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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칼럼]등대를 켜는 용기
    등대를 켜는 용기

    인류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공직자는 아마도 2000년 전 로마 속주였던 유대의 총독 본디오 빌라도일 것이다. 예수를 참소했던 건 당시 유대 지도자들이지만,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재판을 굽게 한 빌라도의 책임은 그가 대야의 물에 손을 씻어도 씻어지지 않았다.법원이 내란으로 규정한 12·3 비상계엄 선포 상황에서 당시 고위 공직자들의 행동이 줄줄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 뜨거운 법감정이 아니라 피고인의 동기와 행동에 대한 재구성과 증거, 복잡한 법리들이 적용되는 재판에는 이런 불행한 순간에 적극 가담한 행동과 소극적으로 추종한 행동,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날지 섣불리 예상하기 어려운 여러 모호함들이 깔려 있다. 앞으로의 판결들도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미국의 법학자 워드 판즈워스는 <법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책에서 법적 사고를 사후적 관점과 사전적 관점으로 구분한다. 전자가 “이미 일어난 불행이나 사건을 되짚어보고...

    2026.02.01 19:48

  • [정동칼럼]상상력 사라진 정치, 주류 시대의 종말
    상상력 사라진 정치, 주류 시대의 종말

    내란수괴 윤석열이 사형을 받느냐 징역형을 선고받느냐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훨씬 더 본질적이다. 왜 한 나라의 대통령이 21세기에 위로부터의 내란이라는 극단적 선택에까지 이르렀는가. 개인의 일탈인지, 아니면 정치 엘리트 구조가 빚어낸 필연인지를 묻지 않는다면 어떤 처벌도 공허해진다.아이러니는 분명하다. 피고인 윤석열은 46년 전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모의재판에서 쿠데타 세력에게 사형을 구형한 당사자다. 그리고 30여년 전 전두환 전 대통령 역시 사형을 구형받았다. 역사는 반복되었지만, 반복의 방식은 더욱 초라해졌다. 권력의 종착지가 사법적 심판이라는 점은 같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상상력의 빈곤은 과거보다 더 심각하다. 과거의 쿠데타가 권력만을 탐한 외부로부터의 군사반란이라면 윤석열의 내란은 친위쿠데타에 해당해 국민을 배신했다는 점까지 가중 처벌되는 것이 마땅하다.불법계엄은 한국의 주류 엘리트들이 보여준 부정적 상상력의 극치였다. 동시...

    2026.01.29 19:58

  • [정동칼럼]기출문제를 풀어야 할 이유
    기출문제를 풀어야 할 이유

    한국지엠 세종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작년 7월 노동조합을 세웠다. 158만원에서 멈춘 기본급, 강제로 요구되는 잔업, 연차휴가 사용 제한과 같은 부당한 처우를 바꿔보려고 했다. 노동조합은 자신들을 직접 고용한 업체와 단체교섭을 했다. 하지만 “원청의 허락”이 없어 교섭은 진전되지 않았고 노동조합은 파업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한국지엠이 “진짜 사장”을 자처하며 물류센터를 찾아왔다. 노조법 개정의 성과인가?한국지엠은 파업을 하지 말라며 다른 지역 조립공장에 정규직 채용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일하던 직장에서, 하던 일을, 다만 기본적 권리는 누리면서 하고 싶어 만들었던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은 정규직 전환에 관해 직접 교섭하자고 했다. 한국지엠은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서 일하는 어떤 정규직이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사장이 일방적으로 정하느냐 노동자가 대등하게 협상하느냐. 이 차이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자본이다.‘진짜 사장’ 한국지엠은 책임을 자처한 ...

    2026.01.28 19:56

  • [정동칼럼]강추위보다 살을 에는 ICE
    강추위보다 살을 에는 ICE

    연일 살을 에는 추위가 에워싼다. 그러나 지난 1월24일 보도된 미국발 ‘ICE’(미국 이민세관단속국)에 의한 또 다른 시민 사망 소식은 마음마저 베이게 한다. 1월7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르네 굿이 연방 이민단속 과정 중 사망한 지 보름 만에 그곳에서 또다시 참혹한 죽음이 발생한 것이다. 사망 소식을 접하는 즉시 내 기억 속 한 외침이 떠올랐다. “ICE는 꺼져라!” 작년 11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인류학회의 시작을 알린 제이슨 드 레온(UCLA 인류학 교수)의 일갈이었다. 놀라운 것은 거친 말 자체보다 곧바로 터져 나온 환호였다. 수백명의 인류학자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그 환호는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강제이주와 추방정치가 일상의 윤리를 어떻게 파괴해왔는지에 대한 집단적 체감의 표출이었다. 그 외침은 ICE의 총성에 시민들이 쓰러지기 전부터 이미 예견된 비극에 대한 응답이었던 셈이다.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인류학회의 풍...

    2026.01.26 19:53

  • [정동칼럼]3차 상법개정이 필요한 이유
    3차 상법개정이 필요한 이유

    코스피지수가 장중 5000선을 돌파한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오찬을 갖고 3차 상법개정의 조속한 추진에 뜻을 모았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3차 상법개정안’은 자기주식의 법적 성격을 “자산”이 아닌 “자본”으로 명확히 하는 한편 자사주 취득 후 원칙적으로 1년 내 소각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사주를 대주주와 경영진의 필요에 따라 활용해온 상장사의 관행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회사가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면 회계상으로는 자산이 아닌 ‘자본의 차감항목’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자사주를 ‘미발행 주식’과 유사하게 취급한다. 시가총액에도 포함되지 않고 주당순이익 등 각종 지표를 계산할 때도 분모가 되는 유통주식수에서 제외하기에 자사주는 취득과 동시에 소각되어 주주들에게 환원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우리 상법은 이러한 자사주의 실질을 명확히 규정...

    2026.01.25 19:56

  • [정동칼럼]이재명 정부의 검찰
    이재명 정부의 검찰

    법무부 장관 정성호.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힘주어 말했다. 국회에서였다. “이재명 정부 검찰은 다릅니다.” 국회의원을 다섯 번이나 했지만, 눈에 띄는 의정활동은 없던 사람이다. 그가 주목받은 유일한 대목은 이재명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는 게 전부였다. 그가 “검찰제도 자체가 다 나쁘거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며 언성을 높이는 장면은 희한했다. 얌전했던 사람이 성질을 부려서가 아니라, 말 자체가 너무 이상했기 때문이다.정성호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와중에 국회의원이 되었다. 이때부터 2008년을 제외하고 내리 국회의원이었다. 20년 넘게 국회에 있었으니 헌정사를 온몸으로 겪었을 텐데도 이런 말을 서슴지 않는 게 놀라웠다.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이명박 정부의 검찰’이겠지만, 그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 노무현 정부의 검찰이던 사람들이었다. 검찰은 집요했다. 직전 대통령까지 죽음으로 내몰 정도로 막강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검경...

    2026.01.22 19:45

  • [정동칼럼]국민연금 보험료, 지역가입자는 힘겹다
    국민연금 보험료, 지역가입자는 힘겹다

    올해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9%에서 9.5%로 인상됐다. 사업장 가입자는 1998년 이후 28년 만에, 지역가입자는 2005년 이래 21년 만의 인상이다. 보험료율은 앞으로도 매년 0.5%포인트씩 올라 2033년에 13%까지 도달할 예정이다. 사회보험 중 국민연금 보험료가 가장 높아 부담이 크지만,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가입자들이 감수해야 할 불가피한 인상이다.그럼에도 이 인상이 정말 힘겨운 집단이 있다. 바로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국민연금에서 도시 지역가입자로 편재된 분들이다. 현재 사업장 가입자는 보험료의 절반을 기업에서, 지역가입자 중 농어업인은 소득이 월 106만원 이하이면 보험료의 절반, 월 500만원 소득까지는 일정액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다. 반면 도시 지역가입자는 다르다. 이미 지금도 국민연금 보험료를 전액 본인이 납부하기에 힘겨운데, 앞으로 계속 오르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으로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했다면 이를 따라가...

    2026.01.21 19:36

  • [정동칼럼]전력식민지, 폐기물식민지
    전력식민지, 폐기물식민지

    얼마 전 회의가 있어서 세종시의 정부종합청사에 갔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건물을 지나는데, 온통 현수막으로 덮여 있었다. 내용을 보니 “고압선 강행은 주민 가슴에 총 겨눈 살인행위! 즉각 철회하라” “장군면 송전선로 결사반대” 같은 문구들이 적혀 있다. 세종시 장군면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이었다.주민들이 반대하는 송전선은 신계룡~북천안 34만5000V 송전선이다. 물론 천안이 종착지는 아니다. 북천안 변전소를 지난 송전선은 다시 신기흥 변전소로 연결될 예정이다. 신기흥 변전소는 경기 용인시에 들어설 예정인 변전소이다.신계룡 변전소 아래에는 신정읍과 신임실 변전소가 있고, 그 아래에는 신고창, 신장성, 신광주, 신화순, 신해남, 신고흥 변전소가 줄줄이 있다. 그 사이사이에 60m 안팎의 철탑들이 들어서고 34만5000V 전기가 흐르는 송전선들이 걸리는 것이다.결국 서남해안의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된 전력을 경기 용인 부근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선들이다. 워낙 여러 개의 ...

    2026.01.19 19:50

  • [정동칼럼]세력권 부활과 한국의 ‘신생존방식’
    세력권 부활과 한국의 ‘신생존방식’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미국발 뉴스를 보면 우리가 알던 미국이 맞나 싶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을 위해 특정 지역을 군사작전 하듯 휩쓸며, 열성적 지지층만을 향한 극단의 정치를 밀어붙이고 있다.<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쓴 스티븐 레비츠키와 루칸 웨이는 현재 미국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단계를 넘어 이미 붕괴하는 과정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칼 슈미트의 비상 상태를 빙자해 법치의 예외를 주장하는 ‘권력행사이론’에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걸렸던 ‘까불면 죽는다(FAFO)’ 포스터는 최소한의 위선마저 던져버린 오늘날 미국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보면 미국 우선주의도 국가를 사유재산처럼 다루는 트럼프 우선주의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탈냉전 이후 단극 체제가 붕괴하면서 미국이 고립주의를 선택하는 것까지는 그렇겠다 싶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더는 국제법이 필요하지 않고 나를 멈...

    2026.01.18 19:55

  • [정동칼럼]압도적 계몽형 판결을 기다리며
    압도적 계몽형 판결을 기다리며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고 13개월이 지나서야 이 재판의 결심공판이 끝났다. 특검은 윤석열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중요 가담자들에 대해서도 일제히 중형을 구형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전직 대통령이 내란의 우두머리로 법정 최고형을 요구받는 장면은, 헌정질서 파괴에 대한 단죄 수위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상징적 순간이다.한국 민주주의는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헌법 조문은 그대로인데, 그 문장을 실제로 지킬 의지가 이 사회에 남아 있는지, 그리고 권력을 쥔 자가 헌정을 짓밟았을 때 끝까지 책임을 묻는 나라가 맞는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시험이다. 이 재판은 단지 한 전직 대통령의 유무죄를 따지는 절차가 아니라, 1987년 체제 이후 우리가 쌓아 올린 민주주의의 실질을 검증하는 정치·법적 감사에 가깝다.이제 필요한 것은 심봉사의 눈이 확 뜨이듯, 이 사회 전체가 “다시는 내란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하게 만드는 선명한 판결이다. 그 판결은 ...

    2026.01.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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