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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칼럼]한국 민주주의 ‘기능부전’ 처방전
    한국 민주주의 ‘기능부전’ 처방전

    민주주의는 단지 선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선거 제도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 책임성, 입법·사법·행정부 간의 수평적 견제, 법의 지배, 그리고 시민권과 참여라는 여러 핵심 체제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야 민주주의는 건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한국 민주주의는 지금, 말 그대로 ‘다발성 기능부전’ 상태에 빠져 있다. 민주화 이후 한국은 부분 체제의 기능 저하로 여러 차례 위기를 겪어왔다. 하지만 대부분은 특정 부분 체제의 일시적 고장이었고, 선거 체제와 법의 지배라는 핵심축이 제 역할을 하면서 민주주의는 위기 속에서도 복원 탄력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2016년 촛불항쟁이 그 대표적 사례다. 광장의 정치와 제도의 정치가 충돌하는 위기 국면에서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고, 시민들은 촛불대선을 통해 정권을 평화적으로 교체했다.지금의 위기는 앞선 위기와 성격이 다르다.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여러 핵심 체제가 동시에 기능부전에 빠진, 복합 위기에 가깝다. 1...

    2025.03.31 21:48

  • [정동칼럼]최상목에게 국민을 위한 나라는 있는가
    최상목에게 국민을 위한 나라는 있는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약 2억원의 미국 30년 만기 국채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외환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수장이 원화 가치가 하락할 때 개인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해외 자산에 투자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공개된 공직자 재산 내역을 살펴보면서, 그동안 우리 경제정책이 왜 이렇게 형편없었는지에 대한 국민적 의문이 일부 풀리는 듯하다.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2024년에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를 매수해 연말 재산신고 시점에 1억9712만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국채는 미국 재무부가 2020년에 발행한 것으로, 2050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장기 채권이다. 과거 최 부총리는 경제수석으로 있을 당시 미국 국채 보유가 논란이 돼 처분하기로 약속했었지만, 이번 재산공개를 통해 그 약속을 깨고 다시 미국 국채를 매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비판 여론을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개인의 재산을 늘...

    2025.03.30 20:55

  • [정동칼럼]탱자가 된 사모펀드
    탱자가 된 사모펀드

    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가 지난 4일 전격적으로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해 11시간 만에 승인을 받았다. 기업회생절차는 더 이상 금융시장에서 자본 조달이 불가능해질 때 기업이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런 면에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돌입은 이례적이다. 지난달 28일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이 하락하자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자본 조달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하락하기 이전에 선제 대응한다면서 절차에 돌입했다.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채무가 동결되고, 이후 법원의 중재하에 채무조정 협의를 거치게 된다. 따라서 회생절차에 돌입한 기업은 사실상 금융시장에서 더 이상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되고, 사업 정상화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정상적인 상거래도 막히기 시작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십상이다. 홈플러스 역시 기업회생절차 돌입 이후에 납품 중단, 카드사들의 홈플러스 상품권 결제 중단, 홈플러스가 발행한 어음의 부도 처리 등이 이어졌다. 회생법원이 납품대금 변제를 허가하고 지난해...

    2025.03.27 20:59

  • [정동칼럼]또다시 87년 6월 항쟁의 재현인가
    또다시 87년 6월 항쟁의 재현인가

    얼마 전 스웨덴 예테보리대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민주주의 보고서’는 한국 민주주의 수준을 자유민주주의에서 선거민주주의로 낮췄다. 지난 2년간 가파른 하락세이며, 물론 불법 계엄의 여파가 크다.민주주의 추락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보고서는 지난 25년 동안 세계가 독재화되어가는 생생한 증거들을 제시한다. 세계민주주의 수준은 벨 곡선을 그리며 후퇴하고 있고, 민주주의로 분류된 국가들 숫자는 1996년 이전으로 퇴화했다. 선거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국가는 지난 20년간 2배 이상 늘었고, 언론의 자유가 뒷걸음치고 있는 국가도 무려 6배 이상 늘어났다. 20세기 초에 등장한 나치와 무솔리니의 파시즘, 소련과 중국의 대두 등 일련의 독재화 영향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세계는 다시 유럽의 극우화, 트럼프주의의 등장, 그리고 한국과 인도 등에서의 우려할 만한 독재화 시도 등을 목격하고 있다.한국에서의 민주주의 추락은 ‘87체제’의 근본적 한계 때문이라는 주장들이 ...

    2025.03.26 21:06

  • [정동칼럼]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의 변론 동영상은 헌법재판소 웹사이트에 모두 공개돼 있다. 변론 종결 후 한 달이 지나도록 선고가 이뤄지지 않으며 평의 진행 및 선고 예상에 관해 억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적어도 변론 과정에 대하여는 그럴 일이 없다. 헌법재판관 그리고 소추위원과 피소추인이 심판정에서 한 발언과 행동을, 언론 매체의 개입을 거치지 않고, 국민들이 스스로 보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서울중앙지법 지귀연 판사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은, 그 결론의 정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결정의 내용과 논리가 공개됐기 때문에 결정 자체에 대한 검증과 판단을 할 수 있었다. ‘날’이라고 쓰여 있는 형사소송법 조문을 달력의 ‘날짜’를 기준으로 할지 아니면 물리적 시간 개념에 따라 ‘24시간’으로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해 전에 없던 논의가 이뤄졌다. 결정 이유가 공개되지 않거나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으므로 구속을 취소함이 상당하다’는 단순한 결론으로 끝났다면 - 아쉽게도 법원 결정 ...

    2025.03.24 21:12

  • [정동칼럼]제도의 해커들
    제도의 해커들

    해커란 보통 컴퓨터 시스템과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을 이용해 시스템에 침입, 정보를 빼내거나 시스템의 작동을 저해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해킹은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프로그래밍 기술, 그리고 고의가 결합한 전문적 행위다.법체계 역시 컴퓨터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조문 하나하나는 프로그램의 코드들이고, 이 코드들은 논리적으로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를 아우르는 포괄성, 의미의 명확성, 그리고 다른 코드(조문)들과 논리적으로 일치하는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조문이 미비하거나, 모호하거나, 다른 조문과 충돌할 경우 프로그램이 오류를 일으키듯이 그 법에 의존해 작동하는 국가 제도도 오류를 일으킨다. 법원이 처리하는 수많은 소송들 가운데 법리 다툼이 있는 소송은 바로 그 오류를 제거해 나가는 사회적 디버깅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은 가장 상위의 디버깅 작업이라 할 수 있다.이런 오류는 ‘제도의 해커들’을 피해갈 수 없다. 시스템의 의도를 거스르거나 무너뜨리는 제도적 해킹은 늘 있었다. ...

    2025.03.23 20:47

  • [정동칼럼]다시는 대통령이 총칼을 들지 못하게
    다시는 대통령이 총칼을 들지 못하게

    마치 봄날을 기다리는 것 같다. 봄꽃이 막 시작할 무렵, 갑자기 큰 눈이 내렸다. 봄은 올 듯 말 듯 영 쉽지 않았다. 내란 사태를 극복하는 일도 그랬다. 해괴한 셈법을 동원해 내란 우두머리를 석방했고, 탄핵심판은 늘어졌다. 헌법재판소는 결정이 왜 길어지는지 설명조차 없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조차 없었다. 국민의 노심초사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란 세력의 반발을 염려해 결정문을 다듬고 또 다듬으며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지만, 막연한 추정일 뿐이다. 국가기관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기본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이제 꽃샘추위도 물러나고 봄은 성큼 다가왔지만, 헌법재판소에서 들려올 봄소식은 아직이다. 답답한 나날이다. 그래도 머지않았을 거다. 결과야 알 수 없지만, 헌법과 법률대로라면 파면이 분명하다. 우리는 이렇게 또 한고비를 넘게 될 거다.문제는 앞으로다. 박근혜 탄핵 이후 우리의 민주주의는 굳건하다고 여겼다. 적어도 퇴행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촛불정부를 ...

    2025.03.20 21:49

  • [정동칼럼]광장에서 우는 이들에 보내는 위로
    광장에서 우는 이들에 보내는 위로

    3월에 내린 폭설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장관을 보면서 뜬금없게도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떠올렸다.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2연은 국어교육을 받은 대다수 국민이라면 쉽게 읊조리는 구절이다. 이어서 유장하게 펼쳐지는 전체 11연은 아름다운 모국어의 향연이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4연)시의 해석을 찾아보니 ‘지금은 남의 땅’인 식민지의 울분을 잊기 위해 몽상의 상태로 들어가 국토의 아름다움을 절절히 느끼다가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을 담았다. 그러고 보니 나의 연상도 맥락이 닿는다. 봄의 설경은 도시에서조차 자연의 장엄함을 일깨웠다. 41중 추돌 교통사고나 기후변화 같은 현실을 잊은 채, 막 새싹을 틔우기 시작한 나뭇가지에 얹힌 탐스러운 눈송이에 홀...

    2025.03.19 21:24

  • [정동칼럼]정치적 비겁함, 그 병리적 현상
    정치적 비겁함, 그 병리적 현상

    2024년 12월3일 친위쿠데타 이후 내란은 아직 진행 중이다. 내란죄를 저질렀다고 질타받는 이들은 오히려 남을 향해 ‘내란을 선동’한다고 공개적으로 대응한다. 가해자가 갑작스레 피해자인 양 목소리를 높인다. 떠오르는 단어는 비겁함뿐이다. 비겁함은 단순한 성격적 결함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병적인 현상이며 우리 사회의 공적 시스템을 좀먹는 만성적 질환이다. 그것은 구조적으로 재생산되며 마치 사회적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 정치인, 행정가들이 보여주는 비겁함은 단순한 나약함이나 도덕적 결핍이 아니라 일종의 병적인 상태이다. 이러한 비겁함이 도를 넘어선 현상을 마주할 때 시민들은 극심한 도덕적 충격과 좌절을 경험하며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감내해야 할 고통이 깊어진다.역사적으로 볼 때, 권력을 가진 집단이 비겁함을 보이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이상보다 현실적 계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

    2025.03.17 20:42

  • [정동칼럼]윤석열의 하이브리드형 쿠데타
    윤석열의 하이브리드형 쿠데타

    1960년대에서 1980년대 사이 제3세계 국가에서는 군부 쿠데타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탈식민 국가의 정치·경제 불안정, 냉전 체제를 지배하던 미국과 소련의 영향력, 잘 조직된 군대의 권력 확장 등의 요인으로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에서는 군부 쿠데타가 흔했다. 우리도 그런 국가의 하나였다. 박정희의 5·16과 유신 쿠데타, 전두환의 12·12 쿠데타는 한국 정치를 이해하는 핵심이었다.그래서 당시 정치학 교과과정에는 ‘군부정치론’ ‘민군관계론’이라는 과목이 필수로 들어가 있었다. 학부, 대학원 석박사 학위과정의 각종 시험에서 ‘군부정치’는 단골 문제였기 때문에 손때 묻은 ‘족보’가 대를 이어 증보(增補)되고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제3세계 군부 쿠데타 발생을 설명하는 변수로 ①개인의 권력 욕망 ②군부 조직의 정치화 ③자본 축적의 위기 등을 해결하려는 사회 요구 ④미·소의 지원과 같은 세계 체제의 유인 등이 있다고 시험공부를 하던 일이 떠오른다.민주화 이후 그 ...

    2025.03.1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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