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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 [아침을 열며] 할리우드의 AI 임파서블
    할리우드의 AI 임파서블

    세계 최고 스파이 요원인 에단 헌트가 오토바이로 산등성이를 질주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순간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상영관 안 관객들의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개봉에 앞서 공개된 이 장면의 메이킹 필름을 보고 온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다. 이제부터 펼쳐질 액션신은 진짜라는 것을. 에단 헌트 역을 맡은 톰 크루즈는 무려 1264m 높이의 절벽 위에서 망설임 없이 몸을 날린다. 까마득한 허공에서 오토바이와 함께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는 그에게 주어진 생명줄은 달랑 낙하산 하나. 거센 바람과 중력을 정통으로 맞아 얼굴 가죽이 뒤틀리는 와중에 그는 드론 카메라를 향해 대사까지 친다.그리하여 에단 헌트밖에 할 수 없는 저 무모한 스파이 작전은, 톰 크루즈이기에 할 수 있는 진짜 액션신으로 완성된다. 에단 헌트와 톰 크루즈가, 영화와 현실이 완벽히 겹쳐지는 짜릿한 쾌감. 마블 히어로가 구름을 뚫고 우주로 날아가는 최첨단 VFX(시각특수효과)로는 결코 느...

    2023.07.24 03:00

  • [아침을 열며] 법치경제학 또는 공포경제학
    법치경제학 또는 공포경제학

    윤석열 정부는 내세우는 뚜렷한 경제정책이 없었다. MB노믹스, 초이노믹스, 소득주도성장 등 역대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하나의 용어로 묶을 만한 일관된 흐름을 찾기도 어려웠다. 자유시장경제를 내세웠지만 관치의 입김이 강했다. 감세와 재정건전성을 외치면서도 공공기관 민영화나 작은 정부를 강조하지 않았다. 적극적인 분배는 꺼리지만 그렇다고 성장을 밀어붙이는 것도 아니었다. 단초를 찾은 것은 기획재정부의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었다. 발표자료를 보면 생경한 단어 하나가 나온다. ‘경제법치’다. 당연히 경제학 교과서에 없는 용어다. 정부가 내린 정의를 찾아보니 ‘경제 전반에 법에 근거한 공정 시장경제 질서 확립’이란다. 이른바 ‘법치경제학’이다. 굳이 찾자면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 세운다)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을 듯한데 박근혜 정부에서도 노골적으로 경제에 법치를 끌어오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면 윤석열 정부의 경제철학은 모호하지만 경제운영 방법은 일...

    2023.07.17 03:00

  • [아침을 열며] 오염수 방류와 국가의 역할
    오염수 방류와 국가의 역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도쿄를 통과하는 아라카와강에 방류할 수 있을까. 중국이 원전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처리해 서해에 방류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받아들일까.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 안전하다며 원전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리겠다는 일본과 이를 묵인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가 파괴됐고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 원자로 안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용융이 발생하자 온도를 낮추기 위해 바닷물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도 하루에 90t 정도의 오염수가 발생한다. 10여년간 오염수를 커다란 탱크 1000여개에 모아오던 도쿄전력은 이제부터 알프스라는 필터로 핵종을 걸러낸 후 태평양에 그냥 버리겠다고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알프스 처리 오염수는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며 해양 방류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방류가 시작되면 30년 이상 오염수 수백...

    2023.07.10 03:00

  • [아침을 열며] 일베정치, 차관정치, 공포정치
    일베정치, 차관정치, 공포정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서 “우리는 올바른 역사관, 책임있는 국가관, 명확한 안보관을 가져야 한다”면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 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했다. 이튿날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나 특정 정치 세력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한발 뺐지만,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일관되게 추구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말한 반국가세력은 문재인 정부나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반국가세력에 호응하는 말은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박멸이나 척결이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는 나와 다른 생각의 공존을 인정하는 상대주의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정책을 폈다고 반국가세력이라고 낙인찍는 건 파시스트의 언어이지 민주주의자, 자유주의자의 언어가 아니다....

    2023.07.03 03:00

  • [아침을 열며] 매듭은 풀어야 한다
    매듭은 풀어야 한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고대 그리스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드로스는 정복 전쟁 중 소아시아의 신전 기둥에 단단히 묶여 있는 마차를 만났다.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예언이 전해 내려왔는데, 매듭이 어찌나 단단한지 아무도 못 풀었다. 알렉산드로스는 칼을 뽑아 매듭을 잘라버렸다. 예언대로 알렉산드로스는 아시아를 정복했다. 이후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영원히 풀지 못할 난제란 의미로 쓰인다. 알렉산드로스가 매듭을 풀지 않고 칼로 잘라버린 것은 ‘발상의 전환’이나 ‘과감한 결단’으로 통한다. 평범한 사람은 감히 하지 못할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의 요즘 행보를 보면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알렉산드로스가 떠오른다. 대학수학능력평가(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제거해 사교육을 잡겠다는 발상이 그렇고, KBS 수신료 분리징수 밀어붙이기가 그렇다. 우선 윤 대통령의 거침없는 ‘킬러 문항 퇴출’ 과정을 보자.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

    2023.06.26 03:00

  • [아침을 열며] 재난에 대비하는 정부의 자세
    재난에 대비하는 정부의 자세

    18세기 스코틀랜드 한 병원에 서서히 죽어가는 한 환자가 있다. 실력있는 의사들조차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지만 20세기에서 타임슬립(시간여행)한 간호사 출신의 여주인공은 그의 소변을 살펴보고는 단박에 무슨 병인지 파악한다. 넷플리스 드라마 <아웃랜더>의 한 장면이다. 과학이 크게 발전한 오늘날에는 예측이 쉬운 일들도 과거의 시각에서 보면 문제의 실체를 모르고, 대비법은 더더욱 몰랐기에 사회적 불안감이 퍼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지리적 특성상 어민들과 수산업 종사자들은 물론이고 1인당 수산물 섭취량 세계 1위를 기록할 만큼 수산물을 자주 먹는 국민들 역시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요즘 친한 지인·친인척을 만나거나 연락하게 되면 안부 인사로 “소금 사놨냐”고 물어볼 정도다. 국민들이 이렇게 불안한 배경에는 원전 오염수 방류를 놓고 현대 과학자들조차 그 ...

    2023.06.19 03:00

  • [아침을 열며] 시리아 청년에게 멘토가 되어준 독일 시장
    시리아 청년에게 멘토가 되어준 독일 시장

    리얀 알셰블(29). 지난 4월 독일 남서부 소도시 오스텔하임에서 시장으로 당선된 시리아 난민 청년이다. 당선되자마자 전 세계 언론사 100여곳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고 하니, 이 동화 같은 이야기에서 희망을 찾고 싶었던 사람이 나만은 아닌 듯하다. 그의 인터뷰에서 특히 나의 관심을 끈 대목 중 하나는 오스텔하임과 이웃한 소도시 알텡슈테트의 클레멘스 괴츠 시장 권유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한 부분이었다. 알셰블의 당선은 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 불가능해 보였던 승리였다. 독일에 온 지 8년밖에 되지 않은 20대 난민 청년이 시장이 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15년째 알텡슈테트 시장으로 재임 중인 이 노련한 행정가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시리아 청년도 자신과 같은 독일의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알셰블이 독일로 오게 된 과정은 다른 시리아 난민들과 다르지 않았다.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위해 복무...

    2023.06.12 03:00

  • [아침을 열며] ‘덜 나쁜 놈’ 고르는 선거에서 벗어나야
    ‘덜 나쁜 놈’ 고르는 선거에서 벗어나야

    83 대 7. 5월 셋째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중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이다. 여야 지지층 간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 비율 차이가 76%포인트나 된다는 의미다. 정치 양극화의 실상을 보여주는 수치다. 한국 정치가 늘 그랬지라며 별일 아닌 것처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갤럽 조사 기준 여야 지지층 간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 비율 차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역대 정부의 최대 격차를 보면 김영삼 정부 39%포인트, 김대중 정부 48%포인트, 노무현 정부 62%포인트, 이명박 정부 64%포인트, 박근혜 정부 75%포인트, 문재인 정부 85%포인트를 기록했다. 한때 지지 정당이 다른 이들 사이에서도 국정운영과 관련해 공론이 모이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양당제에 가까운 한국 정치에서 양극화 심화의 폐해는 명백하다. 타협은 사라졌고 입...

    2023.06.05 03:00

  • [아침을 열며] “왜요, 이걸요, 지금요?”
    “왜요, 이걸요, 지금요?”

    대통령 노무현의 시간은 지루했다. 어떤 정책도 단번에 되는 것은 없었다. 제안했다가 안 되면 후퇴하고, 그러다 다시 제안하기를 반복했다. KTX 천성산 터널 공사,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 등 난제들이 그런 과정을 겪었다.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은 신년연설과 국정연설, 시정연설을 통해 ‘왜, 이걸, 지금 해야 하는지’를 직접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대통령의 연설 뒤에는 항상 나라가 시끌벅적해졌다. 때로는 보수가, 때로는 진보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피곤했다. 뭐 하나 속시원히 해결되는 게 없었다. 대통령이 저렇게 추진력이 없나, 싶었다. 그랬기에 이명박 정권이 출범했을 때 ‘살짝’ 기대한 것이 있었다. 정말 필요한 국정과제라면 대통령이 책임지고 밀어붙여도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대통령 이명박은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을 내세웠고, 롤 모델은 박정희였다. 이런 생각이 짧았다고 깨닫는 데는 몇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23.05.29 03:00

  • [아침을 열며] 원희룡 장관, 그렇게 살지 마시라
    원희룡 장관, 그렇게 살지 마시라

    노동절인 지난 1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해 이튿날 숨진 건설노동자 양회동씨 유서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네요. (중략) 먹고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억울하고 창피합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자존심’ ‘억울하고 창피하다’는 말이 가시처럼 눈에 박힌다. 이들에게 자존심은 무엇인가. 30년 경력 레미콘 노동자 강종식씨(53)는 3년 전 건설노조에 가입했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린 지난 16일 경향신문과 만난 강씨는 이전에는 “안전에 대해 누구도,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했다. 노조에 가입한 뒤에야 산업안전보건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됐다고 했다. 또 “30년 일하면서 오른 임금은 1만원이 전부인데, 노조에 가입한 3년 동안 1만8000...

    2023.05.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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