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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을 열며] 원희룡 장관, 그렇게 살지 마시라
    원희룡 장관, 그렇게 살지 마시라

    노동절인 지난 1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해 이튿날 숨진 건설노동자 양회동씨 유서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네요. (중략) 먹고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억울하고 창피합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자존심’ ‘억울하고 창피하다’는 말이 가시처럼 눈에 박힌다. 이들에게 자존심은 무엇인가. 30년 경력 레미콘 노동자 강종식씨(53)는 3년 전 건설노조에 가입했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린 지난 16일 경향신문과 만난 강씨는 이전에는 “안전에 대해 누구도,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했다. 노조에 가입한 뒤에야 산업안전보건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됐다고 했다. 또 “30년 일하면서 오른 임금은 1만원이 전부인데, 노조에 가입한 3년 동안 1만8000...

    2023.05.22 03:00

  • [아침을 열며] 학교에 안 가니 행복해졌다
    학교에 안 가니 행복해졌다

    1998년에 <여고괴담>이란 영화가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다. 학교를 떠나지 않은 ‘여고생 귀신’을 소재로 교사의 폭력, 학생 차별, 학교의 부조리 등을 다뤘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였는데도 청소년 관객이 꽤 많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영화가 교사의 폭력을 과장하고 교육 현장의 어두운 면만 부각해 교사들의 명예훼손은 물론 교육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나를 비롯해 영화를 본 관객들은 교총의 주장에 그다지 공감하지 않았다. 실제 학교가 영화 속 공포를 부르는 공간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2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 학교는 많이 달라졌다. 시설이 좋아진 것은 당연하고, <여고괴담> 속 등장인물 같은 폭력 교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되레 교사가 학생의 교권 침해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다. 사회 전체가 투명해지면서 학교 안 부조리도 많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제 학교는 더 학생에게 공포...

    2023.05.15 03:00

  • [아침을 열며] 교통, 복지를 넘어 균형발전까지
    교통, 복지를 넘어 균형발전까지

    김포 신도시와 서울 김포공항역을 잇는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의 출근시간 밀집도는 1㎡당 7~8명에 이르는데 이는 밀집도가 높은 지하철 9호선(4~5명)과 비교해도 더욱 높다. 이태원 참사 당시 밀집도인 9~10명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상황으로, 지난달 하루에 승객 3명이나 호흡곤란으로 쓰러지는 등 올해 들어 18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김포골드라인은 종착역인 김포공항역에 가까워질수록 혼잡도가 극심해진다. 승객을 실어나르는 전동차와 승강장 크기 자체가 작기도 하지만 우이신설선·신림선 등 다른 경전철들과 달리 노선 중간에 다른 지하철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역이 전혀 없다. 승객들의 안전사고가 김포공항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이로 인해 정부가 김포공항역까지 버스 노선을 늘려 지하철 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단기 정책은 되레 김포공항역의 승객 집중만 심화시켜 교통량 분산효과에 한계가 있다. 교통 전문가들은 승객들을 실어나르는 셔틀버스 등을 김포공항역...

    2023.05.08 03:00

  • [아침을 열며] 폭스뉴스와 편집증적 세계관
    폭스뉴스와 편집증적 세계관

    대선 조작설을 퍼뜨린 폭스뉴스가 투표기 업체인 도미니언에 1조원이 넘는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하기 불과 닷새 전이었다.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부모님 심부름으로 동생을 데리러가던 16세 흑인 소년이 주소를 착각해 엉뚱한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가 총에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집주인인 84세 백인 남성 앤드루 레스터는 현관 밖에 낯선 흑인 소년이 서 있는 것을 보자마자 총을 두 발 쐈고, 그중 한 발이 유리를 뚫고 소년의 머리로 날아갔다. 소년은 중상을 입었지만,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레스터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왜 레스터는 집 밖에 낯선 이가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린 소년에게까지 다짜고짜 총을 쏜 것일까. 그는 폭스뉴스 중독자였다. 그의 손자는 현지 언론인 캔자스시티스타와 인터뷰하면서 예전에는 할아버지와 사이가 좋았지만, 그가 폭스뉴스 같은 극우 케이블 채널을 보는 데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5~6년 정도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가 그런 일을...

    2023.05.01 03:00

  • [아침을 열며] 회식정부 1년
    회식정부 1년

    윤석열 대통령은 왜 대통령이 되려고 했을까. 대통령이 되어 뭘 하려고 했을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 지 곧 1년이 된다.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하려니 의문부터 생겼다. 두 번도 못하는 5년 단임제 대통령이고 임기의 5분의 1이 지났는데도 뭘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2021년 9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 유승민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물었다. “대통령이 왜 되려고 하나.” 윤 후보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공정과 상식을 지키기 위해 살아 있는 권력과 싸우는 모습을 보고 무너진 법치와 상식을 바로 세워달라는 (국민의) 부름을 제가 확실히 이행할 수 있을 것 같고….” 국민이 원한다니 해보겠다는 취지다. 내용도 대통령보다는 검찰총장이 되려는 이유에 더 가깝다.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과 싸우며 대중의 인기를 얻었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대통령이 되어서 뭘 하려는지에 대한 정립된 인식은 안 보였다.이때까지도 대통령이 되는 것 ...

    2023.04.24 03:00

  • [아침을 열며] 박근혜의 증세, 노무현의 FTA, 윤석열의?
    박근혜의 증세, 노무현의 FTA, 윤석열의?

    지난달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리던 날, 서울 서대문 인근의 한 식당. 김기현 당대표의 당선 뉴스를 보던 한 시민이 이렇게 툭 내뱉었다. “허허, 중국 공산당 대회 같네.” 나이 지긋한 그 시민이 보수 지지자였는지 진보 지지자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의 말을 듣고 다시 TV 화면을 바라보니 김 대표가 아닌 중국 어느 정치인으로 인물을 바꾼다면 그의 말도 틀린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어 혼자 피식 웃음이 났다.개인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는 빨강을 정치에 돌려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레드’는 한국 정치에서 오랫동안 금기시되던 색이었다. 공산당이 연상되다보니 소수 진보정당을 제외하고는 감히 쓸 수 없는 색깔이었다. 국민의힘은 민정당 때부터 파랑을 고수했고, 민주당은 녹색과 노랑을 써왔다. 2012년 새누리당이 빨강을 채택하자 당내외에서 격론이 벌어졌지만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뜻은 확고했다. 친박계는 “빨강은 열정을 상징한다”며 보...

    2023.04.17 03:00

  • [아침을 열며] 노동시간 개편이라는 코미디
    노동시간 개편이라는 코미디

    근자에 있었던 노동시간 개편을 둘러싼 혼란은 윤석열 정부의 문제를 압축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찬찬히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6일 노동시간 개편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편안이 ‘주 최대 69시간’ 노동을 허용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윤 대통령은 16일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했다. ‘주 최대 60시간’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자 20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개인적 생각에서 말씀한 것이지 가이드라인을 주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캡(상한)을 씌우는 게 적절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이 굳이 고집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윤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주당 60시간 이상의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참모가 대통령의 지시를 ‘개인적 생각’이라고 깎아내리는 것도, 대통령이 다시 ‘내 생각은 변함없다’고 말하는 것도 처음 본...

    2023.04.10 03:00

  • [아침을 열며] 머릿속에 있는 노동자상을 바꿔라
    머릿속에 있는 노동자상을 바꿔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월6일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근로자에게는 주 4일제, 안식월, 시차 출퇴근제 등 다양한 근로시간제도를 향유하는 편익을 안겨주고 기업에는 인력 운용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다.” 이런 설명도 덧붙였다. “이번 개편안이 현장에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개편안이 당초 의도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권리 의식, 사용자의 준법 의식, 정부의 감독행정 등 세 가지가 함께 맞물려 가야 한다.” 저 발언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이정식 장관은 그날 기자들에게 정책 설명을 하면서 머릿속에 ‘이상적인 노동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던 것 같다. ‘권리의식을 갖고 다양한 근로시간제도를 향유하는 MZ세대 노동자’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일이 주어지면 퇴근하는 것도 잊고, 온몸을 불사르듯이 열정적으로 일하고, 바쁜 일을 다 마치면 멋지게 휴가를 떠나는 노동자. 휴대전화 속 스케줄표에는 야근표와 휴가 일정이 앞서...

    2023.04.03 03:00

  • [아침을 열며]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저출생 극복 대책이라는 정부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저출생 극복 대책이라는 정부

    한 지인은 자신의 형제자매가 4명인데 그중 2명만 결혼했고, 아이는 단 1명뿐이라고 했다. 그 아이가 훗날 커서 부양해야 할 어른들이 이 가족 내에서만 8명이라고 한탄한 적이 있다. 실제로 주변에는 30대를 넘어 40~50대를 홀로 살아가는 지인 및 친구들이 적지 않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0.78명) 수치는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9명)의 절반인 셈인데 서울은 더 심각해 출생률이 0.59명에 그친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서울은 이미 멸종의 길에 들어섰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책입안자들이 내놓은 해법 중 하나가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다. 시대전환 소속 조정훈 의원은 지난주 ‘최저임금 적용 없는 월 100만원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법’을 발의했다가 논란이 일자 철회했지만 하루 만에 재발의했다. 현행법은 가사서비스 종사자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적용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

    2023.03.27 03:00

  • [아침을 열며] 1등급 시민의 민주주의
    1등급 시민의 민주주의

    이스라엘은 분리장벽 너머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철저히 억압하고 차별하는 것으로 악명 높지만, 장벽의 경계선 안쪽에서만큼은 중동 지역 유일의 민주주의 국가로 불려왔다. 물론 이스라엘을 민주국가로 볼 수 있을 것이냐는 중요한 논쟁거리가 되겠으나, 삼권분립 등 형식적 민주주의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러하다는 얘기다. 이 나라의 강력한 유대인 공동체는 서로를 “형제”라고 부르는 수준의 끈끈한 연대를 자랑해 왔다. 그러므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유대인들 간의 격렬한 충돌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이스라엘’과 ‘분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의 한 쌍이었지만, 그 분쟁은 주로 인종과 종교로 쌓아올린 장벽 바깥과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지난 11일(현지시간) 주최 측 추산 50만명의 이스라엘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사람들은 “이대로 가면 이스라엘은 완전한 독재국가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에서, 직장에서, ...

    2023.03.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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