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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을 열며]2000년대 첫 사반세기를 보내는 우울과 기대
    2000년대 첫 사반세기를 보내는 우울과 기대

    이틀 뒤면 2000년대가 시작되고도 ‘사반세기’가 흐른 시간대를 맞이한다. 한 세기의 4분의 1이라는 뜻의 사반세기라는 단어는 중후함이라든가 장대함 같은 느낌을 준다. 실제로 인간의 삶에서 25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많은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래서 사반세기라는 단어는 긴 시간 동안 큰 변화가 일어났다거나, 반대로 어떤 현상이 꾸준히 지속됐음을 서술하는 문장에서 자주 사용된다.새로운 1000년을 맞이하던 25년 전 사람들에겐 ‘평화와 번영’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있었다. 세계적으론 미·소 냉전이 종식된 뒤였고, 한국은 IMF 외환위기의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지만 오랜 군부 권위주의 독재를 청산하고 민주화를 이룩했다는 자부심이 팽배했다.사반세기가 흐른 지금, 그때 가졌던 희망과 기대를 떠올리면 모두가 허망한 느낌이 들 것이다. 냉전 종식으로 평화가 찾아올 거란 기대는 21세기 벽두에 미국에서 터진 9·11 테러로 처음부터 깨져 나갔다. 2...

    2024.12.29 21:13

  • [아침을 열며]계엄 선포 대통령의 기막힌 서류 반송 전략
    계엄 선포 대통령의 기막힌 서류 반송 전략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한밤중 전 국민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리더니, 본인의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되자 고작 서류 수령을 거부하는 것으로 반격의 시간을 벌고 있다니. 비상계엄을 두고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라고 말하는, 도저히 상식의 기준이 다른 인식에는 더 이상 할 말조차 없지만, 그 대응 방식이 이렇게 비겁하고 치졸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국회에 군대를 투입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대통령이, 이제는 온갖 핑계로 서류를 ‘반사’하고야 말겠다는 그 모습이 극적으로 대비된다.지난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일주일이 흘렀다. 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후속 절차가 순리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당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수사본부의 수사를 통해 12·3 비상계엄 사태 책임자에 대한 응당한 처벌과 조치가 뒤따르는 수순 말이다.그러나 탄핵소추안 가결 ...

    2024.12.22 20:52

  • [아침을 열며]트럼프는 윤석열을 보라
    트럼프는 윤석열을 보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외신에도 충격적인 뉴스였다. 외신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생중계했고, “소프트 파워의 모범”이자 “발전하고 번영하는 민주주의 국가” 한국에서 위헌적 친위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사실에 개탄했다.한국 사태를 바삐 보도하는 와중에도 미국 기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던 듯하다. 일부 언론은 미국에서도 트럼프가 계엄을 발동할 수 있을지 분석하는 내용의 기사나 칼럼을 썼다. 실제로 트럼프는 2020년 대선 패배 후 결과를 뒤집기 위해 참모들과 계엄령 선포 문제를 논의했으며, 2021년 1월6일 자신의 지지자를 선동해 의회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키게 만든 인물이다. 그의 전적을 고려하면 기자들이 트럼프의 계엄 발동을 상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계엄처럼 극단적인 조치는 아닐지라도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대통령이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르는 꼴을 보게 되리라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대...

    2024.12.15 20:42

  • [아침을 열며]한동훈, 내란 수괴의 후계자가 되다
    한동훈, 내란 수괴의 후계자가 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선택했다. 무너지는 권력의 후계자가 되기로. 그래서 그는 내란 수괴의 보호자가 됐다.대통령 윤석열은 지난 3일 밤 국회가 범죄자 소굴, 체제 전복을 기도하는 괴물이 됐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한국 역사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비상계엄이란 단어의 등장에 한동안 현실감이 없었다. 대통령 담화에 척결, 처단이란 살벌한 단어가 계속 등장했다. 이어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발동됐다.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모든 언론은 계엄사 통제를 받는다고 했다. 영장 없이 체포·구금할 수 있다고 했다. 그제야 공포가 밀려왔다. 그리고 최정예 특수부대 군인들이 헬기를 타고 국회에 들어와 본회의장 장악을 시도했다. 다행히 심야에 신속하게 국회 담을 넘은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채택하며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self-coup)는 6시간 만에 하룻밤의 악몽처럼 그렇게 끝났다.군대를 동원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12·3 비상계엄 사태는 명백한 내란이다. 윤석...

    2024.12.08 20:29

  • [아침을 열며]‘거래 기술’이 필요한 때
    ‘거래 기술’이 필요한 때

    예상보다 빠른 전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첫날 멕시코·캐나다·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는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미국의 전통적인 우호국으로 현재 무관세가 적용되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도 관세를 꺼내들면서 해당국들은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 지원법상 보조금 지급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받기로 돼 있던 보조금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에 지원되는 세액공제 폐지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실화할 경우 미국 투자를 늘려온 현대차나 배터리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차기 트럼프 내각의 무역대표부(USTR) 대표, 재무장관, 상무장관 등 경제부처 요직에는 강경파들이 줄줄이 앉을 예정이다. 이들은 “모든 무역협정은 미국인의 필요에 맞게 재단돼야” 하고, “미국 가정과 기업을 위해 관세의 힘을 사용하길...

    2024.12.01 20:39

  • [아침을 열며]박경석의 운동이 초래하는 진정한 시민의 불편
    박경석의 운동이 초래하는 진정한 시민의 불편

    박경석이라는 인물이 있다. 박경석이 상임공동대표를 맡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라는 단체 이름은 몰라도 이를 줄인 ‘전장연’을 아는 사람은 많다. 그에게 지난 일주일은 고난과 응원이 함께했다.박경석은 지난 22일 오전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인권단체인 일본 앰네스티 초청으로 간 건데 입국을 금지당했다. 일본 출입국관리청은 그가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 점거농성으로 유죄가 확정된 것을 입국금지 사유로 들었다고 한다. 그는 저녁 비행기로 돌아와야 했다.박경석은 19일 오후엔 국회에 있었다. 그는 국제앰네스티가 진행하는 ‘편지쓰기 캠페인’의 주인공으로 선정됐고, 이를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국제앰네스티는 세계에서 10명을 선정해 그에게 응원의 편지를 쓰는 캠페인을 한다. 국제 인권단체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인 셈이다. 한국인이 주인공으로 뽑힌 건 2010년 용산참사 관련 집회를 주도한 인권활동가 박래군 이후 두번째라고 한다. 국회에 가기 전 그는 재판을 받으러...

    2024.11.24 21:53

  • [아침을 열며]성장도 미래도, 기후대응에 달렸다
    성장도 미래도, 기후대응에 달렸다

    현재에 대한 문제의식과 미래를 위한 실천 사이에 가장 괴리가 큰 문제를 꼽으라면 기후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체감하며 살면서도, 이 시한폭탄의 타이머를 늦추기 위한 노력은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가속화하는 기후위기는 억지로 찾지 않아도 보고, 느낄 수 있다. 한국은 올해 역대 가장 더운 여름을 기록했고, 9월에 열대야를 겪었으며 최고기온이 20도를 넘는 11월을 보내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잦은 산불과 극한 호우로 피해를 겪는 사람도 늘었다. 재배면적이 줄고 작황이 나빠진 탓에 먹거리 물가는 계절마다 품목을 바꿔가며 쉬지 않고 오른다. 에어컨이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력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악순환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그러나 기후대응 문제는 여전히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고, 투자엔 인색하다. 미래 세대가 고통받을 것을 알지만 지금의 편리를 누리며 살고 싶어 하는 관성이 크기...

    2024.11.17 21:31

  • [아침을 열며]트럼프 귀환, 미국의 우경화
    트럼프 귀환, 미국의 우경화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했다. 그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격전을 벌였던 7개 경합주를 싹쓸이하며 백악관 입성에 필요한 수(270명)를 한참 웃도는 312명의 선거인단을 차지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아시아계 여성 대통령 탄생은 무산됐다.민주당 ‘집토끼’였던 라틴·아랍계 유권자들이 ‘그래도 트럼프보다는 낫다’며 결국 해리스에게 투표할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미 언론의 득표율 분석을 보면 라틴계 인구가 다수인 86개 카운티는 공화당에 13.3%포인트 차 승리를 안겼다. 주민 55%가 아랍계인 경합주 미시간 디어본에선 트럼프(42.48% 득표)가 해리스(36.26%)를 손쉽게 눌렀다. 라틴계는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게 싫었고, 아랍계는 조 바이든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 정책을 심판하길 원했다.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이슈로 꼽았던 경제 문제에서도 민주당은 유리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크게 오...

    2024.11.10 20:42

  • [아침을 열며]이승만 시대를 사는 무사 대통령
    이승만 시대를 사는 무사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부터 ‘데드덕(권력공백)’ 위기를 맞았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19%로 취임 후 최저를 찍었다. 민주화 이후 임기 반환점을 맞는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 하야, 탄핵이란 단어가 시민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1987년 민주항쟁과 개헌을 통해 우리 사회는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도 분명해지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권은 민주주의 훈련이 안 된 인물이 대통령이란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갖게 되면 사회를 얼마나 후퇴시킬 수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자유란 단어를 35번이나 사용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확대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가 말한 자유는 밀턴 프리드먼의 무정부주의적 자유주의에 그칠 뿐 공화주의적 자유주의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부정식품을 먹을 자유, 120시간 노동할 자유’만 ...

    2024.11.03 21:37

  • [아침을 열며]정년 연장이 꺼내든 숙제
    정년 연장이 꺼내든 숙제

    기업 임원으로 재직하다 정년퇴직한 70세 벤은 삶을 바삐 보내려 애쓴다. 세계 여행을 다니고 요가, 요리, 중국어도 배웠다. 그러다 “삶에 난 구멍을 채우고 싶다”며 한 인터넷 의류업체의 인턴사원으로 재취업한다. 편하게 입고 다녀도 된다는 사장 말에도 “정장이 편하다”며 양복에 넥타이 차림을 고수한다. 사장은 처음엔 선입견을 갖고 별 기대를 안 했지만 벤의 연륜과 노하우, 처세술에 점점 신뢰를 갖는다. 벤은 연애 상담이나 옷차림 조언을 해주는 등 젊은 동료들과도 격의 없이 지낸다. 영화 <인턴>의 주인공 이야기다.흰머리에 주름이 가득하지만 인생 선배로서 멋지게 조직생활을 하는 벤 같은 사람을 영화에서 볼 순 있어도 현실에서 만나는 일은 드물다. 인구 구조가 바뀌면서 60·70대에도 일하는 사람이 늘었지만, 이들의 직장생활은 벤과는 많이 다른 게 현실이다.취업 상태인 60세 이상 인구가 지난달 675만명에 달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취업...

    2024.10.2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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