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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워싱턴의 한국 담론
    워싱턴의 한국 담론

    이재명 정부가 집권 직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는 것을 보며 1년 전쯤 미국 외교당국자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사석에서 만난 그는 윤석열 정부의 북한 인권 개선 기조를 전폭 지지하면서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심리전’에 기대려는 경향을 우려했다. 라디오 같은 정보 유입 수단과 달리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할 수 있는, 일종의 ‘인권의 무기화’라는 지적이었다. 한국 정부가 놓친 지점을 짚어내는 미 당국자의 모습이 다소 낯설면서도 반가웠다.최근 만난 경제 전문가는 한국이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요구에 대응해 미국산 쌀 등 농산물 수입을 늘리되, 이를 공적개발원조(ODA) 물자로 활용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핵심 지지 기반인 농촌에 성과로 자랑할 수 있고, 한국은 농가에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 ODA 확대 기조에 부응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실현 가능성이나 정책 효과를 떠나서 ‘윈윈’ 카드를 고민하는 미 전문가의 모습이 조금은 신선했다.근...

    2025.07.08 20:53

  • [특파원 칼럼]트럼프와 주한미군 재조정
    트럼프와 주한미군 재조정

    해외 주둔 미군을 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에는 일관성이 있다. “우리가 수천억달러를 내는데 미국은 일본 방어 의무가 있지만 그 반대는 아니다” “유럽과 한국에 있는 군에 돈을 지불하지만 많이 보전받지 못한다” 등 동맹들이 제값을 내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동맹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의무가 ‘비용’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에서 미국의 이익을 앞세워 막강한 힘을 투사할 수 있는 원천이라는 현실 인식은 빠져 있다.재집권한 트럼프가 동맹들에 대한 관세 부과의 명분으로 내세운 ‘상호주의’는 안보·군사 영역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복수의 정부 고위 소식통은 “동맹들이 자국 방위 책임을 확실히 짊어지고, 부담 공유(burden sharing)를 늘리라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기조”라고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 억제를 최우선 목표로 제시하면서 동맹국에 국방비 증액 등 역할 분담을 압박했다.주한미군 개편도 미 행...

    2025.06.04 01:04

  • [특파원 칼럼]미 국무장관의 희미한 자리
    미 국무장관의 희미한 자리

    지난주 공개된 미국 국무부 조직개편안은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의 미국이 소프트파워의 시대로부터 한층 멀어질 것이라는 심증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이른바 ‘미국적 가치’를 확산해온 민주주의·인권 관련 업무는 차관 자리가 없어지고 기능은 대폭 축소됐다. 대외원조 전담기구 국제개발처(USAID)가 첫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조직개편 발표 하루 뒤인 23일(현지시간) 팟캐스트 어니스틀리 인터뷰에서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다. 그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계속 강조하되 대사관 차원에서 하겠다는 것”이라며 “지역마다 미국의 국익이 다른 지정학적 현실에서 워싱턴의 한 부서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또 “인도주의 위기도 신경 써야겠지만 이를 미국의 장기적 이익보다 앞세울 수는 없다”고 했다. 가치와 이익이 충돌할 경우 후자를 선택하겠단 선언이다. 이권을 추구하면서도 적어도 겉으론 가치를 내세웠던 과거 미국과는 완...

    2025.04.29 20:37

  • [특파원 칼럼]트럼프 관세 혼란과 한국
    트럼프 관세 혼란과 한국

    “고객들이 만성 관세 피로 증후군을 호소하고 있다.”최근 미국 조지타운대 로스쿨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 통상 전문 변호사는 4년 만에 다시 닥친 관세폭풍을 대하는 미국 기업들의 반응을 이렇게 요약했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1기 대중국 관세에 대응해 수입처를 멕시코, 베트남 등으로 다변화했는데, 멕시코마저 관세 부과 대상에 오르자 ‘이번엔 어디로 움직여야 하나’라며 좌절하고 있다는 것이다.기업들의 피로도를 더욱 키우는 요인은 혼돈의 관세정책이다.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는 유예, 발효 직후 자동차 품목 및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적용 물품 면제 등 계속 바뀌었다. 외교소식통은 “예측을 어렵게 하려는 전술이라고 하더라도 관세 구상의 목적과 계획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행보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세미나 당시 패널토론자로 나선 한 유럽 알루미늄 기업 북미법인장은...

    2025.03.25 21:10

  • [특파원 칼럼]일론 머스크의 한 달
    일론 머스크의 한 달

    일론 머스크라는 ‘로켓 엔진’을 장착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현기증 나는 속도로 연방정부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머스크와 그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는 월권과 이해충돌 논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워싱턴과 인근 지역의 연방 공무원들은 사무실 복귀 명령과 퇴직 압박, 통신 감시 우려 속에 잔뜩 움츠러든 상태다.DOGE의 재무부 결제 시스템 접근, 국제개발처(USAID) 직원 대량 강제휴직 통보 등 머스크가 시행한 상당수 조치들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그럼에도 머스크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비효율’ ‘다양성(DEI) 정책 옹호’라며 집중 공격한 기관들은 법원의 일시정지명령이 나오기 전에 이미 내부 기능이 거의 마비됐다. 사기가 떨어진 구성원들은 저항보다는 탈출 내지 순응을 택하고 있다. 미 의회 소수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은 거리집회에서나 겨우 반대 목소리를 낼 정도로 무기력하다.그사이 억만장자 머스크는 사업적 이...

    2025.02.18 21:40

  • [특파원 칼럼]대통령의 서재와 유튜브
    대통령의 서재와 유튜브

    워싱턴 의회도서관에는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장서들을 전시하는 공간이 있다. 제퍼슨은 1812년 미영전쟁으로 도서관이 불타자 6400여권의 개인 소장도서를 기증했고, 이를 토대로 의사당 뒤편이자 연방대법원 옆인 지금의 자리에 도서관이 재건됐다.윤리·역사·문학에서 화학·수학·해부학까지 아우르는 제퍼슨의 탐독 흔적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역대 한국 대통령의 서재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직무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독서 목록을 연상하려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12·3 계엄 선포부터 퇴진 거부, 수사 비협조, 체포영장 불응 등 일련의 행보를 보면 그는 책보다는 유튜브를 가까이하는 부류임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책이 지닌 수많은 가치와 쓸모 가운데 하나를 들자면 지식과 정보를 접하는 창구라는 점이다. 때때로 유튜브가 책에 버금가는 효과적인 지식 전달 수단이 되기도 한다. 클릭 한 번이면 누구나 전문가 혹은 재야의 고수들이 솜씨 좋게 가공한 지식에 접근할 수...

    2025.01.07 21:03

  • [특파원 칼럼]트럼프의 우크라 구상과 한반도
    트럼프의 우크라 구상과 한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즉시 종전”을 호언장담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한반도 안보와도 직접 엮인 문제가 됐다. 이 전쟁이 어떻게 매듭지어지느냐에 따라 트럼프 집권 2기 한국의 외교적 공간이 좌우될 수 있다.트럼프의 종전 구상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 지명자의 언론 인터뷰나 지난 4월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보고서 등을 통해 방향성을 짐작하는 정도이다. 미국의 군사 지원을 지렛대로 양측에 평화협상 참여를 압박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우크라이나에는 협상 참여를 무기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확대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연기라는 강온 전략으로 협상장에 유도하는 식이다.휴전 혹은 종전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한국전쟁을 비롯해 과거 고강도 분쟁이 그러했듯 점령 영토를 중심으로 교전이 격화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욕이 우크라이나에서...

    2024.12.03 21:45

  • [특파원 칼럼]미 대선 이후 외교·로비 과제
    미 대선 이후 외교·로비 과제

    다음주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면 올 한 해 글로벌 정세에 드리운 가장 큰 불확실성의 장막이 걷히게 된다. 동시에 내년 1월 차기 미국 대통령 취임 전까지 누가 행정부 요직에 기용되고 정책 방향은 어떻게 달라질지를 놓고 각종 추측이 시작될 것이다.미국을 상대하는 한국 정부 부처와 기업들에는 물밑 외교와 로비의 시간이다. 벌써부터 워싱턴이 방미하는 각계 인사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관건은 미국 신정부와의 네트워크를 다지고 한국 관련 정책 검토 과정에 우리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우선 차기 미국 행정부가 한반도의 안보 우려를 진지하게 접근하게 해야 한다. 민주·공화 양당의 새 정강정책에서 ‘북한 비핵화’ 언급이 빠졌지만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해법을 포기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게 급선무다.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병력 파병 대가로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을 이전받는다면 우리가 직면한 안보 위협은 더욱 커진...

    2024.10.29 21:18

  • [특파원 칼럼]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미국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미국

    지난달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를 취재하는 기간에 ‘세 명의 대통령 머그’(three presidents mug)라는 이름의 기념품을 하나 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중심으로 왼쪽은 빌 클린턴, 오른쪽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이 그려진 머그컵이다.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횃불’을 넘긴 뒤 두 전직 대통령과 함께 당의 단결을 촉구한 바이든의 선택을 기억해두기에 적격으로 보였다.클린턴(1993~2001), 오바마(2009~2017), 바이든(2021~2025년 1월 퇴임 예정). 탈냉전 이후 미국 민주당이 배출한 세 명의 대통령 집권기마다 나는 길게는 약 4년, 짧게는 2년 이상씩 미국에서 생활했다. 세 차례 체류 시기 모두 경제적으로 불안했다. 클린턴 2기 후반기는 외환위기, 오바마 1기 초반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2년 전 특파원으로 부임한 때는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이 한창이었다. 근 30년 동안 미국 경제의 위상에는 굴곡이 있...

    2024.09.24 20:52

  • [특파원 칼럼]해리스가 외면 말아야 할 문제
    해리스가 외면 말아야 할 문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자칭 최대 치적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법의 정치적 뿌리는 따지고 보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 대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인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 3개주를 공화당에 내주며 패배했다. 세계화와 이민 증가의 여파로 사회경제적 입지가 악화됐다고 느낀 대졸 이하 백인 노동자층이 민주당에 등 돌린 결과다.이후 민주당 캠프의 참모였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2년간 연구 끝에 2020년 노동자 임금 회복, 핵심 공급망 보호, 공공투자 확대 등을 우선시하는 ‘중산층을 위한 외교정책’(카네기국제평화재단 보고서)을 제언했다. 그해 대선에서 3개 주를 되찾아온 바이든이 입법화한 구상의 모태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산업정책은 한편으로 철저한 국내 정치적 기획이었다.바이든의 재선 도전 포기 선언 이후 등판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여론조사 지지율, 후원금 모금 등에서 순항하며 민주당에 새 ...

    2024.08.1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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