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색 모르는 서생이라는 타박을 들을 것 같아서 이런 말 하기 저어되지만, 내란 청산과 헌법·정치제도 개혁은 함께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란 청산 ‘후’ 헌법·정치제도 개혁이라는 주장의 배경은 이해한다. 그러나 청산과 개혁을 동시에 해나가면서 민주 헌정질서 회복의 길을 여는 것이 더 적실성 있는 전략이라고 본다. ‘순차론’보다는 ‘병행론’이 더 설득력 있는 것 같다는 얘기다.지난해 12월3일 내란은 한국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뜻밖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망나니 칼잡이에게 영웅적 서사를 만들어 입히고 술주정뱅이의 허세를 호연지기로 현혹했을 때 다수 국민이 속아 넘어갔던 건 우리 민주주의에 뭔가 ‘구조적 구멍’이 있었기 때문이다. 권력의 사유화, 거짓 정보를 이용한 정치 동원, 검찰·사법 권력의 일탈, 군대를 동원한 헌정 파괴 등도 누적된 시스템 결함의 결과다. 이번 내란은 특정 인물의 일탈이나 일회적 충격으로만 넘길 수 없는, 민주공화국의 근간이 부실한 탓이었다....
2025.11.30 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