없는 1평 휴게실에서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산업안전보건법에 노동자의 휴게시설에 대한 명확한 조항이 없었고, 그나마 고용노동부가 정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근로자 휴게시설’이 명시되었으나 구체적 기준과 처벌규정이 없어 사실상 노동자 휴게시설은 제도 밖에 방치되어 있었다. 이에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을 계기로 2021년 산업안전보건법에 휴게시설 의무화가 명문화되고 시행령 등에 구체적 요건과 위반 과태료도 담겼다. 마침내 노동자 휴게시설이 의무화된 것이다.그러면 지...

    2024.11.06 20:23

  • [정동칼럼]뭐 하려고 대통령을 하는데?
    뭐 하려고 대통령을 하는데?

    미국의 36대 대통령 린든 존슨은 미국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미국의 연방 선출직인 대통령, 부통령, 상·하원 의원을 모두 역임한 단 4명 중 하나다. 초선 상원의원일 때 벌써 민주당 원내대표가 되었다. 1960년 대선에서 부통령이 되지만 케네디 측근들의 견제를 받아 정치인생이 끝난 줄로 생각했다. 그런데 케네디 암살에 따라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1964년 대선에서 압승하며 권력의 정점에 오른다. 하지만 베트남전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으로 1968년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재선 포기를 선언한다.존슨의 정치역정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절정에 오른 그의 정치력이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민권법을 위해 발휘되었다는 사실이다. 남부연합의 일원이던 텍사스 출신인 그는 1937년 의회에 입성한 후 20년 동안 민권법에 찬성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상원 원내대표가 되자 1957년 민권법을 통과시킨다. 1964년 민권법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수십년 만의 ...

    2024.11.05 06:00

  • [정동칼럼]헌법이 말하지 않는다 해서
    헌법이 말하지 않는다 해서

    지난 10월23일 대법원에서는 소매점에 이동식 경사로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여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확보할 의무를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시행령을 느슨하게 규정하여 20년 넘게 접근권이 침해되었음을 다투는 소송의 공개변론이 열렸다. 정부는 장애인들에게 온라인 구매 등 대체수단이 있다고 주장하다가 한 대법관에게 “장애인에게 집에만 있으라는 것이냐”고 지적당했다.현대 입헌주의 국가에서 인간은 헌법에 의해 기본권을 보장받는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하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이 가장 유명하지만, 헌법은 좀 더 특별한 고려를 할 가치 혹은 국가적 의무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제한적으로 열거해 왔다.제헌 헌법에는 현행 헌법 제10조에 해당하는 조문이 없는 가운데, ‘여자’와 ‘소년’을 특별히 보호받아야 할 근로자로 언급했다...

    2024.11.03 21:38

  • [정동칼럼]헌정위기의 불편한 진실
    헌정위기의 불편한 진실

    한국형 민주공화제가 시나브로 국정공백 사태까지 초래할 정도로 퇴행하고 있다. 헌재, 인권위, 방통위 등 인권보장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주요 국가기관이 기능정지 혹은 축소의 늪에 빠지고 있다. 법원마저 형사사건의 외피를 쓴 정치적 사건들 때문에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악순환의 소용돌이를 맞고 있다. 87년 민주화 40주년을 목전에 두고 한국형 민주공화제가 전례 없는 최대 위기에 빠진 듯하다.우선 민주화의 든든한 뒷배로 자리매김했던 헌재가 기능부전 상태에 빠졌다. 9인 합의제 기관인데 퇴임한 재판관 3인의 후임선출이 지체되고 있어서다.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결정,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를 확인하는 헌법소원 인용결정 등 헌재의 핵심적 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6인 재판부에서 1명이라도 이탈하게 되면 종국심리에 참여한 절대다수 의견에도 불구하고 헌법수호를 위한 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궐석된 재판관 3인 전원의 의견이 모두 위헌상태를...

    2024.10.31 21:34

  • [정동칼럼]윌밍턴, 트럼프, 평택
    윌밍턴, 트럼프, 평택

    윌밍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미국의 이 도시는 워싱턴에서 남쪽으로 600㎞ 떨어진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항구다. 극우포퓰리스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을 ‘돈 버는 기계’라고 조롱하며 한국이 방위부담금을 현재보다 10배는 더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침 미국역사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 워싱턴에 와 있던 나는 뉴스를 듣자마자 짐을 싸서 윌밍턴으로 향했다. 6시간 밤길을 달려 윌밍턴에 도착하자 여명이 밝아왔다. 목적지인 ‘1898년 추모공원’에 노 6개를 거꾸로 세워놓은 커다란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공원은 미국정치사, 특히 현 미국 대선국면에서 주목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우리는 미국은 한국 등과 달리 쿠데타가 없었던 나라로 알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 미국도 성공한 쿠데타가 있었다. 바로 1898년 윌밍턴이다. 남북전쟁으로 노예들을 해방한 뒤 남부의 중심부였던 노스캐롤라이나의 윌밍턴 등에서 아프리카계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빠르게 향상...

    2024.10.30 21:07

  • [정동칼럼]너무 정치적인 건강, 대통령발 트라우마
    너무 정치적인 건강, 대통령발 트라우마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11월5일로 다가왔다. 남의 나라 대통령이 누가 된들 무슨 상관이랴 하겠지만 도널드 트럼프(45대 대통령)가 재선되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다. 정치학자가 아닌 의사·인류학자 입장에선 제일 먼저 시민의 건강이 우려된다. 건강은 지극히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의료 및 사회복지제도의 변화에 의한 영향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며칠 전 국제학술대회에서 정신질환을 연구하는 미국 인류학자를 만났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 학생들이 받을 정신적 트라우마를 대비하기 위한 학교 차원의 대책 회의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미국인이 2021년 1월 이후 잊고 있던 트라우마가 되살아날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실제로 10월24일 미국의 정신건강 전문가 230여명은 트럼프 후보가 ‘악성 자기애’라는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들의 우려는 단지 국가 운영에 대한 부적격성을 지적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닐 테다. 2023년 12월 미국의...

    2024.10.28 22:13

  • [정동칼럼]노벨 경제학상의 삼성전자에 대한 함의
    노벨 경제학상의 삼성전자에 대한 함의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은 아제모을루, 존슨, 로빈슨 등 세 명의 경제학자(이하 ‘AJR’)가 수상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경제 및 정치 제도의 차이와 이런 제도의 지속성(persistence)이 국가의 번영과 국가 간 소득 격차의 지속성을 설명할 수 있다는 이들의 실증 및 이론 연구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사실 경제발전론과 역사학에서는 오랫동안 경제 발전의 심인(fundamental causes)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경제학에서는 경제성장을 흔히 자본축적, 인적자본축적, 기술진보 등으로 요인 분석을 한다. 그러나 이런 성장요인은 경제성장의 근인(proximate causes)이고 과정이다. 보다 근본적 질문은 왜, 언제, 어디서 이런 물적 또는 인적 자본의 축적과 기술진보가 발생하는가라는 것이다.경제발전의 심인으로, 행운(luck)가설, 지리(geography)가설, 문화(culture)가설, 제도(institutions)가설 등이 그동안 제시되었으나, 사례...

    2024.10.24 21:43

  • [정동칼럼]읽는 사회, 읽지 않는 사회
    읽는 사회, 읽지 않는 사회

    한 권의 소설이 주는 교육적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이번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은 한국 사회를 단번에 ‘문학 학습’의 열풍 속으로 몰아넣었다. 좋은 교사는 한 반 아이들을 공부하게 만들지만, 좋은 작가는 그 책을 읽는 한 사회를 공부하게 만든다.인간의 학습은 삶과 역사 전체에서 일어난다. 인간은 마치 호흡하듯 숨쉬는 순간마다 뭔가를 감각하고, 생각하며, 학습한다. 새로운 학습은 오래된 관습의 틀을 쪼개며, 역사적 기억의 상처에서 새살이 돋게 만든다. 특히 문학 학습은 교육의 역사에서 그 중심핵의 역할을 담당해왔다.문학은 인간의 실존적 문제상황을 직시하고 그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표’를 던지게 해 주며, 존재와 인식 속 깊이 잠재된 질문들을 꺼내어 정면으로 응시하게 해 준다. 이런 문제들은 때로는 너무나 무겁고 아파서 결코 제대로 응시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작가들은 이런 치열함을 누구보다도 먼저 경험하며, 결코 피하지 않는다. 어느 인터뷰에서 작가 한강은 이...

    2024.10.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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