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를 위해 윤석열을 파면하라
돌이켜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3대 개혁의 실패, 자영업자의 심각한 매출 감소, 재정 악화, 경제성장의 둔화와 같은 여러 측면에서 실패했다.첫 징후는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나타났다. 윤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기획재정부는 2022년 3월, 갑자기 53조원의 초과 세수가 있다고 발표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재정 부족을 강조하던 기재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였다. 법인세 증가 때문이라 했지만, 한 달 만에 이렇게 큰 변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재부가 이전 문재인 정부를 속여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윤 대통령은 청와대 이전도 추진했다. 처음 제시된 비용은 500억원 미만이었지만 이후 실제 이전 비용은 경호·보안 시설 이전과 추가 공사 등을 포함해 수천억원으로 늘어났다는 추정이 있다. 청와대를 시민에게 공개하면 매년 약 300만명 방문객이 생기고, 주변 상권에서 최소 연간 2000억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고 홍보했다. 이전 비용은 500억원 미만으로 제시하... -
반도체특별법이 삼성전자 구해낼까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도체 연구·개발(R&D)은 미세공정, 고밀도 집적 회로 설계 등 기술 난도가 높아 장시간 근무가 불가피하다”며 “다수의 제품 개발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야 하므로 핵심 엔지니어들의 경우 근로시간 유연성 확보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같은 달 11일에는 국민의힘 이철규 산자중기위원장이 보조금 지급과 신상품 또는 신기술 연구·개발 등의 업무 분야에서 노사 합의를 전제로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 이른바 ‘반도체특별법’(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여야가 보조금 지급에는 동의하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이다.그런데 주 52시간 근무 문제를 고동진 의원이 제기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삼성전자가 HBM 전용 생산라인을 짓겠다고 발표했던 즈음이다. 다시 말하자면, HBM용 반도체를 기존 메모리반도체와 다... -
정치 좀비, 바이러스, 그리고 백신
“당신들 머릿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었는가? 좀비, 좀비, 좀비…”며칠 전 헌법재판소 최후변론을 했던 윤석열을 떠올렸겠지만, 사실은 30여년 전 아일랜드 록그룹 크랜베리스가 불렀던 ‘좀비’의 후렴구이다. 종교 갈등의 틈새를 비집고 폭탄과 총을 동원한 테러가 자행되던 아일랜드의 안타까운 역사를 노래했다. 마침내 1998년 4월10일 벨파스트 평화협정으로 북아일랜드 사태는 막을 내렸지만 1969년부터 30년 동안 이어져온 피의 분쟁으로 36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곡 ‘좀비’는 1998년 노벨 평화상 수상식에 초청되어 연주되었다.며칠 전 보수논객 정규재씨는 그의 페이스북에서 지난 3개월 동안 우리 사회가 마치 “거대한 미치광이들의 행진 같은, 아니 좀비들의 발광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대통령 한 사람에서 시작한 좀비 현상은 계엄을 거치면서 사회 전체를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라는 거대한 분열 구도로 나누어놓았다. 문제는 이 현상이 헌재의 대통령 탄핵 인용... -
인권의 최전선
트럼프 2기 정부가 공격 대상으로 삼은 소수자 집단은 트랜스젠더다. 지난 21일 전미 주지사협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닛 밀스 메인 주지사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트럼프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자부 스포츠 참가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는데,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메인주가 이에 따르지 않으면 연방정부 지원을 끊겠다며 위협했다. 이에 대해 밀스 주지사가 ‘법정에서 보자’고 맞받아치며 화제에 올랐다.트랜스젠더는 지난 미국 대선의 주된 쟁점이었다. 스포츠에 국한하면 논의할 부분은 있겠다. 그랜드슬램 우승 23회에 빛나는 여자 테니스의 전설 세리나 윌리엄스는 남자부 랭킹 200위 정도는 이길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203위 선수와의 대결에서 완패했다. 트랜스젠더의 경우에도 기량으로 극복되지 않는 피지컬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사안별 맞춤형 규율이 아니라 트랜스젠더의 권리 자체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트랜스젠더 신병 모집 금지, 여성과 남... -
분립, 독립, 민주주의
3개월째 이어지는 계엄과 탄핵 시국은 시민들이 민주주의 국가의 통치권 구성 원리인 삼권 분립, 그리고 작고 강한 독립 기구의 의의를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삼권 분립은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한 분업의 원리가 아니라 국가 권력을 쪼개고 서로 견제하게 함으로써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원리다. 그러다 보니 문제 해결 요구가 강해지면 권력의 비효율적 작동을 의도하는 삼권 분립은 늘 흔들렸다. 동시에 삼권 분립은 아이러니하게 대중에 대한 불신에도 기반해 있다. 국가 권력이 한 군데 집중되어 있을 경우 응집력 있는 소수 집단이 등장해 그 전체를 쉽게 장악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고안한 안전장치인 것이다. 계엄 선포권과 해제요구권이 분리되고, 그 위법성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 삼권 분립은 권력에 목마른 이들에게는 참으로 불편한 원리지만, 그렇기에 시민은 국가의 자의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삼권 분립은 긴장과 역동으로 가득한 원리다.... -
칼을 주고받는 대통령과 장군들
내란을 주도한 국군 방첩사령부. 사령관이 윤석열의 고교 후배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부대의 태생적 기질이었을 거다. 보안사, 기무사, 안보지원사라는 이름을 거쳐 방첩사까지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하는 일은 내내 엇비슷했다.안보 관련 정보를 살뜰히 챙기거나 간첩을 잡는 일은 거의 없었고 군 내부 동태를 살피는 게 핵심이었다. 박정희는 자신을 닮은 내란 세력이 나올까 두려워했다. 병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장군들의 동태를 살피고 싶었다. 박정희는 1977년, 육해공군이 따로 운영하던 방첩부대를 합해 보안사를 만들었다. 이 특별한 부대는 오로지 대통령의 안위를 지키는 일에만 골몰했다. 보안사에 대통령은 곧 국가였다.보안사는 김대중·김영삼 등 정치인을 비롯한 1300여명의 민간인을 사찰했고 정치공작을 일삼았다. 사람을 잡아다 불법구금하고 고문하는 게 일상이었다. 보안사라는 이름은 노태우 때 기무사로 바뀌었지만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비교적 최근이던 박근혜... -
개헌이라는 시금석
시민사회의 개헌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달 31일 헌정회에서 열린 헌법개정 추진 단체 간담회에는 20곳이 참여했다. 비상계엄 상황은 물론 경제·기후환경·안보 등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헌법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함께하는 단체들이다. 대통령과 의회의 권한 분산, 지역대표형 상원제를 통한 지방분권, 헌법개정 국민발안제를 주요 의제로 설정하고 탄핵이 인용되면 대선과 동시에,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2026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 데 동의한 8곳(대한민국헌정회, 대화문화아카데미 등)이 먼저 ‘헌법개정추진 연석회의’를 구성했다. 다른 20여개 시민단체도 오는 24일 ‘국민주도상생개헌본부’를 출범시켜 1000인 선언을 시작으로 개헌운동에 나선다.대통령 윤석열을 핀셋으로 뽑아낸다고 정치가 좋아지는 건 아닐 것이란 공감대가 넓다.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가장 유력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역시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깊다... -
그의 상식이 모두의 상식일 수 없다
2025년 1월30일, 워싱턴 인근 공항에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미 육군 헬리콥터가 충돌해 67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이 충격적인 사고 소식이 전해지기 무섭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두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들었다. 그는 사고 직후 열린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전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이 항공 안전을 저해했다고 비판했다. 다양성을 우선시해 부적격한 인력이 채용되었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곧장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그렇게 발언한 근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의 답변은 “Because I have common sense(나는 상식을 지녔기 때문이다)”였다.트럼프는 “불행히도 많은 사람이 자신처럼 상식을 지니지 못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분명 DEI 정책을 지지하고 실행한 다수의 사람을 향한 비난일 테다. 그는 대선 캠페인 시절 DEI 정책이 기업의 자유시장 원칙을 ... -
신속한 탄핵, 엄정한 처벌, 철저한 개혁
윤석열 탄핵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에 나와 겁먹은 표정으로 혹세무민하는 그의 선동이 도를 넘어 세상을 불안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망월폐견(望月吠犬)이라 하던가? ‘한 마리가 짖으니 두 마리 개가 짖고 만 마리 개가 따라 짖는’ 격이다. 지난 주말은 광주를 시끄럽게 한 모양이다. 그가 자기 잘못에 대한 추궁을 가리켜 ‘호수 위에 뜬 달그림자를 쫓는 것’이라며 눙치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았는데, 나는 그에게 ‘달그림자를 보고 짖는 윤석열’이라는 말을 되돌려주고 싶다.그가 대통령으로서 헌정 수호 의지가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뭐가 더 필요한지 모르겠다. 그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포고령 1호를 승인한 건 국민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고,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상황이 결코 아니었으며, 필요한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건 천하가 아는 사실 아닌가. 그리고 그의 계획이 ‘국회 기능 정지→선관위 장악→정치인 체포→비상입법기구 설립→정치판 재구... -
사면초가 윤석열, 다가올 비극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피청구인이 서서히 무너지는 중이다. 2월13일 8차 변론에 이르는 동안 윤석열은 믿었던 부하들로부터 무수히 많은 상처를 받았다.먼저 1월23일 4차 변론에 출석한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위원들에게 나눠준 문건을 자신이 작성했다고 시인했으며, 계엄 포고령을 위반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치인의 동향을 감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인정했다. 얼핏 보면 윤석열 대신 죄를 뒤집어쓰려는 충정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증언은 문건의 존재와 정치인 체포 지시를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2월6일 6차 변론에 나온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계엄 당시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는 윤석열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일관되게 증언했다. 곽 전 사령관은 스피커를 켜놓은 상태에서 윤석열과 김용현의 지시를 그대로 예하 부대에 전달했다고 증언했으니 윤석열은 절망이다. 특전사에 윤석열과 김용현 지시를 전달받은 증인이 너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