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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 홍위병과 매카시
    홍위병과 매카시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위화는 2005년 펴낸 장편소설 <형제>에서 문화대혁명기(1966~1976년) 중국 사회의 모습을 그린다. 소설 속 송범평은 중학교 교사이자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다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작은 마을에까지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시작되자 홍기를 들고 계급투쟁 선봉에 서며 영웅 대접을 받던 그는 지주의 아들이라는 게 알려져 하루아침에 홍위병들의 공격 대상이 된 뒤 결국 목숨까지 잃는다. 문화대혁명기 중국은 혼돈의 시기였다. 마오쩌둥은 근대적인 공산주의 사회를 만들겠다며 농업과 산업 생산 증대를 목표로 추진했던 대약진운동이 실패로 끝나면서 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전근대적 문화와 자본주의를 타파하고 사회주의를 실천하자며 문화대혁명을 시작한다. 그 중심에 홍위병이 있었다. 대학생, 심지어 중·고등학생들까지 가세해 만들어진 홍위병은 마오쩌둥 사상을 찬양하며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부르주아 지식인과 자본주의를 추종하는 정치인 등을 색출·처단...

    2023.09.05 20:26

  • [특파원 칼럼] 불안한 안보협력 ‘과속페달’
    불안한 안보협력 ‘과속페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일 정상의 정치적 용기”를 거듭 언급한 데서 보듯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는 한국도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인 ‘양보’로 한·일관계가 급진전하지 않았다면 세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오솔길 산책은 훨씬 이후에나 이뤄졌을 것이다. 하지만 3국 협력의 “새 시대”이든 “준동맹화”이든 미국의 기획·각본·연출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한·일과의 양자동맹의 토대 위에서 삼각 안보공조를 완성하는 것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성패를 좌우할 요소로 여겨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목표이기도 했던 이를 고안·실행한 핵심 인사들(캠벨, 블링컨, 설리번)은 그대로 바이든 행정부로 넘어왔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한국의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가입 여부가 관심을 모았을 무렵, 정부의 한 당국자는 “우리에 대한 미국의 주문은 쿼드 이전에 일본과 관계를 개선해 한·미·일 협력을 제대로 하자는 것...

    2023.08.22 20:21

  • [특파원칼럼] 친강 사태로 본 중국정치 ‘민낯’
    친강 사태로 본 중국정치 ‘민낯’

    ‘중국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시작된 듯.’매년 이맘때면 국내외 언론에 어김없이 나오는 기사 제목이다. 지난주에도 홍콩 매체발 기사를 비롯해 중국에서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베이다이허 회의 관련 기사는 늘 확정형이 아니다. 단정적으로 회의가 시작됐다거나 끝났다고 보도되는 일이 없다. 회의 개최 사실과 내용이 모두 비밀에 부쳐지기 때문이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에 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전·현직 지도부들이 여름휴가를 겸해 베이징 동쪽의 해변 휴양지 베이다이허에 모여 중요 현안을 논의하는 비공개회의다. 이는 1950년대 마오쩌둥 시대부터 계속된 전통이다. 동시에 오랫동안 이어져온 중국 공산당의 ‘밀실 정치’를 상징한다. 중국 정치는 늘 불투명하고 불친절하다. 결정 과정이나 배경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일이 거의 없다. 정책 결정 내용도 특유의 추상적인 언어들로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중국 공산당...

    2023.08.08 20:32

  • [특파원 칼럼] 미국, 북한에 관심 갖게 할 책임
    미국, 북한에 관심 갖게 할 책임

    “북핵 문제에 관한 미국의 인식이 해결보다 관리로 기울고 있는 현실을 보게 될 겁니다.”워싱턴에 오기 전 서울에서 만난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건넨 말은 대체로 맞아떨어졌다. 지난 11개월 남짓 지켜본 결과 미국은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 관심을 보일 의지, 여력 모두 바닥난 상태다. 미군 이병의 월북 파동으로 ‘노스 코리아’가 모처럼 외신들에 오르내리는 것은 돌발 사건의 여파다. 2022년 한 해 북한은 역대 가장 많은 39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때마다 ‘복붙’ 수준의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며 북한에 대한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을 상기했다. 하지만 북한의 응답을 무작정 기다린다는 것이 바이든 정부 대북 전략의 요체라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 ‘전략적 인내’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적어도 그 시기 미국은 특사 파견, 북·미 고위급 회담 등을 성사시켰다. 북한이 선제 핵 사용 문턱을 낮춘...

    2023.07.26 03:00

  • [특파원칼럼] 시험대 놓인 한·중관계
    시험대 놓인 한·중관계

    미·중 간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풍선 갈등’으로 급격히 냉각됐던 양국 관계의 해빙 기류가 완연하다.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방중한 데 이어 지난주에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고위급 대화를 이어갔다. 존 케리 백악관 기후특사도 곧 중국을 찾는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미·중 간에 지금처럼 잦은 고위급 대화가 이어진 건 처음이다. 지난달 방중한 블링컨 장관은 중국 외교 책임자인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친강(秦剛)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잇따라 회담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만났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이뤄진 블링컨 장관의 방중 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개선할 뚜렷한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았지만 양측은 한동안 막혀 있던 고위급 교류와 소통의 물꼬를 텄다. 그리고 약 3주 만에 옐런 장관이 방중했다. 옐런 장관은 방중 일정을 마치며 “(양국 간) 문제를 하룻밤에 해...

    2023.07.12 03:00

  • [특파원 칼럼] 대통령의 말이 예측 가능할 때
    대통령의 말이 예측 가능할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제되지 않은 언사로 종종 구설에 오른다. 가장 최근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첫 방중이 끝나자마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로 지칭,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올해 1월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보호주의 입법에 대한 비판을 두고 비속어를 쓰며 “아무 상관 없다(to hell with that)”고 해 동맹국의 정당한 우려를 폄하했다는 논란을 자초했다. 나라 이름 등 고유명사를 틀리거나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을 내뱉는 일도 잦은 편이다. 바이든 스스로도 과거 “나는 실언 제조기(gaffe machine)”라고 인정했다. 회의 도중 두 달 전 직접 애도성명까지 냈던 숨진 공화당 의원을 애타게 찾는 모습은 재선에 도전한 바이든의 약점으로 꼽히는 ‘역대 최고령’ 기록을 유권자들에게 새삼 각인시켰다.이런 바이든이지만 역점을 둔 국정 분야의 정책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조금 다르다. 실제보다 성과를 부풀리거나 낯뜨거운 자화자찬을 하는...

    2023.06.28 03:00

  • [특파원칼럼] 쿵이지와 가오카오
    쿵이지와 가오카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요즘 이른바 ‘쿵이지(孔乙己) 문학’이 유행이라고 한다. 쿵이지는 중국 근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루쉰(魯迅)이 1919년 발표한 동명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이다. 소설 속 쿵이지는 지식인 행세를 하지만 10년은 깁지도 빨지도 않은 너덜너덜한 장삼(長衫)을 입고 다니며 돈이 없어 주막에서 서서 술을 마시는 가난하고 비루한 삶을 사는 인물로 묘사된다. <쿵이지>는 청나라 말기 신분에 얽매이며 육체노동을 거부하는 봉건적 지식인과 유교 사상에 대한 비판을 담은 소설이다. 그런데 100년도 더 지난 사회비판적 소설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다시 소환되고 있다. ‘쿵이지 문학’이라는 말이 온라인에 신조어처럼 등장한 건 올해 초다. 고학력 실업자가 늘면서 젊은이들이 신세 한탄을 하듯 올린 짧은 글들이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다. 올해 초 한 누리꾼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微博)에 올린 글이 시발점이었다. 그는 “학벌이 디...

    2023.06.14 03:00

  • [특파원 칼럼] 착잡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논란
    착잡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논란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는 12년 전 홍콩과 싱가포르의 이주 가사노동자 정책 비교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다. 당시 싱가포르에서 만난 할리마 야콥 노동조합연맹(NTUC) 사무총장(현 싱가포르 대통령)은 1970년대 후반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도입된 이주 가사노동자(MDW)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많은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지금까지도 싱가포르에선 주 1회 휴식 보장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고, 6개월 주기로 임신 여부와 HIV/AIDS, 성병 검사를 실시해 임신했거나 양성 반응이 나오면 즉시 추방하고 있다.싱가포르에 비하면 홍콩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그나마 나은 상황에 놓인 듯했다. 적어도 일요일 하루는 휴가를 쓸 수 있었고, 표준근로계약에 따라 최소한의 급여 및 고용 안정성도 보장됐다. 가사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조합도 존재했다.하지만 ‘개발도상국(필리핀·인도네시아) 출신 여성 이주자이자 사적 영역(가...

    2023.05.31 03:00

  • [특파원칼럼] 한·중관계, 이대로 둘 건가
    한·중관계, 이대로 둘 건가

    지난달 말 중국 해관총서가 한국에서 수입되는 화물에 대한 통관검사 강화를 지시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내 한국 기업인들 사이에서 통관절차 강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 일파만파 확산돼 기정사실처럼 된 것이다. 비슷한 시기 국내에서는 중국이 수입 반도체 조사에 착수해 한국산 반도체 수입을 규제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역시 사실무근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관련 동향에 대해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특이 동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근거 없는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된 배경에는 최근 한·중관계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소문이 확산된 시기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방문해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공동성명’을 발표한 직후였다. 한·중 간에는 윤 대통령 방미 직전 ‘대만해협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외신 인터뷰 내용을 놓고 거친 설전과 외교...

    2023.05.17 03:00

  • [특파원 칼럼] 미국, 가치보다 이익을 택한다
    미국, 가치보다 이익을 택한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이 열린 4월26일. 한낮의 백악관 로즈가든 위로 직사광선이 내리쬐고 있었다. 짐작대로 미국 기자들은 재선 도전을 선언한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의 첫 공식 행보라는 점에 더 주목했다. 한 미국 기자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선거를 의식해 한국 등 동맹에 피해를 야기하는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추진하는 것 아닌가’라는 취지로 질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법은) 미국에서 상당한 경제성장을 만들어내고 있고 아무도 상처받지 않고 있다. 한국에도 윈윈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답변이었다.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이 외국 기업들에 비용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미국은 이렇게 응수해왔다.다만 이번에는 동맹국 정상이 바로 옆에 서 있었다. 반도체 등에서 미·중 택일을 강요하는 바이든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직격탄을 맞은 나라였다. 게다가 그 정상은 불과 두어 시간 전 이렇게 선언했다. “한·미 동...

    2023.05.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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