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정동칼럼
  • 전체 기사 2,527
  • [정동칼럼]브렉시트 10년과 한국의 선택
    브렉시트 10년과 한국의 선택

    지금 관찰되는 세상의 변화는 언제 모습을 드러냈을까. 10년 전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일이 생각난다. 이민자, 주권 같은 정치 이슈가 주목받았지만 가결을 예상하는 견해는 적었다. 당일 출구조사가 부결로 나온 것을 확인하고 관계부처 회의를 마쳤는데, 결과는 뒤집혔다. 52 대 48로 유럽연합(EU)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선진국 내에 잠재돼 있던 대중의 불안, 분노를 확인하는 사건이었다. 6개월 뒤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냉전 종식 이후 진행된 세계화와 자유무역, 다자주의 흐름이 주요국 민심에 의해 거부되는 신호였다. 오늘날의 민족주의, 포퓰리즘, 보호주의, ‘너의 손해가 나의 이익’이라는 제로섬 정서가 2016년을 기점으로 불거졌다. 브렉시트는 이런 변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유럽의 극우정당, 전쟁과 지정학 부활이 같은 흐름에 있다.브렉시트의 배경은 일면 단순하다. 중산서민층이 살기 힘...

    2026.07.29 20:39

  • [정동칼럼]앤디 버넘의 2파운드
    앤디 버넘의 2파운드

    지난 20일 앤디 버넘이 영국 총리로 취임했다. 첫 연설에서 그는 “영국 정치에서 40년 만에 가장 큰 변화의 순간을 만들겠다”고 했다. 장기적인 계획은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당장 국민에게 ‘숨 쉴 틈’을 만들어주겠다며 생활 물가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맨체스터 시장이던 버넘을 단숨에 수도 런던으로 데려온 것은 버스였다. 물리적으로 그가 이용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시장으로 재임하며 마거릿 대처 정부 시절 민영화된 버스 시스템을 공공 통제 아래로 되돌린 업적을 말한다. 그는 버스 회사의 반발과 법적 대응을 이겨내고 지방정부가 버스 운영을 통제하는 ‘비 네트워크(Bee Network)’ 개혁을 완수했다.총리 취임 직후 그는 내년 1월부터 편도 버스 요금 상한을 3파운드에서 2파운드로 낮추는 조치를 전국적으로 도입했다. 맨체스터 시장 시절 버넘은 일을 위해, 가족을 돌보기 위해, 진료 예약 시간에 맞추어 가기 위해 대중교통이 필요한 사람에 주목했다. 이...

    2026.07.27 19:58

  • [정동칼럼]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늦은 밤, 배양기에서 미생물들이 증식하듯 SNS에서 혐오의 문장들이 증식한다. 이 배양기에 ‘분노’나 ‘타자’ 같은 사료를 한술 투입하면 그 게시물은 더 빠르게 증식한다는 걸 심리학자들은 안다. 감정 연구자인 사라 아메드는 <감정의 문화정치>에서 혐오 같은 감정은 몸과 기호 사이를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가치’를 축적하고, 대상에 들러붙어 희생양을 만들며, 축적의 경로가 흐려지면서 ‘원래 내 감정’인 양 나타난다고까지 밀어붙인다.피로감이 극에 달할 즈음, 이상한 파일이 공유되었다. 제목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_v26”. 가짜뉴스일까, 피싱일까, 아니면 인공지능 회사가 실수 혹은 일부러 흘린 프롬프트? 그것은 스크루테이프라는 발신인이 후임에게 보내는 편지였다.“친애하는 후임에게. 자네의 첫 기획서는 참신했네. 하지만 그뿐이더군. 자네는 도대체 우리가 판매하는 혐오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것도 모른 채 현장에 투입되고 싶었던 건가? 혐오는 혐오자의 특성도, 대상의 ...

    2026.07.26 20:14

  • [정동칼럼]미국법 전통에 반하는 쿠팡
    미국법 전통에 반하는 쿠팡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해결 과정이 예상보다 험난하다. 약 3755만건에 달하는 고객 정보가 유출되며 전 국민의 불안을 조성한 사건은 그간 국회 청문회와 민관합동조사를 거쳤고, 6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하며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그런데 이 처분에 대해 미국 의회와 정부가 나스닥에 상장된 미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프레임을 들이밀면서 쿠팡 사태는 외교통상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다. 사건 조사 과정 때부터 기미를 보이던 미 정치권의 간섭은 정부의 제재가 금액으로 구체화되면서 본격화돼 전방위로 우리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모양새다. 자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대처를 미국의 선도적 기업을 옭아매기 위한 규제 활동으로 바라보는 미 정계의 관점은 이미 만연돼 있고 심지어 견고해 보인다. 최근 일시 귀국한 주미대사가 쿠팡 사태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가는 이슈라 언급한 것도 이러한 관점에 대한 우려로 읽힌다.하지만 기업 활동 전반을...

    2026.07.23 19:58

  • [정동칼럼]교육의 문법을 넘어 학습기본사회로
    교육의 문법을 넘어 학습기본사회로

    근대 학교는 대량의 시민을 효율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성공적인 사회적 발명이었다. 표준화된 교육과정, 연령별 학급, 시험과 자격증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에 가장 적합한 제도였다. 문제는 이 모형이 너무 성공적이었다는 데 있다. 학교교육을 통한 사회적 성공의 반복적 경험은 사람들로 하여금 학교식 배움을 가장 정상적이고 이상적인 학습이라고 믿는 교육적 아비투스를 형성하게 했고, 이러한 성향은 ‘무엇을 교육으로 인정할 것인가’를 규정하는 교육의 인지문법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지배적으로 작동하는 사회가 ‘교육사회’이다.인공지능(AI) 시대는 과거의 ‘교육사회’ 모형을 수정·폐기할 것을 요구한다. 인공지능은 지식의 생산과 전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초고령사회와 직업의 급속한 전환은 생애 초기에 받은 교육만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모델을 무너뜨리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학습’이 됐다. 하지만 교육개혁은 늘 과거의 ‘교...

    2026.07.22 20:05

  • [정동칼럼]AI 메가시티, 대만 신주단지의 경고
    AI 메가시티, 대만 신주단지의 경고

    지난 6월29일 이재명 대통령은 서남권 반도체 팹에만 800조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부문에 1000조원 이상의 투자를 내다보는 등 천문학적 규모의 재원과 민간 투자가 결집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AI 생태계 구축을 통해 전국의 산업과 인프라를 재구성하려는 이 방대한 계획은 대한민국이, 아니 인류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향해 내딛는 원대한 도전이다. 정부가 제시한 청사진에는 천문학적 부의 창출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 확충과 지역 균형발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점이 제시돼 있다.거대한 국가적 플랫폼이 AI 산업을 전폭적으로 뒷받침하고, 그렇게 창출된 부가 지역과 시민에게 선순환되는 사회. 질문은 이 장밋빛 기술 유토피아의 이면에서 시작된다. 그 미래의 도시에서 실제로 살아갈 우리의 일상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 것인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한국의 미래 도시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참조 사례...

    2026.07.20 20:21

  • [정동칼럼]아!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아!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 이른바 ‘삼전닉스 레버리지’가 지난 5월27일 상장된 지 두 달도 안 되어 수십조원의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투자자의 80~90%를 손실 구간으로 몰아넣었다. 평균 손실률은 40%를 넘나든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외양은 마치 상장주식처럼 손쉽게 사고파는 ‘지수펀드’이지만, 구성물의 상당 부분은 선물과 같은 파생상품이다. 그래서 투자위험등급도 최고 등급인 1등급(매우 높은 위험)으로 분류되며, 일반 주식형 펀드에는 없는 위험들이 추가로 따라붙는다. 선물 롤오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괴리, 파생상품 특유의 비선형적 손익구조와 복잡한 가격결정 메커니즘이 그것이다.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매일 장 마감 무렵 리밸런싱 매매를 기계적으로 쏟아내야 하고, 이 매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라는 코스피 최상위 종목의 종가, 나아가 지수 전체를 흔든다는 구조적 결함도 갖는다. 레버리지 상품의 리밸런싱은 방향성이 뚜...

    2026.07.19 20:12

  • [정동칼럼]AI가 번 돈은 누구의 몫인가
    AI가 번 돈은 누구의 몫인가

    중앙일보가 흔들리고 홈플러스가 무너진다. 한 시대를 상징하던 이름들이 차례로 응급 경보와 부고를 알린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이 시대의 이름조차 짓지 못했다. ‘뉴노멀’이라는 말조차 낡았다. 아니, 끝난 것이다. 새로운 표준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시대. 매년이 아니라 매달, 매달이 아니라 매일이 새로운 시대다.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많은 이들이 더불어민주당의 낙승을 예상했다. 코스피 9000시대, 역사상 최고의 영광이라는 말도 돌았다. 그러나 민심의 밑바닥은 달랐다. 반도체 기업의 6억원대 성과급 소식은 국민 다수에게 자부심이 아니라 박탈감으로 읽혔다. 지수는 오르는데 내 삶은 왜 제자리인가. 여기에 인공지능(AI)이 내 일자리를 대체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겹쳤다. 영광의 선전과 불안의 체감, 사람들은 그 사이에 서 있다.첫 번째 질문. 부는 어디에서 창출되는가. 지금까지는 인간의 노동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노동에 세금을 매기고 노동을 전제로 복지를 설계했다. 그러나 이...

    2026.07.16 20:01

  • [정동칼럼]‘3대 메가프로젝트’라는 광풍
    ‘3대 메가프로젝트’라는 광풍

    3대 메가프로젝트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규모나 속도나 광풍이다. 정부는 우리가 도약이냐 추락이냐를 가르는 기로에 서 있다고 연일 강조한다. 반도체 생태계를 무대로 본다면 가히 그렇다. 인공지능에 미래를 건 대자본들이 달려들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갈등의 핵심에도 반도체가 있다. 기술을 선점하고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와중에 메모리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한국에 돈다발이 쌓이고 있다. 이때다! 반도체 생산을 증폭하고 데이터센터를 대거 건설하고 피지컬 AI로 달려나가자!무대를 우리 삶의 생태계로 옮겨서 보면 어떨까? ‘삼전닉스’가 역대 수출 기록을 경신하고 코스피 지수를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동안 무엇이 달라졌나. 2000년 이후 실업률은 최고를 기록했고 실질임금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는 100만명을 넘겼고 폐업률은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집값과 전월세가 들썩여 불안해졌고, 금리를 인상한다는 소식에 빚 갚을 일이 아득해졌다...

    2026.07.15 20:08

  • [정동칼럼]‘메가’ 이전에 ‘숙의’부터
    ‘메가’ 이전에 ‘숙의’부터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를 정리한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찾아서 읽어보았다. 206쪽에 달하는 문서이다.‘메가’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니, 다섯 군데에서 ‘메가’라는 단어가 검색된다. 주로 규제를 완화하는 ‘메가특구’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숙의’라는 단어로도 검색해보았다. 열 군데에서 ‘숙의’라는 단어가 검색된다. ‘국민의 국정 참여와 숙의 공론을 활성화함으로써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제고하고 국민주권을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이재명 정부를 보면 ‘숙의’는 사라지고 ‘메가’만 외치는 느낌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도 그렇다. 발표 전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등은 ‘그동안 보지 못한 (큰) 숫자를 보게 될 것이다’라는 얘기를 했다.그러나 숫자는 어마어마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 망연자실한 농민에게, 당장 안정된 주거가 필요한 사람에게, 일자리와 소득이 부족하고 미래가...

    2026.07.13 20:13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