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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 [아침을 열며]전략도 용기도 없는 한동훈식 차별화 정치
    전략도 용기도 없는 한동훈식 차별화 정치

    “국민의 마음에 반응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여드리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23 전당대회 직후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한 말이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여당 수장을 맡아 총선에서 역대급으로 패하고도 몇달 만에 다시 당대표에 나선 그를 받아들였다. 아마도 여당의 변화를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기 없는 대통령에게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여당으론 안 된다는 위기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달이 넘게 지난 지금 한 대표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여론에서도 확인된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돼 있다.한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아니라 민심에 맞춘 변화를 공약하며 여당 대표가 됐다. 출발부터 그의 목표는 윤심을 넘어 성공적인 차별화 정치를 해내는 것이었다. 물론 여당 대표가 임기 반환점도 돌지 않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견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차기 권력을 노리는 입장에서 현...

    2024.09.29 20:40

  • [아침을 열며]신고가를 꿈꾸는 패닉바잉의 나라
    신고가를 꿈꾸는 패닉바잉의 나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원베일리는 최근 ‘국민평형(국평)’으로 통하는 전용면적 84㎡ 한 가구가 60억원에 팔렸다. 연 5300만원대(2022년 기준)인 중위소득 가구가 평생 모아도 살아생전에 사기 어려운 가격이다.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국평 아파트 거래가격 상위 10개 중 7개가 이 아파트 단지에서 나왔고, 2개는 이 아파트 옆의 아크로리버파크, 나머지 하나는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나왔다.냉온탕을 오가는 정부의 대출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 아파트 시장에선 초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 중 100억원이 넘는 거래는 14건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100억원 이상 거래 건수(5건)의 3배가량이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비쌀수록 가격이 치솟고 있다. 서울이라고 다 같은 서울이 아니다. 신고가가 나오는 지역과 안 나오는 지역으로 나뉜다.지방의 부동산 경기는 딴판이다...

    2024.09.22 20:38

  • [아침을 열며]‘디지털 성범죄’ 지옥문을 폐쇄하라
    ‘디지털 성범죄’ 지옥문을 폐쇄하라

    “디지털 성범죄의 지옥문은 이미 열려 있다.” 2021~2022년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전문 태스크포스(TF) 팀장을 지낸 서지현 전 검사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최근 한국 사회는 텔레그램으로 대표되는 익명 채팅 앱을 기반으로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초중고교와 대학교, 군대, 직장, 심지어 집 안까지 창궐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에 휩싸였다.15세기 유럽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가 그린 ‘세속적인 쾌락의 정원’이라는 작품이 있다. 예술·미술 교양에 관한 책이나 유튜브 영상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 그림은 3개의 화면으로 분할돼 있다. 왼쪽은 천국, 가운데는 인간 세계, 오른쪽은 지옥을 상징한다고 설명된다. 이 작품 속의 인간은 모두 벌거벗고 있는데 인간과 동물이 결합된 모습이라든가, 인간이 동물 또는 식물에 괴롭힘을 당하거나 함께 쾌락을 즐기는 모습, 인간의 몸이 칼이나 쇠꼬챙이에 찔린 모습 등 기괴한 장면으로 가득 차 있다.특히 괴물에게 산 채로 잡아먹히고 고문당하며 신음하는...

    2024.09.08 21:09

  • [아침을 열며]어떻게 만들고, 어디로 끌어다, 누가 쓰는가
    어떻게 만들고, 어디로 끌어다, 누가 쓰는가

    전력이나 물 같은 에너지 수급 문제를 다룰 때 어떤 방식으로 얼마큼 에너지를 만들어내느냐 못지않게, 어떤 경로로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지도 중요한 과제가 된다. ‘적정량의 에너지를 만들고, 원활한 방식으로 이동시켜,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과정 모두 에너지 수급 정책에 포함되는 셈이다. 한국처럼 수도권에 모든 시설과 수요가 집중된 나라에서는 에너지를 만들고 배달하는 지역과, 소비하는 지역 사이에 이해충돌과 갈등이 반복되기 쉽다.기후위기와 폭염이 심해지고,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에너지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증설 붐을 타고 있는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고, 그 추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량이 일본 연간 소비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용인에 지어지는 반도체 클러스터는 2050년까지 수도권 전체 전력 수요의 4분의 1에 해...

    2024.09.01 20:20

  • [아침을 열며]번지수 잘못 짚은 영국 폭동
    번지수 잘못 짚은 영국 폭동

    지난 12일 영국 런던 레스터광장에서 한 남성이 관광객에게 흉기를 휘둘러 34세 여성과 그의 11세 딸이 다쳤다. 더 큰 피해가 없었던 것은 인근 상점의 경비원 압둘라가 비명을 듣고 달려와 범인을 제압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태생인 압둘라는 석사 학위를 따기 위해 영국으로 이주한 29세 청년이다. 졸업 후 전공과 관련한 곳에 취직하고 싶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지난해 12월부터 상점 경비원으로 일했다. 그는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 나라를 사랑한다. 이 나라에 살고 싶다”면서 “우리는 영국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보호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최근 영국에서 반이슬람·반이민 폭동이 일어난 것을 고려하면 그의 말은 ‘당신들을 해치지 않으니 여기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간곡한 호소로 읽힌다. 폭동은 무슬림·이민자들에게 언제든 혐오·차별의 물리적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줬을 것이다.폭동의 발단은 지난 7월29일 사우스포트에서 어린이 3명이 일면식 ...

    2024.08.25 20:38

  • [아침을 열며]‘어대명’ 민주당의 모순
    ‘어대명’ 민주당의 모순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이 완성됐다. 1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재선에 성공했다. ‘친명횡재’ 공천에 총선 압승까지 거머쥔 민주당은 지난 4개월간 두 방향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하나는 막 나가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박 강화다. 22대 국회 들어 벌써 특검법 10개, 탄핵안 7개를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는 강경해졌고 무서울 게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결국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것이란 분석이 여권에서 힘을 얻고 있다. 또 하나는 이재명의 민주당 만들기 마무리 작업이다. 당원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며 당헌·당규를 개정해 당대표의 대선 후보 출마 시 1년 전 사퇴 규정에 예외를 만들고, 부정부패 연루자 직무정지 규정은 정치검찰 독재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아예 폐기했다. 강령에는 이 대표의 브랜드인 기본사회를 명시하고, 당헌엔 대표 자문위원을 신설했다. 전당대회는 이재명 ‘총재’ 시대를 알리는 형식적 세리머니에 불과했다. 이 대표는 역대 최고인 85.4% 지지를 받...

    2024.08.18 20:40

  • [아침을 열며]일하는 사람이 손해 보는 나라
    일하는 사람이 손해 보는 나라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의 저자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는 “인생 성취의 8할은 운”이라고 말한다. 태어난 나라에 따라 평생 소득의 50% 이상이 결정되고, 부모가 물려준 DNA가 30%의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노력보다는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나고 자랐는지가 한 사람의 평생 소득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세계적 명저 <총, 균, 쇠>(재러드 다이아몬드)에서도 인류 역사와 문명 발전이 대륙마다 다르게 전개된 이유가 환경의 차이에 있음을 이미 증명한 바 있다. 한국의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의대 진학에 목매는 것도 기회의 유무, 인적·물적 네트워크의 차이를 좌우할 이 ‘8할’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한 금융지주 연구소의 리포트를 보면,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 10명 중 7명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거주하고, 서울에서도 강남·서초·종로·용산구, 그리고 신흥 부촌으로 부상한 성동구에 집중돼 있다....

    2024.08.11 21:11

  • [아침을 열며]빌런에게 자비를!
    빌런에게 자비를!

    “의제와 관련돼서 지속적인 토론 요구를 했습니다만 반복적으로 우리 위원장께서는 토론을 일방 종결하고 계십니다. 이게 한두 번 반복된 게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반복이 되면 우리 국민의힘 위원들이 위원장의 의사진행에 대해서 당연히 항의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 국민들이 위원장의 이와 같은 의원들의 발언을 금지시키고 일방적으로 종결하는 것에 대해서 끊임없는 비판을 합니다. 언론에서 빌런이라는 얘기까지 나와요.”“세상 이치가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것은 윤석열 국민의힘 집권 여당입니다. 저한테 빌런 얘기하시는데요, 그와 반대로 빌런을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총선 이후에 국민의힘 의원님들께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여야 합의된 것만 통과시키고,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것은 다 거부권 행사하겠다라는 취지로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반헌법적 발언 아닙니까?”지난달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2024.08.04 20:37

  • [아침을 열며]증원에 묶인 의료개혁,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증원에 묶인 의료개혁,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비운 지 6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거나, 전공의들이 요지부동이라거나, 의료공백이 커지고 있다는 표현들이 관용구처럼 순서를 바꿔가며 반복됐다. 비슷한 표현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할까 불안한 환자들, 체력의 한계 속에 빈자리를 지키는 의료진, 일자리를 위협받는 병원 노동자들은 익숙해진 표현에 무뎌지지 못한 채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은 전공의들이 지난 2월 집단사직하며 본격화됐다. 사태를 매듭짓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몇번의 변곡점이 있었지만 매번 기대와는 다른 양상으로 사태가 악화됐다. 대통령이 전공의 대표를 만나도, 법원이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정부의 손을 들어도, 정부가 각종 행정처분을 철회하고 복귀를 위한 특례까지 발표한 뒤에도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았다.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속전속결로 대학별 의대 증원분까지 못 박아...

    2024.07.28 20:36

  • [아침을 열며]트럼프의 입과 정치 폭력
    트럼프의 입과 정치 폭력

    뻔한 인물들의 재대결 구도였던 미국 대선이 예상치 못했던 파란만장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현장에서 총격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대통령이나 대선 주자가 암살당한 사례는 흑인 민권, 베트남전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극에 달했던 1968년 로버트 F 케네디 전 상원의원이 마지막이었다. 암살 미수 사례도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가장 최근의 일이다. 43년 만에 대권 주자에 대한 암살 기도 사건이 벌어진 셈이다.총격 사건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통합은 가장 이루기 힘든 목표지만 지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분노와 증오의 언행을 삼가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이 호소한 건 정치 이념에서 비롯된 폭력이 미국을 좀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일지 모르겠다. 그간 미국에선 대상이 대통령이 아니었을 뿐 정치 폭력 사건이 빈발했다. 개브리엘 기퍼즈 전 연방 하원의원(민...

    2024.07.2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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