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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 [아침을 열며]2000명일 필요도, 0명일 근거도 없다
    2000명일 필요도, 0명일 근거도 없다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20일째에 접어들고,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의아한 점이 있다. ‘정부는 왜 이토록 급하게 매년 2000명씩 늘리겠다’는 것인지 ‘의사단체는 왜 한 명의 증원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인지 양측 입장 모두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정부와 의사단체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중증환자들의 호소와 남아 있는 의료진의 희생,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국민 전체의 피로감까지 생각하면 양쪽이 물러서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지 지켜보는 사람은 알 길이 없다.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 정부가 사태 장기화를 감수하고 2000명 증원을 밀어붙이는 데에는 우호적 여론이 힘이 됐을 것이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대 정원을 10% 줄인 이후, 2020년 400명 증원을 시도했다 의사들의 반발에 무산됐던 점도 정부에는 또다시 빈손으로 돌아서는 경험을 남기고 싶지 않은 계기가 됐을 것이다....

    2024.03.10 20:06

  • [아침을 열며]미국은 신정국가로 가나
    미국은 신정국가로 가나

    난임 시술을 받는 지인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소감은 “우리나라가 왜 저출생 국가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난임 병원에 다니는 동안 첫째 또는 둘째 아이를 갖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찬 여성들을 워낙 많이 봐서 하는 소리다. 이들은 시술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불편과 고통, 좌절을 감내하면서 난임 시술을 되풀이한다. 아기를 원하지만 자연임신이 어려운 여성에게 의학적 해결책은 이것 하나이기 때문이다.난임 여성이 느끼는 간절함과 고통은 미국 앨라배마주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 앨라배마주의 난임 여성들은 결정적인 난관을 하나 더 만났는데, 앞으로 주내에서 난임 시술을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더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16일 앨라배마주 대법원이 ‘동결배아는 자궁 외 어린이이며 이를 폐기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한 후 대형병원인 앨라배마대학병원을 필두로 난임 치료를 잠정 중단하는 병원이 속출하고 있어서다.현재 난임 병원에선 여성에게...

    2024.03.03 20:02

  • [아침을 열며] 이재명은 민주당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이재명은 민주당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총선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까. 정권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총선이라면 대통령 지지율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유권자들은 여당을 지지해 정권에 힘을 실어줄지 아니면 야당을 키워서 정권을 심판하고 견제할지를 투표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대통령 지지율×3’ 공식이 있다. 총선에서 여당 의석수는 대통령 지지율의 3배 정도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7%까지 상승했고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을 획득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수준이었고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었다.물론 대통령 지지율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2012년 19대 총선이 그 증거다. 집권 말기였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총선 직전까지 20%대를 헤매고 있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2011년 말 박근혜 비대위를 출범시켰고, 비대위는 ...

    2024.02.25 15:06

  • [아침을 열며] 한국 남자축구만 문제가 아니다
    한국 남자축구만 문제가 아니다

    멍한 밤이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자는 가족까지 깨워서 함께 지켜본 경기였다. 황금세대가 총출동했으니 전반전이면 경기가 사실상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상대는 요르단이 아니라 마치 유럽의 어느 팀 같았다. 유효슈팅 0. 지난 7일 아시안컵 준결승전은 그렇게 끝났다. 허무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울적하기도 해 뒤척였더니 날이 밝고 있었다. 이상했던 그날의 경기는 이제 의문이 하나씩 풀리고 있다. 영국의 타블로이드 더선은 손흥민과 이강인 간 다툼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설마 했지만, 곧 사실로 확인됐다. 이른바 ‘핑퐁사태’다.어느 조직이나 갈등은 존재한다. 갈등은 조직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단, 전제가 있다. 갈등을 풀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조직을 와해시키는 분열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요르단전 당시 이강인 선수가 의도적으로 손흥민 선수에게 패스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진실은 경기장에 있었던 선수들만이 ...

    2024.02.18 19:59

  • [아침을 열며] ‘윤·한 갈등’에 투영된 검찰공화국의 퇴행
    ‘윤·한 갈등’에 투영된 검찰공화국의 퇴행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벌인 신구 권력 대결 1라운드는 허무하게 끝났다. 충돌 원인인 ‘김건희 디올백 수수’ 문제를 아무런 해법도 없이 봉합한 것이다. 남은 건 두 사람이 충돌했다는 사실과 윤 대통령이 평소 한 위원장에게 품었다는 각별한 애정과 각별한 후배 사랑을 초월하는 윤 대통령의 도저한 아내 사랑 정도다. 디올백 문제는 더 커졌다. 윤 대통령은 이번주 방송되는 KBS 신년 대담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사태가 정리되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내는 함정 몰카의 피해자’라고 적당히 넘기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처음에는 대통령 부인이 몰카에 등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낯설고 당황스러워 ‘함정 몰카냐, 디올백 수수냐’ 양론이 일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함정 몰카지만 디올백 수수는 문제’라는 상식적이고 단순명료한 결론으로 여론의 갈래가 타졌다.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는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 그렇다고 해도 비단 이번 일뿐이었다면 여론의 추가...

    2024.02.04 20:36

  • [아침을 열며] 방심위 직원들을 응원한다
    방심위 직원들을 응원한다

    한국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라는 민간독립기구가 있다. 홈페이지에 나온 설치 목적은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에서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며 정보통신의 올바른 이용환경 조성’이다. 방송 관계자 외에 이런 기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름이 비슷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구분을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방통위가 2020년 11월 두 기관을 혼동하지 말라고 자료를 낸 적도 있을 정도다. 이렇듯 존재감이 없던 방심위가 지난해 가을부터 무서운 기세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요즘은 대통령 직속 중앙행정기관인 방통위보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일이 더 많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역할이 가장 컸다. 지난달 25일 뉴스타파는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보도했다. 그간 방심위 직원들과 부지런한 미디어 담당 기자들 사이에 돌던 ‘소문’이 처음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의혹은 명료했다. 류 위원장이 자신...

    2024.01.28 20:16

  • [아침을 열며] 새로운 이웃 ‘이주민’
    새로운 이웃 ‘이주민’

    연초 한국계 감독과 배우들이 만든 드라마 <성난 사람들>이 미국 방송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에미상을 비롯해 골든글로브, 크리틱스초이스 등 주요 상들을 휩쓸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감개무량한데,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할리우드 속에 나타난 한국 이주민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초라한, 주변인 이미지가 강했다. 미국 코미디 수사물인 <몽크>에선 주인공 탐정이 어느 날 갑자기 말문이 막혀 영어 대신 괴상한 언어를 쏟아내자 그를 태운 택시운전사는 “혹시 한국어냐? 한국인들은 영어도 배우지 않고, 우리들의 복지를 뺏어간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대목이 나온다. 모녀 이야기를 다룬 인기드라마 <길모어 걸스>의 경우 주인공 절친인 한국계 여고생은 부모 허락 없이는 남학생과 대화조차 못하고, 학교와 교회 일만 강요받는 등 폐쇄적인 일상을 살아간다. 이런 설정은 주인공인 딸의 의사와 선택을 존중하고 매사 대화로 해결하려는 미국인 엄마와 시종일관 대비된다. ...

    2024.01.21 20:15

  • [아침을 열며] 정당은 정당일 뿐이다
    정당은 정당일 뿐이다

    오는 15일(현지시간) 열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미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된다. 이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미국인에게 우리 정당이 지는 것은 단순히 내가 원하는 정책이 반영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종교, 인종, 사회적 지위와 도덕적 기준 등 자신의 모든 정체성이 그 ‘한 표’에 담겨 있다. 그러므로 선거 결과에 승복 따위는 할 수 없다. 우리 정당의 패배는 곧 나의 실존에 대한 부정이기 때문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정치학 교수인 릴리아나 메이슨은 이를 두고 정당이 그 사람의 “메가 아이덴티티”, 즉 ‘거대 정체성’이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사람은 무수한 정체성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미 중부 지역에서 나고 자란 기독교 백인 남성이면서 부자 증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노동계급일 수도 있고, 남부 출신이지만 지금은 동부에 살고 있는 무신교 흑인 여성이면서 임신중지에 찬성하는 금융계 종사자일 수도 있다. 이처럼 인종·젠더·...

    2024.01.14 20:14

  • [아침을 열며] 일하는 사람만 바보?
    일하는 사람만 바보?

    2024년 시행되는 두 건의 비과세가 있다. 주식을 50억원 미만 보유한 투자자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결혼과 출산을 하는 자녀는 부모로부터 1억5000만원까지 증여를 받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양가 합치면 3억원까지 ‘세금 0원’이 된다.모든 감세가 그렇듯 나름 합리적인 이유는 있다. 지난해까지 주식 보유자 양도세 부과기준은 ‘10억원 이상’이었다. 이를 50억원 이상으로 올린 데 대해 정부는 “10억원 이상 주식 보유자들이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내다 팔아 변동성이 심했다”고 설명한다. 기존 5000만원이던 자녀 증여세 공제한도를 결혼과 출산을 조건으로 1억5000만원으로 상향조정한 데 대해서는 “5000만원은 자녀들이 전세도 못 얻는 금액”이라고 주장한다.두 감세의 공통배경에는 ‘주식 10억원을 가진 게 뭐가 부자냐’ ‘5000만원 증여는 너무 작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정부는 대주주 요건 완화로 증시 변동성이...

    2023.12.31 19:48

  • [아침을 열며] 실패한 국정운영에 한동훈 책임은 없나
    실패한 국정운영에 한동훈 책임은 없나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여당이 두 달 넘게 하고 있는 이른바 혁신 논의는 매우 기이하다. 위기의 1차적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이고, 거기에 부화뇌동해 여당을 용산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로 만든 ‘핵관’들의 윤심팔이가 위기의 2차적 원인이라는 걸 모두 안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통령실에 종속되지 않는 당, 대통령실을 견제·견인하는 당을 만드는 것이 혁신의 방향이어야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딴판이다. 마치 대통령실이 여당 혁신의 주체인 것 같다.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에 ‘윤심’이 어른거리고, 비대위원장 인선을 놓고도 ‘윤심’ 얘기만 무성하다. 결국 현직 법무부 장관이던 한동훈씨가 여당 비대위원장에 내정됐다. 검찰공화국의 사회적 피로감이 만연한 상황에서 검사 출신이 여당마저 접수한 것이다.한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명실상부한 2인자다. 이 말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실패에 한 전 장관 역시 그 지분만큼의 책...

    2023.12.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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