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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칼럼]퇴진을 넘어 사회대개혁으로
    퇴진을 넘어 사회대개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남은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그의 지지율은 바닥이며 회복탄력성도 보이지 않는다. 오지랖 부인의 저지레로 남은 한 줌 지지마저 까먹는 것도 시간문제다. 지난주에도 궁중 담장을 넘어온 패설(稗說)이 뉴스를 뒤덮었다. 우리는 그녀가 제시한 지문을 읽고 “여기에서 말하는 ‘오빠’는 누구를 가리키는가?”라는 문제를 풀어야 했다. 이 ‘킬러문항’의 답은 실로 난해한 것이어서 그것을 제대로 쓴 사람은 없었다. 국민 오답 사태에 무안했거나 아니면 터무니없는 문제에 뿔이 났던지 보수언론의 한 칼럼도 윤 대통령에게 ‘나라인가 아내인가’를 택하라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그런데 내가 보기에 그가 선택해야 할 것은 ‘나라인가 아내인가’가 아니다. 윤 대통령의 선택지는, ‘이승만의 길인가 박근혜의 길인가’이다. 이승만은 4월 혁명의 함성에 허둥지둥 맨발로 뛰쳐나왔고, 박근혜는 촛불혁명의 힘에 초췌한 모습으로 머리를 풀고 끌려 나왔다. 이승만...

    2024.10.20 20:37

  • [정동칼럼]안보 위험, 일단은 말조심부터
    안보 위험, 일단은 말조심부터

    미국의 한 외교전문지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한국전쟁 이후 가장 높다는 글이 실렸다. 미국 전문가들이 걱정할 정도로 남북이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으니 안보 문제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도 정부는 태평하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늘 존재”했다며 동문서답을 한다. 북한이 자살을 결심하지 않으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터이고, “한·미 동맹은 건전하고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서 튼튼”하단다. 인식부터가 안이하다. 대통령도 그렇다.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거란다. 북한이 수십개의 핵무기를 한국을 향해 사용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1945년 이후 과학기술의 발전을 생각해보면, 북한의 핵무기 공격 능력은 가공할 수준일 거다. 1945년엔 히로시마, 나가사키에서 20만명 이상이 죽었지만, 서울 상공에서 핵무기가 터진다면….끔찍한 참화를 겪고 난 다음에 북...

    2024.10.17 21:18

  • [정동칼럼]한강과 한국문학이라는 저수지
    한강과 한국문학이라는 저수지

    한강 작가가 올해 121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 역대 일곱 번째 젊은 작가 등 다양한 기록을 세웠다. 지난 일주일 사이 엄청난 반응이 이어졌다. 발표 몇 시간 만에 대부분 작품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더니 엿새 만에 100만권을 돌파했다. 그가 좋아했던 노래, 부친 한승원 작가의 책까지 판매가 급증하는 등 수상으로 인한 경제효과가 1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장흥, 광주, 종로구, 연세대 등 곳곳에 플래카드가 날리고 잔치가 벌어지고 문학관 건립, 석좌교수와 명예박사 제안까지 나왔다. 한국인에게 노벨 문학상은 과연 무엇일까.상에 대한 염원은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문학잡지 ‘삼천리’는 1930년 1월호에서 작가들에게 “노벨상이 조선에 온다면 누가 받을까?”라고 질문했다. 염상섭은 “이불 속에서 활개 치기로, 주마고 하지 않는 노벨상의 예선은 쑥스러울 듯하여 그만둡니다만 우선 이학상을 타도록 힘쓰십시다”라고 피했다. 이무영은 ...

    2024.10.16 21:29

  • [정동칼럼]탈분단, 통일 그리고 평화
    탈분단, 통일 그리고 평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뜬금없이 제기한 ‘통일 포기’ 평화론이 여야를 포함한 정치권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그의 ‘두 개의 국가론’은 지나치게 이상적이어서 동의하기 어렵지만 별다른 고민 없는 통일론에 일침을 가한 것은 인정할 만하다. 여권에서는 진부한 색깔론을 제기하고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헌법에 없는 내용을 가지고 개헌을 시도하는 것은 모두 ‘반헌법적’인가?몇 가지 다시 짚어봐야 할 게 있다. 왜 통일해야 할까? 그동안의 모범 답안은 ‘한민족 한핏줄론’과 국력 확대였다.반론도 만만치 않다. 같은 민족이라서 합쳐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는 설득력이 약하다. 무엇보다도 ‘한핏줄’론은 일단 과학적 근거가 없다. 한반도에 사는 주민들은 여러 종족, 부족의 후예이며 모두 ‘혼혈’이다. ‘순혈’은 존재하지 않으니 ‘혼혈’을 얘기하는 것 또한 모순이다. 여진, 거란, 말갈, 중국, 대만 심지어 일본이나 아라비아의 피도 섞여 있다.물론 이산가족의...

    2024.10.14 20:46

  • [정동칼럼]노벨 문학상 수상과 ‘K정치’
    노벨 문학상 수상과 ‘K정치’

    한강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후 기자회견에서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저도 변형되었고, 그 소설을 쓰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 ‘새로운’ 작가 한강이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 작가의 맨부커 국제상 수상, 김혜순 시인의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등 한국 작가들이 이미 굵직한 국제 문학상을 수상해 한국 문학은 K문학으로 불리며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이 세계화된 K문학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킨 티핑 포인트라 할 만하다.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는 한 작가가 한국 현대사의 상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한 작가는 제주 4·3사건에 대해서도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또 한 번 적극적 대응을 선보였다. 그 밖에도 서울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등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권력과 구조의 폭력에 꾸준히 글로써...

    2024.10.13 20:43

  • [정동칼럼]더는 대통령이 갈 곳 없다
    더는 대통령이 갈 곳 없다

    박근혜는 왜 탄핵되었을까? 헌정 사상 유일했던 탄핵의 원인을 한두 가지로 좁힐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눈으로 본 바로, 그것은 분명했다. 세월호 참사였다. 2016년 겨울, 나는 참여자라기보다는 관찰자로 광화문에 종종 나갔다. 집회를 선도하는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일부터 참여 대열의 맨 끝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까지, 그런 것들이 궁금했다. 그리고 언제나 같은 상황을 목도했다. 광화문 촛불 집회는 1987년의 치열함과는 달리 한바탕 축제 같았는데, 이 축제에 끼지 못한, 차마 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누구보다, 박근혜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이지만, 그 대열에 끼지는 못했다. 그들은 축제 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 겨울 광화문 집회의 맨 끝에는 늘, 세월호 유가족 깃발이 서 있었다. 그 깃발은, 제각기 춤추고 자유발언을 하는 사람들과 조금 거리를 두고, 어둠 속에서 대열의 맨 뒤를 지켰다. 차량을 통제하는 경찰의 무리와 집회 대열 사이에 늘 유가족이 있었다. ...

    2024.10.10 21:24

  • [정동칼럼]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어떻게 할까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어떻게 할까

    연금개혁에서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가 뜨거운 주제로 부상했다. 정부는 이 장치가 국민연금의 미래 재정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야당은 은퇴 후 연금액을 대폭 삭감하는 조치라고 비판한다. 두 주장 모두 사실이다. 재정이 안정되는 만큼 급여는 낮아질 것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논의가 필요한가이다. 나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이번 연금개혁에선 상호 공방만 벌일 이 주제는 제외하고 우선 시급한 과제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자동조정장치는 경제, 인구 환경이 변하면 이를 자동으로 국민연금 제도에 반영하는 수단이다. 국민연금 발전 방향에 대해 저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경제, 인구는 국민연금 제도 밖 객관적 변수다. 공적연금 철학·가치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연금제도 밖 변화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그대로 연금개혁에 포함하자는 취지를 지닌다. 저성장, 초고령 시대에 연금개혁의 탈정치화라 볼 수 있다.자동조정장치는 이미 외국 연금개혁에서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OECD...

    2024.10.09 20:53

  • [정동칼럼]먹고사는 문제
    먹고사는 문제

    임신중지권은 이번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한국의 관점으로는 체감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임신중지권 이슈의 영향력은 지난 선거에서 실증되었다.대통령 임기 중 첫 중간선거는 정권 심판 구도로 치러지고 집권당이 보통 패배한다. 클린턴, 오바마, 트럼프 모두 중간선거에서 하원 수십석을 잃고 하원의장을 야당에 넘겨주는 일을 겪었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바이든 역시 같은 운명을 맞을 것처럼 보였다.그런데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이 2022년 6월 돕스 판결을 통해 임신중지를 여성의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했던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파기했다. 여성과 진보 성향 유권자의 반발이 투표로 표출되며 민주당은 하원에서 단 7석만 잃었고, 공화당은 하원 다수당을 탈환했지만 사실상 패배한 것으로 평가된다.임신중지권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관한 문제이자 미국 사회에서 수십년 동안 치열하게 다투어져온 헌법적 쟁점, 사회·문화적 이슈다. 하지만 놓...

    2024.10.07 20:45

  • [정동칼럼]사과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사과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는 과거 ‘선감도’라 불렸던 지역이 있다. 그곳에는 1942년부터 1982년까지 5000여명의 강제수용된 어린이들에게 강제노동, 학대, 암매장 등이 행해졌던 선감학원이 있었다. 수백명의 아이들은 과거 섬이었던 그곳을 탈출하다가 익사했다. 선감학원의 학대생존자들은 2020년 12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출범하자마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2022년부터 아이들이 암매장된 장소로 추정되는 곳에 대한 시굴이 행해졌으며, 경기도는 지난 8월 본격적인 유해 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희생자들의 작아도 너무 작은 분묘는 185기여로 추정된다고 한다. 지난 토요일에는 아홉 번째 선감학원 추모문화제가 열렸다.지난 7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제출한 제6차 국가보고서를 심의하고 시설수용 및 과거사 피해자의 구제 보장을 권고했다. 정부가 피해자들을 위한 배·보상을 하고, 공식적 사과와 함께 명예회복을 추진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24.10.06 21:29

  • [정동칼럼]국무총리의 존재이유
    국무총리의 존재이유

    국무총리는 ‘한국형 민주공화제’의 관건이 되는 헌법기관이다. 총리는 대통령의 보좌기관이면서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고 국정 최고심의기관인 국무회의의 부의장을 맡는 정부의 2인자이다. 장관으로 불리는 행정각부의 장을 맡기 위한 자격요건이 되는 국무위원의 임명을 제청하거나 그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행정권 2인자의 지위를 확인할 수 있다. 군사사항을 포함하여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도 총리의 부서가 있어야 한다.이렇듯 막중한 지위의 총리는 대통령이 혼자서 임명할 수 없다. 반드시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 2인자의 임명에 국회 동의라는 족쇄를 채운 것은 대통령제의 구조적 문제점인 행정독재의 위험과 의회와 정부 사이의 교착상태를 해소하려는 한국형 민주공화제의 묘수다.흔히들 현행 정부형태를 ‘제왕적 대통령제’로 단정하지만 2인자 총리제만으로도 타당성이 떨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막무가내 행태가 제왕적 대통령의 이미지를 드...

    2024.10.0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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