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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을 열며] 실패한 국정운영에 한동훈 책임은 없나
    실패한 국정운영에 한동훈 책임은 없나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여당이 두 달 넘게 하고 있는 이른바 혁신 논의는 매우 기이하다. 위기의 1차적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이고, 거기에 부화뇌동해 여당을 용산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로 만든 ‘핵관’들의 윤심팔이가 위기의 2차적 원인이라는 걸 모두 안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통령실에 종속되지 않는 당, 대통령실을 견제·견인하는 당을 만드는 것이 혁신의 방향이어야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딴판이다. 마치 대통령실이 여당 혁신의 주체인 것 같다.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에 ‘윤심’이 어른거리고, 비대위원장 인선을 놓고도 ‘윤심’ 얘기만 무성하다. 결국 현직 법무부 장관이던 한동훈씨가 여당 비대위원장에 내정됐다. 검찰공화국의 사회적 피로감이 만연한 상황에서 검사 출신이 여당마저 접수한 것이다.한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명실상부한 2인자다. 이 말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실패에 한 전 장관 역시 그 지분만큼의 책...

    2023.12.24 20:00

  • [아침을 열며] 레드팀보다 언론 먼저
    레드팀보다 언론 먼저

    마음이 조막만 한 편이라 다른 사람에게 비판받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어 드러내서 남을 비판하지 않으려 노력하기는 한다. 그런데 직업이 직업인지라 항상 내 마음이 편한 대로 일을 할 수는 없다. 지난 7일은 종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날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16일 치른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시행 150일 정도를 앞두고 갑자기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고 지시한 그 수능의 결과다. 정부는 채점 결과를 발표하면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정부가 발표한 대로만 쓰지 않았다. 그날 수능 채점 결과를 전한 기사의 제목은 “‘역대급 불수능’…킬러 빼고 변별력 잡으려다 ‘적정 난이도’ 잃었다”였다. 입시 전문가의 “평가원은 올해 수험생들의 실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는 말을 인용했고, ‘킬러 문항 배제’의 목적이었던 사교육 약화는커녕 사교육 심화를 불...

    2023.12.17 20:19

  • [아침을 열며] 새로운 가족의 탄생
    새로운 가족의 탄생

    최근 경기 평택에서 발생한 ‘대리모 사건’이 온라인상에서 적잖이 이슈가 되고 있다. 평택시의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 과정에서 생사가 불분명한 아동이 있어 경찰이 수사한 결과 대리모를 통해 낳은 아이로 밝혀진 것이다. 아이는 친부와 별 탈 없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친부는 총 3명의 아이를 대리모들을 통해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대리모는 국내법상 불법이지만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친부가 애국자 아니냐”라며 생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국가처럼 대리모를 합법화하자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이라는 통계청 발표와 맞물려 저출생의 한 해법으로까지 등장한 ‘웃픈’ 현실의 단면이다. 지난주 뉴욕타임스는 칼럼을 통해 “한국이 현재 합계출산율을 유지한다면 한 세대만 지나도 200명이 70명으로 줄어든다”며 “14세기 흑사병으로 인한 인구 감소를 넘어설 것”이라는 다소 섬뜩한 경고까지 날렸다. 저출생 위기 경보는 기실 ...

    2023.12.10 20:42

  • [아침을 열며] 우리를 지옥에서 구하기 위해
    우리를 지옥에서 구하기 위해

    1859년 사업가였던 앙리 뒤낭은 우연히 이탈리아 북부에서 벌어진 솔페리노 전투를 목격하게 된다. 4만여명의 부상자와 사망자가 전장 곳곳에 그대로 방치된 채 나뒹굴고 있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그는 부상병과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에 앞장선다. 그렇게 맺어진 결실이 전쟁 중 민간인 보호에 관한 조약인 ‘제네바협약’이다.1933~1945년 나치 독일은 유럽 전체 유대인의 3분의 2에 달하는 600만명의 유대인을 강제노동 수용소와 가스실에서 학살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잔학한 행위인 ‘홀로코스트’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엔 회원국들은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1948년 총회에서 ‘대량학살 범죄의 예방 및 처벌에 관한 협약(CPPCG)’을 통과시켰다.1951년 만들어진 유엔난민협약도 홀로코스트의 교훈에서 비롯한 것이다. 1939년 937명의 유대인이 나치를 피해 ‘MS 세인트루이스호’를 타고 미국으로 향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들의 입항을 거부...

    2023.12.03 20:34

  • [아침을 열며] 정권심판 표심 왜곡하는 ‘이준석 신당’
    정권심판 표심 왜곡하는 ‘이준석 신당’

    지난 24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층은 27%였다. 총선이 4개월여 남은 시점인데 여전히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30% 안팎의 무당층이 확인된다. 거대양당에 실망하고 정의당도 대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들이다. 총선을 앞두고 이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거대양당의 노력은 잘 보이지 않고, 이들을 바탕으로 권력을 창출하려는 소위 제3정당들은 아파트 분양을 앞둔 시점 떴다방처럼 생겨날 조짐이다.가장 떠들썩하게 영업을 시작한 곳이 ‘이준석 신당’이다. ‘반윤석열 빅텐트’를 표방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영호남을 오가고 연일 언론과 만나며 신당 띄우기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 이준석 신당을 좋게 본다는 응답이 38%나 됐다.이준석 신당은 엄밀히 말하면 제3정당이라 하기 어렵다. 그가 제시한 정당의 정체성은 반윤석열뿐이다. “토론을 할 수 있는 능력, 즐길 수 있는 자세를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함께할 수 있다”고 한다. 반윤석열 ...

    2023.11.26 16:44

  • [아침을 열며] 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요즘 재계와 금융계는 바짝 엎드려 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몸조심하는 게 최고라는 분위기다. 어느 정권이든 2년차 때는 가장 힘이 세기 마련이지만, 이번 정부의 ‘그립’(움켜쥐는 힘)은 유난히 더 세 보인다. 이는 검찰 출신 대통령에, 주변이 온통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때 예견된 일이었다. 오랜 기간 사정을 담당한 검찰 출신들의 리더십은 다른 조직과 다를 수밖에 없다. 잘못을 찾아내고, 이를 활용하는 데는 평생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언론에 대한 압수수색도 쉽게 이뤄지는 지금, 재계가 갖는 부담감은 말할 것도 없다. 실제 금융권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머릿속에서 지운 지 오래다. 그보다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더 주목한다.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시장은 알아서 그렇게 반응한다.사정에 검찰 리더십만큼 적절한 리더십은 없다. 선과 악을 나누는 검찰 리더십은 직선적이다. 나쁜 놈을 칼같이 잡아내 추상같이 징계하는 데 타협은 필요 없다. 그러나 이 같은...

    2023.11.19 20:36

  • [아침을 열며] 언어와 칼
    언어와 칼

    국민의힘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막으려고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표결을 감수한 것은 이 위원장으로 상징되는 현 정부의 언론 장악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보여준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패배 이후 여권은 국정 기조의 전환을 합창 중이다. 윤 대통령은 ‘민생’과 ‘현장’을 강조하고, 정부는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낸다. 국민의힘은 요란하게 혁신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민생은 민생, 혁신은 혁신, 언론 장악은 언론 장악이라는 것을 ‘이동관 구하기’는 보여준다. 민생과 혁신이 총선용 당의정이라면 언론 장악은 이 정부의 기본 방향이다. 총선을 앞두고 포장지를 갈았을 뿐 국정운영 기조는 바뀌지 않은 것이다.이동관 체제의 언론정책은 ‘찍어내기’와 ‘규제 강화’로 요약된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 경영진을 교체하려고 갖은 편법을 불사한다. 그나마 MBC 경영진 교체 시도는 법원에 제동이 걸렸지만 KBS 경영진 교체는 9부 능선을 넘었다. 방통위와 방송...

    2023.11.12 16:29

  • [아침을 열며]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한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한다

    지난달 28일 서울에 기반을 둔 종합일간지들은 오랜만에 ‘대동단결’했다. 종이신문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1면에 같은 주제로 기사를 썼는데, 비판하는 대목까지 똑같았다. 바로 전날인 10월27일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이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신문사들까지 한목소리를 내도록 만들었다. 1면 기사의 제목만 봐도 신문들이 의도와 상관없이 ‘의기투합’했음을 알 수 있다. 경향신문은 “‘숫자’ 빼고 방향만 제시/국민연금 ‘맹탕 개혁안’”으로 제목을 뽑았다. 동아일보는 “‘내는 돈-받는 돈’ 숫자 다 빠져/정부, 국민연금 개혁안 ‘맹탕’”, 세계일보는 “내는 돈·받는 돈 수치 다 빠진 ‘맹탕 개혁안’”, 중앙일보는 “총선 의식 몸 사리나/국민연금 개혁 ‘맹탕’”, 한국일보는 “국민연금 개혁 ‘빈 답안지’ 제출한 정부”라고 제목을 달았다. 토요일 자에 표지 기사가 따로 있는 한겨레는 5면 머리기사로 “숫자는 모두 빈칸 … 정부 국민연금 개혁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다....

    2023.11.05 20:36

  • [아침을 열며] 지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
    지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

    퀴즈 하나. 울산대 의대는 지방대일까. 이 대학은 울산광역시에 있지만 입시생들 사이에선 사실상 인서울 대학으로 인식돼 왔다. 그간 의대 6년 과정 중 예과 1년 만을 울산에서 공부하면 남은 기간은 협력병원인 서울 아산병원에서 수업을 받고 전공의 수련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울산의대는 전국 26개 의대 중 입시 합격선이 서울의 웬만한 의대보다 높았다. 이처럼 의대 인가는 지방에서 받았지만 사실상 서울 및 수도권의 부속병원 내지 협력병원에서 교육하는 ‘무늬만 지방 의대’들이 여럿 있다.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서동용 국회의원은 2020년 국감에서 울산대를 비롯해 순천향대·동국대·한림대 등 몇몇 지방 의대들이 해당 지역이 아닌 서울 소재 병원을 중심으로 의대 교육을 편법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교육부는 2021년 실태조사를 거쳐 관련 의대 6곳에 시정 조치를 내렸고, 지난해부터 모든 이론 수업 과목을 의대 인가를 받은 시설에서 운영하도록 했다. 울산대의 경우 올해...

    2023.10.29 20:33

  • [아침을 열며] 고통은 장벽으로 분리될 수 없다
    고통은 장벽으로 분리될 수 없다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소녀 라하프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 잔해 속에서 그림책을 챙겨들며 말했다. “살면서 여러 전쟁들을 겪어왔어요. 저는 그때도 어렸지만, 지금도 여전히 어려요. 2009년에 태어났거든요. 그래도 제가 겪은 전쟁들 중에서 2014년과 이번 전쟁이 가장 무서운 것 같아요. 이번 전쟁은 정말 무서웠어요.” 국제팔레스타인아동보호연맹(DCIP)이 이 영상을 찍은 2021년에 라하프는 고작 열두 살이었다. 세 번의 전쟁 속에서도 무사히 살아남아 올해 열네 살이 됐을 라하프는 현재 생애 네 번째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그가 가장 무서웠다고 했던 2014년·2021년 전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전쟁을. 15분마다 한 명꼴로 어린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 가자지구의 ‘킬링필드’ 한복판에서 라하프는 아직 살아 있을까. 비처럼 쏟아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속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아, 다시 다섯 번째 전쟁을 겪게 될까.이스라엘 남부 니르오즈에 ...

    2023.10.2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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