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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 [아침을 열며]이러다 윤석열도 중국인 될 판
    이러다 윤석열도 중국인 될 판

    지난 14일 서울 주한 중국대사관 앞. 마블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한 40대 남성이 경비를 서는 경찰관에게 시비를 걸었다. “시진핑 XXX 해볼래. 못해?” “말도 좀 어눌한 것 같아. 한국 분 아닌 것 같아. 나, 얘 패도 되죠? XX니까.” 그는 “중국대사관 테러할 것”이라 외친 후 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중국인 딱지 붙이기’가 12·3 비상계엄 이후 보수 세력을 집어삼킨 극우의 담론과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자신의 견해와 다른 시민을 중국인, 화교 혹은 친중으로 몰아간다. 이제는 아무 말 수준의 ‘기승전중국인’ 화법까지 등장했다.윤석열 탄핵심판 변론이 열리는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중국인을 색출하려는 ‘애국시민’의 불심검문이 종종 이뤄진다. 이들은 북촌 한옥마을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다짜고짜 “중국인이냐”고 윽박지른다. 아무나 붙잡고 “한국말 해봐” “주민증 까봐”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윤석열 지지자들은 탄핵 찬성 ...

    2025.02.16 21:28

  • [아침을 열며]딥시크 충격과 경력선호 사회
    딥시크 충격과 경력선호 사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난달 20일,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가 세상에 공개됐다. 설립된 지 1년 반 남짓 된 중국 스타트업이 만든 AI 모델이 미국 오픈AI의 챗GPT와 비교해도 성능이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잇따르면서 전 세계가, 특히 미국인들이 충격에 빠졌다. AI 산업에서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된 것으로, 혹자는 중국이 ‘AI 실크로드’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전문가들 말을 종합해보면 딥시크에 놀라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오픈AI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 AI를 만들어낸 점이다. 딥시크 개발에 든 비용이 챗GPT의 20분의 1이고 인력은 9분의 1 수준이라는데, 정보 투명성이 높지 않은 중국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저비용 고성능’ AI 시대를 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처럼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지 않더라도 가성비 좋은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국내...

    2025.02.09 20:55

  • [아침을 열며]내란 혐의보다 더 큰 윤석열의 죄
    내란 혐의보다 더 큰 윤석열의 죄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되고 내란 수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지금 돌이켜본들 허망한 일이지만 그는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헌법 제69조에 명시된 선서문을 읽으면서 임기를 시작했다. 1948년 제헌헌법에서부터 등장한 대통령 취임선서 문구는 그간 개헌 과정에서 조국의 평화적 통일, 국민의 자유 증진, 민족문화 창달 등의 책무가 추가됐지만 헌법 준수와 국가 보위, 국민의 복리 증진이 대통령의 기본 책무라는 뼈대는 그대로 유지됐다.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 약속을 일거에 배반한 윤 대통령은 12월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입니다.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서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라...

    2025.02.02 20:58

  • [아침을 열며]AI 교과서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AI 교과서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모두가 스마트폰 안에 각자의 세계를 구축하고 사는 시대다. 알고리즘이 사용자 취향에 맞춘 판을 세팅해준 덕에 나의 정치적 성향, 소비 패턴, 취미와 관심사가 최우선으로 반영된 온라인 세상 속에 빠져 지낸다. 출퇴근 대중교통 안에서도, 카페에 마주 앉은 직장 동료도, 한집에 사는 가족들끼리도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순간 철저히 분리된 다른 공간을 사는 사람들이 되고 만다. 그 속에서 우리와 다른 생각, 우리를 반대하는 근거는 설 자리가 없다. 익명의 동질화된 집단이 각자의 렌즈로 왜곡된 세상을 찍어내고 있다.문제는 유튜브와 SNS의 역할이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정보를 나누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주장이 순식간에 진실로 둔갑해 대중을 선동하는 데에 쓰이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유튜브는 가장 강력한 대중 동원 수단이자,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플랫폼이 됐다.유튜브에 쏟아지는 영상의 양...

    2025.01.26 20:36

  • [아침을 열며]메르켈의 길, 트뤼도의 길
    메르켈의 길, 트뤼도의 길

    2018년 6월 캐나다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독일 총리실은 소셜미디어 계정에 자세한 설명 없이 사진 한 장을 게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팔짱을 낀 채 의자에 앉아 있고 다른 정상들은 맞은편에 서서 트럼프를 내려다보고 있는 장면이었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가 트럼프 앞에 놓인 탁자를 양손으로 짚고 노려보듯이 트럼프를 응시하고 있어 이 사진은 수많은 해석을 낳았다. 언론들은 이 사진이 미국과 그 우방국이 관세 등을 둘러싸고 갈등하던 현실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돌아오면서 미국과 유럽의 불화가 재연될 조짐이 보인다. 대통령 취임식(현지시간 20일)이 다가올수록 트럼프의 대유럽 공세는 거세지고 있는데, 발언 수위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7일 그는 덴마크령 그린란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력 동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트럼프의 장남은 보란 듯이 그린란드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

    2025.01.19 20:45

  • [아침을 열며]내란 세력의 방어 무기, 진영논리와 양비론
    내란 세력의 방어 무기, 진영논리와 양비론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치고 있다.” “(왼쪽) 니는 잘했나.” 가수 나훈아가 고별 콘서트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과 관련해서 던진 말이다. 테스형의 균형 잡힌 한마디가 아니라 무지성 또는 위선이다. 독재 대 민주주의, 헌법 대 반헌법의 대결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나훈아의 좌우 비유는 내란의 본질을 외면하는 무개념이고 본인이 인식하든 못하든 배경에는 사악한 의도가 숨어 있다. 마치 성폭행범을 심판하는 자리에서 피해자의 품행이 어쩌고저쩌고 떠드는 미친 소리와 다를 바 없다. 개념 없음을 넘어 문제를 상대화해 성추행범의 형량을 줄이려는 못된 의도가 작동하고 있다.윤석열이 야당 견제 없는 독재를 꾀하려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지 벌써 40일이나 흘렀다. 하지만 반헌법적 비상계엄에 대한 처벌 여부조차 확신하지 못할 정도로 한국 사회는 내란 세력 척결에 주춤거리고 있다. 단죄를 넘어 권력구조 개편 등 근본적 시스템 결함을 손보기 위한 ‘그랜드 플랜’ 논의에 힘...

    2025.01.12 21:18

  • [아침을 열며]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길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길

    ‘권한’이란 말이 요즘처럼 뉴스에 자주 나온 적도 없던 것 같다.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나 기관의 권리나 권력이 미치는 범위다. 사실 조직 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중요한 결정이나 지시가 필요할 때 ‘이건 내 권한 밖’이라며 결정을 미루는 사람이 어느 집단에나 있다. 반대로 누군가가 민감한 사안을 마음대로 처리하면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라는 반응이 뒤따른다. 권한은 ‘책임’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권한 있는 사람이 자신의 권한을 애써 축소하며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다면 무책임한 인간이 된다. 반대로 자신의 권한을 과대 해석한 나머지 남의 권한을 침해하면 월권이 된다. 무책임과 월권 사이에서 적정선을 유지하며 권한을 행사하는 게 어디서나 중요하다.1987년 헌법 체제 수립 후 한국 사회의 기본으로 받아들여진 민주적 원리와 헌법적 가치들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부정당한 후, 권한이란 말도 자의적으로 동원돼 남용되고 있다. 상식 수준에서 수용되고 지켜져야 할 원칙들이...

    2025.01.05 21:01

  • [아침을 열며]2000년대 첫 사반세기를 보내는 우울과 기대
    2000년대 첫 사반세기를 보내는 우울과 기대

    이틀 뒤면 2000년대가 시작되고도 ‘사반세기’가 흐른 시간대를 맞이한다. 한 세기의 4분의 1이라는 뜻의 사반세기라는 단어는 중후함이라든가 장대함 같은 느낌을 준다. 실제로 인간의 삶에서 25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많은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래서 사반세기라는 단어는 긴 시간 동안 큰 변화가 일어났다거나, 반대로 어떤 현상이 꾸준히 지속됐음을 서술하는 문장에서 자주 사용된다.새로운 1000년을 맞이하던 25년 전 사람들에겐 ‘평화와 번영’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있었다. 세계적으론 미·소 냉전이 종식된 뒤였고, 한국은 IMF 외환위기의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지만 오랜 군부 권위주의 독재를 청산하고 민주화를 이룩했다는 자부심이 팽배했다.사반세기가 흐른 지금, 그때 가졌던 희망과 기대를 떠올리면 모두가 허망한 느낌이 들 것이다. 냉전 종식으로 평화가 찾아올 거란 기대는 21세기 벽두에 미국에서 터진 9·11 테러로 처음부터 깨져 나갔다. 2...

    2024.12.29 21:13

  • [아침을 열며]계엄 선포 대통령의 기막힌 서류 반송 전략
    계엄 선포 대통령의 기막힌 서류 반송 전략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한밤중 전 국민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리더니, 본인의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되자 고작 서류 수령을 거부하는 것으로 반격의 시간을 벌고 있다니. 비상계엄을 두고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라고 말하는, 도저히 상식의 기준이 다른 인식에는 더 이상 할 말조차 없지만, 그 대응 방식이 이렇게 비겁하고 치졸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국회에 군대를 투입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대통령이, 이제는 온갖 핑계로 서류를 ‘반사’하고야 말겠다는 그 모습이 극적으로 대비된다.지난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일주일이 흘렀다. 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후속 절차가 순리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당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수사본부의 수사를 통해 12·3 비상계엄 사태 책임자에 대한 응당한 처벌과 조치가 뒤따르는 수순 말이다.그러나 탄핵소추안 가결 ...

    2024.12.22 20:52

  • [아침을 열며]트럼프는 윤석열을 보라
    트럼프는 윤석열을 보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외신에도 충격적인 뉴스였다. 외신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생중계했고, “소프트 파워의 모범”이자 “발전하고 번영하는 민주주의 국가” 한국에서 위헌적 친위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사실에 개탄했다.한국 사태를 바삐 보도하는 와중에도 미국 기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던 듯하다. 일부 언론은 미국에서도 트럼프가 계엄을 발동할 수 있을지 분석하는 내용의 기사나 칼럼을 썼다. 실제로 트럼프는 2020년 대선 패배 후 결과를 뒤집기 위해 참모들과 계엄령 선포 문제를 논의했으며, 2021년 1월6일 자신의 지지자를 선동해 의회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키게 만든 인물이다. 그의 전적을 고려하면 기자들이 트럼프의 계엄 발동을 상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계엄처럼 극단적인 조치는 아닐지라도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대통령이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르는 꼴을 보게 되리라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대...

    2024.12.1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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