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국제법이 필요 없다. 미합중국 대통령의 이 말은 오래도록 기억될지도 모르겠다.국제인권법을 진지하게 접한 것은 판사가 된 직후였다. 그전까지 우리나라가 ‘국제법 일원론’을 채택했다는 정도로만 인식하다가 ‘왜 판사들은 국제인권법을 재판규범으로 삼지 않느냐’는 질타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을 재판에 적용하기는커녕 그 해석과 적용을 알지조차 못하는 것 아닌가. 당황스러워 동료들과 고민을 나눴다. 당시에는 국제인권법을 재판규범으로 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판사들도 꽤 많았다. 국내법은 입법 당시 치열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기에 사회 구성원에게 규범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국제인권조약은 외교 전략으로서 가입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국내규범으로 인정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었다.다자조약이든 양자조약이든 인권조약이든 통상조약이든 체결·공포된 조약은 모두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고 하니 재판규범으...
2026.01.11 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