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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 [아침을 열며]‘케이팝 데몬 헌터스’ 성공의 비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성공의 비밀

    2020년 한 미국 대학에서 K팝 강좌를 들은 적이 있다. 학부생들 요청으로 개설된 교양 과목이었고, 인기 강좌로 유명했다. 해당 대학에서 외국 팝 음악으로 정식 강좌가 열린 것은 비틀스가 전 세계를 휩쓸던 1960년대 브리티시팝 강좌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수강생들 역시 K콘텐츠를 즐기는 코리아부(Koreaboo)였다. 좋아하는 K팝 스타와 그 이유는 각양각색이었지만, 엄청난 팬심과 열정의 소유자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K팝과 K콘텐츠를 넘어 한국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진지했다.흥미로운 점은 상당수가 K팝을 문화콘텐츠로만 소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K콘텐츠는 자부심(pride)이었다. 한국계가 아닌데도 말이다. 특히 ‘너드’ 취급받던 아시아계 이민 2~3세들은 K콘텐츠의 성공 서사에 감정이입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문화적으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다는 사실 자체에서 해방감을 느낀다는 의견도 많았다.자연스레 K팝은 정치적으로 리버럴로 인식됐다. 실제...

    2025.07.06 20:54

  • [아침을 열며]집값 문제,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
    집값 문제,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

    지난 금요일(27일)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했다.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침공하며 명명한 ‘한밤의 망치’ 작전만큼이나 전격적인 조치다.대선 직후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대출규제 정책은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예상보다 신속하게, 그리고 예상 밖의 강력한 규제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2주”라는 시각을 예고한 뒤 이틀 만에 대규모 침공을 단행한 미국과 닮았다고 하는 것이다.이번 대책은 심지어 보안마저 철통같았다. 이렇게 빨리 대출규제가 나온 데는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학습 효과’일 테다. 집값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나쁘다’고 규정한다면 문재인 정권은 변명의 여지 없이 최악이었다. 아파트값 주간·월간·연간 상승폭, 월간·연간 거래량 등 집계가 가능한 거의 모든 부동산 지표에서 신기록을 작성했기 때문이다.문재인 정권에서 20건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와 ...

    2025.06.29 20:55

  • [아침을 열며]기후에너지부, 짜깁기 아닌 새판을 짜야
    기후에너지부, 짜깁기 아닌 새판을 짜야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기후 대응이 주요 국정 과제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21대 대선 후보 TV토론에서는 처음으로 기후 의제가 별도 주제로 다뤄졌고, 이 대통령은 공약에서 5대 과제 중 첫 번째로 ‘AI 3대 강국 진입과 미래전략산업 육성’을, 두 번째로 ‘에너지 전환에 기반한 산업 업그레이드’를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도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조속히 전환하겠다”며 “산업구조 전환을 포함한 전방위적인 탈탄소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기후위기가 환경을 넘어 경제,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기후 대응은 이제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할 문제이자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된 것이다.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는 정부 조직 개편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분리돼 있던 기후와 에너...

    2025.06.22 21:08

  • [아침을 열며]6개월 전의 호소
    6개월 전의 호소

    지난해 12월11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서 시민 A씨가 자유발언을 위해 단상에 올랐다. A씨는 자신을 ‘소위 말하는 술집여자’라고 소개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이목이 쏠렸고 이어지는 발언은 좌중을 사로잡았다. 그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면서도 탄핵을 완성이나 끝이 아닌 하나의 ‘고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난 다음에도 계속해서 정치와 우리 주변의 소외된 시민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일”을 해달라고 동료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당시는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A씨는 일찌감치 탄핵 너머를 그렸고 그의 호소는 SNS를 타고 회자했다. 이후 국회는 지난해 12월14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4일 파면을 선고했다. 그리고 조기대선을 거쳐 지난 6월4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6개월여 전 부산 서면에 울려 퍼진 A씨의 발언 전문을 얼마 ...

    2025.06.15 20:57

  • [아침을 열며]하버드의 ‘인종차별’이 무슨 말씀이신지
    하버드의 ‘인종차별’이 무슨 말씀이신지

    지난 4월 미국 하버드대가 아이비리그 대학 중 최초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반기를 들었을 때 미 자유주의 진영은 환호작약했다. 언론은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이 학내 구성원에게 보낸 서한(“어떤 정부도 사립대가 무엇을 가르칠지, 누구를 입학시키고 고용할지, 어떤 연구를 할지 지시해선 안 된다”)을 대서특필했다. 미 재무장관, 하버드대 총장을 지냈던 로런스 서머스는 칼럼에서 “하버드처럼 힘 있는 기관이 트럼프에게 저항하지 않는다면 누가 할 수 있겠나”라며 “하버드는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저항해야 한다. 한 번 항복하면 다음 요구에 또 항복해야 한다”고 말했다.하버드대가 총대를 메자 반향이 일었다. 대학 운영 정책을 변경하라는 정부 요구를 일부 수용했던 컬럼비아대는 가버 총장 서한이 발표된 후 “대학에 독립성과 자율성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정부와 어떠한 합의도 하지 않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이때만 해도 트럼프 정부는 이들 대학에 연방정부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

    2025.06.08 21:05

  • [아침을 열며]친중이라는 잠꼬대
    친중이라는 잠꼬대

    요즘 한국 신혼부부의 필수템인 로봇청소기는 국내 업체 제품이 아니다. 중국 로보락이다. 가성비가 선전의 이유라고 생각한다면, 그 짐작은 틀렸다. 로보락 제품은 국내외 로봇청소기 중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가격에도 불구하고 성능 때문에 1위를 차지한단 게 정확한 현실 인식이다.‘가성비의 중국’이 아니라 ‘기술의 중국’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지난주 로보락은 세계 최초로 5축 로봇 팔을 탑재한 프리미엄 로봇청소기를 국내에 출시했다.중국 굴기 뉴스는 지겨울 정도지만, 올해 변곡점이 될 만한 세 가지 사건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먼저 딥시크의 출현이다. 미·중 패권 경쟁 승부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판가름 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서도 AI 분야에서만큼은 미국이 앞서가고 있다는 인식을, 딥시크가 송두리째 무너뜨렸다.두 번째 인도·파키스탄 전쟁에서 파키스탄의 중국제 전투기 J-10C가 인도의 프랑스제 라팔을 무더기로 격추한 사건이다. J-1...

    2025.06.01 20:50

  • [아침을 열며]백종원 대표가 아직 하지 않은 것
    백종원 대표가 아직 하지 않은 것

    방송 중단을 선언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여러 차례 주주와 가맹점주들에 대한 사과와 개선안을 발표했다. 주주와 가맹점주들만큼이나 애가 타는 곳이 또 있다. 백 대표의 이름값을 믿고 더본코리아와 여러 용역·제휴·위탁 사업 등을 진행 중인 지자체들이다.더본코리아는 지자체와 벌이는 사업을 ‘지역 개발’이라고 부른다. 더본코리아의 올 3월 분기보고서를 보면 아직 진행 중인 지역 개발 관련 용역사업만 12개, 지역상생·상권·경제활성화 등을 목표로 더본코리아와 협약을 맺고 있는 지자체는 20곳이 넘는다.백 대표를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모처럼 지역 사업의 성과를 기대했던 지자체들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더본코리아와 직간접적으로 엮여 있는 지자체 14곳이 모여 “과도한 비난을 멈춰달라”며 단체로 읍소한 배경이기도 하다. 타 지자체에서 성공한 정책 사례를 거울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자체장들이 더본코리아에 앞다퉈 계약서를 내민 게 비난받을 일도 물론 아니다....

    2025.05.25 20:45

  • [아침을 열며]급할수록 돌아가라
    급할수록 돌아가라

    어느새 1년 하고도 몇달이 흘렀는데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윤석열 정부가 맹렬하게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었고, 핵심은 그 규모였다. 수백명 수준으로 시작한 추정치는 하루가 다르게 부풀었고, 급기야 발표 당일 오전 한 신문에 ‘2000명 증원’이라는 단독보도가 나왔다. 그 기사를 보고 당시 담당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설마 2000명은 아니겠지. 이건 너무 무성의한 숫자잖아. 의사 증원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마치 무 자르듯 2000명으로 결정한다고? 어떤 고민의 흔적도 보이지 않게?” 하지만 나의 순진한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지난해 2월6일, 정부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정확히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의사 수를 늘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를 막겠다는 명분이었다. 나 역시 그 목표와 방향에는 동의했다. 문제는 2000명이라는 단순하고도 명료한 수치, 그리고 이를 밀어붙이는 방식이었다. 정부는 몇몇 연구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지만, 정...

    2025.05.18 19:54

  • [아침을 열며]‘울분 사회’에 미래는 없다
    ‘울분 사회’에 미래는 없다

    한국 사회는 병들어 가라앉고 있다. 양적으로 성장이 멈춰 있는 것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사회가 병들어 있다는 징후가 동시다발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위기를 진단할 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저출생과 고령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국가 같은 문제도 결국 건강하지 못한 사회를 오래도록 방치한 결과다. 유아단계부터 청년, 노후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 주기에 있어서 국민이 불행해지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지표가 쉬지 않고 새롭게 등장한다.아이들은 점점 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높은 교육열이 한국의 고도성장에 중요한 기반이 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대입을 위한 사교육은 선을 넘어 멈출 줄 모른다.영어유치원 입학을 위한 ‘7세 고시’와 더 좋은 영아 유치원에 가기 위한 ‘4세 고시’ 같은 용어가 등장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초등학교 2~3학년쯤 돼서 수학 선행에 뛰어들 준비가 된 아이라면 ‘생각하는 황소’ 수학학원에 들어가...

    2025.05.11 20:12

  • [아침을 열며]트럼프 100일, 13만명 추방이 성과라니
    트럼프 100일, 13만명 추방이 성과라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신이 재집권하면 국내외 현안을 단시간 내에 해결하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2초 안에 특별검사를 해고하겠다”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는 식이다. 2400시간이 흘러 지난달 29일 취임 100일째를 맞았지만 그가 끝낸 전쟁은 없다. 가자지구 공격을 재개한 이스라엘에 대해 미국이 압박 비슷한 것이라도 하고 있다는 소식조차 없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은 성과가 금세 나오지 않자 벌써 중재를 포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외교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이민자들과의 전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정부는 취임 100일 성과로 이민자 13만9000명을 추방했다는 통계를 내놨는데 서울 인구와 비교하면 종로구 주민 전체를 쫓아낸 셈이다.미 정부는 강력범죄 전과자를 골라서 추방한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은 하루아침에 멀쩡한 가족이 생이별하거나 합법적 체류자...

    2025.05.0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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