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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칼럼]참교육의 함성으로
    참교육의 함성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가져다준 만족감은 참으로 이율배반적이다. 전지전능한 파괴력을 가진 특수부대 출신 주인공들을 통해 답답한 교육현장의 문제들을 한 방에 해결해주는 듯한 쾌감을 안겨주지만, 그 방법은 단지 드라마적 판타지로서나 작동할 만한 것이다.내 기억 속에 참교육은 원래 응징의 언어가 아니라 교육의 품격을 회복하려는 교사들의 절규 같은 것이었다. 노래 하나가 떠오른다. ‘참교육의 함성으로’. 이 노래는 1989년 전교조가 결성되면서 탄생한 대표곡이다. 1986년 한국YMCA 중등교육자협의회 교사들이 교육민주화를 선언하고, 그 흐름은 전교협을 거쳐 1989년 전교조 결성으로 이어졌다. ‘참교육’은 이 흐름의 대표적 슬로건이었다.물론 전교조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엇갈리고, 교육을 지나치게 정치화했다는 비판이나 교사노조가 조직 논리에 매몰되었다는 불신도 쉽게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이 시작한 ‘참교육’은 당시 체벌과 강압으로 입시몰이에만 매몰되어 있...

    2026.06.24 20:17

  • [정동칼럼]유가족, 여섯 끼니의 죄책감
    유가족, 여섯 끼니의 죄책감

    지난 6월11일 김용균재단에서 주최한 포럼에서 유가족 연대 운동에 대해 발표를 했다. 이때 토론자로 나온 유가족 어머니는 몇년째 같은 문장과 싸우고 있었다. 2020년 가을, 경북 칠곡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새벽 노동을 마치고 돌아온 스물일곱 살 아들 장덕준을 욕실에서 잃은 박미숙씨다. 1년4개월의 야간 노동으로 아들의 몸무게는 75㎏에서 15㎏이나 빠졌다. 그런데 손해배상 재판에서 회사 측은 그 야윈 몸을 두고 “심한 다이어트 끝의 영양실조”라고 했다. 터무니없는 말인 줄 알면서도 어머니는 밤마다 자신에게 되묻게 되었다고 한다. 하루 세 끼가 아니라 여섯 끼를 차렸다면, 아이가 그렇게 떠나지 않았을까.이 죄책감의 구조를 나는 오래 생각하게 된다.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의 핵심을 ‘조직된 무책임’이라 불렀다.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도록 조직된 무관심이라 옮겨도 좋겠다. 거대한 재난은 수많은 작은 결정과 누락이 겹겹이 쌓여 일어나지만, 정작 그 누구도 책임의 자리에 호명되지 않는 ...

    2026.06.22 20:32

  • [정동칼럼]만스피 시대의 도래와 조세 형평성
    만스피 시대의 도래와 조세 형평성

    코스피가 지난 18일 종가 기준 9000선을 넘어섰다. 한 달 전 80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22거래일 만의 일이다. 증권가에서는 벌써 만스피(코스피 1만) 시대를 이야기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개인 투자자들의 증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귀환이 이끈 이 역사적 랠리 앞에서 모두가 즐거운 것은 아니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깊은 박탈감과 무력감이 번지고 있다. 증시 활황에 따른 불안과 우울감을 뜻하는 ‘코스피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연봉이 적지 않은 직장인들조차 나만 벼락거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포모(FOMO) 현상에 시달린다. 투자에 따른 위험을 감수할지 말지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고 책임이다. 하지만 이 좌절감의 바닥에는 단순한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서는,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 바로 조세 형평성 문제다.현재 한국의 조세체계는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최고 45%에 이르는 누진세율을 충실하게 적용하면서, 상...

    2026.06.21 20:13

  • [정동칼럼]노선 경쟁은 반드시 필요하다
    노선 경쟁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를 오래 지켜본 사람에게는 직업병 같은 것이 생긴다. 싸움의 한복판에서도 그 싸움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묻게 되는 버릇이다. 지금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전장을 바라보며, 또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저들은 지금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8월1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청래 대표의 연임 도전과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선거책임론과 전당대회의 공정성이 명분으로 등장했지만, 그 외피를 한 꺼풀 벗기면 총선 공천권이라는 뼈대가 드러난다.정치는 책임이다. 그러나 선거를 진두지휘한 당대표는 정작 정치적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그는 이번 선거를 사실상 승리한 선거라고 주장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이재명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선거에서는 승리했는데 정작 다수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면, 그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흥미로운 것은 비슷한 풍경이 강 건너편에서도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소속으로 부산 북구...

    2026.06.18 20:04

  • [정동칼럼]민주주의를 구출합시다
    민주주의를 구출합시다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가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무언가 잘못됐다. 민주주의 훼손에 분노한 이들이 모이며 시위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 시위에서 민주주의를 흔들어대던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처음부터 그랬다?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두 개의 역설을 낳았기 때문이다.‘한 표’의 역설. 투표용지 부족은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잘못된 일이다. 누군가 자신의 한 표로 민주적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당했다. 그런데 선거는 대표자를 선출하는 제도다. 당선자를 가리는 과정으로 볼 수 없지만 당선자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잘못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한 표’의 형식과 의미가 괴리되어 잘못되었으나 잘못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잘못됐지만 ‘저렇게까지’ 들고일어날 일인지 수긍되지 않는 사람들과, 잘못됐는데 ‘저렇게까지’ 한가한 현실이 납득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물음표가 쌓여갔다.‘재선거’의 역설. 사태 해결은 특정 ...

    2026.06.17 20:10

  • [정동칼럼]선관위 개혁과 공공부문 혁신 필요
    선관위 개혁과 공공부문 혁신 필요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선거 때마다 국민들에게 ‘투표하세요’라고 홍보하던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 어이없는 일이다. 이것은 주권자들에 대한 배신이다.중앙선관위는 일반회계 예산만 2026년에 4800억원 이상을 쓰는 조직이다. 인건비만 해도 2405억원에 달한다. 선관위 공무원들은 선거 때마다 ‘특별정려금’이라는 명목으로 별도 수당도 받는다. 2026년 예산에도 지방선거와 관련된 ‘특별정려금’ 예산이 2억원 이상 편성되어 있다. 그런데도 기본적인 선거관리에 실패했으니, 선관위라는 조직의 존재 의미를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진상규명의 주체가 문제인데, 2025년 2월 헌법재판소가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은 위헌’이라고 판단한 상황이다. 따라서 당장에는 국회의 국정조사와 검경 합동수...

    2026.06.15 20:08

  • [정동칼럼]한반도 평화공존의 좁은 공간
    한반도 평화공존의 좁은 공간

    미·중 정상회담, 중·러 정상회담 직후 시진핑 주석이 7년 만에 북한을 방문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건설적 전략안정관계’를 제시하면서, 상대를 굴복시킬 수 없다면 협력하고 휴전하자고 했다. 중·러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의 패권주의, 일방주의를 겨냥하면서 유엔의 권위를 보호하자고 합의한 데 이어 북한을 방문해 양국관계를 정상화해 지역 질서를 다시 짜기 시작했다.중국 외교에서 ‘협력(cooperation)’의 번역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합작(合作)’이고 다른 하나는 ‘협작(協作)’이다. ‘합작’이 목표가 일치하지 않아도 공동의 결과를 만드는 것이라면, ‘협작’은 동일한 목표 속에서 공동의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와 ‘합작관계’를 맺고 있지만, 유독 러시아와는 ‘협작관계’를 구축하면서 전략적 차등화를 두어왔으나,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도 전략적 ‘협작’의 대상으로 간주했다. 실제로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전략 소통, 군사...

    2026.06.14 19:50

  • [정동칼럼]장발장은행 문을 닫게 해주세요
    장발장은행 문을 닫게 해주세요

    장발장은행은 궁여지책이었다. 벌금을 내지 못해 매년 수 명이 감옥에 가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작은 인권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악질 범죄자도, 위험한 범죄자도 아닌 사람이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갇히는 것은 비참하다. 가난이 곧 죄가 되는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여럿이었지만,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고 해결을 위한 노력도 좀처럼 이어지지 않았다.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념 국무회의에서 장발장은행을 언급한 것은 벌금개혁운동을 하는 인권운동가로서는 각별한 일이었다. 대통령도 ‘사회운동 차원’이란 표현을 썼지만, 인권연대는 벌금제 개혁운동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장발장은행을 만들었다. 장발장은행의 목표는 2015년 출범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장발장은행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어 하루속히 문을 닫는 거다. 벌금을 내지 못했다고 하루에 10만원씩 갈음하는 방식으로 감옥에 가두는 것은 후진적이다. 30...

    2026.06.11 20:02

  • [정동칼럼]‘건강보험 하나로’가 답이다
    ‘건강보험 하나로’가 답이다

    작년에 어깨 골절과 탈골을 당했다. 지지대를 푼 후 재활을 위해 처음으로 도수치료를 접했다. 치료받을 때마다 어깨 근육이 풀리는 걸 느꼈고 팔도 조금씩 위로 올라갔다. 상태가 완화된 이후 선택의 시간이 왔다. 이제는 개선의 체감이 약해졌고 시간과 병원비도 만만치 않았다. 매번 30분 치료에 10만원, 실손보험이 있었지만 3만원은 내 부담이었다. 병원은 계속 통원하기를 권했지만 나는 6회로 마무리했고 이후 집에서 간단한 체조로 대신하며 지금 불편 없이 생활하고 있다.내가 시간과 돈에 여유가 있었다면? 근육을 푼다 생각하며 병원에 더 다녔을 거다. 이렇게 도수치료는 의료 효과가 크지 않은 단계에서, 심지어는 불필요한 경우에도 이루어질 수 있다. 비급여와 실손보험이 합작해 발생하는 ‘남용’이다. 당장은 실손보험이 지원하지만 먼저 보험료를 냈고 또 오를 테니 결국 모든 부담은 실손보험 가입자의 몫으로 돌아온다.마침내 정부가 나섰다. 7월부터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라는 이름으로 건...

    2026.06.10 20:20

  • [정동칼럼]‘전략적 안정성’의 렌즈
    ‘전략적 안정성’의 렌즈

    최근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의 최대 화두는 중국이 제안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였다. 역사적으로 ‘전략적 안정성’은 냉전기 미국과 소련, 미국과 러시아 간의 양자적 핵억제 이론, 즉 상호확증파괴(MAD)의 맥락에서 태어난 강대국 전유의 언어다. 위기의 순간에서도 어느 한쪽이 먼저 방아쇠를 당길 구조적 유인을 갖지 않는 상태를 뜻하는 이 고도의 군사안보 개념을 중국은 전면적으로 미·중 양자관계의 중심축으로 끌고 왔다. 그러나 이 합의는 진정한 화해라기보다 ‘안정’이라는 단어의 정의와 규칙을 둘러싼 치열한 담론 경쟁의 시작을 의미한다.전략적 안정성의 첫 번째 본질은 ‘상호 취약성의 인식’에 기반한다. 상대의 선의가 아니라 위협적 유인 구조를 통제하는 이 개념은, 결코 수직적이거나 우열 관계로 성립될 수 없다. 중국이 제안한 ‘건설적 전략 안정’ 역시 미·중 간의 상호 취약성을 인정한 토대 위에서 경쟁을 관리하자는 전략적 요구다. 각국이 이해하는 전략적 안정성은 상대의 공격·방...

    2026.06.0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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