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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선거의 꽃’ 된, 진짜 이웃들의 힘
    ‘선거의 꽃’ 된, 진짜 이웃들의 힘

    미국 뉴욕시장 선거 이틀 전이었던 지난달 2일(현지시간)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 자원봉사자들의 캔버싱(canvassing) 동행 취재에 나섰다. 캔버싱은 유권자의 집을 가가호호 방문해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홍보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선거운동 방식을 말한다. 맘다니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과 뜨거운 선거 열기를 확인하고 싶어 동행 취재를 신청하긴 했지만, 솔직히 회의적인 생각이 컸다.고백하건대, 나는 한국에서 누가 현관문을 두드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쥐 죽은 듯 집에 아무도 없는 척을 했다. 무언가를 팔거나 권유하러 온 사람이라면 거절하기 위해 대화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절 때 가족 간에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정치에 대해 말하러 왔으니 문 열어달라고 노크를 한다고? 함께 동행한 파키스탄 이민자인 홀리와 필리핀계 2세인 크리스티나에게 사람들이 문을 열어주긴 하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은 열어준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대화가 고픈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

    2025.12.02 20:05

  • [특파원 칼럼]배달원에 고객 차단권 준 플랫폼
    배달원에 고객 차단권 준 플랫폼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 메이퇀은 지난달 저장성 샤오싱 등 7개 도시에서 배달원을 위한 특별한 기능을 도입했다. 무례한 요구를 하는 고객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배달원 1명당 1년에 2명의 고객을 차단할 수 있다. 손님도 평가 대상에 오른 것이다.중국 플랫폼에서도 배달원들의 서비스는 후기와 품평의 대상이 된다. 메이퇀의 배달원 페이지에서는 제3자가 해당 기사의 정시 배달률, 배달거리, 사용자 리뷰, 서비스 만족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이 특별히 악평을 남기지 않아도 배달이 늦어지면 배달원은 벌금을 내야 한다. 악평으로 인해 평점이 떨어지면 배달원은 주문 배치와 수수료 책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이 점을 이용한 악성 고객들이 생겨나 사회적 문제가 돼 왔다. 소셜미디어를 보면 고객에게 폭언, 욕설, 모욕을 당했다는 배달원들의 하소연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 달라고 하는 요구를 거절하니 ‘후기 테러’로 보복을 당했다는 경험담도 ...

    2025.11.18 21:44

  • [특파원 칼럼] 유창한 모국어에 대한 구역질
    유창한 모국어에 대한 구역질

    지난 9월 미국 보수 청년운동가 찰리 커크 추모 열기를 취재하기 위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터닝포인트USA 본사 앞을 찾았다. 미국 전역에서 온 사람들이 놓고 간 꽃과 편지 더미가 수십m는 돼 보였다. 침울한 표정으로 커크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앳된 청년에게 다가가 ‘커크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냐’고 물었을 때였다. 옆에 서 있던 그의 아버지가 갑자기 끼어들며 공격적으로 말했다. “커크를 좀 이상하게 발음하는 것 같은데. 다시 한번 해봐요.”그가 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서 한 말이 아니란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청년이 아버지를 밀어내고 대답을 이어가 인터뷰는 잘 끝낼 수 있었지만 졸지에 커크 이름으로 ‘R’ 발음 테스트를 당할 뻔하고 나니 당혹감과 의아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불과 약 2주 전 미 이민당국의 한국 배터리 공장 급습을 취재하기 위해 찾았던 조지아주 엘러벨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순간이 있었다. 주유소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민당국의 급습에 대해 어떻...

    2025.10.28 20:02

  • [특파원 칼럼]숨겨진 노숙인, 보이는 노숙인
    숨겨진 노숙인, 보이는 노숙인

    남의 나라에 정착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쯤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지만, 한국도 아니고 미국에서 아파트 구하기가 이리 어려울 줄 몰랐다. 아파트 사무소는 내 월 소득이 월세보다 세 배 이상 많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월세 밀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넉넉하게 증명하란 소리다. 그러나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만 해도 적당한 지역의 원베드룸 월세가 2500달러 안팎이다. 두 배도 아니고, 세 배라면 월 소득이 10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단 뜻이다.그들의 깐깐함과 나의 요령 부족으로 인해 소득 심사 기간은 하염없이 길어져만 갔다. 마치 내가 아파트를 빌리는 게 아니라, 아파트 대출금을 빌리기 위해 금융기관 심사를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상황이 언제까지 장기화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일단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좀 더 싼 호텔로 옮기기로 했다.그렇게 정착한 모텔이 어느덧 내 집처럼 느껴질 때쯤이었다. 불현듯 내가 머문 일주일 가까운 기간 동안 이 모텔 주차장에 있는 차들이 ...

    2025.09.16 20:56

  • [특파원 칼럼]워싱턴에서 만난 중국
    워싱턴에서 만난 중국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워싱턴 특파원 3년 임기 내내 맞닥뜨린 화두는 ‘중국’이었다. 정확히는 미국의 관점에서 보는 절반의 중국이겠지만, 미국 국가안보와 경제안보 차원의 최대 도전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경각심은 예상을 뛰어넘었다.중국은 한·미관계를 취재하는 현장에서도 따라다녔다. 한·미 동맹을 주제로 한 싱크탱크 세미나에서 대북정책보다 대중정책이 비중 있게 논의되는 것은 예사였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법 등 미국이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내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며 발표한 조치들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었지만, 한국 기업들에까지 유탄이 날아들었다. 미·중 사이에 낀 한국의 처지를 실감하는 순간들이었다.동맹과의 공조를 통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전략을 내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한국의 대중 노선이 시험대에 오르는 일도 잦았다. 미국은 ‘디커플링 아닌 디리스킹’ 기조에 따라 중국에 대한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

    2025.08.12 20:48

  • [특파원 칼럼]워싱턴의 한국 담론
    워싱턴의 한국 담론

    이재명 정부가 집권 직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는 것을 보며 1년 전쯤 미국 외교당국자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사석에서 만난 그는 윤석열 정부의 북한 인권 개선 기조를 전폭 지지하면서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심리전’에 기대려는 경향을 우려했다. 라디오 같은 정보 유입 수단과 달리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할 수 있는, 일종의 ‘인권의 무기화’라는 지적이었다. 한국 정부가 놓친 지점을 짚어내는 미 당국자의 모습이 다소 낯설면서도 반가웠다.최근 만난 경제 전문가는 한국이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요구에 대응해 미국산 쌀 등 농산물 수입을 늘리되, 이를 공적개발원조(ODA) 물자로 활용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핵심 지지 기반인 농촌에 성과로 자랑할 수 있고, 한국은 농가에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 ODA 확대 기조에 부응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실현 가능성이나 정책 효과를 떠나서 ‘윈윈’ 카드를 고민하는 미 전문가의 모습이 조금은 신선했다.근...

    2025.07.08 20:53

  • [특파원 칼럼]트럼프와 주한미군 재조정
    트럼프와 주한미군 재조정

    해외 주둔 미군을 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에는 일관성이 있다. “우리가 수천억달러를 내는데 미국은 일본 방어 의무가 있지만 그 반대는 아니다” “유럽과 한국에 있는 군에 돈을 지불하지만 많이 보전받지 못한다” 등 동맹들이 제값을 내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동맹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의무가 ‘비용’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에서 미국의 이익을 앞세워 막강한 힘을 투사할 수 있는 원천이라는 현실 인식은 빠져 있다.재집권한 트럼프가 동맹들에 대한 관세 부과의 명분으로 내세운 ‘상호주의’는 안보·군사 영역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복수의 정부 고위 소식통은 “동맹들이 자국 방위 책임을 확실히 짊어지고, 부담 공유(burden sharing)를 늘리라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기조”라고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 억제를 최우선 목표로 제시하면서 동맹국에 국방비 증액 등 역할 분담을 압박했다.주한미군 개편도 미 행...

    2025.06.04 01:04

  • [특파원 칼럼]미 국무장관의 희미한 자리
    미 국무장관의 희미한 자리

    지난주 공개된 미국 국무부 조직개편안은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의 미국이 소프트파워의 시대로부터 한층 멀어질 것이라는 심증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이른바 ‘미국적 가치’를 확산해온 민주주의·인권 관련 업무는 차관 자리가 없어지고 기능은 대폭 축소됐다. 대외원조 전담기구 국제개발처(USAID)가 첫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조직개편 발표 하루 뒤인 23일(현지시간) 팟캐스트 어니스틀리 인터뷰에서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다. 그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계속 강조하되 대사관 차원에서 하겠다는 것”이라며 “지역마다 미국의 국익이 다른 지정학적 현실에서 워싱턴의 한 부서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또 “인도주의 위기도 신경 써야겠지만 이를 미국의 장기적 이익보다 앞세울 수는 없다”고 했다. 가치와 이익이 충돌할 경우 후자를 선택하겠단 선언이다. 이권을 추구하면서도 적어도 겉으론 가치를 내세웠던 과거 미국과는 완...

    2025.04.29 20:37

  • [특파원 칼럼]트럼프 관세 혼란과 한국
    트럼프 관세 혼란과 한국

    “고객들이 만성 관세 피로 증후군을 호소하고 있다.”최근 미국 조지타운대 로스쿨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 통상 전문 변호사는 4년 만에 다시 닥친 관세폭풍을 대하는 미국 기업들의 반응을 이렇게 요약했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1기 대중국 관세에 대응해 수입처를 멕시코, 베트남 등으로 다변화했는데, 멕시코마저 관세 부과 대상에 오르자 ‘이번엔 어디로 움직여야 하나’라며 좌절하고 있다는 것이다.기업들의 피로도를 더욱 키우는 요인은 혼돈의 관세정책이다.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는 유예, 발효 직후 자동차 품목 및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적용 물품 면제 등 계속 바뀌었다. 외교소식통은 “예측을 어렵게 하려는 전술이라고 하더라도 관세 구상의 목적과 계획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행보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세미나 당시 패널토론자로 나선 한 유럽 알루미늄 기업 북미법인장은...

    2025.03.25 21:10

  • [특파원 칼럼]일론 머스크의 한 달
    일론 머스크의 한 달

    일론 머스크라는 ‘로켓 엔진’을 장착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현기증 나는 속도로 연방정부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머스크와 그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는 월권과 이해충돌 논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워싱턴과 인근 지역의 연방 공무원들은 사무실 복귀 명령과 퇴직 압박, 통신 감시 우려 속에 잔뜩 움츠러든 상태다.DOGE의 재무부 결제 시스템 접근, 국제개발처(USAID) 직원 대량 강제휴직 통보 등 머스크가 시행한 상당수 조치들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그럼에도 머스크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비효율’ ‘다양성(DEI) 정책 옹호’라며 집중 공격한 기관들은 법원의 일시정지명령이 나오기 전에 이미 내부 기능이 거의 마비됐다. 사기가 떨어진 구성원들은 저항보다는 탈출 내지 순응을 택하고 있다. 미 의회 소수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은 거리집회에서나 겨우 반대 목소리를 낼 정도로 무기력하다.그사이 억만장자 머스크는 사업적 이...

    2025.02.1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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