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공직자는 아마도 2000년 전 로마 속주였던 유대의 총독 본디오 빌라도일 것이다. 예수를 참소했던 건 당시 유대 지도자들이지만,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재판을 굽게 한 빌라도의 책임은 그가 대야의 물에 손을 씻어도 씻어지지 않았다.법원이 내란으로 규정한 12·3 비상계엄 선포 상황에서 당시 고위 공직자들의 행동이 줄줄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 뜨거운 법감정이 아니라 피고인의 동기와 행동에 대한 재구성과 증거, 복잡한 법리들이 적용되는 재판에는 이런 불행한 순간에 적극 가담한 행동과 소극적으로 추종한 행동,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날지 섣불리 예상하기 어려운 여러 모호함들이 깔려 있다. 앞으로의 판결들도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미국의 법학자 워드 판즈워스는 <법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책에서 법적 사고를 사후적 관점과 사전적 관점으로 구분한다. 전자가 “이미 일어난 불행이나 사건을 되짚어보고...
2026.02.01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