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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칼럼]체험의 언어들
    체험의 언어들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유행은 금세 끝났다. 소셜미디어를 보면, 두쫀쿠가 한창 떠오를 때도 다들 한마디씩 얹었고, 두쫀쿠 열풍이 꺼지자 왜 지속 가능하지 않았는지 분석들을 했다.우선 ‘먹어보지 않았지만’ 혹은 ‘앞으로도 먹을 생각은 없지만’으로 시작하는 글이 꽤 있다. 먹지 않을 것이라며 먹을 것에 대해 하는 얘기라니, 두쫀쿠가 두바이산도 아니고 쿠키도 아닌 것만큼 이상하다. 젊은층이 쓰는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나 같은 아저씨들이 주로 수요 없는 긴 글을 공급하는 어느 소셜미디어라 그럴지 모르겠다. 두쫀쿠를 핑계로 유행에 관한 본인의 가치관을 설파하고 싶었으리라 이해하며 넘어가자.두쫀쿠를 먹어봤다는 경험담이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된다. ‘그렇게 줄 서서 먹을 맛은 아니다’ 또는 ‘내 돈 주고 사서 먹을 맛은 아니다’라는 표현이 보인다. 사람들이 종종 쓰는 말이지만, 그런 평가가 알려주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줄 서서 먹을 맛’...

    2026.03.09 20:04

  • [정동칼럼]당신의 목소리가 문득 들렸어
    당신의 목소리가 문득 들렸어

    국가가 구성원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모든 통치 체제의 기본이다. 전제군주국이던 조선에서도 지식인 관료들은 ‘상소’로 공론에 참여했고, 백성들은 왕의 행차 길에 징이나 꽹과리를 치며 억울함을 호소할 ‘격쟁(擊錚)’의 기회를 가졌다. 민주정은 말할 것도 없다.이 와중에도 모든 목소리가 평등하게 퍼지지는 않는다. 이 사회의 청력을 시험하며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 미세한 잡음처럼 흔들리며 들려오는 목소리들이 있다. 지난 2월 마지막 주에는 우연찮게도 세 번의 의미심장한 격쟁이 한꺼번에 있었다.우선 과거 국가폭력에 희생된 이들의 목소리다. 지난 2월26일, 제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출범했다. 1호로 접수된 사건에는 과거 불법적으로 해외 입양된 피해자들, 두 번째에는 시설 수용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담겼다.과거 목소리를 듣는 일은 쉽지 않다. 국가폭력 흔적은 피해자들의 몸과 기억, 평생 소외되고 고된 삶의 여...

    2026.03.08 19:52

  • [정동칼럼]관세 판결과 내란죄 판결에 대한 단상
    관세 판결과 내란죄 판결에 대한 단상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 대한 연방대법원 판결이 마침내 내려졌다. 그동안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행정명령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어젠다 실현에 대체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관세 유지 판결이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관세 부과의 근거로 제시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며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판결의 후폭풍도 거세다. 한편에서는 천문학적 규모의 환급 소송이 제기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무역법 조항에 근거한 새로운 관세 부과 계획이 발표되는 등 글로벌 경제는 극도의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판결 이후의 혼란한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판결 자체에서의 논증은 정파적 입장을 초월해 6인의 대법관이 법정의견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이며 질서정연했다. 보수·진보 연합의 대법관들은 관세 부과를 비롯한 조세권은 연방의회의 고유권한이라는 것이 헌법 조항의 명백한 의미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

    2026.03.05 19:53

  • [정동칼럼]불확실성의 시대에 산다는 것
    불확실성의 시대에 산다는 것

    한때 삼성그룹을 모티브로 인기를 끌었던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죽음과 환생, 복수의 서사가 중심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미래를 미리 아는 한 인물의 ‘실패 없는 베팅’이 자리한다. 그가 하는 투자, 사업, 결정은 백퍼센트 성공한다. 왜냐하면 장차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투자가 이렇다면 얼마나 통쾌할까? 하지만 그런 세상은 없다.2000년대 초 유행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한국 사회의 전환을 상징한다. 전자는 노동소득의 한계를, 후자는 불안한 변화에 적응하는 인간형을 강조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성실한 임금 축적 모델은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축과 근면이 미래를 보장하던 확정성의 시간은, 변화를 감지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확률의 시간으로 이동했다.산업사회에서 임금은 단순한 소득이 아니었다. 매달 반복되는 보수는 삶의 예...

    2026.03.04 20:03

  • [정동칼럼]AI 시대의 사이버네틱 거식증
    AI 시대의 사이버네틱 거식증

    최근 영국 가디언지에는 매우 서늘하고 비극적인 사연이 하나 보도되었다. 지속 가능한 주택 문제를 해결하고자 브레인스토밍을 위해 AI 챗봇을 사용하기 시작했던 48세의 한 미국 남성이 점차 챗봇을 과다 사용하며 현실과 철저히 격리된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현실의 아내나 친구와 대화하는 대신 자신의 고민에 완벽하게 맞장구쳐주는 챗봇에 점점 더 의존했다. 실리콘밸리가 약속한 AI의 무한한 지적, 정서적 풍요 속에서 그는 역설적으로 극단적인 고립과 파국을 선택했다. 이는 결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챗GPT 사용 전후로 심각한 정신건강 위기를 겪은 사례가 거의 50건에 달하고 3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오픈AI조차 매주 100만명 이상이 챗봇에 자살 생각을 드러낸다고 추정한다.지난 9일간(2월21일~3월1일) 한국에서 제4회 섭식장애인식주간이 열렸다. 국제적 학자들의 거식증에 대한 여러 강연에 참가하며 그동안 내가 무지했던 역사적 맥락을 접할 ...

    2026.03.02 22:15

  • [정동칼럼]법왜곡죄,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울라
    법왜곡죄,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울라

    범여권이 추진한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의 입법이 모두 마무리됐다. 사법개혁 3법 중 재판소원법이나 대법관 증원법도 논란이 많았지만 특히 ‘법왜곡죄 신설’(형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과 법조계의 우려는 여전하다.판사와 검사가 특정인에게 이익이나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법을 왜곡 적용할 경우 처벌하겠다는 이 법안의 배경에는 검사 출신 대통령 재임 시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야당에만 혹독하게 행사한 사례들, 조희대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당시 후보) 선거법 사건에 대한 이례적 속도나, 지귀연 판사의 납득하기 어려운 구속취소 결정 등이 있다. 법왜곡죄 신설은 어쩌면 권력으로부터 독립되기보다는 국민으로부터 독립된 것으로 보이는 사법에 대한 불신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일지 모른다.그러나 법을 왜곡한 수사와 재판을 바로잡겠다는 선의와는 별개로, 이 제도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법왜곡죄의...

    2026.03.01 19:57

  • [정동칼럼]비주류 출신 첫 성공대통령을 보고 싶다
    비주류 출신 첫 성공대통령을 보고 싶다

    엘리트는 선택된 소수다. 부와 능력, 학벌 등 특정 분야 최고 수준의 우월의식과 기회의 독점을 점유한다. 처음에는 군부의 모습으로 등장해 카멜레온처럼 이름을 바꾸던 정보부, 그 이후로는 칼잡이를 자처하던 검찰청까지 이어지는 이들이 한국의 주류 엘리트였다.권력자 주변으로 사람이 모인다. 권력에 호응함으로써 완장(특권)을 찰 수 있다. 특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그 권한의 사용이 비상식적이라도 그것은 해당 사회에서 표준이 된다. 이들은 오랜 기간 어깨를 쫙 펴고 한국 사회의 ‘주류(mainstream)’임을 자처했다. 헌법 제11조 제2항은 사회적 특수계급의 창설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나 이들은 헌법 위에 군림하듯 살아왔다.“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2017년 3월10일)로부터 “피고인 윤석열을 무기징역에 처합니다”(2026년 2월19일)까지 3268일. 두 명의 대통령이 연속으로 탄핵을 당하고, 그 혐의를 인정받기까지 꼬박 8년하고도 11개월9일이...

    2026.02.26 19:59

  • [정동칼럼]이제 지역정의를 말하자
    이제 지역정의를 말하자

    “원고 마감 시간 남겨놓으면 생각지 않았던” “완성도가 높아지지요.” “예, 생각지 않았던 글이 생각도 나고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마감 기준은 지방선거, 완성도 높아질 글은 행정통합 특별법이다.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출신 윤호중 행안부 장관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이렇게 죽이 잘 맞았다.충남대전, 경북대구, 전남광주 3개의 통합특별시를 만들려던 계획은 국회 법사위에서 잠시 제동이 걸렸다. 방향은 다르다. 국민의힘은 더 많은 권한·재정을 내놓으라는 지렛대로 삼는가 하면 시민사회는 각종 특례 조항을 오히려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쨌거나 마감은 완성도를 높이지 못했다. 부산울산경남은 애초에 마감을 2028년 총선으로 잡았다. 주민투표도 하겠단다. 완성도는 높아질까?행정구역의 규모가 커지면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는 근거는 없다. ‘초광역권’이나 ‘메가시티’는 어떤 도시가 발전하면서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집합체로 여러 지역이 연계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개념이지 ...

    2026.02.25 20:07

  • [정동칼럼]국민소송을 허하라
    국민소송을 허하라

    노무현 정부 때의 일이다. 2006년 9월18일 대통령 산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국민소송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으로 만들어진 위원회였고, 국무총리와 기획예산처 장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위원회였다. 그런데 관료들의 반대로 국민소송제 도입이 좌초된 것이었다.국민소송제란 중앙정부나 공공기관의 예산낭비에 대해 국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이다. 예산집행을 중지시키거나 낭비된 예산을 환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지방자치에서는 ‘주민소송’이라는 이름으로 제도가 도입돼 있다. 예산낭비를 감시하는 시민단체들은 2000년 무렵부터 이 제도의 도입을 요구해왔다. 처음에는 ‘납세자 소송’이라는 이름으로 제도 도입이 추진됐다. 그러다가 지방자치법의 ‘주민소송’ 제도에 맞춰서 ‘국민소송제’로 이름을 바꿔서 도입이 추진됐던 것이다.그리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꽤 진지하게 국민소송제 도입을 검토했다. 국민소송제는 노무현 정부...

    2026.02.23 20:08

  • [정동칼럼]한반도 평화와 미·중 정상회담 활용법
    한반도 평화와 미·중 정상회담 활용법

    4월 초 미·중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진입하면서 양국이 회담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대규모 무기 판매를 재고하는 한편, 중국 첨단기업에 대한 제재도 일부 보류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광물자원 공급망 안정화, 대규모 미국 상품 구매 리스트를 작성 중이다. 2월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부과는 위법이라고 판결했으나, 이에 대해 중국은 ‘잘못된 관행’이었다고 비난 수위를 조절했다. 이처럼 미·중 양국은 정상회담을 국내 정치 기반을 강화하는 데 선택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그러나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북·미 정상회담을 추동해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찾는 데 있다. 지난해 11월 APEC 정상회의 계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를 포기하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혀 정상회담이 무산됐다. 사실 당시 북한은 내부가 정돈되지 않았고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트라우마가 남은 상태에서...

    2026.02.2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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