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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칼럼]그들만의 국가, 우리들의 민주공화국
    그들만의 국가, 우리들의 민주공화국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대한국민”에게 있다. ‘우리 대한국민’은 3·1대혁명,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을 통해 말로만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진짜 민주공화국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촛불’과 ‘빛’의 혁명을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켜냈다. 이제 헌정 수호의 깃발 아래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주권자를 떠받들 심부름꾼을 뽑아야 할 국민의 시간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민주공화국을 위협하는 망령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어 한시도 경계를 소홀히 할 수 없다.이번 대통령 선거는 누가 뭐라 해도 헌정 파괴의 책임을 묻는 심판 선거다. 시대착오적인 망상으로 자랑스러운 민주공화국을 일순간에 무너뜨리고 주권자의 신임을 배반한 내란 우두머리를 탄핵해 새 정부 수반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헌정 파괴의 책임을 같이 져야 할 후보가 적잖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들의 민주공화국에 대한 위험이 여전함을 경고한다....

    2025.05.29 21:01

  • [정동칼럼]무역 불균형 완화할 새 정부 해법
    무역 불균형 완화할 새 정부 해법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미국 사회의 아픔을 보여준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증상 뒤에 잠재된 미국 서민층의 분노와 좌절이 트럼프를 당선시킨 정치적 토양이 되었다.미국은 수십년간 대부분의 나라에 대해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고전파 경제학에서 말하는 무역수지 균형을 위한 자동안정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달러는 모든 무역 거래에서 통용되기에 미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없어도 필요하고, 세계인의 자산축적 대상도 달러자산이다.미국 금융 부문은 주식, 채권 거래를 중개하며 실물 부문과 별개로 수익을 얻는다. 여기에 월스트리트(금융)와 메인스트리트(실물) 간 이해상충이 있다. 라이트하이저, 나바로, 미런은 이 달러 중심 세계 경제 시스템을 ‘트리핀 월드’라고 한다. 미국이 글로벌 유동성을 공급하느라 달러 고평가를 지속하고 무역적자를 떠안는 불공정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미국이 무역적자를 자본 유입으로 메꾸는 걸 세계화 시대에는 ‘차이메리카(Chime...

    2025.05.28 20:58

  • [정동칼럼]생존 게임이 된 한국 정치의 역설
    생존 게임이 된 한국 정치의 역설

    민주화 이후 아홉 번째 대통령 선거가 목전에 다가왔다. 12·3 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질서의 중대한 위기를 거친 한국 민주주의는 다시금 갈림길에 서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선거가 한국 민주주의의 향방을 좌우할 변곡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나타난 두 가지 상반되는 현상-정치의 과잉과 정치의 부재-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선명히 드러낸다.한국에서 정치의 과잉은 곧 정치의 극단적 생존 게임화로 나타난다. ‘서바이벌 게임이 되어버린 정치’는 수사가 아니라 현실이다.민주화 이후 여덟 번의 대통령 선거와 네 차례의 정권교체를 거쳤지만, 여전히 선거의 패자는 ‘정치적 경쟁자’가 아닌 ‘적(敵)’으로 간주되고 있다. 정치는 정체성을 둘러싼 나눌 수 없는 이슈(indivisible issue)를 두고 벌이는 경쟁이 된다. 그 결과 대선은 정치권력을 결정하는 민주적 절차가 아니라 진영의 존폐를 건, 나아가 나라의 존망을 건 건곤...

    2025.05.26 20:44

  • [정동칼럼]탄핵 이후 새 정부가 직면할 재정 상황
    탄핵 이후 새 정부가 직면할 재정 상황

    박근혜와 윤석열, 두 대통령 모두 탄핵이라는 역사적 심판을 받았다. 하지만 두 정부가 후임 정부에 남긴 재정 상황은 극명하게 대조된다. 유승민 전 의원이 그토록 비판했던 박근혜 정부의 재정 상황이 오히려 양호했다는 역설적 현실이 드러났고, 윤석열 정부가 남긴 재정 파탄은 새로운 정부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다.유 전 의원은 원내대표이던 2015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박근혜 정부를 강력히 비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이다. 박근혜 정부는 계속되는 감세로 처참했던 이명박 정부의 재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를 했다. 재정 정상화 없이는 정부의 정상적 기능이 어려웠기 때문이다.세율을 명시적으로 올리지는 않았지만 비과세와 감면을 줄이면서 과세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재정은 의외로 양호했다. 2016년 탄핵 직전까지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4% 수준을 유지했으며, ...

    2025.05.25 20:47

  • [정동칼럼]정치를 어찌할 것인가
    정치를 어찌할 것인가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5월13~15일 실시한 전화 면접조사에 따르면, 새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국정과제로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을 꼽은 응답자가 절반을 넘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도 이런 유권자들의 바람이 반영돼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강국’ 등 6개 경제 관련 공약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자유 주도 성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 등 7개를 10대 공약에 포함하고 있다.그런데 정치가 유권자의 바람을 받드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들을 살펴보면, 구호 수준의 나열식 약속과 이미 논의됐던 대책들로 가득하고 막상 정책 실행에 필요한 구체적 재정 규모와 조달 방법은 아예 없다. 새로운 내용이라면, 인공지능(AI)을 경제성장 동력으로 꼽고 있다는 정도다. 이 후보와 김 후보 모두 AI 예산 증액과 민관합동펀드 100조원, AI 생태계 조성, 인력 양성 등 유사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챗G...

    2025.05.22 20:54

  • [정동칼럼]서울대 10개 만들기?!
    서울대 10개 만들기?!

    최근 유력 대선 후보의 공약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다시 점화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역거점국립대학교(거점대), 예컨대 부산대·경북대·전남대 등 9개 국립대에 대해 서울대에 준하는 재정 지원을 보장하고, 그를 통해 대학 입시에서 서울로 쏠리는 인재 유출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물론 그 효과는 단순히 입시 경쟁 분산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핵심적 효과는 이 대학들이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의 반열로 승격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고, 이들을 허브로 하는 지역별 교육 생태계의 독자적 진화를 촉발하는 것이다. 혹여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서울대·거점대 공동학위제’와 동일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동학위는 현실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강줄기를 서울대로 역류하도록 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보다는 거점대들이 지역 내 고등학교-사립대-일터의 탈중앙적 네트워크를 포함한 자생적 교육 생태계를 선도하는 쪽으로 기능해야 한다. 또한 입시에서...

    2025.05.21 20:58

  • [정동칼럼]어느 대법관의 뒷모습
    어느 대법관의 뒷모습

    1990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연방대법관을 지낸 데이비드 수터가 지난 8일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수터’라는 이름은 공화당과 보수 진영에는 악몽이다. 1990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지만 대부분의 중요한 사건에서 진보 진영과 의견을 같이했기 때문이다.수터가 임명된 직후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재검토할 기회가 왔다. 보수파의 기대와 달리 그는 1992년 플랜드 페어런트후드 대 케이시 사건에서 임신중지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재확인했다. 판결 이유에서 “선례 구속의 원칙은 안정된 사회가 요구하는 법치에 필요하다. 개인의 성품과 마찬가지로 법원의 정당성도 오랜 시간에 걸쳐 스스로 형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1973년에 숙고해 내린 대법원 판결을 20년도 되지 않아 뒤집을 수 없다는 뜻이다.그 외에도 수터는 재직기간 내내 공화당의 기대를 벗어나는 판결을 했다. 보수 진영이 싫어하는 대학 입시의 적극적 우대조치, 소수인...

    2025.05.19 20:47

  • [정동칼럼]여름이 오고 있다
    여름이 오고 있다

    2022년 8월11일을 돌아본다. 망설이는 마음을 뒤로하고 오후 8시경 어두운 정장 차림으로 일면식도 없는 이들의 마지막을 위해 홀로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신림동 반지하방에 살다가 폭우로 밀려들어온 빗물에 방이 순식간에 잠겨 도시 한복판에서 황망하게 사망한 가족의 장례식이었다. 세 명의 영정이 나란히 놓여 있던 빈소에는 정치인들의 조화와 노조 조끼를 입은 조문객들이 이 죽음의 맥락을 말해주고 있었다. 봉투에 ‘시민’이라고 적고 헌화한 후 돌아왔다.이 참사 이후 늘 그렇듯 대한민국은 잠시 떠들썩했다. 저 취약한 공간에는 면세점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중년의 가장, 그의 발달장애인 언니, 그의 노모, 그의 어린 딸이 살고 있었다. 정치인들의 마음은 늘 희생자의 눈물로만 열 수 있기라도 하는 듯 유난히 홍수 참사가 많았던 그해 여름은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정치권의 언어가 난무했다.현실은 달랐다. 2022년 여름 참사 당시 서울시 반지하 가구 수는 20만 정도로 추정...

    2025.05.18 19:56

  • [정동칼럼]정치는 약자들의 강한 무기
    정치는 약자들의 강한 무기

    얼마 전까지 집권여당이었다. 스스로 주장하는 법통에 따르면 이승만 12년, 박정희 18년에다 최근의 윤석열까지 58년 동안 그랬다. 야당은 15년에 불과했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연륜이 쌓이면 그에 맞는 격을 갖기 마련인데, 국민의힘은 거꾸로였다. 윤석열 내란을 옹호하고 탄핵도 반대했다. 일부의 일탈이 아니라, 주류가 그랬고 대선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새벽 3시부터 한 시간 동안 후보등록을 받는 활극은 정당정치를 망가뜨린 폭거였다.국민이 지켜보는데도 망설임이 없었다. 이런 안하무인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상식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국민의힘에 대한 합리적 접근과 분석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내란 이후 내내 그랬다.국민의힘 사람들은 제 잇속만 챙기려 정치를 하는 것 같다. 그러니 그들을 움직이는 동력은 이해관계다. 악담하던 사람과의 포옹도, 존경한다던 사람에 대한 욕지거리도 거리낌이 없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죄다 이렇다면, 우리에...

    2025.05.15 20:18

  • [정동칼럼]기억할게요, 변희수 하사님
    기억할게요, 변희수 하사님

    4월18일에 인천공항을 떠나 현지시간으로 같은 날인 4월18일에 미국 시애틀에 도착해 ‘필립 K 딕’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4월19일에 출국해 4월20일에 한국에 돌아왔다. 상은 못 탔다. 역시나 “불발”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불발 전문 작가’가 된 것에 별로 불만은 없다.나는 최종 후보자 낭독회에서 단편 <그녀를 만나다>의 마지막 부분, “변희수 하사님을 기억합니다”라는 문장을 큰 소리로 읽기 위해 거기까지 갔다. 한국어판에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는데 영어판에는 안톤 허 번역가가 ‘한국 최초의 공개적인 트랜스젠더 군인’이라는 설명을 넣어 번역했다. 나는 변희수 하사님의 이름과 함께 그 부분도 읽고 싶었다.변희수 하사님이 얼마나 용감하고 멋진 분이었으며 한국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고 한국 군대와 국방부와 경직된 차별주의적 관점이 사람을 어떻게 죽였는지 알리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잊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걸 세계만방에 알리고 싶었다....

    2025.05.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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