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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 [아침을 열며]‘당분간’ 아프지 않고 싶지만
    ‘당분간’ 아프지 않고 싶지만

    2020년 2월 초 미국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를 현지에서 취재한 적이 있다. 공화당은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가 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관심은 민주당에 쏠렸다.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는 당원들이 모여 각자 지지하는 후보를 나타내는 푯말 앞에 서는 공개투표 방식이다. 당원대회에 온 당원이 어림잡아 50명이 되지 않는 작은 투표구를 찾아가 참관했다. 한국에서 온 기자의 질문에 사뭇 진지하게 각자 지지하는 후보의 장점을 역설했다.그중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민주당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샌더스 상원의원이 공약한 ‘전 국민 의료보험’을 지지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그는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는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가 건강보험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초강대국 미국에 공적 건강보험이 없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2024.05.27 06:00

  • [아침을 열며]엇갈린 두 가지 개혁이 남긴 것
    엇갈린 두 가지 개혁이 남긴 것

    ‘개혁’이란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침’이란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제도일수록 개혁에 이르는 길도 험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충분한 사회적 대화를 거쳐 참여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개혁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야말로 그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라 할 수 있다. 해묵고 어려운 숙제일수록 손대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2024년 5월, 한국 사회는 두 가지 개혁의 엇갈린 행보를 마주했다. 연금개혁과 의료개혁이다. 연금 제도에 마지막으로 손을 댄 것은 2007년, 의대 정원을 늘린 것은 1998년이 마지막이다.연금개혁이 급해진 것은 현재 보험료율 9%를 유지해서는 국민연금 고갈이 불가피하다는 계산 때문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가 지난해 새로 계산한 결과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40년 1755조원으로 최대치를 찍은 뒤, 2055년에는 기금이 모두 소진돼 47조원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노인빈곤...

    2024.05.19 20:44

  • [아침을 열며]이것이 왜 ‘반전’ 시위가 아닌가
    이것이 왜 ‘반전’ 시위가 아닌가

    미국사회를 분열시키는 의제의 목록에 총기 소지, 임신 중지 등 고전적인 갈등 외에 가자지구 전쟁이 추가됐다. 지난달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가자지구 전쟁을 규탄하는 학생 시위가 시작되면서, 미국사회는 이 시위를 반유대주의 운동으로 보는 그룹과 반전 운동으로 보는 그룹으로 나뉘었다. 이번 사태를 보는 미국사회 시선은 주요 언론의 명명에서도 감지된다. 자유주의 논조의 뉴욕타임스조차 ‘반전(anti-war)’ 시위대란 표현을 거의 안 쓴다. 학생들은 ‘친팔레스타인(pro-Palestinian)’ 시위대로 규정된다.학생들의 시위는 4월18일 경찰이 컬럼비아대 캠퍼스에 진입해 100여명을 연행한 것을 계기로 미 전역으로 확산했다. 컬럼비아대 당국은 4월30일 경찰에 다시 전화를 걸었고, 경찰 수백명이 캠퍼스에 진입해 100여명을 추가 연행했다. 백악관은 “평화적인 시위가 아니었다”고 했고 뉴욕시장은 “외부 선동가”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의 요구는 명쾌하다. 이스라...

    2024.05.12 20:17

  • [아침을 열며]봄꽃은 지고 윤석열의 시련은 시작된다
    봄꽃은 지고 윤석열의 시련은 시작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총선 참패가 본인에게 뭘 의미하는지 깨닫지 못한 듯하다. 108 대 192. 탄핵선 근처까지 몰린 압도적 여소야대 국회는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3년간 직면하게 될 현실이다.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상황을 뒤집고 말 잘 듣는 의원들을 앞세워 국회를 틀어쥐려던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야당 협조 없이 굵직한 정책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해외 순방이나 다니면서 정책 결정권 없이 내각제하의 대통령처럼 집권 후반기를 보내야 할지 모른다. 이제 여론을 무시하며 100% 본인이 원하는 대로 국정을 운영하다가는, 처지를 부정하며 ‘격노’만 하다가는 중간에 추락할 수도 있다.최근 행보를 보면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 후 낙선자들에게 약속한 “부족함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을 했다. 대통령이 재임 720일 만에 과반 제1야당 대표를 처음 만났다. 2년간 외면하던 협치에 늦게나마 관심을 두기 ...

    2024.05.05 20:16

  • [아침을 열며]25만원씩 다 준다고요?
    25만원씩 다 준다고요?

    더불어민주당이 ‘3고’에 휘청이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긴급 민생회복지원금을 나눠주겠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29일 회동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4인 가구면 가구당 100만원씩 추가 소득이 생기는 것으로, 약 13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민주당은 보고 있다.민주당이 전 국민 민생지원금을 지급하자며 내세우는 근거는 내수 경기 침체다. 물가는 고공행진인데 소득은 그만큼 오르지 않아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민간에서 소비를 줄이면 재정 투입을 늘려 경기를 받쳐줘야 하는데,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에 집착해 경기 위축을 방치하고 있다는 게 민주당 시각이다.물가, 금리, 기름값, 환율, 분양가까지 월급만 빼고 안 오르는 게 없으니 가계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는 건 자명하다. 미국 고금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시중금리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2024.04.28 20:41

  • [아침을 열며]‘어머니의 노심초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머니의 노심초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한 어머니가 있다. 우울증이 있어 병원에 정기적으로 다닌다. 어머니를 괴롭히는 걱정의 근원은 중년의 아들과 손주다. 조현병 때문에 피해망상을 겪는 아들은 몇년 전 아내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가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상태가 나아져 퇴원했으나 치료를 중단했고 결국 아내와 이혼했다.자신의 자녀와 함께 따로 사는 아들은 극도의 고립 생활을 했다. 가끔 장을 보러 가는 경우를 빼곤 전혀 외출하지 않았고, 어머니가 만들어다 준 음식도 거부했다. 자녀의 외출까지 통제했다. 할머니와 만나지도 못하게 했다. 어머니는 아들과 손주가 함께 저세상으로 가버리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정신건강복지센터, 경찰, 아동학대센터 문을 두드렸다. 그때마다 ‘안타깝지만 도울 방법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치료의 필요성’과 ‘자해·타해의 위험성’이 인정돼야 정신질환자의 비자의입원(강제입원)이 가능하다. 그런데 집 안에 웅크리고 외부인과의 접촉 자체를 거부한 탓에 아들에게 치...

    2024.04.21 21:44

  • [아침을 열며]‘무보수 가사노동’은 최저가 경쟁 상품이 아니다
    ‘무보수 가사노동’은 최저가 경쟁 상품이 아니다

    약 30년간 무임승차해왔던 ‘무보수 가사노동’은 결혼과 함께 가정을 꾸리며 끝내 나의 일도 되었다. 엄마는 가족을 위한 일이라면 귀찮고 힘든 게 없어 보였는데, 이건 나의 완벽한 착각이었다. 해도 해도 할 일이 생겨났으며, 열심히 해도 큰 변화는 없었지만 모른 척했을 땐 금세 표시가 났다. 맞벌이였지만 가사노동의 주역은 나였고, 남편은 조연에서 더 이상 욕심내지 않았다.출산과 함께 일과 가정, 육아라는 세 개의 공을 저글링하는 상황이 되자 나는 또 엄마에게 손을 벌렸다. 육아도우미 도움을 받았다면 국내총생산(GDP)에 기여라도 했겠지만, 엄마에게 드리는 용돈은 공식적인 노동으로 기록되지도 못했다. 온기가 있는 집에서 가족을 먹이고, 나가서 일과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사람을 돌보는 데에 엄청난 공짜노동이 녹아 있다는 걸, 그 혜택을 누리면서 ‘엄마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최근 전 세계적으로 ‘무보수 가사노동’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

    2024.04.14 21:48

  • [아침을 열며]푸틴의 폭주, 더 위태로워진 세계
    푸틴의 폭주, 더 위태로워진 세계

    전설적인 체스 챔피언이자 러시아 정치인이었던 가리 카스파로프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모스크바는 감시가 가장 심한 도시 중 하나라 거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한다’고 외치면 30초 안에 체포될 수 있다. 하지만 테러범들은 1시간 이상 공격을 계속한 후 차를 몰고 떠났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모스크바 외곽의 공연장에서 최소 144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총격 테러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자작극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러시아가 테러 책임을 우크라이나로 돌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려는 포석일 것이라는 얘기다. 자작극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그런 의심을 살 만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1999년 모스크바 아파트에서 연쇄 폭발 테러가 일어났을 때 푸틴 당시 총리는 체첸 반군을 테러 용의자로 지목하고 군을 동원해 체첸을 초토화했다. 이 일로 민심을 얻은 푸틴 총리는 이듬해 대통령이 되며 장기집권의 서막을 열었다. 시...

    2024.04.07 20:20

  • [아침을 열며]투표 전 챙겨볼 윤석열 정부 2년 일지
    투표 전 챙겨볼 윤석열 정부 2년 일지

    한국갤럽의 3월 마지막 주 조사에서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 견제 선거가 되기를 바라는 여론은 49%, 지원 선거이기를 바라는 응답은 40%로 나타났다. 윤 정권 조기 종식을 외치는 조국의 등장이 정권심판론에 불을 댕겼지만, 그 바탕에는 지난 2년간 국민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온 현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야당 악취가 심해도 코를 막고 투표장에 가서 심판투표를 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2년은 긴 시간이다. 투표소를 찾기 전에 다시 한번 돌아보자.2022년 3월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광화문 이전 약속은 “시민 불편”을 이유로 파기했다. 이전 비용이 496억원이라고 했지만 야당은 1조원 이상 들 것으로 추산했다. 국민과의 소통 강화가 명분이었는데 윤 대통령은 2년째 신년 기자회견조차 하지 않았다. 역술인 천공이 연루됐다는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7월29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2024.03.31 20:29

  • [아침을 열며]연금 말고 코인,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연금 말고 코인,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압구정 현대 바로 사러 갑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비트코인 자산 내역을 올렸다. 개당 5600만원에 산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돌파하면서 20억원이던 평가액이 35억원으로 불어난 내용이었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는 “집도 없는 흙수저인 나한테 이런 날도 오네. 이번 사이클에 3억원 찍으면 퇴사하겠다”는 글도 올라왔다.비트코인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코인으로 얼마를 벌었다더라는 무용담과 함께 나도 한번 해볼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당 1억원까지 찍었다가 최근 조정 국면을 맞고 있지만 투자 수요는 계속 몰리는 분위기다.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며 제도권 자산시장과 가상자산시장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자 글로벌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여기에 비트코인 공급이 줄어드는 반감기가 다가오면서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한때 은 시가총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도 유독...

    2024.03.2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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