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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칼럼]하후상박 기초연금, 꼭 이루자
    하후상박 기초연금, 꼭 이루자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월수입 수백만원 되는 노인이나 수입 제로인 노인의 기초연금액이 똑같습니다. 이제는 일부는 빈곤 노인에게 조금 후하게 지급해도 되겠지요?”라며 하후상박 기초연금을 제안했다. 지금은 기초연금이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인데, 소득이 적을수록 두껍게 지급하는 ‘최저보장’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의미이다.전적으로 동감한다. 현행 기초연금은 노인 70%에게 월 35만원을 지급한다. 이러한 급여구조에서는 노인 70%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기에 금액을 대폭 높이기 어려워 빈곤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 노인 빈곤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기초연금의 손질이 필요하고, 대통령이 그 방안을 제시한 이유이다.북유럽 복지국가인 스웨덴과 핀란드도 비슷한 방향으로 기초연금을 바꾸었다. 예전에는 기초연금이 모든 노인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완전 보편적 제도였는데, 지금은 하위계층 노인에게만 누진적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최저보장 방식으로 운영된다. 노인 수가 늘어나면서 보편방식 기초...

    2026.03.18 20:00

  • [정동칼럼]적대적 두 국가, 북한식 종전선언
    적대적 두 국가, 북한식 종전선언

    지난 2월 말 북한의 제9차 당대회는 ‘적대적 두 국가’가 불가역적인 ‘역사적 선택’임을 공식화했다. 기구 정리, 합의서 폐기, 남부 국경의 물리적 차단과 요새화 등 구체적 조치들이 언급됐다. 이는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선대의 남북 협력 노선을 부정한 시점부터 2020년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거쳐 치밀하게 준비된 전략적 빌드업의 결과다.제9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배경을 ‘국가이익’ 차원에서 솔직하게 설명했다. 우선 비핵화 프레임의 원천 차단이다. 북한의 목표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전략적 지위 공고화, 위협 감소에 방점을 둔 북·미 핵군비통제, 그리고 이를 통한 대외관계의 근본적 개선이다. ‘북한 비핵화’를 기축으로 한 한국의 대북·대미 정책은 북한 국가이익과 대척점에 있다.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한국을 “조선반도 비핵화의 간판 밑에 우리의 무장해제를 획책하는 위해로운 존재”로 규정했다. 한국 개입을 철저히 차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둘째,...

    2026.03.16 20:02

  • [정동칼럼]왕사남과 흔들리는 사법 신뢰
    왕사남과 흔들리는 사법 신뢰

    단종이 죽는다. 이 내용을 시작 전에 외쳐도 무해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천만 영화가 되었다길래, 그 거대한 흐름에 합류했다. 올라가는 엔딩 크레디트를 바라보는 내 심정은 복잡했다. 각오했던 것보다 짜임새가 훨씬 엉성했다. 캐릭터는 지나치게 평면적이었고, 극의 전개는 시종일관 느슨했다. 딱 하나, 단종의 사망 장면만이 인상 깊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의 의도대로 울컥했고, 분노했으며, 울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사실상 이끌었다고는 하나, 그것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소재와 관점의 힘이 컸다.그 시대의 질서와 명분을 힘으로 뒤집는 무도함과 그 과정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소년의 목숨, 단종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시대를 초월하는 비극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조선 초기의 이야기를 현대의 관점에서 풀어냄으로써 그 시대를 현대로 순간이동시킨다. 단종과 태산이 공유한 희망, 즉 무지렁이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

    2026.03.15 19:53

  • [정동칼럼]이란 전쟁에 투입된 대량살상 수학무기
    이란 전쟁에 투입된 대량살상 수학무기

    팔란티어의 CEO 앨릭스 카프가 쓴 책 <기술공화국 선언>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원자력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소프트웨어의 시대다.” 선언적 울림이 강한 이 문장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핵무기보다 더 강한 억지력은 이제 인공지능(AI) 역량이라는 것, 그리고 미국이 그 역량을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것이 카프의 비전이다. 마치 1945년 맨해튼 프로젝트가 핵 시대의 문을 열었듯이, 카프는 미국의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새로운 억지력을 ‘신맨해튼 프로젝트’라고 불렀다.그런데 현실의 간극은 컸다. 2024년 미국 국방부가 인공지능 역량 구축에 투입한 예산은 총 18억달러, 전체 국방 예산 8860억달러의 고작 0.2%에 불과했다. 카프가 보기에 문제는 예산만이 아니었다. “이 시대의 억지력이 될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에 실리콘밸리의 기술 엘리트들이 미국 군대를 위해 일하는 것에 가장 회의적”이라는 사실이 더 큰 장애물이었다. 그러나 카프는 포기하지 않았다. ...

    2026.03.12 20:14

  • [정동칼럼]환율이 전하는 메시지
    환율이 전하는 메시지

    지난달 미국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의한 상호관세 부과를 불법으로 판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122조 등 대체 수단을 총동원해 더 강한 관세를 시행하겠다고 받아쳤다. 이어 미국은 예방조치를 명분으로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고, 에너지와 금융시장은 충격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유발되는 불확실성이 뉴노멀이 되고 있다.외환시장도 연말 연초에 고조되던 불안감이 다소 진정되었다가 다시 외부 충격으로 출렁이고 있다. 정부의 시장 안정화 노력이 있었지만, 환율 움직임 뒤에서 작용하는 큰 힘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불확실성을 상수로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 기업·개인이 최근의 환율 출렁임을 보면서 얻게 되는 교훈은 무엇일까.첫째, 환율은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다. 열이 나서 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듯, 인과관계를 해석하는 데 주의해야 한다. 환율이 예상 범위를 벗어날 때, 그 원인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멀리는 ...

    2026.03.11 20:03

  • [정동칼럼]체험의 언어들
    체험의 언어들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유행은 금세 끝났다. 소셜미디어를 보면, 두쫀쿠가 한창 떠오를 때도 다들 한마디씩 얹었고, 두쫀쿠 열풍이 꺼지자 왜 지속 가능하지 않았는지 분석들을 했다.우선 ‘먹어보지 않았지만’ 혹은 ‘앞으로도 먹을 생각은 없지만’으로 시작하는 글이 꽤 있다. 먹지 않을 것이라며 먹을 것에 대해 하는 얘기라니, 두쫀쿠가 두바이산도 아니고 쿠키도 아닌 것만큼 이상하다. 젊은층이 쓰는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나 같은 아저씨들이 주로 수요 없는 긴 글을 공급하는 어느 소셜미디어라 그럴지 모르겠다. 두쫀쿠를 핑계로 유행에 관한 본인의 가치관을 설파하고 싶었으리라 이해하며 넘어가자.두쫀쿠를 먹어봤다는 경험담이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된다. ‘그렇게 줄 서서 먹을 맛은 아니다’ 또는 ‘내 돈 주고 사서 먹을 맛은 아니다’라는 표현이 보인다. 사람들이 종종 쓰는 말이지만, 그런 평가가 알려주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줄 서서 먹을 맛’...

    2026.03.09 20:04

  • [정동칼럼]당신의 목소리가 문득 들렸어
    당신의 목소리가 문득 들렸어

    국가가 구성원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모든 통치 체제의 기본이다. 전제군주국이던 조선에서도 지식인 관료들은 ‘상소’로 공론에 참여했고, 백성들은 왕의 행차 길에 징이나 꽹과리를 치며 억울함을 호소할 ‘격쟁(擊錚)’의 기회를 가졌다. 민주정은 말할 것도 없다.이 와중에도 모든 목소리가 평등하게 퍼지지는 않는다. 이 사회의 청력을 시험하며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 미세한 잡음처럼 흔들리며 들려오는 목소리들이 있다. 지난 2월 마지막 주에는 우연찮게도 세 번의 의미심장한 격쟁이 한꺼번에 있었다.우선 과거 국가폭력에 희생된 이들의 목소리다. 지난 2월26일, 제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출범했다. 1호로 접수된 사건에는 과거 불법적으로 해외 입양된 피해자들, 두 번째에는 시설 수용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담겼다.과거 목소리를 듣는 일은 쉽지 않다. 국가폭력 흔적은 피해자들의 몸과 기억, 평생 소외되고 고된 삶의 여...

    2026.03.08 19:52

  • [정동칼럼]관세 판결과 내란죄 판결에 대한 단상
    관세 판결과 내란죄 판결에 대한 단상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 대한 연방대법원 판결이 마침내 내려졌다. 그동안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행정명령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어젠다 실현에 대체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관세 유지 판결이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관세 부과의 근거로 제시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며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판결의 후폭풍도 거세다. 한편에서는 천문학적 규모의 환급 소송이 제기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무역법 조항에 근거한 새로운 관세 부과 계획이 발표되는 등 글로벌 경제는 극도의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판결 이후의 혼란한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판결 자체에서의 논증은 정파적 입장을 초월해 6인의 대법관이 법정의견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이며 질서정연했다. 보수·진보 연합의 대법관들은 관세 부과를 비롯한 조세권은 연방의회의 고유권한이라는 것이 헌법 조항의 명백한 의미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

    2026.03.05 19:53

  • [정동칼럼]불확실성의 시대에 산다는 것
    불확실성의 시대에 산다는 것

    한때 삼성그룹을 모티브로 인기를 끌었던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죽음과 환생, 복수의 서사가 중심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미래를 미리 아는 한 인물의 ‘실패 없는 베팅’이 자리한다. 그가 하는 투자, 사업, 결정은 백퍼센트 성공한다. 왜냐하면 장차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투자가 이렇다면 얼마나 통쾌할까? 하지만 그런 세상은 없다.2000년대 초 유행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한국 사회의 전환을 상징한다. 전자는 노동소득의 한계를, 후자는 불안한 변화에 적응하는 인간형을 강조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성실한 임금 축적 모델은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축과 근면이 미래를 보장하던 확정성의 시간은, 변화를 감지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확률의 시간으로 이동했다.산업사회에서 임금은 단순한 소득이 아니었다. 매달 반복되는 보수는 삶의 예...

    2026.03.04 20:03

  • [정동칼럼]AI 시대의 사이버네틱 거식증
    AI 시대의 사이버네틱 거식증

    최근 영국 가디언지에는 매우 서늘하고 비극적인 사연이 하나 보도되었다. 지속 가능한 주택 문제를 해결하고자 브레인스토밍을 위해 AI 챗봇을 사용하기 시작했던 48세의 한 미국 남성이 점차 챗봇을 과다 사용하며 현실과 철저히 격리된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현실의 아내나 친구와 대화하는 대신 자신의 고민에 완벽하게 맞장구쳐주는 챗봇에 점점 더 의존했다. 실리콘밸리가 약속한 AI의 무한한 지적, 정서적 풍요 속에서 그는 역설적으로 극단적인 고립과 파국을 선택했다. 이는 결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챗GPT 사용 전후로 심각한 정신건강 위기를 겪은 사례가 거의 50건에 달하고 3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오픈AI조차 매주 100만명 이상이 챗봇에 자살 생각을 드러낸다고 추정한다.지난 9일간(2월21일~3월1일) 한국에서 제4회 섭식장애인식주간이 열렸다. 국제적 학자들의 거식증에 대한 여러 강연에 참가하며 그동안 내가 무지했던 역사적 맥락을 접할 ...

    2026.03.0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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