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정동칼럼
  • 전체 기사 2,425
  • [정동칼럼]저출생과 상속세
    저출생과 상속세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높은 편이다. 명목세율만 높은 게 아니라 실제 세 부담과 세수 비중도 크게 늘어났다. 우리 상속세는 원래 피상속인 중 1~2% 정도만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는 전제를 갖고 설계됐다. 그러나 2023년 기준 실제 과세 비율은 6.8%까지 올라왔고, 실효세율도 2009년 7.8%에서 2023년 14.3%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한편,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면서 중위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섰다. 배우자 사망 시 생존 배우자가 상속세를 내기 위해 살고 있는 집을 팔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내년에 있을 서울시장 선거와도 맞물리면서 당정은 상속공제를 18억원까지 올리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기업들의 민원도 대단하다. 최고세율 50%에 대주주 할증까지 더해지면 실효세율이 60%에 육박해 과도하다는 주장이 있다. 중소·중견기업들은 가업상속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가업상속공제가 도입됐지만 요건이 까다롭고, 되레 세제 혜택만 노린 업종 쪼개...

    2025.11.16 21:38

  • [정동칼럼]국군의 헌법적 사명 톺아보기
    국군의 헌법적 사명 톺아보기

    벌써 12·3 내란 1년이 코앞이다. 헌정을 수호하려는 국민의 결기와 단호한 실천이 겨우 민주공화국을 회복했지만 그 사태가 한국 민주화에 남긴 상흔은 너무나 넓고 또 깊다. 이 질곡에 대해 가장 큰 성찰과 근본적인 개혁의 과제를 감당해야 할 조직이 국군이다. 망상에 사로잡힌 통수권자에게 그 심장부가 휘둘려 내란의 도구로 동원되었기 때문이다.사실 국군의 오명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뿌리가 깊다. 다만 그 흑역사는 민주화의 결실로 많이 잊히거나 왜곡되었을 뿐이다. 민주화 이전 시대에 분단 체제를 배경으로 반공-승공-멸공이라는 이념의 완장을 차고 야만적 폭력의 위세를 내세워 국정의 배후로 군림한 실세가 유감스럽게도 국군이었다. 지금도 ‘종북’이라는 혐오의 깃발을 들고 ‘그들만의 자유’를 위해 ‘모두의 자유’를 위협하는 헌정 유린마저 서슴지 않는 몽상적 선동가들과 그 추종자들이 어쩌면 그 시대의 유산일지도 모른다.그러나 이번 내란 사태는 국군의 이름으로 공권력의 사유화를 획책했던...

    2025.11.13 21:37

  • [정동칼럼]AI 인재 양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
    AI 인재 양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

    “국가도 공부해야 하고, 국민도 공부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보고회에서 한 말이다. 대한민국이 학습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근대 산업화 과정이 에너지와 기계로 표현되는 ‘물리의 시대’에서 출발해 지식과 정보를 매개로 한 ‘디지털 시대’로 진화해왔다면, 이제 인터넷과 딥러닝,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한 ‘학습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칸아카데미의 창시자 살만 칸은 생성형 AI와의 협업 경험을 책으로 출판했는데, 거기에서 “교실의 전복”을 이야기한다. 학생은 인간·AI의 협업 구조를 통해 ‘함께’ 공부하며, 프로젝트를 통해 질문을 생성하는 학습에 참여한다.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집에서 숙제를 하는 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기억에 의존하던 전통적 강의와 평가 방식의 시대도 저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그의 말대로 AI 학습은 전통적 교육체제 혁신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며칠 전 교육부는 ‘AI 3대 강국’을 뒷받침하기 위한...

    2025.11.12 20:25

  • [정동칼럼]어느 법무부 장관의 뒷모습
    어느 법무부 장관의 뒷모습

    1981년부터 1986년까지 프랑스의 법무장관을 지낸 로베르 바댕테르가 10월9일 파리에 있는 판테온에 안장되었다. 그의 안장식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해 프랑스 정계의 전현직 주요 인사가 모두 참석한 국가적 행사로 엄수되고 프랑스 전역에 생중계되었다.한국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댕테르는 프랑스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한 역사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교도소 인질 사건을 벌인 피고인을 변호했는데, 최선을 다한 변호에도 불구하고 그 의뢰인은 1972년 사형이 확정되어 집행되었다. 이 사건의 경험으로 인해 그는 사형 위기에 처한 피고인을 변호하는 일과 사형제도 폐지 운동에 앞장서게 되었다.프랑스혁명 이후 공포정치를 상징하는 사형 집행 도구인 단두대, 프랑스어로 ‘기요틴’이 프랑스혁명 당시 혹은 20세기 이전에나 쓰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프랑스에서 마지막으로 단두대로 사형이 집행된 것은 놀랍게도 1977년 9월10일이다.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

    2025.11.10 21:10

  • [정동칼럼]고요한 아침의 나라
    고요한 아침의 나라

    대한민국의 새벽은 분주하다. 지난 두어 주 공론장을 강타한 쿠팡 새벽배송 논쟁은 국가의 관리를 벗어나 질주하는 시장의 복잡한 이면을 드러냈다. 하나의 사업 모델로 출발한 새벽배송은 한국 사회의 노동권, 노동자들의 분화, 건강과 소득, 규제와 자유, 소비의 필요와 윤리, 그리고 멈추지 않는 자본주의에 대한 자각을 일깨웠다. 사실 새벽은 그 이전에도 국가적으로, 산업적으로, 종교적으로 전략적인 시간이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朝鮮)’의 후예들에게 새벽은 과연 어떤 시간이었는가.산업사회 이전에 새벽은 희망과 재생 같은 추상적 가치와 연결된 우주론적 시간이자, 생명의 휴식과 활동이 전환되는 중요한 경계로 인식되었다. 그것은 매일 일어나는 작은 천지개벽의 시간이었다. 정화수를 떠놓고 천지신명께 소원을 비는 절박한 시간이자, 깨어 있는 신앙을 신에게 증명하는 기도의 시간이었다. 새벽은 신성했다.개발연대에 새벽은 국가 주도의 강력한 근대화 프로젝트와 결합하면서 ‘근면’의 시간이 ...

    2025.11.09 22:00

  • [정동칼럼]혐오의 프레임 밖에서
    혐오의 프레임 밖에서

    학생들과 대림동에 방문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민들이 정착해 살아온 거리를 걸으며 역사를 배우는 지역탐방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영상 동아리 학생들은 방문 후기를 대화로 나누는 콘텐츠를 찍기로 했다. 그런데 회의 중 한 학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영상에 혐오 댓글이 달리면 어떡해요?”주지하다시피 대림동은 중국 혐오 시위의 표적이 된 장소다. 학생들은 영상이 혹시라도 알고리즘을 타서 공격을 받게 될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얼굴을 드러내도 될까, 가면을 써야 할까, 이야기할수록 걱정은 커졌다. 그저 디아스포라 지역탐방 후기를 두런두런 나누는 콘텐츠가 될 테고, 냉정히 생각하면 높은 조회 수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데, 모두들 순간 두려움에 압도되어 영상을 찍어도 될지 주저하고 있었다.학생들만의 두려움은 아닐 것이다. 나도 차별에 관해 말할 때 움츠러드는 경험을 한다. 성차별, 인종차별, 성소수자차별, 장애인차별 등 각종 차별에 관해 의견을 말할 때, 비난...

    2025.11.06 22:14

  • [정동칼럼]사람이 깃발이다
    사람이 깃발이다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됐다. 한국 정부는 “국익 지키고, 글로벌 경쟁력 높였다”고 홍보했다.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투자가 확대될 기회라고, 재계는 환영과 감사 일색이다.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나 부정적 평가도 있다. 애초에 내줄 이유 없는 돈을 빼앗겼으니 잘해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넘어서기 어렵다.관세협상만 놓고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우리는 불확실성이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전이되는 시기를 지나는 중이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가장 가까운 분기점이다. 미국의 헤게모니 아래 진전된 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워졌다. 이후의 시간은 미국이 헤게모니를 재구축하기 위한 도전의 시간이기도 했다.세계시장으로 중국을 끌어들인 미국은 자신의 패권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으로 중국을 지목했다. 견제와 적대가 본격화되면서 동아시아가 격전장이 됐다.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을 가시화했다.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거대한 국제 분...

    2025.11.05 22:30

  • [정동칼럼]AI는 ‘꿈의 노동자’가 아니었다
    AI는 ‘꿈의 노동자’가 아니었다

    2025년 7월, ‘오픈런’ 열풍을 일으킨 한 베이글 프랜차이즈에서 20대 노동자가 과로로 숨졌다. 유족 측은 주 80시간에 육박하는 노동, 심야 연장 근무, 제대로 식사조차 못했다는 메시지가 그의 마지막 기록이라며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있다. 회사는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여러 증언들은 이와 다른 정황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계는 세 달 단위의 단기 계약, 잦은 지점 이동, CCTV 감시와 사소한 실수에도 작성해야 했던 사건 보고서 등 과도한 통제 시스템을 문제로 지적한다.이 비극은 인간의 한계를 무시한 노동 구조의 실상을 고통스럽게 드러낸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바로 그 인간의 한계가 ‘꿈의 노동자’에 대한 환상을 부추겨왔는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의 장시간 노동, 청년층의 피로, 감정노동의 일상화는 이미 오래된 문제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새로운 형태로 변주하고 있다. 지치지 않고, 불평하지 않으며, 감정 기복도 시간...

    2025.11.03 20:13

  • [정동칼럼]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옷깃을 여밀 때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옷깃을 여밀 때다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은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내란세력 청산 과정은 진통이 있었으나 특검과 재판이 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빛의 혁명을 거스르는 반동적 역습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세를 뒤집을 만큼의 힘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진정한 혁명이란 단지 정권 교체가 아니라 낡은 권력 기구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일이며, 국가기구가 다시 국민의 통제를 벗어날 때 혁명의 목표는 좌초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경제지표도 나쁘지 않다. 주가 상승은 시장의 신뢰를 반영하고, 민생경제에도 서서히 숨통이 트이는 기운이 감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균형감 있는 행보가 눈에 띈다. 국민이 가슴을 졸이며 지켜본 대미 통상협상은 예상을 넘어선 결과로 마무리되었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또한 성공적으로 끝났다. 평가는 엇갈리지만 “앞으로 하기 나름”이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지금 분위기만큼은 호의적이다...

    2025.11.02 20:19

  • [정동칼럼]전쟁 같은 협상을 마치고 난 다음
    전쟁 같은 협상을 마치고 난 다음

    미국은 당최 종잡을 수 없는 나라다. 대통령 트럼프는 왕처럼 군림하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짓밟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인권, 자유, 민주주의는 미국의 자랑이었고 다른 나라들에 이식하려던 중요한 가치였지만 이젠 약탈, 횡포를 일삼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체포, 구금하며 용납할 수 없는 인권침해를 저질러 놓고는 자신은 한국 노동자들을 내쫓는 데 반대했다는 뻔한 거짓말을 한다.동맹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는 무조건 현찰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 이를 조공에 빗대는 사람도 있지만, 동아시아의 조공은 상호주의적 공존의 질서에 바탕을 뒀다. 미국처럼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며 윽박지르는 것은 패권국가의 약탈일 뿐이다.경주에서 열린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도 그랬다. 트럼프는 남의 잔치를 훼방 놓는 사람처럼 보였다. 정상회의에는 아예 참석하지도 않고, 그저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25.10.30 20:05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